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나의 불행을 너에게: Bab 81 - Bab 90

100 Bab

81화

"설아 씨?“반갑지 않은 목소리였다.설아가 상종조차 하고 싶지 않아 차갑게 무시한 채 자리를 뜨려던 순간, 수현이 날카롭게 앞을 막아서며 다시 말을 걸어왔다."이설아, 건방지게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주위에 사람이 아무도 없자 수현은 가면을 훌훌 벗어던지고 자신의 추악한 본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설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가만히 쳐다보자, 수현은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를 비틀며 말을 이어갔다."그딴 듣보잡 회사 들어가서 전남편 회사랑 경쟁? 일이나 할 줄 알아?“수현이 설아를 아래위로 훑어내리며 잔인하게 비웃음을 흘렸다."착각하지 마. 자꾸 이렇게 주변 알랑거리면서 유서진 눈에 띄려고 해봤자, 서진 씨가 너한테 눈길이라도 줄 것 같아? 헛꿈 깨, 이설아.“수현은 마치 설아가 여전히 서진에게 미련이 남아 어떻게든 다시 엮여보려고 발악하는 중이라고 지레짐작하는 듯했다.설아는 기가 차다 못해 실소가 터져 나왔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고, 한 치의 미련조차 없이 자신의 인생에서 완벽하게 잘라내고 싶은 이름이 바로 유서진이었다."웃어? 네가 아이를 잃었을 때 유서진이 누구랑 있었을 것 같아? 네가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도 유서진은 나랑 있었는데.“수현은 미소까지 띤 채, 설아의 가장 비극적인 순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기 삼아 던져댔다."더러워…….“설아의 입에서 낮게 새어 나온 한마디에는 지독한 경멸과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 가득 담겨 있었다.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피맺힌 억울함과 참아왔던 분노가 터지듯 폭발했다. 순간적으로 올려진 설아의 손이 공기를 가르며 수현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짝-날카로운 마찰음이 서늘한 밤바람을 찢고 요트 갑판 위에 울려 퍼졌다."아악!“수현은 불에 데인 듯 화끈거리는 뺨을 감싸 쥔 채,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설아를 노려보았다."너…… 너 지금 미쳤어?! 감히 날 때려?!“수현은 자신이 맞았다는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듯 얼굴을 하얗게 질린 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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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순간의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거대한 물보라 소리가 밤하늘을 갈랐다. 요트 아래쪽 갑판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가 난 난간 쪽으로 순식간에 몰려들었다.어두컴컴한 바다 위로 거칠게 넘실거리는 물결을 확인한 사람들의 입에서 경악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어머, 어떡해! 사람이 빠졌어요!“"119! 빨리 119 좀 불러주세요!“다급한 외침과 비명 소리에 연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하나둘 사람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요트 위쪽 상층부에서 다른 기업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강윤 역시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밖으로 나가자,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서늘한 밤바람을 타고 거세게 밀려왔다."어떡해! 어떤 여자가 물에 빠졌대!“"무슨 일이야, 정말? 추락한 거야?“강윤은 홀린 듯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있는 난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요트 난간 잡은 뒤, 밑을 내려다보았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바다 위로 거친 파도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물결 사이로, 새하얀 드레스 자락이 희미하게 가라앉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그 드레스 자락을 확인한 순간, 강윤의 심장이 떨어져 내릴 듯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오늘 자신이 직접 골라 설아에게 선물했던 그 드레스였다. 무엇보다 이 넓은 요트 안에서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오직 설아 한 사람뿐이었다.강윤은 머리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차가운 검은 바다를 향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다.커다란 물보라와 함께 강윤이 바다로 뛰어든 직후, 연회장 안쪽에 있던 유서진 역시 소란스러운 바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웅성거리는 사람들과 비명 소리에 눈살을 찌푸린 서진이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난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그 순간, 박수현이 다급하게 다가와 서진의 팔을 낚아챘다."서진 아, 어디 갔었어? 한참 찾았잖아.“"아…… 그래? 