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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도망자 재이에게: Kabanata 31 - Kabanata 40

50 Kabanata

31화

전남편은 그녀에겐 ‘두려움’의 표본과도 같았다. 그러나 늘 자신을 떨게 했던 그가 앞에 마주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간 찌꺼기처럼 붙어있던 공포나 증오가 깨끗하게 지워지고 나자,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마음의 여유까지 생기자, 여잔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카페 내부를 살펴보다가 이혼 서류가 들어간 봉투를 앞으로 내밀었다.  “괜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옆집 학생하고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에게 다시 돌아갈 마음도 없어요.” 봉투 안에 들어간 것이 무엇인지 이미 눈치챈 듯 그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럼 여긴 왜 나왔는데?”“이혼해요.” 조금이라도 웃고 있던 입가가 대번에 일자로 다물어졌다. 예상은 했지만 직접 입을 통해 듣는 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차가워진 그의 눈이 제 앞에 앉은 아내를 응시했다.  “이혼, 한 번만 더 얘기했다간 죽여버릴 거야.”“그렇게 해요.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정말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양 그녀의 얼굴에 변화가 없자, 그가 재밌는 말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아니야.”“...무슨 말이에요?”“내가 사랑하는 아내를 어떻게 죽이겠어. 내가 말한 건 주해이였어.”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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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다신 내 몸에 함부로 손대지 말아요.” 단호하게 남자의 손을 쳐낸 재이가 가방 안에서 꺼낸 자신의 손수건으로 관자놀이에서 흐르는 피를 지혈했다. 전남편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자신은 나약하지 않았다. 301호의 청년 덕분에 자신은 한층 더 성장했고, 정말 두려운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제 당신이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이혼뿐이에요.” 남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을 떠나는 아내의 뒷모습을 다소 얼이 빠진 얼굴로 응시했다. 그간 자신의 여자 친구로, 혹은 아내로 살아오면서 단 한 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던 그녀는 마지막 떠나는 순간엔 홀가분한 얼굴을 했다. 마치 이제야 제 진심을 전한 사람처럼. 남잔 그 사실에 망연자실한 상태가 되었다. 도망간 아내를 뒤쫓으면서 속으론 자신이 죽은 줄 알고 겁을, 있는 대로 집어먹었을 그녀를 가여워하며 만나면 괜찮다, 안심을 시켜줄 작정이었는데. 그런 노력을 아내는 손쉽게 쓸모없는 애정으로 만들어버렸다. 남자의 얼굴이 이미 사라지고 없는 아내의 뒷모습을 쫓으며 차갑게 굳었다. 어떠한 감정의 잔여물도 남기지 않은 얼굴은 말라비틀어진 석고상처럼 건조하기만 했다. 이대로 또 아내의 뒤를 쫓을 생각을 하니,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 들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러다, 곧 굳이 그녀를 쫓아갈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그는 재이의 마음을 돌릴 아주 쉬운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남자의 걸음이 이내 카페 밖을 여유롭게 벗어났다.  ...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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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뭡니까?”“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본인이 직접 와야 따라가든 말든 하죠?” 눈앞의 사내가 누군가의 뒤에서 일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배후자가 누구인지도. 상대는 해이의 말에 웃긴 말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입꼬리를 비틀어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그분이 매우 바쁘셔서 그렇겐 안 되겠는데요?”“그럼 어쩔 수 없죠. 저도 지금 물 사러 가야 하거든요.” 이유가 하찮아서 남자의 얼굴이 순간 거칠어졌다. 그러나 어린 학생을 상대로 열을 낸다면 제 체면이 말이 아닐 것 같아 곧 감정을 정돈했다.  “시간 끌어봐야 좋을 것 없어.”“그럼, 안녕히 가세요.” 해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근처 마트가 어디인지 찾아보다가 곧 방향을 돌려 사내에게서 빠르게 멀어졌다.  “이 봐.” 뒤에서 쫓아오는 성난 발걸음이 느껴졌다. 곧 제 어깨를 거칠게 잡아채는 손길에 해이가 가볍게 남자의 팔목을 잡아 역으로 비틀어 돌렸다. 그러자 팔이 뒤로 꺾인 채 죽는다고 소리소리 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온 동네를 쩌렁쩌렁 울렸다.  “악!” 잡았던 팔을 내팽개치듯 놓으니, 가볍지 않은 체구의 남자가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아직도 욱신대는 팔을 잡고 일어선 사내는 해이를 향해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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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재이는 내 여자야. 내가 만들었어. 내 손으로 기른 내 것이라고.” 사내의 얼굴은 촛농이 녹아 바닥으로 떨어지듯이 끔찍하게 돌변했다. 내뱉는 말 또한 역겹기 그지없었다.  “매일 같이 깨끗하게 씻기고 입히고, 재우고. 내 손으로 안 거친 일이 없어. 그 여잔 나 없인 하루도 살 수 없는 여자야. 네까짓 게 뭔데 재이, 재이 이름을 불러대.”“당신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다고 장담한 것 치곤, 아주 잘 살던데요? 재이는 지금까지 아주 잘 살아왔어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징그러운 남편 없이도.” 턱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이를 꽉 깨문 남자는 저 얼간이와 함께 웃고 있는 제 아내를 상상했다. 