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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너무 위험한 여자: Kabanata 51 - Kabanata 60

120 Kabanata

51. 참아왔던 숨결의 고백

이우의 아파트. 조명이 은은하게 켜진 거실 안, 유리는 말없이 창가에 서 있었다.그녀의 뒷모습은 조용했지만 그 침묵 안엔 수많은 결심이 담겨 있었다.이우는 부엌 쪽에서 조용히 다가왔다.“방, 정리해두었습니다.”“거기까진 안 가요.”유리가 돌아보며 말했다.“오늘은 그냥… 당신 옆에 있을 거예요.”이우는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리는 소파에 앉더니 손끝으로 이우의 소매를 가볍게 쥐었다.“이우 씨가 지켜준다고 해서, 나도 그만큼 다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제가 뭘 원한다고 생각하십니까?”“당신이 원하는 거요? 제가 먼저 다가와주는 거,이렇게 말 없이 안겨주는 거, 당신 손이 먼저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게 해주는 거.”이우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 시선 속에서 거절하지도 허락하지도 않는 감정이 번졌다.“유리 씨…”“괜찮아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서로를 허락하는 거예요.”그녀는 조용히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그 안에서 이우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하지만 그 안아줌은 욕망보다 마음이 앞서는 포옹이었다.“제가 두려운 건, 제가 원하는 걸 알면서도 계속 참고 있다는 사실입니다.”그 말에 유리는 작게 웃었다.“그럼 언젠간… 참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까요?”“그날이 오면, 제가 먼저 잡겠습니다.”한편. 한지수는 조용히 센터 지하창고 앞에서자판기 커피를 뽑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의 뒤에 다가섰다.“지수 씨.”그 목소리는 익숙했고, 익숙하다는 그 사실이 더 무서웠다.“시… 시훈 팀장님?”“오랜만입니다.”그는 종이봉투 하나를 내밀었다.“여기, 지수 씨 동생 MRI 촬영 건 관련 서류입니다. 다행히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그리고… 그 수술비용도, 이미 납부해두었습니다.”“왜…왜 이런 걸 저한테…”한지수는 봉투를 쥔 손을 떨며 물었다.“이건… 죄책감이에요?”“아뇨.”시훈은 고개를 저었다.“이건 선택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딱 몇 번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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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서로의 밤을 지키는 법

그 짧은 대답이 유리의 가슴 어딘가를 더 깊이 흔들었다.잠시 침묵이 흐르다,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증인이 무너졌다면, 우리가 먼저 흔들어야 해요. 그 사람이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또 다른 약점을.”이우는 이미 준비한 서류 하나를 펼쳤다.“윤시훈, 과거 3년간 정신의학센터에서 치료 이력이 있습니다.이건 법적으로 보호받는 정보이긴 하지만 사고로 위장된 타인의 죽음과 연관된다면 사법적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무슨 치료를 받았나요?”“반사회성 인격장애 소견 가능성. 그리고, 조절되지 않는 특정 대상에 대한 강박.”그 말에 유리는 몸을 일으켰다.“…그 특정 대상이 저라는 거죠.”호텔 스위트 1704호.윤시훈은 큰 스크린에 영상을 띄워두고 와인을 따르고 있었다.화면 속에선 센터 내부 회의 장면이 비밀 촬영된 듯 흐르고 있었다.유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나왔다.“…지금 이우 씨 옆에 있는 이 감정, 거짓 아닌 거 맞죠?”그 뒤에 이우의 목소리.“지금은, 진심입니다.”시훈은 웃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핸드폰을 들고,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냈다.“정식 고발 이전에, 사생활 유출 하나 정도 흘려주시죠.”같은 시간. 유리는 센터 로비에서 기자 한 명과 마주하고 있었다.“저기, 실례지만…조유리 선생님 맞으시죠?”“네. 그런데…”“혹시 이우 그룹의 후계자 이우 씨와 최근 교제 중이시라는 보도, 알고 계세요?”그 말에 유리는 한순간 눈빛이 흔들렸다.“그게 무슨… 보도요?”기자는 핸드폰을 내밀었다.이미 포털 메인엔 기사가 떠 있었다.‘심리상담센터 조유리 원장, 이우 후계자와 내밀한 관계’내부 회의 영상 일부 유출로 파장그날 밤. 이우는 유리의 핸드폰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사생활 노출입니다. 센터 이미지 훼손이 목적이었을 겁니다.”유리는 말없이 화면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제 우리 둘 중 한 명은 무너져야 끝나는 게임이 됐네요.”이우는 그녀를 바라봤다.“전, 무너지지 않겠습니다.”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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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진실은 터지고, 감정은 부서질수록 깊어진다

