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아침의 얼굴을 다 펴지 못한 채였다.햇살은 창가에 희미한 윤곽만 드리우고,기지개도 제대로 켜지 않은 공기 속엔 묘하게 눅눅한 기운이 가라앉아 있었다.간밤의 비가 남긴 흔적이었을까.혹은,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남긴 침묵의 잔향이었을까.유리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손에는 식어버린 커피가 들려 있었고, 창밖의 풍경은 흐릿하게 뒤섞인 회색빛 풍경 속에 잠겨 있었다.어떤 자동차가 길을 가로질러가고, 누군가는 바쁘게 어딘가로 걸음을 재촉했다.그러나 유리는 그 모든 움직임의 경계선 바깥에 있는 사람처럼,고요하게, 그리고 천천히 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다."오늘은 어디로 갈 건가요?"이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묻어 있는 긴장감을 유리는 놓치지 않았다.그는 어제 밤, 유리의 어깨를 감싸 안고 끝내 아무 말 없이 함께 있었고,그 고요 속에서 서로가 견딘 슬픔은 이제 복수라는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상우 씨가 다시 연락했어요."유리는 조용히 말했다."오늘… 직접 만나고 싶다고요."이우는 유리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아직도 울지 않았다.그녀는 단 한 번도 목 놓아 흐느끼는 울음을 보인 적이 없었다.그것이 그녀가 살아남는 방식이었고, 잊지 않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가세요."그가 말했다."하지만… 혼자는 아닙니다."유리는 고개를 저었다."혼자 갈게요.""이번엔… 혼자여야 해요."그녀의 말은 짧았지만 단호했다.이우는 더 말하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결심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유리가 가진 고통을 함부로 보호하려 들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다.그렇게 유리는 준비를 마치고, 천천히 문을 나섰다.그날 오후, 흐린 하늘 아래 회색빛의 오래된 카페에 유리는 먼저 도착해 있었다.유리색 잔에 담긴 물 위로 잔잔한 떨림이 일렁였고,그 떨림은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스스로 피어난 불안의 물결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장상우가 들어왔다.그는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듯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오늘
Last Updated : 2026-09-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