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첫사랑 구출기: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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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1. 미야코지마의 첫날밤

읍, 하아―!.그 애달픈 약속과 함께.곧바로 이어지는 요스케의 뜨거운 손길은 서둘러 유진의 옷자락을 거칠게 밀어내기 시작했다.거친 호흡 속에서 드레스의 지퍼가 사납게 내려갔고, 네이비 색 드레스가 툭 바닥으로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그의 거침없는 손길 아래.유진은 다시 한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투명한 나신이 되어 요스케의 단단한 품에 완전히 안겼다.그의 뜨거운 숨결이 유진의 쇄골과 목덜미 그리고 입술 위로 거칠게 내려 앉아 사정없이 빨아올리며, 그녀를 자신의 품 안에 가득 끌어안았다.달아오른 숨을 몰아쉬던 유진이 요스케의 굵은 목에 팔을 감았다.그리고 테라스 너머 아름다운 낙조가 붉게 떨어지는 프라이빗 풀에 시선을 뺏겼다.유진은 자신의 허리를 부서질 듯 끌어안은 요스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그를 천천히 풀로 이끌었다.붉은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으며, 야간 조명이 은은하게 켜진 풀은 기이할 정도로 관능적이고 음란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유진의 대담한 이끌림에.요스케는 퓨즈가 완전히 끊어진 것처럼 자신이 입고 있던 셔츠와 바지를 급하게 벗어 던졌다.붉은 낙조의 잔영이 섞여 들어간 검은 하늘과 풀장의 푸른 야간 조명이 질척하게 얽혀들었다.물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요스케의 우람한 피지컬이 수면위로 그대로 투명하게 비쳐 보였다.딱 벌어진 넓은 어깨.무자비하게 갈라진 초콜릿빛 복근과 단단하게 화가 난 터질 듯한 허벅지 근육까지.수중 조명을 받아 번들거리는 남자의 우람하고 거대한 나신은 숨이 막힐 정도로 치명적이고 매혹적이었다.남성미 넘치는 야수.수컷의 본능으로 가득 찬 그 압도적인 질량감이 물속에서 유진의 부드러운 골반을 강하게 안아 올렸다."요스케……!"찰랑거리는 물의 부력에 의해 유진의 육체는 깃털처럼 가벼워졌다.요스케는 가볍게 떠오른 유진의 골반을 자기 마음대로 움켜쥐고 흔들며, 거대한 파도처럼 그녀의 은밀하고 뜨거운 곳을 향해 자비 없이 그녀를 정복했다.짜악, 찰랑――!"아아윽……!"따뜻한 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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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2. 신혼여행의 첫 아침

미야코지마의 찬란한 아침 햇살이 창창하게 들이쳤다.밤새도록 프라이빗 풀과 침대를 가쁘게 오가며 지독하게 몰아쳤던 폭풍 같은 정사.그 뜨거움의 흔적은 사방에 잔인하리만치 선명하고 노골적으로 남겨져 있었다.스르륵.유진이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밀어 올렸다.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육체적으로 완벽하게 방전되어 버렸다.유진은 가느다란 신음을 입술 사이로 흘리며 하얀 시트 속으로 몸을 더 깊숙이 웅크렸다.시야가 하얗게 번졌다가 느리게 초점을 찾아갔다.가느다란 숨을 내쉬며 자신의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유진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착각과 함께 안색을 붉게 물들였다.온 몸이 요스케가 밤새도록 남겨놓은 붉은 흔적들로 빽빽하게 물들어 있었다.가녀린 목덜미부터 움푹 파인 쇄골 라인,그리고 하얀 이불 밖으로 무력하게 삐져나온 허벅지 안쪽의 가장 여린 살결까지.남자의 거친 입술 자국과 짓무른 선홍빛 낙인이 새겨지지 않은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백옥 같은 피부 위로 피어난 정욕의 열꽃들이 기괴하리만치 관능적이었다.허리와 골반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로 뻐근하고 알싸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밀려왔다.