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서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정의의 시작일 수도 있지만,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내장을 꺼내어 보는 일에 가까웠다.유리는 지금 그 가운데에 있었다.검찰청 지하 회의실. 형사6부 증인 면담실.유리는 수사관 앞에 앉아 유진이 남긴 유언, 녹음, 상담 기록,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황을 진술하고 있었다.그녀의 목소리는 단 한 번도 떨리지 않았다.하지만 입을 다물고 나서는 순간마다, 손끝에 작은 경련이 일었다.“직접 증언대에 서시겠습니까?”김도환 부장의 물음에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제 언니의 말을 기억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그 말은 담담했지만, 그 속엔 아무도 대신 들어줄 수 없는 울음의 뒷면이 있었다.퇴근 시간 무렵, 로비를 지나 나오는데 낯익은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왔다.검은 코트, 손에 들린 커피,그리고 아직도 끝내 다 담지 못한 듯한 눈빛. 이우였다.유리는 놀란 표정도, 반가움도 보이지 않았다.단지 멈춰 섰고, 이우는 말없이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오늘, 서 있는 걸로도 충분히 잘한 날 같아서요.”그 말에 유리는 작게 숨을 쉬었다.그리고 커피를 받아들었다.둘은 근처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말없이 커피를 마시고,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한참을 있었다.그러다 이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날 이후, 당신이 무너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무너졌죠.”유리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근데요, 무너졌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까 어떻게든 다시 서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혼자요?”“처음엔요. 근데 지금은…혼자이길 원하진 않아요.”이우는 그 말에 긴 숨을 내쉬었다.그건 안도도, 후회도 아닌 작은 확신처럼 들렸다.“그럼…옆에 있어도 되나요?”유리는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그 눈빛엔 용서도, 원망도 없었다.단지 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려는, 작은 인간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있어요. 다만… 그때처럼 말없이 사라지진 말아요.”밤이
최신 업데이트 : 2026-07-03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