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전.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공기는 가볍게 갈라져 있었다.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균열. 그 사이를, 유리와 이우가 조용히 걸었다.커피 한 잔을 손에 쥔 채, 유리는 오래된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았다.낡은 간판, 깨어진 보도블록, 멀리서 깜빡이는 신호등.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자신의 안에서는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는 걸. 이우가 옆에 섰다.그는 묻지 않았다. 재촉하지도 않았다.그저 유리가 다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묵묵히 그 자리에 있었다."오늘은," 유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언니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흔적을 찾아가야 해요.""…….""아마도, 거기서 모든 게 시작됐을 테니까요."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가겠다면.""나도 같이 갑니다."짧은 말,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둘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서로 다른 상처를 품은 두 사람.하지만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그것이 지금, 유일하게 서로를 지탱해주는 것 같았다.그리고, 그들이 향하는 곳.그곳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죄악의 흔적이 조용히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거리는 점점 낯설어졌다. 도심을 벗어나 골목을 돌고,폐허가 된 건물과 낡은 창문들 사이를 걷는 동안,유리는 마치 오래된 꿈속을 걷는 듯한 기분에 빠졌다.발끝에 닿는 아스팔트마저 거칠고 서늘했다."여깁니다."이우가 멈춰섰다.앞에는 철문이 삭아버린 작은 창고 하나가 있었다.문짝은 반쯤 뜯겨 나가 있었고,안쪽으로 스며드는 빛줄기는 먼지 위에 가느다란 선을 그렸다.유리는 철문 앞에 섰다.손끝을 뻗어 문을 밀자, 낡은 경첩이 삐걱거렸다.그 소리마저도, 마치 이 공간이 살아 있는 것처럼숨죽이며 그녀를 바라보는 느낌을 주었다.창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하지만 벽 한쪽, 구석진 곳에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녹슨 캐비닛. 깨진 자물쇠. 그리고, 한 장의 종이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유리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발끝으로 바스락거리는 먼지를 밟으
Terakhir Diperbarui : 2026-07-19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