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찌르고 도망치던 날, 난 그제야 모든 것에서 해방된 안도감을 느껴서, 이건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기분이 들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남편을 찔렀는데, 당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먼저 드는 게 아니라, 안도감이 든다니.” 그땐 그녀가 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었으니, 그럴 수 있었다. 남잔 온갖 이유를 붙여가며 나름의 타당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내가 먼저 널 겁 줬으니, 그건 당연한 감정이야. 찔린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네가 왜 죄책감을 가져.” 마침, 요리가 된 음식을 들고 직원이 다가오자 남잔 부리나케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아이 얘기는 다음에 다시 하지. 일단 먹어.”“...당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건 단지 보육원 일 때문만은 아니에요. 당신이 이상한 종교를 믿고 있기 때문도 아니고요. 난 단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나이프를 든 남자의 손등에 힘줄이 붉어졌다. 그는 마치 아무 말도 못 들은 사람처럼, 살뜰히 아내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사랑을 운운할 만큼 철이 없진 않잖아. 정신 차려. 네 남편은 나고. 넌 그저 부부싸움을 하고 토라져 있었던 것뿐이야. 그때 마침 멀끔한 대학생이 당신을 붙들고 사랑하네, 마네 달콤한 말을 속삭이니, 그것에 잠시 심취해 있었던 거지.” 그렇게라도 얼버무리며 상황을 종결시키려 드는 남자를 여자가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녀의 표정엔 어떠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어쩌면 작은 연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Huling Na-update : 2026-08-06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