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나의 불행을 너에게: Bab 61 - Bab 70

100 Bab

61화

강윤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띤 채, 설아의 앞접시에 가장 신선한 횟감을 건넸다."설아 씨, 얼른 먹어봐요. 사장님 설명대로 먹으면 정말 맛있으니까.“"아, 감사합니다 대표님! 잘 먹겠습니다.“젓가락을 들고 조심스럽게 한 점을 입에 넣는 설아의 모습을 보며, 강윤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보호본능이 싹트는 것을 느꼈다.”너무 맛있어요 사장님!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스시 중에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식감에 설아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두 손으로 볼을 감싸 쥐었다. 그 모습을 보던 사장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갔고, 조용한 룸 안에는 두 사람만의 온기가 가득 찼다.설아는 젓가락을 잠시 내려놓고 강윤을 바라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전했다."오늘 사실…… 마음이 많이 복잡하고 지쳐 있었거든요. 그런데 대표님 덕분에 이렇게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너무 감사해요”늘 방어적이고 단단하게 벽을 치고 있던 설아가 처음으로 꺼내놓은 솔직한 고백이었다. 비록 구체적인 사정은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오늘 얼마나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었는지 고스란히 느껴지는 말이었다.강윤은 그런 설아를 다정한 눈빛으로 묵묵히 바라보다가, 이내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감사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저랑 저녁 식사 같이 해줘서 제가 더 고마운걸요. 저 혼자 밥 먹는거 정말 싫어하거든요”강윤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기운 차린 기념으로 아까 내가 한 제안은 받아들이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갑작스러운 강윤의 훅 들어오는 맹공에 설아는 하마터면 사례가 걸릴 뻔했다. 콜록거리며 물을 들이켜자 그런 설아를 보며 강윤이 부드럽게 웃었다. 설아는 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온전히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해 주는 강윤의 태도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알 수 없는 뜨거운 감정과 함께 감사함이 밀려왔다.설아는 강윤의 시선을 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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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모든 직원의 시선이 강윤에게 집중되었다. 강윤은 옆에 선 설아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이번 반도체 프로젝트에 이설아 씨도 정식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우리 회사에 입사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설아 씨의 일처리 능력도 훌륭하고 기획을 보는 안목과 손이 아주 빠릅니다. 큰 프로젝트인 만큼 선배님들께서 옆에서 많이 이끌어주시고 지도해 주십시오.“대표의 파격적이면서도 확신에 찬 추천에 잠시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내 팀원들은 텃세 대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일제히 박수를 쳐 설아를 환영해 주었다."환영해요, 설아 씨! 장 팀장님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우리 잘해봐요!“팀원들의 진심 어린 환영에 설아의 긴장했던 어깨가 비로소 부드럽게 풀렸다.유서진과의 결혼생활 내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 취급을 받으며 자존감을 짓밟혔던 자신이, 이곳에서는 온전한 하나의 '인재'로 환대받고 있었다. 제 자리를 찾은 듯한 벅차오르는 감정을 꾹 누르며, 설아는 팀원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열심히 하겠습니다. 부족한 만큼 더 노력해서 팀에 꼭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기죽지 않고 맑게 울려 퍼지는 설아의 목소리에 강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장서인 팀장 역시 흐뭇한 눈빛으로 설아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자, 그럼 새 멤버도 합류했으니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죠.“강윤의 명료한 목소리와 함께 회의실 테이블 위로 대형 스크린이 켜지고 빽빽한 자료들이 나열되었다. 설아는 얼른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팀원들의 날카로운 의견이 오가고 회의가 치열해질수록, 설아의 손끝도 바쁘게 움직였다.정신없이 프로젝트에 몰두하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만큼 바쁜 나날이었다. 이혼 서류를 법원에 접수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법원의 최종 이혼 확인기일이 당장 내일로 다가왔다.