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유리는 커튼을 열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거실엔 조명이 없었고, 손에 들린 머그잔엔 식은 커피가 그대로였다.핸드폰 화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그녀는 천천히 사진첩을 열었다.이우와 함께 찍은 사진은 단 한 장. 그것도 어느 날 우연히 거울에 비친 뒷모습이었다.그는 유리의 뒤에 있었고, 유리는 웃고 있었다.하지만 그 웃음은 지금의 그녀가 낼 수 없는 표정이었다.“당신은 왜 그렇게 멀어요.”소리 내어 말했지만, 들리는 사람은 없었다.다음 날 오후, 이우는 센터를 찾았다.도움이 필요하다는 말도, 급한 일이라는 연락도 없었지만 그는 어김없이 찾아왔다.그냥 오는 사람이었다.“또 혼자 있었어요?”그가 묻자, 유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혼자 있어도 괜찮은 날이었어요. 근데, 혼자 있지 않게 됐네요.”그 말에 이우는 말없이 유리의 손에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넸다.그 손이 잠시 닿았다. 유리는 그 짧은 온기에 숨을 삼켰다.“이우 씨.”그가 고개를 들었다.“왜 나한테 말 안 해요?”“…무슨 말요.”“나, 많이 흔들리죠. 어떤 날은 당신한테 기대고 싶고,어떤 날은 기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밉기도 하고…”이우는 가만히 앉아 있었고, 유리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근데 당신은, 늘 똑같이 앉아 있잖아요. 움직이지도 않고, 밀지도 않고.”“…그게 나예요.”유리는 속삭였다.“그럼 내가 움직일게요.”그녀는 그의 옆으로 다가가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오늘은, 이 정도까지 할게요. 내가 이 이상 가면… 당신이 또 나를 밀까 봐 무서우니까.”이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손등이 천천히 유리의 손등에 닿았다.잠시. 그러다 아주 천천히, 떼어냈다.그리고 그날 밤.시훈은 조용히 컴퓨터 앞에서 한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조유진의 부검 당시 누락된 단추 사진. 그는 그 단추를 손에 들고 눈을 감았다.“조유리. 너를 여기까지 오게 하려고, 내가 없앤 건 단추 하나가 아니었어.”
Huling Na-update : 2026-07-05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