놀랍게도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는 그 모습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정확한 그림으로 그려지는, 자신이 없는 아내의 일상. 그는 그것에 더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갑자기 끼어든 얼간이 때문에 더럽혀진 자신의 결혼 생활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이 화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넌, 재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 잠깐 지켜본 걸로. 내 아내가, 자신이 처한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마음을 급하게 여니, 너도 덩달아 급하게 저급한 사랑을 고백했나? 안 봐도 뻔해. 얼마나 대단한 사랑이라고 도피를 결정하고 이사까지 가려고 그랬어?”“......”“그건 너무나,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잖아.” 남자의 구두 굽 소리가 해이에게 점차 가까워졌다. 해이는 다가오는 남자를 똑바로 마주 바라봤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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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기다리고 있었어.” 재이와 해이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남자의 말에 표정을 정돈하고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재이는 자신의 남편을 맹렬히 바라봤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함께한 세월 동안 재이는 단연코 악한 감정을 드러내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을 향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남잔 그것에 또다시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억지로 끌고 와서 골이 난 모양인데, 좀 참아 줘. 이 일을 마무리해야 찜찜하지 않을 것 같아서. 당신이 떠나 있는 동안 잘 돌봐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중이었어.”“......일단 가요.”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던 재이는 일단 남편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갈 것을 선택했다.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남자들에게 거의 끌려오다시피 한 곳엔 해이가 있었다. 그를 보자마자 머리가 백지가 된 것처럼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가지 마요. 나 여기 있잖아요.” 남편 쪽으로 몸을 돌리는 재이의 팔을 해이가 조심스럽게 움켜잡았다. 조금만 힘을 줘도 뿌리칠 수 있는, 허탈할 만큼 약한 힘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재이가 어물쩍거리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니 그녀의 남편이 여자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나가기 전에 당신이 분명하게 이야기해. 주해이라는 이 학생이 자꾸만 당신 마음을 오해하는 것 같으니까.”“......” 대체 무엇을 분명하게 말하라는 걸까. 재이는 다시 해이를 응시했다. 301호의 학생은 못 본 며칠 만에 어쩐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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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대체 무슨 이유로 날 당신 곁에 두고 싶은 거예요? 설마 나를 사랑하기라도 해요? 당신이?” 당신은 절대 그럴 수가 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남잔 그것에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럼, 그동안의 제 애정을 대체 무엇으로 생각한 걸까. 자신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건 다시 말해 함께 사는 동안, 억지로 마지못해 시간을 보냈다는 뜻과도 같았다. 그러니 표정이 점차 사라지고 목소리의 억양이 느껴지지 않았던 걸까. 그는 점차 생각의 방향이 치졸해지는 자신의 꼴이 매우 우스웠다.  “왜, 나라고 감정이 없을까. 그간 쌓인 게 많은 모양인데, 지금 다 말해. 풀자고. 언제까지 이러고 살 순 없잖아.”“...일단, 자리를 옮겨요.” 아내가 자리를 옮기자고 하는 이유는 오로지 주해이라는 녀석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남잔 못 이기는 척 그녀를 자신의 차에 태웠다. 옆자리에 탄 아내의 온기를 느끼는 것도 매우 오랜만의 일이었다. 문득 그녀가 말하게 될 서운했던 부분들을 온전히 다 들어줄 의향이 생겼다. 무엇이든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칼부림 사건 이후 처음으로 함께 집으로 향했다. 재이는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집을 잠시 응시하다가 안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그녀는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휑한 거실을 둘러봤다. 변한 것이 없는 적막한 집 한가운데 있는 소파에 조용히 몸을 앉히자, 그도 그녀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원하는 걸 말해. 모든 들어줄 테니. 단, 이혼은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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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자신의 차에 기대 서 있던 남잔, 제 아내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수상한 점은 발견했나?” 마치 게임을 즐기는 사람처럼 짓궂은 표정을 짓는 그를 재이가 물끄러미 응시했다. 자기 남편이 끔찍했다. 의미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 나가는 이유를 그도 모르지 않을 터였다. 이 남자는 지금 아내가 무엇을 하기 위해 자원봉사를 자처했는지 알면서도 놔두는 것이었다.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거나, 무능한 자신의 아내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치부하는 것이거나. 재이는 그라면 후자라고 생각했다.  “매번 이렇게 오지 않아도 돼요.”“내 아내가 다시 또 도망을 가면 곤란하니까.” 조수석 문을 열어 턱짓하는 그를 향해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 말고 재이가 천천히 차에 몸을 실었다. 그러자, 곧장 문이 닫혔다.  “약물 실험을 하는 장소를 알려줄까?” 