지난 한 달 동안 유서진은 간혹 술에 취해 연락을 걸어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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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자신을 삼킬 듯이 뚫어지게 쳐다보는 유서진의 그 집요한 시선에, 설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불쾌감을 느꼈다. 설아는 서진과 눈을 맞추지도 않은 채, 냉정하게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가차 없이 말을 꺼냈다."늦겠어요…… 들어가요.”한 치의 미련도,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였다. 설아는 망설임 없이 법원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서진은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그 뒤를 따랐다.법원 대기실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그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주변에 앉은 다른 부부들의 한숨과 울음소리가 공간을 채웠지만, 정작 이들의 머리 위에는 숨 막힐 듯 무거운 침묵만이 흐를 뿐이었다.마침내 두 사람의 차례가 되었고, 법적인 절차는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끝이 났다. 판사의 최종 확인과 함께 3년이라는 시간의 종지부가 찍혔다.서류상으로 완벽한 남남이 되어 법원 건물을 빠져나온 순간, 설아는 비로소 가슴을 짓누르던 커다란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법원 계단을 내려가던 서진이 돌연 설아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타. 데려다줄게.“"아니에요. 혼자 가는 게 편해요.“설아가 차가운 벽을 치며 한 걸음 물러서자, 서진의 눈동자에 억눌린 감정이 위험하게 일렁였다. 3년의 결혼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을 거역한 적 없던 여자가 한 치의 틈도 주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었다하지만, 설아의 눈빛에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오히려 서진을 바라보는 설아의 눈동자는 맑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했다."괜찮아요. 여기서 마지막 인사 해요, 우리."설아는 가방끈을 고쳐 쥐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미련도, 원망도 모두 털어버린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가장 가볍고도 잔인한 미소였다."잘 지내요."설아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그 짧은 마지막 인사가 서진의 가슴을 찌릿하게 찔러오며 깊숙이 박혔다. 칼로 도려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에 서진은 숨을 흡 들이켜며 제 가슴팍을 웅켜쥐었다.'잘 지내라'는 설아의 그 평범한 한마디가, 이토록 잔인하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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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강윤은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으며 설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는 진중함과 동시에 설아를 향한 묘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설아 씨, 다름이 아니라 이번 주에 부산에서 열리는 대규모 기업인 컨퍼런스 겸 모임이 있어요. 원래는 장서인 팀장이랑 같이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장 팀장에게 피치 못할 개인 사정이 생겨서 일정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게 됐는데 … 혹시 설아 씨가 나랑 같이 부산에 가줄 수 있을까요?“갑작스러운 제안에 설아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 인사들과 유망한 정재계 고위 관계자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였다."제가…… 그런 중요한 자리에 대표님과 함께 가도 괜찮을까요? 혹시라도 실수를 해서 대표님과 회사에 누를 끼칠까 봐 걱정이 돼서요.“설아가 조심스럽게 되묻자, 강윤은 책상에서 몸을 일으켜 설아의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자 은은한 차 향기가 감돌았다. 강윤은 그녀의 불안을 단번에 날려버릴 만큼 신뢰감 있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내 안목을 믿고, 내 안목이 선택한 설아 씨를 믿어요. 그리고…….“강윤이 잠시 말을 멈추고 입가에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한층 낮아진 그의 목소리가 대표실 안의 정적을 깨우며 설아의 귓가에 속삭이듯 닿았다."비즈니스 목적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쉼 없이 달려온 설아 씨에게 바람도 좀 쐬어주고 싶어서요. 머리도 식히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요.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나랑 같이 가요."