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이 나지막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설아의 말을 가로막았다. 황급히 물러서려는 설아의 손목을 다정하지만 놓치지 않겠다는 듯 살포시 잡으며, 강윤은 그녀와 시선을 맞추려 고개를 살짝 낮췄다."난 설아씨가 울고 싶을 때 울고, 기대고 싶을 때 나한테 기댔으면 좋겠어요."온전히 설아만을 향해 곧게 뻗어오는 강윤의 직진하는 다정함에, 설아는 입술을 꼭 문 채 차마 그 똑바로 마주한 눈빛을 감당하지 못했다.강윤과 함께 일하며, 자신의 처지와 아픈 과거를 알면서도 변함없이 묵묵하게 곁을 지켜주는 그의 모습에 설아 역시 마음이 끌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유서진과의 지옥같던 결혼 생활 끝에 이혼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이후,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강윤에게 설아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고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그래서 더욱 지금 이 상황이 설아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자신의 처지와 부모님을 약점 삼아 다시 자신의 발목을 잡는 유서진의 덫에 걸려 있는 자신이, 과연 강윤의 이 과분한 마음을 받아도 되는 걸까. 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현실이 설아의 가슴을 갈갈이 찢어 놓았다."대표님…… 저는…….“겨우 입을 떼며 거리를 두려는 설아의 떨리는 목소리를, 강윤이 다정한 손길로 가만히 가로막았다."아무 말 안 해도 돼요. 오늘은 내일을 위해서 이만 쉬는 게 좋겠어요.“강윤은 설아의 머뭇거림 속에 담긴 수많은 복잡한 감정을 읽어낸 듯, 더 이상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지 않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렇게 방 안으로 들어온 설아는 곧장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 아래 서서 유서진의 손길이 닿았던 제 살결을 거칠게 문질러 씻어냈다.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를 때까지 몇 번이고 씻어내도 제 목덜미에 깊게 새겨진 붉은 낙인만큼은 지워지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설아가 샤워를 마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 똑똑, 하고 다정한 기척과 함께 강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설아 씨, 일어났어요?“"네,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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