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Kapitel 271 – Kapitel 280

292 Kapitel

제271화

남우는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뒤엉켰다.은희에게 아직 말하지 못한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보미는 남우와 은희 어느 쪽과도 혈연관계가 없었다. 보미는 은희가 낳은 아이도 아니었고 남우의 친딸도 아니었다.은희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무렵, 남우는 은희를 믿지 못한 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친자 확인 검사를 의뢰했다.검사 결과 보미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고, 당시 남우는 분노해 은희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단정했다.그런데 이후 별도로 진행한 검사에서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보미는 은희와도 생물학적 친자 관계가 없었다.그 결과를 본 남우는 보미의 출생 과정에 분명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보미는 대체 누구의 아이였을까?두 사람의 진짜 아이가 출산 과정에서 숨진 건지, 누군가 고의로 아이를 바꾼 건지 남우는 몇 년 동안 조용히 조사해 왔다.하지만 오래전 기록은 곳곳이 끊겨 있었고 아무리 조사해도 결정적인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이제는 이 사실을 은희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문제는 은희가 남우를 만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연락처는 모두 차단된 상태였다.결국 남우는 효찬을 통해 은희에게 연락을 전했다. 보미와 관련해 반드시 알려야 할 중요한 일이 있으니 한 번만 만나 달라는 요청이었다.그 연락을 받은 은희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남우에 대한 원망은 여전히 깊었고 다시 얽히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하지만 보미는 은희에게 평생 사라지지 않을 상처였다. 보미와 관련된 일이라면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이미 아이가 세상에 없는데 남우가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듣지 않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설령 자신을 불러내기 위한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보미 이름이 나온 이상 확인은 해야 했다.결국 은희는 딸에 대한 마음 때문에 만나기로 했다.두 사람은 조용하고 사람이 많지 않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은희가 도착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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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진짜야?” 은희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 말을 들었을 때 아주 잠깐 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하지만 마음은 계속 남우가 또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반발했다.남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 가방에서 검사 결과지 두 부를 꺼내 은희 앞으로 내밀었다.“검사 결과야. 직접 봐. 내가 너한테 너무 많은 잘못을 한 건 알아. 이번 일만큼은 끝까지 같이 조사해서 보미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낼게.”은희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받아 한 장씩 넘겼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라 정리가 되지 않았다.한동안 결과지를 바라보던 은희가 고개를 들었다. 입가에는 씁쓸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그래서 보미한테 그렇게 차가웠던 거야? 네 친딸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으니까?”남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남우가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보미랑 내가 혈연관계가 없다는 걸 알았지만 나는 보미를 내 딸처럼 생각했어.”“그때 너한테 차갑게 굴었던 건... 네가 보미를 이용해서 나를 붙잡으려 한다고 멋대로 생각했기 때문이야. 검사 결과를 바로 말하지 않은 건 네가 더 상처받을까 봐 겁났고.”‘나를 붙잡으려고 아이를 이용했다고?’ 은희는 어이가 없었다. ‘하남우가 자기 자신을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그런 결론을 내렸을까?’아이를 두고 사람 마음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표현하는 것부터가 은희에게는 모욕적으로 들렸다.은희는 차갑게 웃었다. 오히려 남우의 설명 속에서 더 중요한 문제를 발견했다.“하남우, 네 말 정말 말이 안 되는 거 알아? 내가 상처받을까 봐 숨겼다고 하면서, 애초에는 나를 믿지 못해서 몰래 친자 검사를 했잖아.”