공적인 제안 속에 슬그머니 섞여 들어온 강윤의 사적인 배려와 다정함에 설아의 심장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설아의 가슴속으로 묘한 설렘과 긴장감이 맴돌았다.설아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단단한 눈빛으로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대표님.”"좋아요. 그럼 당장 이번 주 목요일 출발이니까 준비해요."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였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금세 약속했던 목요일 아침이 밝았다.강윤은 아침 일찍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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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체크인을 마치고 강윤의 안내에 따라 예약된 최고급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묵직한 문을 열자, 설아의 입에서 가벼운 감탄이 흘러나왔다."와아…….“탁 트인 거실의 전면 통유리창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부산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설아가 홀린 듯 유리창 가까이 다가가 풍경을 눈에 담고 있을 때, 강윤이 짐을 내려놓으며 다정하게 웃었다."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강윤은 거실을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길게 복도가 나 있는 넓은 스위트룸의 한쪽 큰 방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설아 씨가 저쪽 메인 룸 써요. 드레스룸이랑 욕실이 넓어서 준비하기 편할 겁니다. 내가 반대쪽 방 쓸게요.“"네? 아니에요, 대표님. 제가 그쪽 방 쓸게요. 그게 마음이 훨씬 편해요!"설아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치자, 강윤은 짓궂으면서도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만류했다."출장 오면 원래 숙녀분이 좋은 방을 쓰는 법입니다. 이번 프로젝트 일등 공신에 대한 제 특별 보너스니까 거절하지 마세요.”그의 장난 섞인 단호함에 설아는 결국 더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설아가 방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강윤이 무언가 생각난 듯 설아를 급하게 불러세웠다."아! 설아 씨, 잠시만요.“"네?“설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자, 강윤은 자신의 커다란 캐리어 지퍼를 열고 그 안에서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종이가방 하나를 꺼내 설아에게 건넸다."이건 이따가 컨퍼런스 참석할 때 입어요.“"이게 뭐예요, 대표님?“갑작스러운 선물에 당황한 설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강윤은 스치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덧붙였다."이거 장서인 팀장이 꼭 전달해 주라고 하더라고요. 자신 대신 이 중요한 자리에 와줘서 너무 고맙다고”"아…… 장 팀장님이요?“설아는 감동 어린 눈빛으로 종이가방을 받아 들었다. 살짝 열린 가방 틈 사이로 한눈에 봐도 고급스럽고 우아한 실루엣의 드레스가 얼핏 보였다. 자신을 이토록 세심하게 챙겨주는 장 팀장의 마음씨에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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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정적 속에 저를 빤히 바라보는 강윤의 뜨거운 시선이 낯설고 부끄러워진 설아가 말끝을 흐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안 어울리나요? 역시 너무 과한 것 같죠…….“그제야 낮게 탄식을 뱉으며 정신을 차린 강윤이 서서히 설아에게로 다가왔다. 그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깊은 감탄이 일렁이고 있었다."아뇨, 전혀요. 정말……잘 어울립니다.“강윤은 멍하니 빼앗겼던 시선을 거두며,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설아에게 슬그머니 자신의 한쪽 팔을 내어주었다. 신사적이면서도 위트가 묻어나는 몸짓이었다."가볼까요, 이설아 씨?“지나치게 긴장해 있던 설아를 배려한 그의 장난 섞인 제스처는 단숨에 팽팽하던 공기를 무너뜨렸다. 강윤의 유쾌함 덕분에 설아의 가슴을 짓누르던 긴장감이 마법처럼 스르르 풀어졌고, 그녀의 입가에는 이내 맑고 화사한 웃음이 번져나갔다."네, 대표님.“설아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강윤이 내민 단단한 팔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얹었다.연회장에 들어서자 화려한 조명과 클래식 선율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여기저기 강윤을 알아본 기업 인사들과 지인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지인들에게 둘러싸인 강윤은 정신없이 인사를 나누면서도, 결코 자신의 곁에 선 설아를 소외시키지 않았다."이쪽은 저희 기획실의 이설아 씨입니다. 이번 반도체 프로젝트의 핵심을 담당했죠.