بيت / 로맨스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 Chapter 281 -الفصل 290

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290

292 فصول

제281화

남우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지금은 누가 정보를 흘렸는지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주변은 전부 세준이 데려온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정면으로 맞서면 상황만 더 커질 뿐이었다. 민영순까지 위험해질 가능성도 있었다.“그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지.”거의 10분 가까이 침묵이 이어져 세준조차 남우가 끝까지 버틸 거로 생각했을 때, 남우가 이를 악문 채 덧붙였다. “대신 할머니는 건드리지 마.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세준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형도 결국 상황 판단은 하네. 걱정 마. 방해만 하지 않으면 민영순 회장님도 무사할 거야.”세준이 원하는 건 결국 하진그룹이었다. 민영순이 집안의 어른인 만큼 함부로 손을 대면 자신이 권력을 잡은 뒤에도 명분을 잃을 수 있었다.회의실을 나온 남우는 혼자 대표실로 돌아와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최근 벌어진 일들이 너무 많았다. 영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세준은 경영권을 빼앗았으며, 민영순은 협박 카드로 이용되고 있었다.효찬을 누구보다 믿어 왔지만 이제는 가장 가까운 친구까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남우는 미간을 눌렀다. 책상 위에는 효찬과 함께 찍은 오래된 사진이 놓여 있었다.두 사람은 수많은 일을 함께 헤쳐 왔다. 서로 등을 맡길 수 있다고 믿었던 사이였다.“효찬이 그럴 리 없어.”예전 은희를 의심했던 때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도 성급하게 몰아붙였다가 효찬까지 잃게 된다면 남우에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을지 몰랐다.창밖을 바라보던 남우가 씁쓸하게 웃었다. 한참 동안 열어 보지 않았던 연락처 하나를 찾아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도와줄 일이 있어.]...정갈하게 꾸며진 정원 한쪽에서 맑음은 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가 저지른 일들을 알게 된 뒤로 가슴이 계속 답답했다.그날은 도우미와 외출 중이었기 때문에 영은이 벌인 일을 직접 보지 못했다. 은희를 좋아했지만, 맑음에게는 은희가 엄마 영은을 무너뜨린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اقرأ المزيد

제282화

집 정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 맑음은 담장을 따라 뛰다가 나무와 덩굴이 우거진 구석을 찾아냈다.작은 두 손으로 담장 틈을 붙잡고 있는 힘껏 몸을 끌어올렸다.힘이 들어가자 가느다란 몸이 떨렸고 손톱 밑에는 흙이 잔뜩 끼었다. 그래도 엄마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멈추지 않았다.끝내 맑음은 담장을 넘어 밖으로 내려왔다.차들이 오가는 큰길 앞에 선 맑음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렸다.그래도 엄마를 생각하며 용기를 냈고 사람이 많은 쪽으로 걸었다.맑음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영은을 본 적이 있느냐고 계속 물었다.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혼자 돌아다니는 아이를 걱정해 경찰에 연락하려는 사람이 보이자 맑음은 겁을 먹고 달아났다.경찰에게 알려지면 아빠가 곧 찾아낼 것이다. 그러면 엄마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른 채 맑음은 차들이 빠르게 오가는 넓은 도로 앞에 도착했다.겁이 났지만 곧 엄마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길을 건너려 했다.그때 검은 승용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운전자는 전화에 정신이 팔려 갑자기 도로로 나온 맑음을 미처 보지 못했다.쾅!큰 충격음과 함께 맑음의 작은 몸이 몇 미터나 튕겨 나가 바닥에 떨어졌다.피가 옷을 빠르게 적셨다. 주변에서는 비명이 터졌지만 맑음의 의식은 점점 흐려졌고, 마지막으로 떠오른 건 영은의 웃는 얼굴이었다.‘엄마... 맑음이 엄마 너무 보고 싶어. 어디 있어?’소희가 장을 보고 돌아왔을 때 맑음이 보이지 않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집 안팎을 샅샅이 찾아도 아이는 없었다. 결국 소희는 남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때 남우는 회사 업무를 넘기는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집에서 걸려 온 전화를 확인하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금 집에는 맑음과 몇 명의 직원뿐이었다. 더는 맑음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둘 수 없었다.“여기까지 합시다. 남은 건 다음에 처리하겠습니다.”남우는 급히 서류에 서명했다. 중요한 인계 절차는 이미 끝났기에
اقرأ المزيد