포털 메인. 뜨거운 키워드 상위권에 '조유리 센터 원장'과 '이우 그룹 후계자 연루 사건'이 동시에 떠 있었다.전날 저녁의 기자회견은 예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한 여자의 용기 있는 고백''피해자를 연인으로 만든 가해 구조''심리상담센터의 윤리와 연애, 그 경계는 어디인가'언론은 진실보다 자극을 원했고, 유리는 그 자극 속에서 자신이 더 이상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이게 맞는 방향일까요…”유리는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있었다.이우는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그는 잠시 커피 향을 들이마신 뒤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맞고 틀림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이건… 당신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한 날이니까요.”그 말에 유리는 잠시 시선을 떨궜다.그리고 입술을 앙다물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제 저도 들려드려야겠네요.”“뭘요?”“제 이야기요.그동안 왜 이 싸움에 이렇게까지 함께하고 싶었는지.”이우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그건 조심스러운 고백이 아닌,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는 태도였다.“제가 예전에 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가족이었고, 지켜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곁에 있었는데…”“…결국 그 사람은 누군가에게 무너지더군요.”유리는 눈을 들었다.“그 이후로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어요.”그 말은 고백이었다.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그 감정은 말의 어조와 시선 속에서 이미 충분히 흘러나왔다.유리는 머그잔을 내려놓고 손등으로 테이블을 조용히 쓸었다.“사랑은요, 말로 하면 그 순간부터 부서지기 시작하잖아요.”“…저는 반대입니다.”“왜요?”“말하지 않으면, 그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흐려지니까요.”그날 저녁. 시훈은 무표정하게 뉴스를 지켜보고 있었다.TV 화면 속 앵커는 또박또박 말했다.“윤시훈 전 복지재단 실장은 정식 입장문을 통해 조유리 원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법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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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먼저 선을 넘어온 온기

“이렇게 옆에 있으면서도 당신이 나한테 선을 긋는 느낌, 솔직히 말하면 조금 서운했어요.”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그래서 오늘은요. 내가 먼저 그 선을 넘어보려구요.”그녀는 조심스럽게 이우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그리고 한마디.“나 안아줄래요?”그 말에 이우의 숨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하지만 그는 천천히, 묵직한 움직임으로 그녀를 껴안았다.이 포옹은 따뜻함도, 위로도 아니었다.그건 ‘함께’라는 말의 실체였다.그리고 잠시 후 이우는 처음으로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 짧은 입맞춤은 사랑의 고백보다 더 무거운 의미를 품고 있었다.“이게…당신이 생각한 최선이에요?”유리가 물었다.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유리 씨는 지켜져야 할 존재니까요. 누군가가 당신을 소유하려는 그 마음 앞에 저는 끝까지 당신 편이고 싶습니다.”유리는 다시, 조용히 눈을 감았다.이젠 울지 않았다.이우의 품 안에서 유리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그 품이 전해주는 체온은 지켜준다는 말보다 버티게 해준다는 온도에 가까웠다.“이렇게 버텨도 괜찮은 거죠?”“아니요.”이우가 말했다.“이건 버티는 게 아니라, 당신이 살아가는 방법입니다.”그 말에 유리는 눈을 감고 다시 조용히 말했다.“…그럼 난, 당신이 옆에 있어야 살 수 있는 사람인가 봐요.”같은 시각. 시훈은 사무실 책상 위에 한 통의 흰 봉투를 올려두고 있었다.봉투 위엔 손 글씨로 ‘조유리에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그 안엔 몇 장의 사진과 함께, USB 하나가 들어 있었다.사진은 유진이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모습,그리고 그 병실 앞을 지나치던 서인국 회장의 그림자.USB 안에는 서인국이 비서에게 건네던 한 음성 파일이 저장되어 있었다.“그 아이는… 지워야 돼.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문 전체가 흔들려.”“너무 일찍 쓰는 카드는 의심을 불러.”시훈은 중얼이며 봉투를 천천히 닫았다.“하지만,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졌을 땐 사람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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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진실은 흔들리고, 마음은 점점 더 위험해진다