그나저나 밖에 사람이 물에 빠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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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믿을 수 없다는 듯 내뱉은 서진의 굳어버린 목소리가, 소란스러운 사람들의 소음 속으로 묻혀 흩어졌다.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서진이 뒤늦게 현실을 깨달은 듯, 거친 걸음으로 강윤에게 다가가 어깨를 낚아채며 소리쳤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왜 이 지경이 된 거냐고!“창백하게 식어버린 설아의 얼굴을 본 순간, 서진의 이성이 사정없이 뒤흔들렸다."비켜!”강윤은 서진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다시 설아의 입술에 숨을 불어 넣으며 절박하게 가슴을 압박했다."제발…… 설아 씨, 제발……!“그 순간, 설아의 가슴이 크게 들썩이며 쿨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모금의 차가운 바닷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쿨럭-! 콜록, 콜록……!“"설아 씨! 정신이 들어요? 설아 씨!“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는 강윤의 따뜻한 온기가 차갑게 식어버린 설아의 피부에 닿았다."하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에요……."강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설아의 상체를 살며시 일으켜 세워 자신의 단단하고 따뜻한 품 안에 깊이 품어 안았다.고통스럽게 거친 숨을 몰아쉬던 설아의 희미해진 시야 속으로, 자신을 잃을까 봐 온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강윤의 표정이 번져 들었다. 핏기 없는 입술을 떨며 강윤을 바라보던 설아는 그의 온기에 의지해 간신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바로 그 순간, 미친 듯이 다가온 서진이 두 사람의 사이를 다짜고짜 거칠게 떼어놓았다."이 손 치워!“서진은 강윤을 거세게 밀쳐내며, 의식이 흐릿한 설아를 빼앗듯 자신의 품으로 강렬하게 안아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차갑게 젖은 설아의 어깨 위로 꽁꽁 감싸 안았다."이설아, 정신 차려봐! 나 보여? 이설아!“갑작스럽게 들려온 서진의 목소리에 설아는 거부감을 느끼며 그를 밀쳐내려 했다. 하지만 물을 많이 먹은 몸은 솜사탕처럼 축 늘어져 손가락 하나조차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그 꼴사나운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박수현은 이가 부러질 듯 악물며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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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수현의 애타는 호소에 서진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결국 발걸음을 돌려 숙소로 향했다. 당장이라도 구급차를 쫓아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곁에서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수현을 차마 뿌리치지 못한 채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서진과 수현이 숙소에 도착할 즈음, 강윤과 설아가 탄 구급차는 응급실 앞에 멈춰 섰다. 신속하게 진료실로 옮겨진 설아는 필요한 검사들을 빠르게 마쳤다."다행히 기도에 들어간 물도 다 게워내셨고, 엑스레이 상 폐도 깨끗하네요.오늘은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다만 밤사이에 혹시라도 열이 나거나 숨이 차면 바로 응급실로 오세요.“"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강윤은 의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괜찮다는 말을 듣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이 한 번에 풀리듯 온몸에 툭 하고 힘이 빠져나갔다.병원을 나서는 두 사람의 차림은 여전히 바닷물에 비틀어 짠 듯 흠뻑 젖어 있었다. 때마침 매서운 밤바람이 훅 스쳐 지나가자, 서늘한 찬 기운이 피부에 고스란히 와닿으며 소름이 돋아났다. 설아가 작은 몸을 파르르 떨자, 강윤은 망설임 없이 제 겉옷을 벗어 들었다. 아직 축축함이 가시지 않은 옷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바람을 막아주고 싶었던 그는, 서툰 손길로 설아의 어깨 위에 옷을 걸쳐주며 가녀린 품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우선 이거라도 걸쳐요. 바람은 막아줄 거예요.“"대표님도 젖으셨는데…….“"전 괜찮아요. 감기 걸리겠어요, 설아 씨.“강윤은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곧장 도로변으로 달려가 달리는 택시를 다급하게 손을 들어 잡았다.택시에 올라탄 두 사람의 옷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시트를 적셨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온몸을 짓누르는 피로감과 밤바람에 오한이 들기 시작한 설아의 상태를 살피며, 강윤은 기사에게 목적지를 서둘러 말했다.부드럽게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 택시 안, 창밖의 번화한 불빛들이 스쳐 지나갔다.옆자리에 앉은 설아는 강윤이 걸쳐준 큼지막한 재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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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순간 서진의 기가 찬 헛웃음이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 분노를 꾹꾹 짓눌러 담은 목소리였다.