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 또각, 또각.8년 전, 불쾌했던 장마로 잔인하게 축축했던 학교의 회색 복도처럼.유진은 이번에도 그를 차갑게 스쳐 지나갔다.등 뒤로 멀어지는 그녀의 단호한 구두 굽 소리.요스케의 심장은 결이 갈라지듯 처참하게 쪼개져 내렸다.지옥 같았던 지난 8년.뼛속까지 시린 지독한 후회와 갈증 속에서 살았다.이제야 겨우 돌고 돌아 다시 마주한 지금.결과는 잔인하리만치 똑같았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요스케는 8년 전의 무력했던 그 고3 소년이 아니었다.그대로 포기하고 손을 놓은 채,운명이 주는 비참한 결말을 무력하게 받아들일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또다시 평생을 후회하며, 잔인한 가시밭길 속에서 자학하며 살 수는 없었다.그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아틀리에 통창 너머 서슬 퍼런 인왕산의 회색 암벽을 한참동안 응시했다.그러다 굳은 표정으로 휴대폰의 전원을 켰다.단축버튼이 눌러지고, 수화기 너머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그의 낮고 묵직한 음성이 공간을 통째로 얼려버릴 듯 울려 퍼졌다."지난 달에 전달해 준…… 한국 투자 리스트 중에 의료 재단이 하나 있었지. 한국병원."ㅡ네, 이사님. 근데 LX 그룹 측의 영향력이 워낙 강하게 뻗어 있는 곳이라 그냥 단순 지분 투자로만 검토 중이었습니다만.”"단순 투자 말고 인수로 방향 틀어."요스케의 음성이 소름끼치도록 서늘하게 내려앉았다."지분 쪼가리가 아니라, 아예 재단 자체를 인수할 수 있는 방안 지금 당장 알아봐."―네? 이사님… 한국병원의 규모를 생각하면 거액의 투자금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본 본사 회장님의 최종 승인이 필수적입니다. 이사회 절차가 생각보다 많이 복잡해질 텐데요.”그의 미간이 험악하게 구겨졌다."알아."요스케는 답답한 듯, 셔츠 버튼을 풀어헤쳤다.그리고 흐트러진 셔츠 단추 사이로 구릿빛 가슴 근육을 거칠게 들썩였다."오늘 밤 비행기로 바로 도쿄 본사로 들어갈 거야. 그리고 회장님 승인은 내가 직접 받아올 테니까, 넌 내가 한국에 다
Last Updated : 2026-08-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