처음 느낀 생소한 육체의 고통.하지만 가슴 속 깊은 곳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기묘한 정서적 포만감과 안정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달깍――."깼어, 유진아?"낮고 부드럽게 감기는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묵직한 침실 문이 열렸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옮겼다.샤워를 갓 마치고 나온 듯한 요스케가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복근까지 살짝 드러낸 채 가벼운 하얀 린넨 셔츠 차림.그리고 그의 커다란 두 손에는 라탄 트레이가 들려 있었다.그가 손수 아침식사를 가져왔다.그 안에는 현지의 싱싱한 과일들과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빵과 오믈렛 그리고 따뜻한 수프가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이게…… 도대체 다 뭐예요?""내 아내 기력 회복시켜 줄 아침식사."요스케는 능청맞게 입꼬리를 올리며 트레이를 침대 옆 협탁 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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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3. 병원 출근 첫날

시린 백색.눈이 시리도록 투명한 형광등 불빛이 길게 늘어선 복도 위로 쏟아졌다.미야코지마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흔적도 없었다.일주일간의 달콤했던 낙원은 한 순간에 기화되어 날아갔다.남은 것은 오직 가혹할 정도로 비정한 현실의 공기뿐.바스락.유진은 하얀 의사 가운 자락을 바스러지게 움켜쥐었다.병원 중앙 로비에 들어선 순간.웅성웅성.소음이 고막을 끈적하게 갉아먹었다.“저 여자가 그 서유진이잖아.”“LX 그룹 김문기 상무랑 파혼하자마자, 신임 이사장이랑 잤다는데?”“대단하네. 의사 가운 입고 속은 완전 걸레였네.”사방에서 꽂히는 노골적인 시선들.날 선 바늘처럼 살가죽을 찔러대는 악의적인 웅성거림.병원 행정실 전산망을 타고 마구잡이로 퍼진 전대미문의 격정적 스캔들.그 추악한 태풍의 한가운데 서유진이 서 있었다.시야가 급격히 좁아졌다.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것처럼 거칠게 날뛰기 시작했다.과호흡의 전조.유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도망치듯 복도를 가로질렀다.오직 살기 위해 이 지독한 시선들의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코너를 돌던 바로 그 찰나.콰앙――!압도적인 크기의 거대한 실루엣이 유진의 전면을 덮쳤다.단단한 흉벽에 정면으로 부딪친 유진의 몸이 뒤로 크게 휘청였다.“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할 여력조차 없었다.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반사적으로 사과를 뱉었다.몸을 틀어 남자를 피해 가려 했다.급하게 디딘 발끝이 엇갈렸다.스윽.상대는 이미 유진의 도주 경로를 완벽하게 예측하고 있었다.왼쪽으로 틀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틀면 오른쪽으로.그림자처럼 집요하게 따라붙은 남자.다시 한번 유진의 앞을 거대한 콘크리트 벽처럼 가로막아 섰다.불길했다.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오한이 스며들었다.그 순간이었다.턱ㅡ!“앗……!”가느다란 유진의 손목이 허공에서 무자비하게 낚여 채였다.으스러질 듯 사나운 악력.남자의 두꺼운 손가락이 유진의 살점을 압착하듯 짓눌렀다.파르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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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4. 문기와의 재회