“네 머릿속에서 나는 대체 얼마나 계산적이고 못 믿을 여자였던 거야?”은희를 믿었다면 임신과 출산을 두고 몰래 친자 검사를 시작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보미가 자기 친딸이 아니라는 결과를 받은 뒤 은희와의 혈연관계까지 따로 확인한 행동 역시 결국 은희를 의심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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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남우는 곧바로 영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은희를 함정에 빠뜨린 일과 어린 시절 은희의 자리를 가로챈 일까지 증명할 자료가 빠르게 모였다.이번에는 영은이 책임을 피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맑음에 대해서는 친권과 양육권 문제를 법적으로 다시 정리해 영은과 분리하고, 영은에게는 그동안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마음먹었다.하지만 하씨 집안 본가 안에도 영은에게 정보를 넘기는 사람이 있었다. 영은은 남우가 자신을 조사한다는 사실을 예상보다 빠르게 알아차렸고 크게 당황했다.맑음이까지 민영순 쪽으로 보호 조치가 들어가면 영은은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카드’도 잃게 될 것이다. 영은은 여러 생각 끝에 민영순을 이용해 판을 뒤집기로 했다.은희의 기억 영상이 남우에게까지 넘어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 영상 안에는 자신이 어린 시절 은희의 자리를 대신했던 사실까지 남아 있었다.어린 은희에게 당시의 장면이 기억으로 남아 있었지만 사고 뒤에는 그 기억을 잃어버렸다.은희는 최근 남우와 세준 때문에 받은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해 기억을 없애는 선택을 했다.그런데 기억 기록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진실까지 찾아냈다.영은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자신이 지금 궁지에 몰린 출발점이 결국 자신과 세준이 함께 벌인 일이라는 사실에 더 격분했다.그래도 영은은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질 리 없다고 믿었다.먼저 인맥을 이용해 온라인에 글을 퍼뜨렸다. 자신이 어린 시절 목숨 걸고 남우를 구했는데 이제 은희 때문에 남우에서 잔인하게 버림받았다는 내용이었다.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빠르게 퍼지면서 하씨 집안과 남우를 비난하는 반응도 쏟아졌다.그다음 영은은 밤을 틈타 민영순이 머무는 집으로 직접 향했다. 처음부터 진짜 목적은 이쪽이었다.온라인 논란으로 모두의 시선을 밖으로 돌려놓으면, 영은이 제 발로 하씨 집안 본가 가까이 나타날 거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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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영은의 웃음은 점점 더 뒤틀렸다. “제가 거짓말하는 것 같으세요? 다 사실이에요. 제가 그렇게 오래 남우 옆에 있을 수 있었던 것도 다 남우가 허락했기 때문이잖아요.”“오늘 여기 들어올 수 있는 것도 남우가 저를 믿고 제 지문을 등록해 줬기 때문이고요.”민영순은 몸을 떨고 있었지만 아직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영은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아예 맑음이 사실 은희의 아이와 관련돼 있다는 비밀까지 꺼낼 생각이었다.그때 민영순의 시야가 크게 흔들렸다. 가슴을 찢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고 몸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영은은 차갑게 웃었다가 곧 놀란 척 표정을 바꿔 큰 소리로 외쳤다.“큰일 났어요! 회장님이 쓰러지셨어요!”영은은 밖으로 빠져나가려다 멈췄다. 화가 나 쓰러진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영은은 쓰러진 민영순을 계단 쪽으로 끌어낸 뒤 아래로 밀었다. 몸이 굴러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겉으로는 놀란 소리를 냈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번져 있었다.‘아예 죽으면 더 좋고, 살아도 다시는 입을 못 열 정도면 됐어!’영은은 만족한 듯 집을 빠져나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적만 남았다.민영순이 심장 문제로 쓰러진 뒤 계단에서 추락했다는 연락을 받고 남우는 온몸이 굳었다.장 보러 나갔던 가사 도우미가 집에 돌아온 뒤에야 민영순을 발견했다.곧바로 병원으로 옮겨 응급 처치를 했고 의료진은 생명만큼은 가까스로 구했다.하지만 민영순은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지속적인 의식 장애 상태에 빠졌다.집 안의 보안기록을 확인한 뒤에 남우는 진실을 전부 알게 됐다. 영은이 민영순을 극도로 흥분시킨 뒤 계단 아래로 밀어 버린 장면이 남아 있었다.남우는 자신을 탓했다. 과거 영은에게 출입 권한을 내준 것도 자신이었고, 이번에 영은을 조사하면서 더 철저하게 접근을 막지 못한 것도 자신의 실수였다.