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정적 속에서 시작되었다.햇살이 유리창 너머로 조용히 스며들었고, 공기에는 냄새도, 움직임도 없었다.단지 어제의 여운만이 한 겹 얇은 안개처럼 책방 안에 머물고 있었다.이우는 느린 걸음으로 주방 쪽으로 향했다.어제와 같은 찻잔, 같은 물의 온도, 같은 손끝의 무게.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은 달라져 있었다.무언가를 기다리는 움직임이 아니었고,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는 손길도 아니었다.단지 오늘 하루를 자신의 온도로 조용히 감싸려는 혼자의 리듬이었다.책상 위엔 여전히 유리가 마지막으로 앉아 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펼쳐지지 않은 노트, 반쯤 닳은 펜,그리고 그녀가 자주 쓰던 얇은 손수건.이우는 그것들을 치우지 않았다.그는 그 물건들이 이 자리에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그저 ‘지금’ 이대로 그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랐다.정리는 끝났지만 기억은 아직 마음의 안쪽에서 서서히 정돈되는 중이었다.정오가 지나 햇살이 더 깊어졌을 무렵, 이우는 책방의 불을 켜지 않았다.그는 책상 앞에 앉아 한참을 빈 공간을 바라보았다.책장을 넘기는 소리도 없고,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도 없고,누군가 문을 여는 기척도 없는 공간.그런 공간 안에서 그는 자신이 지금 유리 없이도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숨을 쉰다는 것이 곧 살아 있다는 증명이 되어야 한다면, 그는 지금 가장 고요한 방식으로 살고 있었다.그날 오후, 이우는 천천히 책장을 정리했다.유리가 좋아하던 시집을 꺼내 무릎 위에 올려두고 한 장 한 장 소리를 내지 않고 넘겼다.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어느 날의 끝은 다른 날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그는 그 문장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무엇이 끝났는지, 무엇이 남아 있는지 더 이상 말로 분별하려 하지 않았다.그저 지금 이 자리에 유리가 없는 상태로 자신이 앉아 있다는 것.그 사실만이 가장 확실한 감정의 형태였다.저녁 무렵. 창밖의 불빛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이우는 커튼을 젖히지 않았고, 가게 문도 열지 않았
Last Updated : 2026-08-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