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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도망자 재이에게: Kabanata 41 - Kabanata 50

50 Kabanata

41화

“도서관 리모델링은 끝났나요?” 며칠 전만 해도 바깥으로 나와 있던 부속 자재들이 멀끔하게 치워져 있는 모습을 보곤 재이가 보육교사에게 물었다. 교사는 아이와 블록 놀이를 하다 말고 그녀를 돌아봤다.  “아뇨. 아직 마무리가 안 됐는데, 무슨 일인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녀도 잘 모르는 일인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사모님께선 뭐 들으신 것 없으세요?” 자신이 들은 바를 떠올리며 여잔 후원처의 아내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제가 알기로는 후원처에서 결정한 잠정 중단이었다.  “네. 전 따로 들은 게 없어서요.” 그들은 이제 평범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적어졌다. 보통은 그 혼자서 떠들었고 재이는 그저 듣기만 했다. 딱히 대꾸할 말도 없었고 그럴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래요? 공사가 커져서 시간이 좀 걸리나 봐요.” 어영부영 대화가 마무리되고 나선 두 사람 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재이가 봉사를 끝내고 나오니, 오늘도 역시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별다른 반응 없이 남자가 열어주는 차에 올라탔다.  “오늘도 열심히 일했나 보네. 당신이 땀을 다 흘리는 걸 보니.” 재이는 그제야 저가 땀을 흘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한쪽 손을 올려 이마를 훔치자 물기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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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가 다시 침실로 돌아왔을 땐 아내가 잠든 채로 흐느껴 울고 있었다.  “재이야, 왜 그래.” 놀란 그의 걸음이 침대 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보, 보고 싶어.” 녀석을 상대로 애틋한 꿈이라도 꾸고 있는 모양인지, 아내는 매우 절절하게 울고 있었다. 순식간에 기분이 개같아졌다. 그는 아내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힘없이 아래로 내리며 여전히 눈가에서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응시했다. 꿈에서도 혹여 제 눈물을 들킬까, 숨을 죽여 우는 꼴이 퍽 가여웠다. 헛웃음이 나왔다. 저를 상대로는 지독히도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던 여자가 정말 세기의 사랑이라도 하는 듯이 울고 있는 걸 보자니 내장이 꼬인 것처럼 속이 아팠다. 아내의 몸을 마구잡이로 흔들어 깨우고 싶다는 저열한 마음까지 드는 걸 보니, 아마도 저는 정말 이 여자에게 단단히 꿰인 게 틀림없었다. 아내를 하염없이 응시하는 걸 멈출 수가 없어서, 그렇게 시간을 버렸다. 그러다 울고 있는 아내 곁으로 누웠다. 우습게도 곁에서 느껴지는 체온에 안도감이 들었다.  “...진짜 개같네.” 맥이 빠진 목소리엔 슬픔이 공존했다. 깊은 한숨과 함께 두 눈을 감았다. 모순된 평온함에 취해 그는 금세 잠이 들었다.  -  “형! 재이 누나는?” 마당 평상에 앉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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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재영에게 그날의 일을 들은 사내의 얼굴이 매우 슬펐다. 그는 아이를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눈물을 가까스로 참고는 있었지만, 모든 감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재영은 괴로워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누나 표정이랑 비슷하다.”“...뭐?”“누나 얼굴도 딱 이랬어. 울 것처럼.”“......”“근데 울지 않았어.” 그랬구나.남잔 재영의 머리를, 애정을 담아 마구 헝클어뜨렸다. 아이는 악, 하며 잔뜩 짜증을 냈지만 나름 마음에 드는 형을 위로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짜증보단 컸다.  “누나가 바쁜 일 끝나면 꼭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형도 나처럼 착하게 기다려.”“그래, 착하게 기다리자!” 그는 씩씩하게 소리 내 말하며 시원하게 웃었다. 어쩐지 기운이 났다.  -  언제 잠든 줄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그녀가 일어났을 땐 저 혼자뿐이었다. 재이는 그것에 안도했다.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온 후엔 간단한 식사를 했다. 지난 새벽 그의 꿈을 꾼 것 같은데, 그녀는 공들여 다시 떠올리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그러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그녀는 넓은 저택을 둘러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평소 그가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에 저택 관리는 온전히 재이의 몫이었다. 그랬기에 집 안에 있는 모든 건 재이의 손을 거쳐 간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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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나란히 앉아 서로의 눈을 응시했다. 우습게도 똑바로 마주한 아내의 시선 한 자락에 마음이 동했다.  “...내가 그간의 일을 사과한다면 풀어질 마음인가?” 그를 알고 지낸 13년의 세월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눈빛이었다. 이토록이나 후회하고 있는 자신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럼에도 갈등하기에 아내를 무슨 이유를 붙여서라도 제 곁에 붙여놓고 싶어 하는, 매우 설명하기 벅찬 감정이었다. 한동안 대답이 없는 아내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게도 먹먹한 고통이 뒤따랐다.  “그러기엔 너무 늦었어요.” 재이는 그를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마주 바라봤다. 먼저 시선을 내린 쪽은 그였다. 남잔, 아내의 새까만 동공에서 치욕을 경험하는 자신이 아닌, 모든 걸 잃어버리고 남루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늦어도 어쩔 수 없어.” 