조금만 더 경계했더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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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은희는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민영순의 병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복도에 서 있는 남우가 눈에 들어왔다.쌓여 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졌다. 은희는 곧장 다가가 남우의 뺨을 세게 때렸다.손바닥도 얼얼하게 아팠지만 은희는 가슴이 더 아팠다.“대체 무슨 생각으로 소영은이 그 집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든 거야? 지문 등록 안 돼 있으면 아예 못 들어가는 곳인 거 너도 알잖아.”은희의 눈가가 붉어졌다. 남우가 대체 언제 영은에게 본가 출입 권한까지 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남우는 맞은 힘에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뺨에는 곧 손자국이 선명하게 올라왔다.그는 고개를 숙였다. 몇 번 입술을 움직였지만 바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찾지 못했다.이번 일에 자신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는 걸 남우는 알고 있었다. 은희가 때려도 할 말이 없었고, 오히려 화를 더 내도 된다고 생각했다.남우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내 잘못이야. 예전에 할머니가 자기를 싫어해서 집에도 못 들어오게 한다고 영은이 눈물을 흘렸어. 그 말만 듣고 마음 약해져서 지문을 등록해 줬어. 내가 너무 안일했어.”영은이 울면서 부탁했다는 이유만으로 남우는 경계를 풀었다.그때의 판단이 결국 지금의 끔찍한 결과로 돌아왔다.“지금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야? 할머니는... 지금 상태가 어때?”남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표정도 무겁게 가라앉았다.“간신히 위기는 넘겼어. 하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했어. 의료진도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는 확답 못 한대.”은희의 몸이 휘청했다. 벽을 짚어 겨우 버티며 말했다. “내 탓도 있어. 내가 할머니한테 조금만 더 자주 갔으면 이런 일 안 생겼을지도 몰라.”최근 은희는 복수와 과거에만 매달렸다. 그러느라 자기에게 정말 중요한 사람을 충분히 챙기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할머니 곁에 내가 있어야 했어.’‘그랬으면 소영은이 이렇게 할 수 없었을 텐데.’남우는 한 걸음 다가갔지만 은희를 위로하려 손을 뻗지는 못했다.“네 잘못 아니야. 사람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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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예상대로였다. 글이 공개되자마자 온라인 여론은 폭발하듯 들끓기 시작했다.사람들은 은희를 응원하며 영은이 저지른 일들을 하나같이 비난했다.[소영은 진짜 너무하네. 어떻게 저런 짓을 다 해? 반드시 제대로 처벌받아야 해!][고은희 씨가 너무 안됐다. 소영은 때문에 저렇게까지 망가졌으니, 꼭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다.][하남우 대표도 답답하다. 저런 사람을 바로 곁에 두고도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논란은 가라앉기는커녕 더 거세졌다. 영은의 사진과 과거 행적이 빠르게 퍼지면서 어디를 가도 관련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급기야 몇몇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영은의 행방을 찾아 나섰고, 온라인에서는 누가 먼저 영은을 찾아내느냐를 두고 경쟁하듯 제보가 쏟아졌다.영은은 사람 눈을 피해 숨은 거처에 틀어박힌 채 인터넷을 가득 메운 기사와 게시글을 보고 분을 참지 못했다.은희와 남우가 이런 식으로 반격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제는 정말 숨을 곳조차 없어 보였다.“고은희, 하남우... 감히 내 앞길을 막아? 절대 이대로 안 끝내.”영은은 이를 악문 채 낮게 욕설을 뱉었다.하지만 이미 사방이 막힌 상태였다. 생필품을 사러 밖으로 나갔다가 눈썰미 좋은 사람에게 들킬 뻔해 간신히 몸을 피한 적도 있었다....그 시각, 남우 역시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남우는 오랫동안 쌓아 온 재계 인맥을 총동원해 영은의 계좌를 묶고 자금줄을 끊었다. 동시에 사설 조사 인력까지 붙여 흔적을 추적하게 했다.영은은 허리를 숙이고 은신처에서 몰래 빠져나와 필요한 물건을 사러 길을 나섰다.골목에 발을 들이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사람들이 자신을 흘끔거리며 수군대고 있었다.“소영은이야! 놓치면 안 돼!”누군가 크게 외치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영은 쪽으로 몰려들었다.영은은 안색이 굳어지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났다.붙잡히기 직전이라고 생각한 때, 검은 승용차 한 대가 골목 입구로 미끄러지듯 들어와 멈췄다.문이 열리자 마스크를 쓴 큰 체격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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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강한철은 차갑게 영은을 훑어보며 압박하듯 말했다.