유리는 손에 쥔 핸드폰을 턱 밑까지 들어 올렸다.서인국의 목소리.“그 아이는… 지워야 돼.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문 전체가 흔들려.”분명 그 음성이었지만, 지금 유리를 뒤흔드는 건 그 말의 진실이 아니었다.“…이걸 왜 지금 던지는 거야.”작게, 숨을 토하듯 중얼였다.“그 사람, 또 조작하고 있어… 또, 진짜를 덮으려는 거야.”이우는 유리의 손에서 핸드폰을 조용히 받아들었다.그녀의 손끝은 차가웠고, 눈빛은 무너져 있었다.“유리 씨.”“…저 영상 안에, 내가 보지 못한 다른 거. 그걸 내가 스스로 지우게 만들고 있어요.”이우는 USB를 다시 확인하며 고개를 저었다.“의도된 타이밍. 정확히 우리가 기자회견을 마친 다음 날.윤시훈은 지금, 당신의 감정을 먼저 무너뜨리려 하고 있습니다.”유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동자엔 아직도 떨림이 남아 있었다.“정말…모든 게 조작이라면, 언니는… 얼마나 외롭게 죽었을까요.”“그 외로움을 복수로 갚을 수 없다면, 우린 적어도 진실로 남겨야 합니다.”유리는 소파에 주저앉았다.손끝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묵직한 숨을 내뱉었다.“이젠 나도 착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겠죠.”“왜 그런 말…”“그 사람한테 복수하고 싶어요.윤시훈한테. 지금,이 순간 이후로는 정말로… 끝까지 갈 수 있어요.”이우는 그녀 앞에 앉아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그렇다면 저도, 같이 악인이 되겠습니다.”유리는 그 말에 눈을 들었다.“…진짜 그렇게 할 수 있어요?”“할 수 있습니다.”“사랑이, 어떤 순간에도 진실이라면 우린 그 감정을 무기로 써야 해요.”이우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옳다면, 전 그 진실의 날카로움 끝에서 같이 서 있을 겁니다.”“윤시훈의 과거가 더 필요해요.”유리는 노트북 앞에 앉아, 이우가 정리한 내부 조사 파일을 넘기고 있었다.“그 사람이 감정을 조작할 줄 아는 건 익숙하지만, 이번엔… 너무 치밀해요.”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USB 복사본을 다시 백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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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문틈으로 스며든 겨울