제283화

남우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정신을 붙들기 어려운 상태였다.응급 처치실로 달려가자 의료진이 맑음을 둘러싸고 있었다. 작은 몸에는 여러 장비가 연결되어 있었고 창백한 얼굴에는 기운이 없었다.“맑음아!” 남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였다.의사가 급히 다가왔다. “아버님, 아이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렸습니다. 바로 수혈이 필요한데 혈액형이 특이해서 현재 혈액원에 맞는 혈액이 없습니다.”남우는 바로 팔을 내밀었다. “제 피부터 확인해 주세요!”하지만 수혈은 혈액형이 맞아야 했다. 의료진은 남우의 혈액형도 이미 확인하고 있었다.의사가 고개를 저었다. “등록 정보상 아버님과는 맞지 않습니다.”남우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맞는 사람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했다.지금까지는 돈과 힘이 있으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그때 은희가 숨을 몰아쉬며 복도 끝에 나타났다. 맑음에게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달려온 탓에 은희 역시 안색이 좋지 않았다.“맑음이 사고 났다면서. 지금 어때?”남우는 은희가 올 줄 몰라 잠깐 굳었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수혈이 필요한데 혈액형이 특이해서 맞는 혈액이 없어.”은희는 주저하지 않고 소매를 걷었다. “제 것도 검사해 봐요. 혹시 맞을 수도 있잖아요.”의사는 곧바로 은희를 데려가 혈액 검사를 진행했다.남우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은희를 바라봤다. 자신에게 그토록 큰 상처를 준 영은의 아이인데도 은희는 망설임 없이 맑음을 살리려 했다.예전의 남우는 은희가 맑음을 납치했다고 의심했고, 일부러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걸 먹였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일이 영은의 짓이었다는 걸 알았다.자기 아이의 목숨까지 이용했던 영은이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 새삼 실감났다.더 놀라운 결과는 곧 나왔다. 은희의 혈액이 맑음에게 수혈할 수 있는 조건과 완전히 맞
اقرأ المزيد

제284화

의사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다만 두 사람의 혈액 시료가 필요합니다.”“방금 수혈 검사에 사용했던 시료로 진행하세요.”검사는 곧 진행됐고 결과도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보고서에는 맑음과 은희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다고 적혀 있었다.남우는 결과지를 쥔 채 미간을 조금 풀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이 남았다.“검사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가능성은 없습니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의사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애써 침착하게 답했다. “최신 장비로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정확합니다.”남우는 몇 초 동안 의사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물었다. “아까 채취한 시료가 바뀐 건 아니고요?”“그럴 일 없습니다. 원하시면 다시 검사하셔도 됩니다.”의사는 손바닥에 땀이 찼다. 하진그룹 대표를 앞에 두고 거짓말을 하는 건 보통 담력으로 버틸 일이 아니었다.“됐습니다. 가 보세요.”허락이 떨어지자 의사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정말 우연이라고?” 남우가 혼잣말처럼 낮게 중얼거렸다.‘세상에 이런 우연이 얼마나 있을까?’맑음의 혈액형은 드문데 은희와 수혈 조건이 완벽하게 맞았다.그래도 검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으니 남우는 당장 더 의심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의사는 결과지를 쥔 손을 떨며 남우에게서 멀어진 뒤에야 긴 숨을 내쉬었다.조금 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었다.검사를 시작하려던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혈연관계가 있다고 나오면 무조건 없다고 바꿔. 그러지 않으면 네 딸이 내일부터 학교에 갈 수 없을 거야.]의사로서 결과를 조작하는 건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었다. 견디기 어려웠다.“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의사는 눈을 감은 채 괴롭게 숨을 내쉬었다.전화받은 뒤 의사는 차라리 실제 검사에서도 혈연관계가 없다고 나오기를 바랐다. 그래야 최소한 거짓 보고는 하지 않아도 됐다.하지만 경험상 저렇게 구체적으로 협박한다는 건 누군가가 이미 맑음
اقرأ المزيد