지켜줬다고?그 가식적인 절규가 유진의 귀를 때렸다.순간, 유진의 붉은 입술 사이로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하…….”허망한 헛웃음. 처참한 실소였다.문기가 베푼 10년의 보호. 그것은 안식처가 아니었다.언제나 숨통을 조여오던 끈적한 사슬이었다.그가 구원자 행세를 하며 자신을 지켜준 대가는 가혹했다.유진은 철저히 그의 뜻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정서적 통제 속에 평생을 갇혀 살았다.그리고 잔인한 결핍 속에 방치됐던 세월.단 한 번도, 온전한 한 사람의 여자로 뜨겁게 안아주지도 않은 채.고결함과 순결만을 요구 당하며 살았다.그의 사랑에 메말라갔다.그 지옥 같은 사육을 ‘지켜줬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남자가 사무치게 혐오스러웠다.“지켜준 게 아니라……”유진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오빠 손아귀를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도록, 나란 인간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가스라이팅으로 통제한 거겠지.”“진짜…… 그렇게 생각해? 네가 감히 나한테?!”투둑. 문기의 뇌 속에서 이성의 끈이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10년 동안 바쳤던 자신의 모든 순정과 지독한 헌신이.‘통제’라는 단어로 격하당한 순간.남자의 눈에 핏물이 고였다.악에 받친 문기가 유진의 손목을 부러뜨릴 듯 움켜쥐었다.그리고 거칠게 이끌었다.구두 굽이 대리석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음이 번졌다.그리고 복도 구석, 어두컴컴하고 인적 없는 비상계단 안쪽으로 사정없이 끌려 들어갔다.쿠우웅――!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두꺼운 방화 철문이 닫혔다.완벽한 밀실.백색의 빛이 차단된 잿빛의 어둠.문기는 유진이 비명을 지를 틈조차 주지 않았다.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차가운 시멘트 벽구석에 사정없이 쳐박았다.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유진의 등을 타고 통증이 번졌다.“읍……!”탈출구를 찾기도 전, 문기의 거친 손이 유진의 턱을 부서질 듯 움켜잡아 고정했다.그리고 그대로 짐승 같은 낙하.그의 입술이 유진의 입술 위로 난폭하게 쏟아져 내렸다.“으읍! 하 지마……! 웁!”폭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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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5. 문기와의 첫 설렘

“나를 이따위로 잔인하게 배신할 만큼, 아무것도 아니었냐고――!!”귀를 찢는 비명이 잿빛 콘크리트 사방으로 튕겨 나가 진동을 만들었다.비상계단의 차가운 공기가 남자의 절규를 머금고 무겁게 가라앉았다.툭.발버둥 치던 유진의 손길이 일시에 멈췄다.문기의 억센 품 안에서 반항하던 그녀가 거짓말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분노와 배신감으로 핏발이 빽빽하게 선 그의 두 눈.그의 말이 맞았다.10년. 결코 싸구려라는 단어로 털어낼 수 없는 무거운 시간이었다.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얽히는 적막 속.유진의 황금빛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려 시선이 아득해졌다.지독하리만치 선명한 과거의 기억 조각들이 마치 해일처럼 밀려들어 그녀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중학교 2학년의 겨울방학이었다. 이제 곧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기 바로 일주일 전.세상의 전부였던 부모가 한순간의 참혹한 교통사고로 사라져버렸다.새하얀 국화꽃,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짙은 검은색 상복.장례식장 차가운 구석에 쪼그려 앉아 피눈물을 흘리던 열다섯의 서유진.홀로 남은 그 지옥에서.유진의 손을 잡고 건져 올린 것은 양가의 오래된 약속이자 정혼(定婚)이라는 족쇄를 쥔 김문기의 가족이었다.그러나 그것이 구원이 아니었다.비참하고 시린 현실을 뼛속까지 각인시키는 잔인한 불행의 시작이었다.달그락거리는 고급 식기 소리.식탁 너머로 날아와 꽂히던 문기 어머니의 시선.싸늘했고 경멸이 가득했다.“정혼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어른들 살아생전 장난 같은 약속이었으니, 너무 유세 부릴 생각 말고 처신 똑바로 하거라.”저택은 지나치게 넓고 화려했다.그 비현실적인 공간이 주는 압박감.