믿을 수 없게도 내가 널, 놔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붙들고 있을 생각이거든. 고개를 숙인 채 혼잣말하듯 읊조리던 그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재로 향하는 남자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가 약을 발라준 목 부위가 따끔거렸다.  ‘이걸 어디에 보관해 둬야 할까.’ 재이는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USB를 만지작거렸다. 조금 전, 서재에서 발견한 자료를 USB에 옮겨 담았다. 어디에 숨겨놓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남편이 굳이 자신의 물건을 뒤질 일은 없을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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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그 뒤 재이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주변을 살폈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해이는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잊고 있었던 도원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야, 무슨 일이야?” 걱정스러운 음성의 친구를 잠시 그렇게 방치했다. 아무런 대꾸도 없으니 전화 건너에서 이내 답답함에 심통이 잔뜩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정신 차려! 뭔데 그래?”“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아.’ 짙은 한숨과 함께 도원이 저가 그쪽으로 가겠다는 말을 남겨놓고 전화를 끊었다. 해이의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이 다시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곧 골목을 지나치던 사람이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남자를 힐끗거렸다. 다 큰 남자가 길에 서서 울고 있으니, 초면인데도 제가 다 멋쩍어졌다. 무슨 일이기에 저리도 서글프게 우는지, 얼굴이 온통 눈물과 콧물 범벅이었다. 그런데도 저는 지가 우는지도 모르는지 표정이 묘하게도 넋이 나가 있다. 그러다 곧, 흐느끼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혹여 남자가 민망해할까 봐 자연스럽게 지나치긴 했지만, 뒤에서 줄곧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니, 행인은 손수건이라도 챙겨줄까 싶었다. 그는 같은 남자로서 눈물이라도 닦았으면 하는 마음에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 뻘쭘하게 울고 있는 학생 곁에 섰다. 제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건네자,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로 꾸벅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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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처음엔 당신의 후원이 날 안도하게 했기 때문일까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당신은… 내게 처음으로 다가온 호의였어요. 날 좋은 감정으로 바라본 유일한 사람.” 천천히 곱씹듯이 이어지던 재이의 말이 점점 힘을 잃어갔다. 무언가 좌절한 사람처럼 표정마저 어두워진 그녀의 낯에 남자의 얼굴도 생기가 사라져갔다.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공부하면서 난, 늘 당신을 생각했어요. 종종 날 만나러 와주는 당신을 기다리기도 했죠.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면서도 만남이 지속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언젠가 당신이 내게 베풀어준 온정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면서.” 남자는 귀를 기울였다. 아내가 하는 말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만큼 집중해서 들었다.  “그러던 중에 당신이 내게 청혼했어요. 나는 당연하게도 그러겠다고 답했고요. 당신에게 내가 가당키나 할까,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난 처음으로 생긴 가족이 무척이나 소중했어요”“나한테도 그래. 넌, 내게 단 하나뿐인 가족이야. 나한테 가족은 너뿐이야. 그래서 아이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고. 그런데 네가 자꾸 아기, 아기 노래를 부르니….” 네가 나 외에 자꾸 다른 가족을 만들려고 하니까 심통이 나서 그런 행동을 했던 거라고.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진심에, 되려 그가 더 놀란 얼굴을 했다. 고작 그런 치졸한 질투심 때문이었다니.  “왜 그랬어요?”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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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전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은 재이는 모처럼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남잔 재이의 작별을 마치 못 알아들은 사람처럼 어영부영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회사로 발길을 돌렸고, 늦은 밤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이른 아침. 그녀는 말끔하게 씻은 후 거실로 나와 텔레비전을 틀었다. 그러자 DR 제약회사의 비리에 관한 속보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국내에서 오랜 기간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며 선행 기업으로 불려 온 DR 제약회사가 후원 보육원 아동들을 대상으로 불법 약물 실험을 했다는 의혹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사실 이 의혹은 과거에도 몇 차례 제기됐지만, 당시에는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아 사건이 흐지부지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오늘 익명의 제보자가 새로운 증거가 담긴 USB를 언론사에 보내오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사회부 기자 연결합니다.” 앵커의 마무리 말에 화면은 사회부 기자로 연결됐다.  “오늘 오전, 사회부 이한혁 기자 앞으로 발신인을 알 수 없는 택배 한 개가 도착했습니다. 