“강윤의 자연스럽고 당당한 소개 덕분에 설아 역시 주눅 들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유서진의 그늘 밑에서 늘 숨죽여 살던 때와는 달리,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높은 힐을 신고 오랫동안 서 있었던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발뒤꿈치가 타들어 가듯 아파지기 시작했다.결국 통증을 참지 못한 설아는 구두에 밴드를 붙이기 위해 강윤에게 살짝 귓속말을 건넸다."대표님,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어디 불편해요? 같이 가줄까요?“강윤이 즉시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자, 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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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박수현은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누르며 이내 표정을 가볍게 다잡고 조소 섞인 말을 이어갔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이설아는 여전히 멍청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그 자체였기에, 이번에도 서진을 다시 유혹할 생각이거나 이혼을 후회해 우연한 만남을 가장하고 여기까지 기어 들어온 것이라 멋대로 단정 지었다."설아 씨가 여긴 무슨 일이에요? 설마 서진이 다시 만나고 싶어서 작정 하고 여기까지 꾸미고 쫓아온 거예요?“수현의 황당무계한 억측에 설아는 헛웃음이 나올 만큼 기가 막혔다.설아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수현을 응시하며 덤덤하게 대꾸했다."일 때문에 왔는데 여기서 수현씨를 보게 될줄은 몰랐네요 .“"아, 그 구멍가게…… 아차차, 작은 회사도 이런 자리에 초대를 받긴 하나 봐요?“입을 가리며 가증스럽게 웃는 박수현은 여전히 설아를 제 발밑으로 보고 있었다.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 설아가 그대로 자리를 피하려던 찰나, 설아의 뒤쪽에서 한 남자의 묵직한 목소리가 박수현을 불러 세웠다."수현아, 어디 갔었어. 한참 찾았잖아.“"어머, 서진아! 여기 누가 왔는지 좀 봐봐.“박수현은 기다렸다는 듯 유서진의 팔짱을 꼭 끼고 제 쪽으로 이끌며, 설아의 앞으로 그를 데려왔다. 이미 이혼한 전남편을 완벽하게 자신이 쟁취해 냈다는 것을 과시하듯, 수현의 어깨는 잔뜩 으쓱 올라가 있었다.한편, 수현의 손에 이끌려온 유서진은 설아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렸다.그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몸매를 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실크 블랙 드레스와 그 위로 대비되는 눈부시게 하얀 피부, 그리고 단정하게 올린 머리 사이로 드러난 매혹적인 목선까지. 그곳에 서 있는 이설아는 누가 봐도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였다.그때, 주변 남자들이 설아를 힐끗거리며 훔쳐보는 노골적인 시선들이 서진의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서진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불쾌감과 함께 뜨거운 질투심, 그리고 소유욕이 거칠게 뒤엉키기 시작했다."설아 네가…… 여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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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강윤은 다정하게 설아의 호흡을 고르게 해주더니, 이내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중후한 신사를 소개시켜 주었다."인사해요. 여긴 대현그룹의 장우현 대표님이에요.“대현그룹이라는 말에 설아는 순간 눈을 크게 뜨며 놀란 듯 얼른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바로 눈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안녕하세요, 장 대표님. ‘이음‘기획실의 이설아라고 합니다. 이렇게 대단한 분을 직접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허허, 반갑습니다. 강윤이 녀석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하셨다고요?“장우현 대표가 호탕하게 웃으며 설아를 따뜻하게 격려하자, 강윤이 곁에서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슬쩍 거들었다."원래 장 대표님은 이런 비즈니스 연회에는 발걸음도 잘 안 하시는 분인데, 오늘은 웬일로 꼭 참석하셨더라고요.“국내 대기업 총수를 상대로 어딘지 모르게 격식 없이 편안하게 대하는 강윤의 태도에 설아는 속으로 조금 의아했다.’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신 건가?‘ 하며 설아가 의문을 품던 그때, 한참 동안 설아의 기획 능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던 장우현 대표가 강윤의 어깨를 툭 치며 넌지시 물었다."그나저나 강 대표, 요즘 만나는 사람은 있고? 여전히 일만 하는거야?”그 질문에 강윤은 슬쩍 설아를 곁눈질하더니,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맞받아쳤다."글쎄요.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서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지금.