세상에 완벽하게 홀로 버려졌다는 극도의 공포.유진은 은백색의 얇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온몸을 잘게 떨었다.스며드는 한기.베개 깃이 서글픈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똑. 똑.깊은 밤의 정적을 찢고 나지막한 마찰음이 울렸다.유진은 순간 숨을 헉 들이마시며 멈췄다.공포와 의아함이 뒤섞인 채, 유진은 침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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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6. 낮의 채찍 밤의 구원

계절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겨울이었다.거대한 저택 안의 공기도 여전히 시베리아 한복판처럼 살을 에듯 차가웠다.“칠칠맞게 어딜 싸돌아다니다 이제 오니? 지금 몇 시인데. 암튼 네 엄마가 널 그렇게밖에는 못 가르쳤니?”중학교 졸업을 코앞에 둔 열여섯의 유진.문기의 어머니는 유진을 여전히 집안에 굴러들어 온 불결한 이물질처럼 취급했다.지독한 눈칫밥. 숨 막히는 압박감.열여섯 유진은 매일 밤 도망치듯 자신의 방안으로 숨어들기 바빴다.그 위태롭고 서먹한 숨바꼭질이 정점에 달했던 어느 날 저녁.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무거운 은식기들이 최고급 도자기 접시에 부딪히는 건조하고 신경질적인 소리만 가득했다.그 얼어붙은 공기를 깨부순 것은, 다름 아닌 고등학생 김문기였다.“나…… 대학은 미국으로 갈까 하는데요.”순간, 식사를 이어가던 문기의 아버지가 포크를 허공에 멈췄다.그의 아버지가 못 마땅한 듯 미간이 좁아졌다.있는 듯 없는 듯 숨죽여 앉아 있던 유진 역시 놀란 눈동자를 들어 문기를 쳐다보았다.“왜? 갑자기 미국 유학?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는 자신 없는 거냐?”“아뇨. 거긴 저한테 껌이죠.”문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하버드를 갈까 해서요. 거기 비즈니스 스쿨이 세계 최고니까. 아시다시피 전 세계 최고가 아니면 도무지 흥미가 안 생기는 성격이라서 말이죠.”열아홉. 어린 나이임에도 오만함과 독기로 가득 찬 맹수의 눈빛.하늘을 찌르는 지독한 그의 선민의식과 잘난척에 유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잘게 저었다.그러나 문기의 아버지는 오히려 흡족한 듯 나지막하게 읊조렸다.“그래? 네가 그 정도로 확신이 있다면 한번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마.”그렇게 문기의 유학 플랜은 부모의 허락을 받아내며 매끄럽게 끝나는 줄 알았다.하지만 김문기는 고작 그 정도에서 멈출 위인이 아니었다.그는 아주 정갈하게 썰어낸 미디엄 레어의 스테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느릿하게 고기를 씹으며, 곁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웅크려 있던 유진을 슥 흘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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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7. 제주도 국제학교

지독하게 파란색이었다.어딘가 기괴할 정도로 짙고 생경한 아열대의 푸른 숲.그 시린 녹음과 푸르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곳, 제주도의 기숙형 국제학교.대한민국 최상류층 재벌가 자제들의 도피처이자, 그들만의 잔인한 서열 정글.부모 없는 천애고아.김문기라는 거대한 권력에 기생충처럼 얹혀살던 서유진은 그 정글의 가장 연약한 하위 피식자였다.언제든 물어뜯기 좋은 가련한 사냥감.그리고 이 아열대 정글의 지배자는 따로 있었다.김문기. 고등학교 3학년.소년과 사내의 경계에 선 포식자.서울에서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었다. 훨씬 더 잔인했다.기숙사의 동선, 조식과 석식의 시간, 하루의 아주 사소한 분 단위 일정표까지.모든 것이 문기의 커다란 손바닥 위에서만 움직였다.목이 졸리는 듯한 숨 막힘.하지만 유진은 그 끈적한 구속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울타리라 믿었다.어느 날의 방과 후.정적이 감도는 한적한 어학실.