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고개를 숙이며 살짝 웃었고, 그 웃음 안엔 조용한 지난날의 눈물이 천천히 말라붙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밤에 하루의 끝이 내려앉고 있었다.둘은 말없이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서로를 향해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그 말 없음은 아무 말보다 풍부했고, 더 깊고 오래 남았다.유리는 이우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천천히 겹쳤다.이우는 그 손을 받아 다시 조용히 감싸쥐었다.그 손 위에 오늘 하루가 포개졌다.말하지 않고, 확인하지 않고,남기지 않으면서도 가장 선명하게 남겨지는 것들.그것이 지금의 그들이었다.그날 밤. 유리는 노트를 덮었다.그녀는 ‘적지 않음’이 때로는 가장 깊은 기록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었다.이우는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둘은 그렇게 포개지는 하루들 속에 자신들의 숨결을 조용히 남기고 있었다.사라지지 않도록. 하지만, 조용히.늦은 오후였다. 창밖엔 먼 산 능선 위로 해가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고,그 붉은빛은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책방의 유리창 너머로 스며들고 있었다.햇살은 따뜻하지 않았고, 어둠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공기엔 끝이라는 말이 희미한 그림자처럼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유리는 아무것도 펼쳐놓지 않은 책상 앞에 앉아 오래도록 손끝을 모으고 있었다.찻잔도, 노트도, 책도 없이 그녀는 그 자리에 그냥 ‘사람’으로만 앉아 있었다.이우는 멀찍이서 조용히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말을 건네지 않았고, 시선을 굳이 마주하려 하지도 않았다.그저, 그녀가 오늘 하루를 그 자리에서 흐르듯 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그들은 이제 삶을 말하지 않았고, 사랑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오래 함께하면 어떤 단어들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지고,어떤 감정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다.햇살이 더 기울었다.붉은 기운은 창문을 빠져나갔고, 그 뒤를 따라 서늘한 어둠이 조용히 안으로 들어왔다.조명이 켜지지 않은 책방 안, 공기는 점점 고요해졌고,시간은
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