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마을, 공터-“방패를 들어라!”김종서의 우렁찬 목소리가 공터에 울려 퍼졌다.그의 명령과 동시에 앞줄에 선 청년들이 일제히 방패를 들어 올렸다.아니, 정확히는 일제히 들어 올리려 했다.누군가는 한 박자 빨랐고, 누군가는 옆 사람보다 뒤늦게 방패를 들었다.서로의 간격도 제각각이었다.“붙어! 옆 사람과 틈을 만들지 마라!”김종서가 목소리를 높였다.청년들이 황급히 서로에게 붙었다.그러나 이번에는 너무 가까이 붙은 탓에 방패끼리 부딪쳤다.탁! 타닥!“아, 잠깐! 내 발 밟았잖아!”“네가 늦게 움직였잖아!”“내가 언제!”순식간에 대열이 흐트러지자 김종서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명회가 팔짱을 낀 채 피식 웃었다.“대감께서 생각하신 것보다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김종서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땅에 놓아두었던 나무 막대기를 집어 들고 청년들에게 다가갔다.“모두 방패를 내려라.”웅성거리던 청년들이 하나둘 방패를 내렸다.김종서는 그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너희들 하나하나의 무예가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몇몇 청년의 얼굴에 은근한 자신감이 떠올랐다.“허나 전장에서는 그것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그 말에 청년들의 표정이 조금씩 진지해졌다.김종서는 앞줄에 서 있던 청년 하나의 방패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혼자 싸울 때는 네 앞만 보면 된다. 하지만 군사가 되어 싸울 때는 다르다.”이번에는 그 옆 청년의 어깨를 가리켰다.“네가 한 걸음 잘못 움직이면 옆 사람이 죽는다. 옆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이번에는 네가 죽는다.”공터가 조용해졌다.“칼을 잘 휘두르는 법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활을 잘 쏘는 법을 가르치려는 것도 아니야.”김종서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건 이미 너희가 나보다 잘 아는 부분도 있을 테니.”그러고는 손에 든 막대기로 흐트러진 대열을 가리켰다.“내가 너희에게 가르칠 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남는 법이다.”청년들의 얼굴에서 조
Last Updated : 2026-09-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