수행평가 자료를 챙기기 위해 유진이 홀로 문을 열었을 때였다.하필이면 그곳에서.학교 내에서도 질 나쁘기로 악명 높은 재벌 3세 놈들과 마주쳤다.마침 문기가 이사장실의 호출을 받아 잠시 자리를 비운 찰나의 공백.족쇄 풀린 추악한 하이에나들이 먹잇감을 발견하고 이빨을 드러냈다.스윽.세 명의 거구가 순식간에 유진의 사방을 에워쌌다.좁은 어학실의 산소가 순식간에 오염되었다.“야, 서유진. 김문기 그 새끼가 하도 애지중지 끼고 돌길래 대단한 년인 줄 알았더니.”앞을 가로막은 남자의 입술이 비열하게 비틀어졌다.“너 부모도 없는 기생충이라며?”“……비켜 주세요.”유진이 가방끈을 꽉 맞잡으며 뒤로 물러섰다.“어디서 눈을 똑바로 떠, 고아 년이?”남자가 비열하게 낄낄거리며 유진의 가녀린 어깨를 강제로 움켜잡았다.악취가 풍겼다. 독한 담배 냄새 섞인 숨결.남자의 찌푸려진 얼굴이 유진의 새하얀 얼굴 위로 거칠게 낙하했다.키스하려는 듯 입술이 다가왔다.“김문기 걔, 너한테 손가락 하나 안 대는 거 온 학교에 소문 다 났어. 그 새끼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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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8. 문기의 더러운 본능의 이면

“고작 싸구려 본능에… 우리의 10년이 아무것도 아니었냐고ㅡ!!!”포효가 잿빛 콘크리트 벽면을 찢어발겼다.비상계단 내부의 차갑고 탁한 공기가 미친 듯이 팽창했다.귀를 찌르는 문기의 오만한 외침.그 소음의 파편들이 유진의 고막을 사정없이 후벼팠다.파르르.유진의 선홍빛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남자의 입에서 터져 나온 단어 하나가 머릿속에 꽂혔다.‘싸구려?! 육체적 본능?!’그 오만하고 위선적인 단어.가장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유진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을 사정없이 쑤셔박았다.그 통증을 타고, 검은 수면 아래 묻어두었던 8년 전의 기억이 요동쳤다.제주도 국제학교 시절.가장 잔인했고, 가장 모순적이었던 추악한 비밀이 마침내 핏빛 흙탕물을 일으키며 뿜어져 나왔다.*제주도 국제학교라는 철저히 고립된 폐쇄 공간.그 안에서 서유진은 김문기가 지정한 단 하나의 ‘성역(聖域)’이었다.그 누구도 감히 손끝 하나 대지 못하는, 정혼자라는 화려한 이름표를 단 박제 인형.문기는 유진의 모든 등하교 동선을 완벽하게 통제했다.다른 남학생과의 사소한 눈빛 교환, 스치듯 나누는 대화조차 가차 없이 잘라냈다.완벽한 격리.유진은 맹목적으로 믿었다.그것이 그의 오만하지만 정결한 성품이라 여겼다.그의 단단한 등 뒤편에 소문난 여학생 무리들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추악한 민낯을 보기 전까지는.어학실의 잔혹한 도륙 사건이 지나간 직후의 늦은 봄.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깊은 밤의 끝자락.“아, 서류…….”유진은 낮에 교무실에 제출했어야 할 수행평가 서류를 깜빡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기숙사 통금 시간 직전. 유진은 홀로 본관 건물로 향했다.사방이 인적 없이 죽은 듯 고요한 복도.백색 소음조차 사라진 정적 속에서,유진의 발걸음이 본관 지하 체육실 비품 창고 근처를 지날 때였다.평소에는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는 어두컴컴한 암흑의 구역.그 음산한 복도 모퉁이를 돌던 유진의 신체가 순간 얼어붙었다.우뚝 멈춰 선 발끝.“하악, 흐…… 문기야,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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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9. 배신을 초월한 순종