“강윤의 의미심장한 대답과 뜨거운 시선에 설아의 심장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장우현 대표는 강윤의 마음을 대번에 눈치챈 듯 호탕하게 웃으며 설아를 바라보았고, 강윤은 그제야 장난기가 쏙 빠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설아에게 비밀을 털어놓았다."설아 씨. 사실 장우현 대표님은 제 친외삼촌이에요. 삼촌이 마침 부산 출장 오시는 길에 제가 여기 참석한다니까 얼굴 보러 잠깐 들르신 거예요.“"네? 외삼촌이요……?“예상치 못한 엄청난 반전에 설아가 입을 다물지 못하자, 강윤은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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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약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지옥보다 더한 비참함을 안겨주었던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연회장 밖으로 나온 강윤과 설아는 서늘한 밤공기를 맞으며 미리 세워둔 차를 타러 이동했다. 발렛 직원이 강윤의 고급 세단을 로비 정문 바로 앞까지 매끄럽게 대기시키자, 강윤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너 있게 조수석 문을 열고 한 손으로 차체를 짚으며 설아가 편하게 탈 수 있도록 에스코트했다. 긴 드레스 자락이 걸리지 않게 세심하게 배려하는 그의 손길에는 설아를 향한 다정함이 듬뿍 묻어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로 뒤편에서 유서진이 굳은 얼굴로 선 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타이밍 좋지 않게도 다른 발렛 직원이 서진의 외제차를 몰고 와 강윤의 차 바로 뒤편에 멈춰 세웠다. 서진은 신경질적으로 운전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뒤따라 조수석에 탄 수현이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며 투덜거렸지만, 서진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다른 남자 옆에서 눈부시게 웃던 설아의 잔상뿐이었다. 거칠게 시동을 건 서진의 차가 미끄러지듯 도로로 나섰다. 앞서 출발한 강윤의 차가 저만치 앞에서 매끄럽게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부산의 해안도로를 따라 두 대의 차량이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달리기 시작했다.공교롭게도 두 차가 향하고 있는 목적지는 부산에서 가장 최고급으로 손꼽히는 같은 5성급 호텔이었다. "……말도 안 돼. 서진아, 저 앞차 설아 씨가 탄 차 맞지? 저 두 사람도 우리 호텔로 가는 거야?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설아 씨 벌써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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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그때 서진의 일그러진 표정을 읽은 수현은, 서진의 신경이 온통 설아에게 쏠린 것을 막고 설아를 난감하게 하기 위해 뻔뻔하게 말을 걸어왔다."설아 씨도 여기서 묵어요? ……저 분이랑 단둘이?“수현은 은밀하고 야릇한 시선으로 강윤과 설아를 번갈아 보며 비아냥거렸다. 갑작스럽고 무례한 질문에 설아가 순간 불쾌함으로 입을 다물자, 강윤이 한 걸음 나서며 설아 대신 여유롭게 대꾸했다."아, 설아 씨 아는 지인이었어요? 네, 맞아요. 둘이 묵어요.“강윤은 오히려 보란 듯이 설아의 허리를 더 가까이 제 쪽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기며 쐐기를 박았다. 그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에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강윤의 거침없는 대답에 서진의 얼굴은 흙빛으로 일그러졌지만, 수현의 입꼬리는 얄궂게 올라갔다. 능력도 없는 이설아가 대기업 스폰이라도 잡아서 분수에 맞지 않는 방에 묵는 것이라 멋대로 확신했기 때문이다.그때 마침 서진과 수현의 목적지 층에 다다르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가자, 서진아.“수현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먼저 내렸고, 뒤이어 서진이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문이 닫히려는 찰나, 서진은 내리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굳건히 멈춰 서 있었다.스르륵-잠시 후, 당황한 수현이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엘리베이터 문이 거침없이 닫히고 난 후였다."……뭐야, 유서진?!“수현이 닫힌 문 앞에서 다급하게 버튼을 눌러댔지만, 엘리베이터는 야속하게도 맨 꼭대기 층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좁은 엘리베이터 안, 내리지 않은 유서진의 돌발 행동에 설아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정적 속에서 서진이 뿜어내는 숨소리가 공간을 위태롭게 채웠지만, 설아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침묵을 지켰다.마침내 최고급 스위트룸이 있는 꼭대기 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긴장감 속에서 강윤과 설아가 내리려던 바로 그 순간, 뒤에 서 있던 서진이 설아의 손목을 가차 없이 잡아챘다."아……!“거칠고 매서운 악력에 설아의 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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