[이봐요, 강윤 대표. 당신이 오지랖 넓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은 없지 않나? 이설아는 내 와이프였던 사람이야.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당신이 뭐라도 돼?]자신이 남편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쏘아붙이는 서진의 말에, 강윤 역시 지지 않고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받아쳤다."네. 적어도 지금은, 유서진 대표님보다 제가 더 가까운 사람이죠.“[뭐……?]강윤의 단호하고 당당한 말투에 서진은 더는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고 느꼈는지, 짓씹듯 낮고 서늘하게 말을 이어갔다.[헛소리 길게 하지 말고, 당장 로비로 내려오지. 얼굴 보고 얘기해.]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들어선 호텔 로비. 넓고 고요한 공간 가운데, 서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강윤을 기다리고 있었다.먼저 다가간 서진이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띤 채, 강윤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강윤 대표? 아니, 이제 강윤 씨라고 부르죠. 아까 전화로 뭐라고 했습니까?“서진이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이며 비아냥 섞인 눈빛으로 강윤을 쏘아보았다."나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고 했나?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따위 소리를 짓꺼리는지 모르겠네.“서진의 날 선 도발에도 강윤은 눈 하나 찌푸리지 않고 한없이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했다. 오히려 입꼬리를 살짝 올려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서진의 시선을 차분히 받아냈다."그 말이 그렇게 거슬리셨습니까, 유서진 대표님?""뭐?“"이미 깔끔하게 끝난 사이로 알고 있는데…… 제가 다른 말실수라도 한 건가요?“강윤의 한없이 여유로운 태도에 이성이 마비될 만큼 열이 받은 서진이 짓씹듯 말을 이어갔다."강윤 씨, 지금 자기가 이설아한테 뭐라도 되는 줄 착각하나 본데.“서진이 강윤에게 바짝 다가서며 서늘한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오만함과 불안함이 뒤섞인 목소리였다."이설아 그 여자? 내 말 한마디면 그 회사를 그만둘 수도, 내가 당장 호텔방을 잡고 오라고 해도 달려올 여자야. 알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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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짧고 단호한 한마디를 남긴 강윤은 미련 없이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홀로 로비에 덩그러니 남겨진 서진은 멀어져 가는 강윤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미칠 것 같은 분노에, 주먹을 쥔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려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스위트룸 앞에 도착한 강윤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유서진과의 날 선 대화로 솟구쳤던 차가운 분노와 흥분을 가만히 숨을 고르며 추스른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거실, 소파에 기댄 채 조용히 잠들어 있는 설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따뜻한 물속에 오래 담그고 있었던 탓인지 뺨은 발그레하게 붉어질 대로 달아올라 있었고, 여전히 촉촉함이 남아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곤히 잠든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를 전부 내맡긴 듯 깊은 숨을 내쉬는 설아의 모습은, 차분한 정적 속에서 묘하게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겨내고 있었다.조금 전까지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유서진과의 날 선 대화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강윤은 홀린 듯 걸음을 옮겨, 잠든 설아의 얼굴을 오랫동안 빤히 바라보았다.자신을 향해 오만하게 굴던 서진의 태도, 그리고 설아를 제 소유물 다루듯 하던 그 차가운 말들. 그 남자의 그늘 아래에서 이 작은 여자가 견뎌내야 했을 세월이 비로소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얼마나 외롭고 가슴 아픈 시간을 홀로 견디어 온 것일까.설아의 얼굴을 조용히 내려다 보던 강윤의 눈빛이 깊고 아련하게 젖어 들었다. 설아를 향한 연민은 이내 그녀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깊이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한편, 강윤이 들어간 뒤 자신의 룸으로 돌아온 유서진은 독한 위스키를 글라스 가득 채운 채 소파 깊숙이 몸을 파묻듯 털썩 기대앉았다.서진이 말도 없이 나갔다 온 것을 이상하게 여긴 박수현이 그의 곁으로 다가와 앉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서진아 어디 갔다 왔어?“곁에 다가와 앉은 박수현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지만, 서진은 아무 말 없이 독한 위스키만 들이킬 뿐이었다.