똑, 똑――.어김없었다. 깊은 밤의 정적을 찢고 찾아오는 나지막한 타격음.유진은 침대 위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문으로 시선을 던지는 것조차 거대한 공포였다.스르륵, 탁.방문 너머 멀어지는 무거운 발소리.유진은 천천히 이불을 움켜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맨발이 바닥에 닿는 촉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문이 열렸다.시린 어둠이 깔린 복도, 하얀 발밑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실버 쟁반.백색의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따뜻한 우유 한 잔.그리고 달콤하고 고소한 초콜릿 칩 쿠키 몇 조각.위선이었다.평소라면 얼어붙은 마음에 따스한 온풍을 불어넣어 주었을 그 흔적이.이제는 지독한 맹독으로 보였다.목구멍을 사정없이 조여드는 가시 돋친 사슬.불과 한 시간 전이었다.지하 창고의 음습한 암흑 속에서,다른 여자의 뜨거운 살결을 탐하고 온 사내. 그 수컷의 손으로 전해진 위로.유진은 우유 컵을 내려다보았다.시간이 흐를수록 우유의 표면 위로 끈적한 하얀 막이 차갑게 굳어갔다.마치 김문기가 쳐놓은 족쇄처럼.단 한 모금도 입에 대지 못했다.달콤했던 초콜릿 향은 코끝을 찌르는 악취가 되어 방 안을 가득 채웠다.하얗게 지새운 밤.새하얀 시트 위로 유진의 눈물이 핏자국처럼 번졌다.눈가는 빨갛게 부르트고 퉁퉁 부어올랐다.심장은 이미 배신감과 비참함으로 갈가리 찢겨 나간 상태였다.다음 날 아침. 기숙사 로비는 시리도록 투명한 햇살로 가득했다.그 광채의 한가운데 김문기가 서 있었다.먼지 한 자락 묻지 않은 순백의 교복 셔츠.티 없이 정갈하고 오만한 학생회장의 모습 그대로.그가 성큼성큼 다가와 유진의 얼굴을 마주했다.스윽.문기의 길고 하얀 손가락이 유진의 퉁퉁 부은 눈가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소름이 돋았다.그 다정한 촉감 어디에서도.어젯밤 지하 창고에서 다른 여자의 골반을 으스러뜨리며 허리를 몰아치던 그 짐승 같은 거친 악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완벽한 가면이었다.“눈은 왜 이래. 어제 잠이라도 설친 거야?”“……오빠.”목소리가 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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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0. 변경된 미래 계획

잔인하리만치 날카롭고 습한 거센 바람이 불어오던 제주도의 여름.푸른 잔디 위로 흩날리던 축축한 아열대의 공기 속에서.김문기는 언제나 독보적인 태양이었다.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전교 수석으로 마쳤다.그리고 그의 앞날은 이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로 정해져 있었다.기숙사 책상 위에 당당하게 놓여 있던 붉은색 왁스 인장이 선명한 하버드 입학 허가서.주변이 LX 그룹 후계자의 찬란한 미래를 찬양하며 들썩였다.모든 유학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던 어느 주말.서울 본가의 다이닝룸.눈부시게 하얀 대리석 테이블 위로 최고급 은식기들이 정갈하게 세팅되어 있었다.문기의 아버지는 흡족한 미소를 띠며 문기의 어깨를 두드렸다.“장하다, 문기야. LX의 후계자라면 모름지기 세계 최고들과 경쟁해야지. 다음 달 출국이니 보스턴의 펜트하우스와 의전 차량은 완벽하게 세팅해 두마.”정갈하게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던 문기가 와인 글라스를 테이블 위로 툭, 내려놓았다.깡――!날카로운 마찰음.글라스가 부딪치며 붉은 와인이 하얀 대리석 테이블보 위로 몇 방울 튀어 올랐다.순백 위에 번지는 핏자국 같은 붉은 얼룩.다이닝룸 전체에 순식간에 팽팽하고 서늘한 정적이 감돌았다.“취소해 주세요, 아버지.”무심하고도 단호한 음성이었다.“취소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문기 아버지가 미간을 험악하게 구겨뜨렸다.“하버드 안 갑니다.”문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유학 플랜은 전면 취소하고, 다음 달에 수능 준비해서 서울대 경영학과로 입학할 겁니다.”“김문기! 네가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세계 최고가 아니면 흥미가 안 생긴다며 거드름을 피울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서울대라니!”어머니의 비명 섞인 다그침이 사방 벽에 부딪혀 깨졌지만, 문기는 미동조차 없었다.오히려 삐딱하게 고개를 꺾으며 곁에서 사정없이 흔들리는 황금빛 눈동자를 하고 있는 유진을 서늘하게 응시할 뿐이었다.유진은 숨을 쉴 수 없었다.은식기를 쥔 손가락 끝이 잘게 떨렸다.고작 1학년이던 유진도 문기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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