“지금 소영은 씨가 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야. 얼굴을 바꾸는 수술을 받아. 외모가 달라지면 추적을 피할 수 있고, 그 다음 일은 다시 짜면 된다.”영은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가장 받아들이기 싫은 방법이었다.얼굴을 건드리는 큰 수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를 리 없었다. 한 번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었다.“싫어요! 차라리 죽고 말지 그런 수술은 안 받아요!” 영은은 목이 쉬도록 소리쳤고 몸까지 떨렸다.뜻밖에도 강한철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 선택을 존중하지. 대신 계속 나를 도와 하남우와 고은희를 상대해. 그러면 안전은 보장해 주지.”영은은 쉽게 믿을 수 없었지만 도망칠 길이 없는 이상 강한철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강한철을 따라 안쪽 방으로 들어서자 코를 찌르는 냄새가 덮쳐 왔다. 영은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뜨거운 액체가 머리 위로 쏟아졌다.“아악!”영은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싸고 바닥을 뒹굴었다.강한 산성 액체가 피부를 태우듯 파고들었다. 살을 찢는 듯한 통증에 의식이 끊길 것 같았다.강한철은 느긋하게 다가와 바닥의 영은을 내려다봤다.“이래도 얼굴을 바꾸는 수술은 싫어?”영은은 엉망이 된 얼굴을 들고 울며 매달렸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수술 받을게요. 뭐든 할게요.”강한철은 만족스럽게 웃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곧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들어와 영은을 들것에 옮겼다.수술실 밖으로 나온 강한철은 헤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정리됐다. 소영은이 결국 말을 굴복했어. 이제 계획대로 진행해.”수술실 안에서는 새하얀 무영등 조명이 침상 위의 영은을 비추고 있었다. 마취가 퍼지고 있는데도 영은은 공포와 통증 때문에 간헐적으로 몸을 떨었다.집도의의 손이 영은의 얼굴 위를 정교하게 움직였고, 보조 인력은 계속 수치를 확인했다.장장 10시간이 지나서야 얼굴을 완전히 바꾸는 수술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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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그래도 얼굴 자체를 잃지는 않았다. 이전처럼 흉하게 망가진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만큼은 다행이었다.“소영은, 오늘부터 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강한철이 차갑게 말했다. “새 거처도, 신분도 준비해 뒀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강은유야. 강대수의 딸, 강은유. 절대로 잊지 마.”영은은 눈을 크게 뜨고 강한철을 바라봤다. 하루아침에 재력가 집안의 딸이 된다는 말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들렸다.그렇다고 강한철을 전적으로 믿을 수도 없었다.“정말이에요?” 영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끝은 무의식적으로 거울 속 낯선 얼굴을 더듬고 있었다.강한철이 옅게 웃었다.“물론이지. 대신 그 신분이 주는 걸 누리고 싶으면 전적으로 내 말에 따라야 해. 앞으로 카스터 메이와 손잡고 은희를 상대해.”“강은유는 카스터 메이와 아주 가까운 친구라는 설정이니까 카스터 메이도 협조할 거다.”영은은 미간을 좁혔다. ‘카스터 메이’라는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은희가 해외에 갔을 때 크게 부딪쳤다는 여자였다.카스터 가문과 강씨 집안 사이에도 생각보다 깊은 연결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영은은 갑자기 새 얼굴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이 얼굴 하나로 재력가의 딸이 되고 유명 사교계 인사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카스터 가문의 수장인 카스터 링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자신이 카스터 메이의 친구가 된다는 사실만 떠올려도 가슴이 들떴다.“당분간 강은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외워. 말투와 습관, 행동까지 전부 그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 만약 하나라도 어긋나면 네 목숨도 위험하고 카스터 메이까지 곤란해질 수 있어.” 강한철의 목소리는 싸늘했다.영은은 입술을 깨물며 계산하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대신 다시는 아까처럼 저를 속이거나 함정에 빠뜨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무슨 일을 말하는지는 둘 다 알고 있었다. 강한철이 직접 영은의 얼굴을 망가뜨린 바로 그 일이었다.강한철은 비웃듯 말했다. “얌전히만 굴면 손해 볼 일은 없어. 