그런 서진의 차가운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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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다음날 아침, 설아와 강윤은 소파 위에서 맞닿은 채 눈을 떴다.강윤의 넓은 품 안에서 먼저 눈을 뜬 설아는 순간 흠칫 놀라며 숨을 죽였다. 하지만 이내 시선은 강윤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머물렀다. 부드러우면서도 선이 굵은 남자다운 이목구비. 자신에게 언제나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던 사람. 그에게서 풍겨오는 은은하면서도 시원한 향기마저 설아의 마음을 아련하게 흔들어 놓았다.설아가 넋을 놓고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바로 그 순간, 닫혀 있던 강윤의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언제까지 바라볼 거에요?“예상치 못한 강윤의 한마디에 깜짝 놀란 설아가 당황하여 급하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강윤의 묵직한 팔이 설아의 허리를 단단하게 감싸 안으며 다시 한번 자신의 품속으로 자연스럽게 가두었다.당황한 설아가 수줍게 눈을 맞추며 겨우 말을 건넸다."잘…… 잤어요?“그러자 강윤은 설아를 품 안 가득 더 꼭 끌어안으며 슬그머니 낮게 속삭였다."설아 씨가 이렇게 옆에 누워 있는데 잠이 오겠어요? 한숨도 못 잤어요.“장난기가 묻어나는 그의 멘트에, 설아의 입가에서도 참지 못한 작고 풋풋한 웃음이 새어나왔다.미소 짓는 설아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강윤은 마침내 참지 못하겠다는 듯, 부드럽게 그녀의 이마 위에 입을 맞췄다.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놀란 설아가 순간 움찔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강윤은 시치미를 뚝 떼며 유연하게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고,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이건 설아 씨가 먼저 유혹한 겁니다.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 내가 참을 수가 없잖아요.“능구렁이 같고 장난기가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강윤의 행동에 설아의 가슴 한구석이 간지럽게 부풀어 올랐다.모든 일정이 끝나고, 두 사람은 차분히 짐을 챙겨 룸을 나섰다.그러나 운명의 장난인 듯, 하필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 앞에 서 있는 유서진과 박수현을 그대로 마주치고 말았다.안에 타 있는 강윤과 설아를 확인한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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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결혼 생활 내내 자신에게는 단 한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그 눈부신 미소를 보며, 서진의 가슴 밑바닥에서 또다시 복잡한 불쾌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그때 서진의 차가 호텔 정문 앞에 섰다. 서진의 시선이 어디에 꽂혀 있는지 눈치챈 수현은 슬그머니 차오르는 질투심을 누르며 그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려놓았다.엘리베이터에서 강윤이 던진 오만한 멘트에 수현의 기분은 이미 한껏 상해 있었다. 수현은 서진의 팔을 잡아 끌어당기며 애교 섞인 콧소리와 교태가 섞인 말투로 속삭였다."서진아, 강윤 저 사람 그냥 가만히 둘 거야? 진짜 너무 예의 없다. 고작 저런 작은 회사 하나 운영하면서 주제 파악을 전혀 못 하는 것 같아. 설아 씨도 참…… 저런 대표 하나 믿고서 어쩜 그렇게 기고만장해졌는지 몰라.“차에 올라탄 후에도 수현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설아 씨도 가만 보면 진짜 능력 좋다니까. 경력도 스펙도 없는데 어떻게 그 회사에 바로 들어갔나 했더니…… 남자 하나 잘 꼬셔서 들어간 거였어. 나 참, 다시 봤다니까? 둘이 혹시 전부터 알던 사이 아니야?“수현은 은근슬쩍 설아를 능력 없는 여자, 심지어 서진과의 결혼생활 시절부터 남자를 홀려 취직 자리나 꿰찬 몰상식한 여자로 몰아가며 끊임없이 깎아내렸다.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던 서진은 수현의 말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대학 시절엔 제법 똑똑했던 설아였지만, 자신과 결혼하면서 대학도 끝내 졸업하지 못했고 사회 경험이라곤 전무한 것이 사실이었다. 고졸 학력에 경력 한 줄 없는 설아가 대체 어떻게 그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을까.백번 양보해서 회사에 들어간 것까진 그렇다 쳐도,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자신과 수현이 몇 달 동안 밤을 새워가며 사운을 걸고 준비한 핵심 반도체 프로젝트가 아닌가.그런 커다란 프로젝트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사원이 당당히 합류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정말 박수현 말대로…… 이설아가 결혼 생활 동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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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선명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보였다. 