이우는 모니터를 응시하며, 복구 프로그램의 진행 바가 조금씩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초침 소리가 뚜렷하게 들릴 만큼 지하 공간은 조용했다.유리는 한쪽 벽에 기대어 두 손을 맞잡고 서 있었다.입술을 깨문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30%입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복구되고 있어요.”“…안에 뭐가 있을까요?”“시훈이 감추려 했던 것이라면, 우리에겐 그 어떤 증거보다 강력한 무기일 수 있어요.”유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고개가 믿음을 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사실은요.”그녀가 말했다.“지금 제일 무서운 건… 진실이 아닐지도 몰라요.”이우는 그녀를 바라봤다.“그럼 뭡니까?”“…진실을 마주한 다음, 제가 이 감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거요.”그 말엔 자신에 대한 의심과, 그를 향한 감정에 대한 조심스러운 불안이 함께 있었다.“지금까지 난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고, 당신이 없었으면 난 이미 무너졌어요.”“…….”“그런데 만약 이 진실이 당신을 흔들게 만든다면 난 그걸 견딜 수 있을까요?”이우는 천천히 유리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가만히 감싸쥐었다.“그럴 일 없습니다. 오히려 진실이 당신이 나를 더 믿을 수 있는 이유가 되게 하겠습니다.”유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모니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복구 완료: 72개 파일 감지됨.“열어볼게요.”이우가 조심스레 마우스를 클릭해 가장 마지막 수정일자를 가진 영상 파일을 재생했다.화면은 흐릿했다. 초점이 맞지 않는 카메라 렌즈 너머로 침대 하나가, 그리고 무언가 작게 웅크린 인물이 보였다.유진이었다. 조유진.그녀는 병원복을 입고 있었고,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오디오에선 작고 기이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아직 나한테 기회는 있어. 그 사람 말만 안 들으면 돼…내가… 끝까지 간직하면 돼…”유리는 손끝을 움켜쥐었다.그 말, 그 떨림.언니가 살아 있었다.마음 안에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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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증거는 말하지만, 감정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센터 내 보안팀 회의실.단추는 진공 포장된 봉투 안에 들어가 있었다.은은한 조명 아래,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물증처럼 두 사람의 침묵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문양은 동일합니다. 과거 부검 기록에 남았던 단추와요.”이우가 말했다.“제작처는요?”“지금 역추적 중입니다. 이 문양, 윤시훈이 예전에 다녔던 맞춤 셔츠 브랜드 중 하나에서만 쓰는 시그니처입니다.”유리는 단추를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이걸 왜 다시 보관하고 있었을까요?”“상징입니다. 그 사람은 당신에게 ‘기억하게 만드는 것’에 특화된 방식으로 접근합니다.”유리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어젯밤. 그가 센터에 들어왔을 거라는 확신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손끝의 감각, 등줄기를 타고 흐른 싸늘한 공기, 그건 본능이었다.“지금 제 머리 안에 있는 게 다 틀릴 수도 있단 생각…하루에 열두 번은 드는 것 같아요.”“틀려도 됩니다.”이우가 말했다.“대신, 당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제가 끝까지 붙잡고 있을 테니까요.”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근데…가끔은 나 자신보다 그 사람이 날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그건, 그 사람이 당신을 오랫동안 관찰해왔기 때문입니다.사랑이라 말했겠지만, 그건 연민도 감정도 아닌 소유의 방식입니다.”그 말에 유리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이젠 그걸 되돌려줄 차례죠.”“네.”“내가 가진 기억 전부로, 그를 밀어낼 거예요.”며칠 후. 서울 외곽 한적한 거리의 작은 양복점 앞. 이우와 유리는 조심스럽게 가게로 들어섰다.종로 한복판, 윤시훈이 과거 자주 드나들었던 맞춤 셔츠 전문점.문을 열자, 조용한 차향과 오래된 목재 냄새가 풍겼다.카운터 뒤에 서 있던 중년 남자가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어서 오십시오. 예약하셨나요?”이우가 명함을 건넸다.“저희는…과거 고객 기록을 확인하고 싶어서 왔습니다.”유리는 안으로 들어서며 주변을 살폈다.벽면에는 오래된 시계와 고급 셔츠 견본들이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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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가장 잔인한 유혹 앞에서, 우리가 택한 건 서로였다

센터 내 이우의 개인 사무실. 늦은 밤, 책상 위에는 USB 복사본과 데이터 복구 파일 목록이 정리되어 있었다.그 틈을 가르며 유리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낯선 번호. 그리고 짧은 문자.'그날도 비가 왔죠. 당신은 내게 ‘우린 둘 다 버림받은 거야’라고 말했어요.'유리는 손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머릿속에 떠오른 기억은 없었다.그런 말을 한 적도, 그런 순간을 나눈 적도.하지만 문장은 묘하게 진짜 같았다.이질적인 기억. 마치 거짓말처럼 만들어진 추억시훈은 이제 기억을 조작하려 들고 있었다.이우는 유리의 굳은 손을 보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또 온 겁니까.”“…네. 이번엔, 추억까지 조작하려 해요.”이우는 짧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 사람이 원하는 건 당신을 무너뜨리는 겁니다. 사실이 아니라, '감정'을 부식시키는 방식으로.”“…….”“그러니까 기억하세요. 당신이 직접 겪은 것 외에 그 어떤 것도 믿지 마십시오.”유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이 뒤집히는 감각을 완전히 지울 순 없었다."그런데 가끔은요…"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가끔은, 그 사람이 만들어낸 가짜 기억조차 잠깐이라도 위로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그 말에 이우의 눈빛이 조금 더 깊어졌다.“당신이 약해져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심어놓은 위로에 기대지는 마십시오.”“…알겠어요.”다음날 아침. 센터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조유리 원장님, 최근 상담했던 클라이언트 중 한 분이 윤시훈 씨와 연관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센터 총괄 매니저의 보고였다. 유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어떤 사람입니까?”“한 달 전, 상담 종료 직전에 갑자기 연락을 끊은 분입니다.윤시훈 씨와… 개인적인 접촉이 있었던 정황이 포착됐습니다.”전화를 끊고 난 뒤, 유리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그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유리 주변의 '관계'를 통해 심리적 고립을 만들어내려는 패턴.가짜 기억뿐 아니라, 진짜 사람들까지 조작해 자신을 둘러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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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완벽하게 계산된 덫을 깨고