제285화

맑음에게 떠밀린 은희의 몸이 조금 흔들렸다. 눈물로 젖은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자 마음이 무거워졌다.잠깐 잊고 있었다. 맑음에게 엄마는 어디까지나 영은이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느끼는 감정을 억지로 없앨 수는 없었다.맑음은 오랫동안 영은에게 의지해 왔다. 영은 역시 딸 앞에서는 늘 다정하고, 잘못하면 스스로 인정하는 좋은 엄마처럼 행동해 왔다.“맑음아, 엄마 보고 싶은 마음 알아.” 은희는 다시 다가가며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싫어! 듣기 싫어!” 맑음은 또 소리를 지르며 은희를 밀었다. 흥분으로 몸이 떨리면서 상처까지 당겨 아파했지만 멈추지 않았다.그만큼 맑음은 은희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었다.병실 안의 소리를 듣고 들어온 남우는 맑음이 은희를 밀어내는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곧 침대 옆으로 가 차분히 말했다.“맑음아, 이번에 은희 이모가 피를 나눠 주지 않았으면 네가 정말 위험했을 수도 있어.”맑음은 잠깐 멈칫했다. 입술을 깨물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 이모.”맑음은 은혜를 모르는 아이는 아니었다. 은희의 수혈 덕분에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안 이상 감사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하지만 감사와 엄마에 대한 마음은 맑음에게 전혀 다른 문제였다.곧 맑음의 눈에 다시 서운함과 적대감이 차올랐다. 아이는 은희를 향해 소리쳤다.“그래도 난 이모가 싫어! 이모 때문이 아니었으면 엄마 안 사라졌어. 우리 엄마는 누가 함정에 빠뜨린 거야!”은희는 깊은 무력감을 느꼈지만 조용히 설명했다.“맑음아, 이모도 네 엄마를 찾고 싶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확인하고 싶고. 하지만 엄마 일은 이모 혼자 결정한 게 아니야. 실제로 확인된 일들이 많아...”“거짓말!” 맑음은 은희의 말을 끊으며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나한테 좋은 엄마야. 나쁜 사람이 아니야!”남우는 침대 곁에 앉아 맑음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달랬다.“맑음아, 어른들 사이 일은 복잡해. 네가 본 모습만으로 전부 알 수 없는 일도 있어. 그래도 은희 이모
اقرأ المزيد

제286화

“어떤 상처는 사과 한마디로 지울 수 없어요. 더구나 지금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죠?”남우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눈에 아픔이 스쳤다. “용서해 달라고 할 자격이 없다는 건 알아.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뭘 포기하지 않겠다는 건데?” 은희가 비웃듯 물었다. “나를 괴롭히는 걸? 아니면 죄책감에 매달리는 걸?”남우는 가슴을 찔린 듯 숨이 막혔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은희는 더는 남우를 보지 않고 병실 밖으로 걸어갔다.남우는 그 자리에 선 채 한참을 바라봤지만 끝내 은희를 따라가지 못했다.이제 은희는 예전처럼 남우만 바라보던 사람이 아니었다.창가에 선 남우는 은희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핸드폰 화면을 무의식적으로 문질렀다.잠시 뒤 효찬에게 전화를 걸었다.“병원으로 와. 부탁할 일이 있어.”30분쯤 뒤 효찬이 급히 도착했다. 걱정스러운 기색이었다.“무슨 일이야?”효찬은 맑음이나 민영순의 상태와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했다.남우는 돌아서며 낮게 말했다. “소영은의 흔적을 찾았어.”효찬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정말? 어디 있는데?”영은 이야기일 줄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외곽에 버려진 화학 공장이 하나 있어.” 남우는 주머니에서 메모를 꺼내 건넸다. “오늘 밤에 직접 갈 거야. 대신 사람을 붙여서 내 뒤를 봐 줘.”효찬은 종이를 받아 들고 미간을 좁혔다. “너무 위험해. 내가 먼저 사람들 데리고 확인해 볼까?”“괜찮아.” 남우가 고개를 저었다. “영은은 낌새만 느끼면 바로 도망갈 사람이야. 이번엔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해.”남우는 잠깐 말을 멈추고 효찬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 일은 몇 사람에게 이미 말해 뒀어. 다 믿을 만한 사람들이야.”실제로는 효찬에게만 알려준 정보였다. 효찬이 의심하지 않도록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효찬의 경계하던 표정이 조금 풀렸다.“알았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 붙여 둘게.”남우는 효찬의 어깨를 두드리며 피곤하게 웃
اقرأ المزيد