재이는 웃는 낯으로 자신의 의중을 떠보는 남편을 무덤덤한 시선으로 응시하다가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했다.  “당신에게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그러면 곤란한데. 네가 바라는 거라면 다 해준다고 했잖아.”“그냥 평소처럼 해요.”“정말 평소처럼 해도 돼?” 마치 들뜬 사람처럼 살짝 높아진 그 목소리에 여자는 다시 말문을 닫았다. 더는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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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비좁게 이어지는 복도를 지나 비상구 표시가 부착된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비상계단이 아니라 또 다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재이는 여기서 더 안으로 들어가도 되는지를 잠시 고민했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전등이 다 떼어진 어두운 곳으로 발을 디뎠다. 쾅, 순간 굉음이 들려왔다. 무거운 물건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소리였다. 흠칫 어깨를 움츠렸던 그녀가 천천히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둠이 내려앉은 바닥에 무언가 깨져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좀 더 가까이 걸음을 옮기니 다 시들어버린 난초와 흙이, 깨진 화분과 뒤엉켜 있었다. 괜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 외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었다. 아까부터 후각을 자극하는 불쾌한 냄새와 텁텁한 공기가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재이는 창문조차 없이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잠시 우두커니 있다가, 이내 발길을 돌렸다. 저도 모르게 점차 걸음이 빨라졌다. 비상구 표시가 되어 있는 수상한 공간을 벗어나 바깥으로 빠르게 나오자, 바로 그 앞에 다정한 미소로 얼굴을 꾸며낸 남편이 서 있었다.  “이런, 놀라게 할 마음은 없었는데.” 거의 달리다시피 건물을 벗어나다, 앞을 버티고 서 있는 저와 자칫 부딪칠뻔한 아내의 몸을 그가 단단히 잡아주며 능청을 떨었다.  “...할 일이 그렇게 없어요?” 제 몸을 잡은 남편의 손을 밀어내며 재이가 못마땅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만 쫓아다니는 것 같은 그의 행보에 순간, 골이 났다. &nb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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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그거야, 아시겠지. 이렇게 대놓고 수상하게 공사하는 곳을 보면서도 그런 의심도 하지 않는 건 바보천치니까. 그는 자신의 아내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증거도 찾았겠다, 이제 와 무엇을 할 건지 궁금해졌다. 겉으로만 겁을 줄 뿐 순해 빠진 자기 아내는 아마도 할 줄 아는 게 없을 터.  “놀랍군. 꼭꼭 숨겨둔 장소를 찾아내다니. 그래 그럼, 이제 무엇을 할 거지? 날 신고라도 할 생각인가? 감옥은 무서운데.” 남편의 가볍기 짝이 없는 말투와 그와 상반되는 이성적인 얼굴은 그녀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그의 머리카락을 잠시 바라보다가 재이가 천천히 입을 뗐다.  “아뇨. 신고할 생각 없어요.” 의외의 답이었다. 남자의 미간이 꿈틀 반응을 보이다, 곧 평소의 차가운 인상으로 돌아왔다.  “뭐, 그건 지켜봐야지. 차에 타.” 그 뒤 별다른 대화 없이 시간이 지나갔고, 어느새 차는 한적한 공원 앞에 세워졌다.  “여긴 왜요?” 대꾸 없이 먼저 차에서 내린 그가 손수 아내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 상대가 내릴 생각을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한 배려의 행동이었다.  “내려.” 처음 기도원에 갔을 때가 생각나면서 좋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재이가 경계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저를 올려다보자, 그가 헛웃음을 지었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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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당신을 찌르고 도망치던 날, 난 그제야 모든 것에서 해방된 안도감을 느껴서, 이건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기분이 들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남편을 찔렀는데, 당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먼저 드는 게 아니라, 안도감이 든다니.” 그땐 그녀가 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었으니, 그럴 수 있었다. 남잔 온갖 이유를 붙여가며 나름의 타당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내가 먼저 널 겁 줬으니, 그건 당연한 감정이야. 찔린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네가 왜 죄책감을 가져.” 마침, 요리가 된 음식을 들고 직원이 다가오자 남잔 부리나케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아이 얘기는 다음에 다시 하지. 일단 먹어.”“...당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건 단지 보육원 일 때문만은 아니에요. 당신이 이상한 종교를 믿고 있기 때문도 아니고요. 난 단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나이프를 든 남자의 손등에 힘줄이 붉어졌다. 그는 마치 아무 말도 못 들은 사람처럼, 살뜰히 아내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사랑을 운운할 만큼 철이 없진 않잖아. 정신 차려. 네 남편은 나고. 넌 그저 부부싸움을 하고 토라져 있었던 것뿐이야. 그때 마침 멀끔한 대학생이 당신을 붙들고 사랑하네, 마네 달콤한 말을 속삭이니, 그것에 잠시 심취해 있었던 거지.” 그렇게라도 얼버무리며 상황을 종결시키려 드는 남자를 여자가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녀의 표정엔 어떠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어쩌면 작은 연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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