센터 5층, 보안 강화를 마친 상담실.유리는 벽에 기대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이우는 그녀 곁에서 데이터 백업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이제 모든 접속 경로 차단됐습니다. 윤시훈이 쉽게 접근할 수 없을 겁니다.”“…….”유리는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어딘가 꺼림칙했다.그 느낌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띠링.유리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센터의 보조 상담사로 일했던 ‘한지원’이었다.“원장님, 저 좀 도와주세요. 저, 윤시훈 씨랑 얽혔어요…”짧은 문장.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긴박함은 유리를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누굽니까?”이우가 물었다.유리는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센터에 있던 지원 씨예요. 그 사람이랑 엮였다고…”이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미끼일 확률이 높습니다.”“…….”“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도 없겠죠.”유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저 사람, 진짜 사람까지 이용하려고 하네요.”“그게 그 사람의 방식입니다. 인간의 약점을 틈타,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우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그래서, 혼자 가지 마십시오.”유리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럼, 같이 가요."이우는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늦은 밤. 서울 외곽의 작은 카페.조명이 희미하게 깜빡이는 그곳에 지원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긴 코트에 얼굴을 파묻은 채, 누가 봐도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유리와 이우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지원 씨."유리가 조용히 부르자, 지원은 놀란 토끼처럼 고개를 들었다."원장님… 저, 무서워요."이우는 주위를 재빨리 살폈다.카페 안엔 다른 손님이 거의 없었고, 주방 쪽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여기 말고, 다른 데로 가죠."이우가 제안했지만, 지원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안 돼요… 밖에는 누가 있을지도 몰라요."유리는 잠시 주저했다.지원의 눈빛. 그 안엔 분명 공포가 담겨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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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진실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건 늘 가장 가까운 기억이었다

이틀 후. 센터로 다시 돌아온 유리는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카페에서의 사건 이후, 모든 게 한층 더 조심스러워졌다.하지만 위험은 항상 예고 없이 다가오는 법이었다.띠링~ 유리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지원이었다.“원장님… 죄송해요. 그날, 저… 일부러 불렀어요.”단 한 문장. 그러나 그 말이 유리의 손끝을 얼게 만들었다.'일부러.''불렀다.'지원은 그날, 윤시훈의 지시를 받고 유리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었다.“또 하나의 조작…”유리는 중얼거렸다.이우는 곁에서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이제 주변 인물까지 조작하고 있네요.""처음부터 그런 계획이었겠죠.""…….""당신이 사랑했던 사람들, 믿었던 관계들, 모든 걸 조금씩 망가뜨리는 방식."유리는 조용히 숨을 삼켰다."이젠…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믿을 수 있는 건 하나뿐입니다."이우는 조심스럽게 말했다."당신 자신. 그리고 당신이 직접 보고, 느끼고, 지켜낸 것들.""…….""거짓 기억은 흔들릴 수 있어도, 진짜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유리는 그의 말을 가슴에 새기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적어도 이 감정만은, 가짜가 아니에요."그녀는 이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과 나 사이, 이 순간만은 진짜에요."늦은 오후. 센터 지하 보안실.이우는 복구된 파일들 중 삭제 복원 흔적이 있는 폴더를 찾아냈다.그 안엔 짧은 영상이 하나 있었다."유리 씨, 이거…"유리와 함께 화면을 들여다봤다.영상 속에는 한 소녀가 병원 침대에 앉아 있었다.창백한 피부, 깡마른 체구.조유진. 유리의 언니였다.그녀는 어딘가를 향해 작게 중얼거리고 있었다.“난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사람들이 뭐라 해도, 나만 믿으면 돼.”그리고, 문이 열렸다.카메라 너머로 한 남자가 다가왔다.흐릿한 영상이었지만, 윤시훈의 실루엣은 명확했다."……."유리는 손끝이 떨려오는 걸 느꼈다.영상은 금세 꺼졌지만, 충격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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