제287화

은희는 사무실에서 서류를 검토하던 중 핸드폰에 뜬 속보 알림을 보게 됐다.[하진그룹 하남우 대표, 대형 교통사고... 차량 추락 후 폭발, 현장 사망 추정]은희의 손가락이 굳었다. 눈이 크게 흔들리며 몸까지 멈춰 버렸다.‘하남우가 죽었다고?’떨리는 손으로 기사를 열자 불에 탄 차량 잔해와 흐릿한 현장 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기사에는 탑승자의 생존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문장이 반복됐다.“말도 안 돼.”은희는 낮게 중얼거렸다. 손끝이 차갑게 식고 가슴이 꽉 눌린 듯 숨쉬기조차 어려웠다.남우를 미워했다. 과거의 냉정함도, 자신에게 남긴 상처도 여전히 미웠다. 하지만 죽기를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었다.은희는 자리에서 급히 일어났다가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책상을 짚었다.“은희 씨?” 노레드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 창백한 은희를 보고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에요?”은희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 “뉴스에 하남우가 죽었다고 나왔어요. 사실이에요?”노레드는 잠시 말이 없었다. 최대한 은희에게 알려지지 않게 하려 했지만 결국 기사를 본 모양이었다.“현재 공식적으로 나온 내용은 그렇습니다. 차량 잔해는 확인됐지만 DNA 확인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쾅!은희의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혔다. 화면이 깨지면서 거미줄처럼 갈라졌다.입술이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시야가 갑자기 뒤집히는 듯 흔들리더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은희 씨!” 노레드가 빠르게 받아 안았지만 은희는 이미 의식을 잃은 뒤였다....은희는 아주 긴 꿈을 꿨다.꿈속에서 몇 년 전으로 돌아간 은희 앞에 남우가 햇빛 아래 서 있었다. 남우는 손을 내밀며 다정하게 웃었다. “은희야, 나랑 가자.”은희가 그 손을 잡으려 하자 장면이 바뀌었다.남우는 차갑게 은희를 밀어내며 싫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고은희, 넌 정말 사람을 질리게 해.”은희는 숨을 크게 들이켜며 눈을 떴다. 이마는 식은땀으로 젖었고 호흡이 거칠었다.“깼어요?” 노레드가 침대
اقرأ المزيد

제288화

은희는 남우를 미워했다. 그런데 그제야 알았다.미움이 남아 있다는 건, 어쩌면 사랑도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일지 모른다는 걸.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걸.그때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모르는 번호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하남우를 보고 싶으면 오늘 밤 12시, 혼자 남쪽 부두로 와.]은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벌떡 일어섰다.‘안 죽은 거야?’은희의 표정이 달라지자 노레드가 곧바로 가까이 다가왔다. “무슨 메시지예요?”은희는 반사적으로 화면을 껐다. 손끝이 떨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회사 일이에요.”노레드는 믿지 않는 눈이었다. 늘 냉정한 은희를 저렇게 흔들 수 있는 건 남우와 관련된 일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은희 씨.” 노레드가 어깨를 잡고 낮게 말했다. “무슨 연락을 받았든 충동적으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은희는 시선을 피했다. “알아요.”노레드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남우 사고는 단순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하남우가 일부러 만든 판이라면 지금 섣불리 움직이는 게 계획을 망칠 수도 있어요.”“그게 아니라면요?” 은희가 눈을 붉히며 고개를 들었다. “정말 하남우에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면요?”노레드는 잠깐 침묵하다 결국 타협했다. “적어도 먼저 사람을 보내 확인하게 해 주세요.”은희는 고개를 저었다. “혼자 오라고 했어요.”“그 말 자체가 함정이라는 뜻이잖아요.” 노레드가 드물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남우의 ‘죽음’이 누군가를 끌어내기 위한 계획일 수도 있다는 걸 은희 씨도 알잖아요. 혼자 갔다가 위험해지면 하남우의 계획까지 망칠 수 있습니다.”은희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물론 알고 있었다.하지만 정말로 남우가 위험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단 하나의 가능성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다.“박사님.” 은희가 힘없이 웃었다. “맞아요. 함정일 가능성이 훨씬 크겠죠.”은희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주차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그래도 그 아주 작은 가능성까지
اقرأ المزيد