봉투 안에는 USB가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몇 주 전에도 다른 익명의 제보자가 위와 같이 주장했지만, 당시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했고, 제보자의 신원도 확인되지 않아 수사와 언론 보도 모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사건은 사실상 종결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전달된 USB에는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자료가 담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내부 연구보고서와 약물 투여 기록, 실험 대상 명단과 실험으로 인한 사망자 명단은 물론, 사건 은폐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경찰청장과 DR 제약회사 이사회 관계자들의 명단 및 내부 연락 기록으로 보이는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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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남잔 제 아내가 자신의 약점을 틀어쥐고 저를 무너뜨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동안에도 희망의 회로를 멈추지 않았다. 겉으론 저렇게 자신을 향한 복수심으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고 해도 정말로 제 남편을 불구덩이 속으로 내몰진 않을 거라고. 고작 몇 번의 계절을 함께 보낸 학생과 나눈 애틋한 사랑이, 자신과 함께한 긴 세월의 결혼 생활과 대적할 만큼의 애정은 아닐 거라고. 끝내는 자신을 저버리진 않을 거라고 말이다. 그런 자만을 했었다. 아내를 향한 자신의 애정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야 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알았으니까.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 자신에게 있는 단 하나의 가족. 자신의 가정. 그 중심엔 늘 그녀 혼자 덜렁, 서 있었다. 그 공간 안에 재이 외엔 그 누구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둘만의 가정을 지켜나가고 있었거늘. 근데, 그래왔는데 발칙하게도 아내는 자신을 찌르고 도망이나 가고, 종국엔 머저리 대학생과 사랑에 빠져 저를 내버릴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치졸하고 야만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남자는 이미 저의 치명적인 잘못을 알고 있었다. 시작점부터가 어긋나 버렸음을. 그리도 소중한 존재를 저 스스로 망가뜨리고 회복할 기회마저 놓쳐버렸다는 걸.  ‘내가 나락으로 가는 게 너의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드려야지. 그간 내 아내로 살아준 답례로.’  “당신이 원하는 이혼 서류는 서재 책상 2번째 서랍 안에 있어. 열쇠는 어디에 있는지 알 테고.” 남자가 이렇게 마주하게 되는 건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자기 아내를 제법 시간을 들여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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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할머니!” 운동장을 가로질러 중앙현관 안으로 들어서자, 3학년 반이 있는 2층으로 걸음을 옮기는 이랑의 할머니가 보였다. 아이는 제 할머니를 목청껏 불렀고, 할머니는 그런 손녀를 매우 부끄러워하며 검지를 재빨리 제 입술 위에 얹었다. 제발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저것이 목청만 커서는. 아이고 선생님, 여기까지 죄송해요.”“아니에요. 저도 이제 막 퇴근하던 차여서 같이 나왔어요.” 제 손녀가 선생님 곁에 꼭 붙어있으니, 괜스레 죄송스러워서 얼른 아이를 건네받으려고 했지만, 이랑이 그것을 눈치채곤 할머니 손을 피해 좀 더 선생님 품을 파고들었다. 때마침 친구들과 계단을 내려오는 이랑의 오빠, 이현이 보였다. 아이는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내려오다가 할머니와 제 동생을 발견하곤 조금 짜증스러운 얼굴을 했다.  “할머니, 안 데리러 와도 된다고 했잖아!”“이놈이. 너 혼자 그 먼 거리를 어떻게 와? 할머니랑 버스 타고 가야지.”“아, 오늘은 이혁이네서 논다고 오지 말랬잖아.” 왁자지껄 이어지던 아이들의 대화는 이현의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인해 어색하게 끊겼다. 남매의 할머니는 난감한 얼굴이었다. 재이는 그 모습을 보다가, 이현에게 다정히 웃으며 물었다.  “이현이, 친구네서 놀다가 집에 혼자 찾아올 수 있어? 다 컸네.”“그럼요! 저 길 잘 알아요!” 우쭐거리듯 턱을 치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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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완)

“재이씨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남자는 온갖 늑장을 부리다 발길을 돌렸고, 청년의 어쩐지 풀이 죽은 뒷모습을 보다가 재이도 이내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갔다. 일을 나간 사이 에어컨을 틀지 않은 집 안에선 한증막 같은 열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바쁘게 에어컨을 켜고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오늘 또한 평온한 일상이었다.  ***  2월의 어느 날. 교정 안 곳곳엔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들이 휘황찬란하게 걸려있었고, 발길 닿는 모든 장소가 축제 분위기였다. 졸업생과 그들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가족들, 연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졸업식을 즐겼다. 그런 들뜬 분위기의 캠퍼스를 홀로 거닐던 남잔 뒤에서 제 어깨를 붙잡는 힘에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했다.  “왜 혼자 다니냐.” 도원은 근 몇 년간 오로지 학업에만 열중했던 제 친구를 조금 속상한 눈길로 훑었다. 이 바보 같은 녀석은 첫사랑을 못 잊고 외톨이처럼 홀로 다니더니, 졸업식마저 가족들을 부르지 않았다.  “발령지는 확인했어?” 그 말에 해이가 제 핸드폰을 확인했다.  “어디야?” 저의 물음에도 대꾸 없이 첫 발령지가 안내된 공문만 들여다보는 친구를 도원이 다시 독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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