박수현이 휘두른 손에 설아가 휘청이며 요트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리는 모습, 그리고 난간을 움켜쥔 설아의 손을 박수현이 아무렇지 않게 꺾어 바다로 밀어버리는 그 잔인한 순간까지…… 영상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주먹을 쥔 강윤의 손마디가 하얗게 질려갔다. 당장이라도 경찰에 이 영상을 넘기고 수현을 법대로 처벌받게 하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분노를 눌러 담았다. 설아가 왜 이 일을 덮으려 했는지, 그 깊은 속마음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자신이 곁에서 지켜본 설아는 늘 그랬다. 자신이 상처받는 순간에도 타인에게 피해가 미치는 걸 무엇보다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각계 인사가 모인 그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 때문에 일이 소란스러워지길 바라지 않았을 터였다.게다가 '유씨 그룹'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경찰 신고 따위가 얼마나 무력한지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법과 공권력조차 그들의 막강한 돈과 권력 앞에 무기력하게 무마되고 말 것이라는 현실을, 설아는 이미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었을 테니까.자신에게조차 서슴없이 협박을 일삼는 유서진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박쥐처럼 간사한 짓을 저지르는 박수현.그 숨 막히는 둘 사이에 끼어 그동안 설아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은 채 외롭게 견디고 당해왔을지, 눈앞에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했다.강윤이 영상을 보며 복잡한 고민에 빠져 있던 그 시각, 설아는 짐 가방조차 풀지 못한 채 침대 위에 그대로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 탓에 몸은 마치 젖은 솜처럼 천근만근 무거웠다. 게다가 차가운 바닷물에 떨어지며 받아낸 충격 때문인지, 온몸을 마구 두들겨 맞은 듯한 지독한 통증이 자는 내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몇 시간째 꿈속을 헤매듯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설아는 휴대폰 진동 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한편, 몇 번을 걸어도 전화를 받지 않자 걱정스런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온 강윤은 설아의 빌라 앞에 차를 세우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돌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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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정적을 깨는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설아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강윤은 다정한, 그러나 어딘가 진지함이 서린 눈빛으로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다."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설아 씨 혼자 지내기엔 위치도 그렇고 여러모로 조금 위험한 것 같아서요.... 그래서 말인데…… 괜찮다면 제 집에서 같이 지내는 건 어떨까요?“갑작스러운 제안에 설아의 눈동자가 흔들리자, 강윤은 급히 덧붙이며 짐짓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 절대 부담 갖지는 말고요. 제 집에 빈 방도 많고, 혼자 쓰기엔 너무 넓어서 심심하던 참이었거든요.“설아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강윤은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 일부러 억울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사실 제가…… 보기보다 겁이 되게 많아서 혼자서는 잠을 잘 못 자거든요. 설아 씨가 들어와 준다면 저야말로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죠.“진지한 기류 속에서 뜬금없이 튀어나온, 강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변명에 설아의 입가에서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배시시 웃는 설아의 예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강윤은, 지금이 기회다 싶었는지 눈을 반짝이며 기세를 몰아붙였다."어? 설아 씨, 지금 웃은 건 긍정의 의미 맞죠? 와, 승낙해 줘서 고마워요!“"아…… 그게 아니라요, 대표님……."설아가 뭐라고 제대로 반박하기도 전에, 강윤은 연신 "고마워요!"를 연발하며 대화의 주도권을 싹 가져와 버렸다. 설아는 얼떨결에 밀려오는 기세에 어리둥절하면서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강윤은 짐짓 모르는 척 미소 지었다.그 어둡고 곰팡이 핀 낡은 방을 자신의 눈으로 본 이상 더 이상 그 공간에 그녀를 혼자 둘 수는 절대로 없었다.강윤은 설아가 마음의 짐을 갖지 않도록 아주 천연덕스럽게 쐐기를 박았다."당연히 공짜는 아니에요. 월세는 딱 부러지게 받을 겁니다. 사실 제가 사는 집이 혼자 감당하기엔 월세가 좀 비싸서 속으로 끙끙 앓고 있었거든요. 이렇게 룸메이트가 생겨서 집세 부담도 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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