제289화

남우는 감시실 의자에 앉아 펜을 쥔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앞의 화면에는 효찬과 세준이 비공개 라운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선명하게 잡혀 있었다....“하진그룹의 주도권은 결국 내가 가져야 해.” 세준이 잔을 흔들며 말했다. “어른들 쪽도 이미 정리해 뒀고.”효찬은 공손하게 세준에게 자료를 내밀었다. “하진그룹 최신 지분 현황입니다. 지시하신 대로 시장에 풀린 주식 5%도 조용히 확보했습니다.”...남우가 쥐고 있던 펜이 뚝 부러졌다. 검은 잉크가 흰 셔츠에 튀었다.남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으로 콘솔을 세게 내리쳤다. 손등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효찬아... 난 널 친형제처럼 믿었어.”쉰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목 안쪽으로 피비린내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화면 속 효찬의 비굴한 미소가 유독 선명하게 보였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남우 그 멍청한 인간은 아직도 제가 제일 가까운 사람인 줄 압니다.]효찬이 비웃었다. [이제 죽었을 테니 이사회도 자연스럽게 대표님 쪽으로 넘어올 겁니다.]“윽...”남우가 갑자기 피를 토했다. 붉은 핏방울이 모니터 아래쪽으로 튀었다.두 걸음 비틀린 남우는 벽을 짚고서야 겨우 서 있었다.10년이었다. 무려 10년 동안 가장 믿었던 친구가 세준이 심어 둔 사람이었다.화면 너머로 세준의 웃음이 크게 들렸다. [집안 어른들이 알면 볼만하겠지. 그렇게 아끼던 후계자가 자기 심복한테 뒤통수 맞았다는 걸 알면 쓰러지는 거 아냐?]남우는 입가의 피를 닦았다. 흔들리던 눈이 서서히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통신 장치를 눌러 명령했다. “매 사냥 작전 시작해. 누가 하진그룹을 움직이는 사람인지 확실하게 보여 주지.”창밖에는 번개가 치고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남우는 유리창 앞에서 비에 흐릿해진 도시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여기까지 왔으면 끝을 봐야지.”...은희는 거센 비를 뚫고 약속된 폐부두에 도착했다. 머리끝에서 빗물이 계속 흘러내렸다.컨테이너 옆에 서 있는 사람을 알아본
اقرأ المزيد

제290화

‘하남우가 나를 죽이라고 했다고?’은희는 절대로 믿을 수 없었다.빗속에서 주삿바늘 끝이 서늘하게 번뜩였다. 은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효찬의 배신 때문에 남우가 죽었을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다.“당신이었군요.” 은희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남우를 팔아넘긴 사람이 진효찬 씨였어요.”효찬은 입가를 비틀며 은희의 귀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야 알아차렸네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주사기를 들어 올리며 낮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래 아프진 않을 겁니다.”탕!총성이 빗소리를 가르며 울렸다. 효찬의 손목에서 피가 튀었고 주사기는 바닥에 떨어져 빗물에 휩쓸려 갔다.“악!” 효찬이 비명을 지르며 뒤를 돌아봤다.빗속에 남우가 총을 든 채 서 있었다. 검은 코트가 강풍에 크게 펄럭였다.뒤쪽에는 무장한 수사 인력이 줄지어 서 있었고 효찬을 향한 조준점이 흔들림 없이 고정돼 있었다.“하, 아니, 남우야... 살아 있었어?” 효찬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뒤로 비틀거렸다.남우는 천천히 다가가 총구를 효찬의 이마에 대었다. “내 여자를 건드렸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지?”은희는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눈물과 빗물이 뒤섞여 얼굴을 타고 흘렀다.남우의 뒷모습을 보자 결국 울음이 터졌다. “살아 있었네... 정말 살아 있었어.”남우가 돌아보자 얼음처럼 차갑던 눈빛이 금세 풀렸다. “미안해. 늦었어.”그때 효찬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부츠 안에서 칼을 뽑아 남우의 등을 향해 찔렀다.“조심해!” 은희가 소리쳤다.남우는 뒤를 완전히 돌아보지도 않은 채 팔을 틀어 효찬의 다리를 향해 총을 쐈다.효찬은 눈을 크게 뜬 채 비에 젖은 바닥 위로 쓰러졌다.“신병 확보해서 데려가.” 남우는 총을 내리고 은희에게 다가가 품에 안았다. “이제 괜찮아. 끝났어.”은희는 남우 품에서 떨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고개를 들었다. “진효찬이 배신한 걸 알고 있었어?”방금 남우의 반응을 보면 효찬의 정체에 놀라지 않은 게 분명했다.남우
اقرأ المزيد
السابق
1
...
252627282930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