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싸구려 본능에… 우리의 10년이 아무것도 아니었냐고ㅡ!!!”포효가 잿빛 콘크리트 벽면을 찢어발겼다.비상계단 내부의 차갑고 탁한 공기가 미친 듯이 팽창했다.귀를 찌르는 문기의 오만한 외침.그 소음의 파편들이 유진의 고막을 사정없이 후벼팠다.파르르.유진의 선홍빛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남자의 입에서 터져 나온 단어 하나가 머릿속에 꽂혔다.‘싸구려?! 육체적 본능?!’그 오만하고 위선적인 단어.가장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유진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을 사정없이 쑤셔박았다.그 통증을 타고, 검은 수면 아래 묻어두었던 8년 전의 기억이 요동쳤다.제주도 국제학교 시절.가장 잔인했고, 가장 모순적이었던 추악한 비밀이 마침내 핏빛 흙탕물을 일으키며 뿜어져 나왔다.*제주도 국제학교라는 철저히 고립된 폐쇄 공간.그 안에서 서유진은 김문기가 지정한 단 하나의 ‘성역(聖域)’이었다.그 누구도 감히 손끝 하나 대지 못하는, 정혼자라는 화려한 이름표를 단 박제 인형.문기는 유진의 모든 등하교 동선을 완벽하게 통제했다.다른 남학생과의 사소한 눈빛 교환, 스치듯 나누는 대화조차 가차 없이 잘라냈다.완벽한 격리.유진은 맹목적으로 믿었다.그것이 그의 오만하지만 정결한 성품이라 여겼다.그의 단단한 등 뒤편에 소문난 여학생 무리들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추악한 민낯을 보기 전까지는.어학실의 잔혹한 도륙 사건이 지나간 직후의 늦은 봄.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깊은 밤의 끝자락.“아, 서류…….”유진은 낮에 교무실에 제출했어야 할 수행평가 서류를 깜빡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기숙사 통금 시간 직전. 유진은 홀로 본관 건물로 향했다.사방이 인적 없이 죽은 듯 고요한 복도.백색 소음조차 사라진 정적 속에서,유진의 발걸음이 본관 지하 체육실 비품 창고 근처를 지날 때였다.평소에는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는 어두컴컴한 암흑의 구역.그 음산한 복도 모퉁이를 돌던 유진의 신체가 순간 얼어붙었다.우뚝 멈춰 선 발끝.“하악, 흐…… 문기야, 아……
Last Updated : 2026-08-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