오늘부터 전담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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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하지만 영은의 표정은 곧 환하게 밝아졌다. 카스터 링의 숨겨진 연인이 된다는 건 단숨에 가장 높은 사교계로 들어갈 기회처럼 느껴졌다.처음에는 강한철의 연인 역할까지 시키려는 줄 알았다. 방금 전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묘했기 때문이다.상대가 카스터 링이라니 오히려 더 좋았다. 꿈같은 이야기였다. ‘내가 카스터 가문과 직접 연결되는 사람이 된다니...’허영심은 빠르게 부풀었다.“알겠습니다! 강은유 역할, 제가 꼭 완벽하게 해내겠습니다. 회장님의 계획을 절대 망치지 않겠습니다!”영은은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장담했다. 벌써 화려한 파티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고은희 따위가 감히 나랑 싸워?’ 이제 영은에게 은희는 우습게 느껴졌다. ‘고은희, 넌 그냥 계속 하남우 옆이나 지키고 있어!’‘나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사람이야.’‘언젠가는 꼭 고은희가 먼저 나에게 고개를 숙이게 할 거야!’‘이제부터 나도 카스터 가문과 연결된 사람이 될 테니까.’그리고 영은은 은희가 예전에 카스터 메이와 갈등을 벌인 게 더 잘됐다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자신까지 건드린 대가로 은희가 매달리게 만들 수 있었다.생각만 해도 영은은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강한철은 그런 영은을 차갑게 바라봤다. 입가에 깃든 조소를 영은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좋아. 방금 한 말은 꼭 기억해. 일이 틀어지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도.”‘틀어질 게 뭐가 있어?’ 영은은 두렵지 않았다. ‘강은유’라는 신분을 얻기 전에는 어차피 목숨조차 위태로웠다.남우와 은희에게 붙잡혀도 무사하지 못했을 터였다. 지금은 다시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었다.그 뒤로 영은은 전담 교육을 받으며 밤낮없이 강은유에 대한 모든 것을 익혔다.몸짓과 말투, 취향부터 성장 과정까지 작은 부분 하나도 틀리지 않도록 반복해서 외웠다.마침내 강한철은 영은이 다 준비됐다고 판단하고 카스터 링과의 만남을 잡았다.A국.화려하게 꾸며진 회원제 라운지에서 영은은 몸에 꼭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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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강한철은 소파에 앉아 팔짱을 낀 채 경고하듯 입을 열었다.“마음에 드는 건 상관없지만 너무 지나치게 굴진 마. 소영은은 아직 쓸 데가 많아. 고은희를 상대하는 데 이용해야 하니까.”‘고은희’라는 이름이 나오자 카스터 링의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와인 잔을 쥔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다.“고은희라면 나도 잊지 않았어. 예전에 메이에게 망신을 주고 내 계획까지 여러 번 틀어놨지. 걱정 마. 소영은을 완전히 망가뜨리진 않을 거야. 고은희한테 값을 치르게 할 때 써야 하니까.”강한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스터 링 곁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영은이 고은희 곁으로 들어가게 만들 거야. 친한 사람처럼 접근시킨 뒤 때가 되면 직접 움직이게 하지. 네 원한도 갚고, 하남우가 모든 걸 잃는 꼴도 볼 수 있을 거다.”카스터 링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하남우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 사업에서도 계속 내 앞을 막았으니 이번에 소영은을 써서 같이 정리하면 되겠군.”두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계획을 맞춰 갔다. 표정에는 불길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강한철은 은희와 아들 이섭이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는 점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은유’를 은희에게 소개한다면 계획은 자연스럽게 시작될 것이다....그동안 남우와 은희는 여러 경로를 뒤지며 영은을 샅샅이 찾았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영은은 완전히 사라진 사람 같았다. 출입국 기록도 없었고, 각종 보안 카메라에도 모습이 남지 않았다.그 무렵 세준은 남우의 정신이 다른 곳에 쏠린 틈을 타서 하진그룹 내부 임원 몇 명과 손을 잡고 경영권을 빼앗으려 움직였다.이전에 배신한 임원들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했다는 건 하진그룹 내부가 이미 오래전부터 세준이 상당 부분 장악했다는 뜻이었다.회의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세준은 측근들을 이끌고 당당하게 들어와 남우를 도발하듯 바라봤다.“형, 요즘 소영은 찾느라 회사 일은 아예 손 놓은 것 같던데. 그럴 거면 회장 자리는 내가 맡는 게 낫지 않겠어?”세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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