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못다 핀 사랑을 다시 피우리라 : Chapter 141 - Chapter 150

169 Chapters

141. 궁을 벗어난 왕

“저…… 혹시 이것을 써도 될까요?”그동안 아무 말 없이 따라오던 소하가 조심스럽게 품 안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 세사람에게 보여주었다.단종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무엇이냐?”소하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그게…… 요즘 궁녀들 사이에서 몰래 가지고 다니는 것이옵니다.”“궁녀들이?”“예. 밤길을 다니다 보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소하가 머뭇거리며 주머니를 들어 보였다.“위급할 때 상대의 눈앞에 뿌리고 달아나려고 가지고 다니는 것이옵니다.”백현이 흥미롭다는 듯 주머니를 바라보았다.“눈에 뿌리는 것이오?”“예.”“…….”잠시 침묵이 흘렀다.금방이라도 군사들과 맞서야 할 상황인데도 단종은 묘한 표정으로 소하를 바라보았다.“소하야.”“예, 전하.”“궁녀들은 대체 평소 무엇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냐.”“……송구하옵니다.”백현의 입가에 순간 웃음기가 스쳤다.백현은 소하가 내민 가루를 손끝으로 조금 살펴보더니 물었다.“보아하니 제법 자극이 강한 가루 같은데…… 혹시 재료 중에 명나라에서 들어온 것도 있소?”“예. 그래서 아무나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옵니다. 궁녀들 중에서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몇 되지 않사옵니다.”소하가 조금 머뭇거리다 덧붙였다.“저는…… 중전마마 덕분에 조금 얻을 수 있었사옵니다.”“중전마마께서?”“예. 전에 중궁전으로 들어온 것을 저희에게 조금씩 나누어주셨사옵니다.”백현은 잠시 가루를 내려다보았다.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오히려 잘됐군.”백현은 가루를 조금씩 덜어 세 개의 작은 주머니에 나누어 담았다.그리고 그것을 단종과 상선, 소하에게 하나씩 건넸다.“하나씩 가지고 계십시오.”단종이 손바닥 위의 작은 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이걸 우리 모두에게 말이오?”“예.”백현이 다가오는 군사들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제가 신호하면 망설이지 말고 눈앞에 뿌리십시오.”“그럼 의원은?”“저는 필요 없습니다.”백현이 소매를 걷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Read more

142. 흔들리는 칼

-수양대군의 사저, 서실-아침부터 수양대군의 사저는 분주했다.마당에는 출정을 앞둔 무사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하인들은 말에 안장을 얹고 식량과 무기를 챙기느라 쉴 새 없이 오갔다.그러나 그런 바깥의 소란과 달리 서실 안은 유난히 고요했다.수양대군은 책상 앞에 앉아 펼쳐진 지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지도 위에는 한양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의 길이 표시되어 있었고, 그중 몇 곳에는 붉은먹으로 작은 표시가 남겨져 있었다.잠시 후 문밖에서 백윤의 목소리가 들렸다.“대군마마, 백윤이옵니다.”“들어오너라.”문이 열리고 백윤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수양대군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출정 준비가 모두 끝났사옵니다.”그제야 수양대군이 지도에서 시선을 떼었다.“몇이나 준비했느냐.”“무사 서른과 말을 준비했습니다. 사흘은 머물 수 있도록 식량을 챙겼고, 혹시 산길로 들어갈 것을 대비해 활과 화살도 넉넉히 준비해 두었습니다.”“서른이라…….”수양대군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천천히 두드렸다.“지난번처럼 적은 수로 얕보고 들어갔다가 되돌아오는 일은 없어야겠지.”백윤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습니다.”“그래야지.”수양대군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지도에 시선을 내렸다.“이번에는 마을을 찾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백윤이 고개를 들었다.수양대군의 손가락이 지도 위 북쪽 산자락에 멈췄다.“중전과 금성대군, 김종서가 그곳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들을 돕는 자가 얼마나 되는지도알아내거라.”“예.”“그리고…….”수양대군의 손가락이 지도 위에서 천천히 움직였다.“그 마을로 들어가는 길과 빠져나오는 길까지 전부 확인해 두어라.”백윤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수양대군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왜 그러느냐.”“……아무것도 아닙니다.”“그래?”수양대군이 천천히 백윤을 바라보았다.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이윽고 수양대군의 입가에 옅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Read more

143. 마침내, 그대에게

-경복궁 담 아래-“전하, 지금 바로 마을로 가서는 안 됩니다.”“어째서요?”“대군이 전하께서 사라지신 것을 알았다면 도성 밖으로 나가는 길부터 막을 것입니다.”백현이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무엇보다 저희 뒤에 꼬리가 붙었는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우리를 미행하는 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오?”“예. 그런 상태로 마을까지 간다면 전하 한 분을 구하려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단종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디로 갈 생각이오?”“우선 사람들 사이에 섞이시지요.”백현이 북적이는 저잣거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사람을 숨기기에 가장 좋은 곳은, 때로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니까요.”단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기자 나머지 세 사람도 그 뒤를 따랐다.저잣거리의 인파에 섞여 한동안 걷던 단종 일행은 백현을 따라 주막 한 곳으로 들어섰다.“여기서 잠시 쉬어가시지요.”백현의 말에 단종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때였다.단종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주막 안쪽 구석진 자리.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혼자 국밥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며칠 동안 그토록 보고 싶어 했기에 헛것이라도 보는 것인가 싶었다.하지만 아무리 다시 보아도 틀림없었다.단종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중전?”아주 작은 목소리였다.그러나 그 한마디를 지우는 놓치지 않았다.숟가락을 들고 있던 지우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지우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주막 입구에 서 있는 단종과 눈이 마주쳤다.지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달그락―.“전……하?”단종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지우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두 사람 모두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지우는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단종을 향해 걸어오다 멈춰 섰다.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정말…… 전하 맞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Read more

144. 단 하나의 비밀

지우는 단종과 이야기를 나눈 뒤에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 채 툇마루에 앉아 있었다.단종이 궁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던 중, 몇 번인가 말을 멈추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분명 자신에게 무언가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설마…… 그 무당의 말이 아직도 마음에 걸리시는 건가?’지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지우가 이곳까지 나온 것은 금성대군과 김종서의 뜻은 아니었다.두 사람 모두 위험하다며 북방 마을에 남아 있으라고 만류했다.하지만 지우는 백현이 단종을 무사히 궁에서 데리고 나오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단종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그래서 결국 두 사람의 만류에도 백현과 약속한 저잣거리의 주막까지 나온 것이었다.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는 동안 지우는 뜻하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자신에 관한 소문이었다.중전이 정사에 지나치게 관여한다느니.왕에게 화를 불러올 운명을 타고났다느니.심지어 얼마 전 궁에서 붙잡혀 갔던 무당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겠느냐는 말까지 돌고 있었다.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하지만 단종이 이야기를 하던 중 보여준 표정을 떠올리자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전하께서도…… 이 소문을 알고 계시는 걸까?’“중전마마.”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지우가 고개를 돌렸다.어느새 백현이 다가와 있었다.“왜 아직 주무시지 않습니까?”백현이 지우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지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그런 지우의 모습을 잠시 살피던 백현이 조용히 물었다.“혹…… 아까 저잣거리에서 들으신 말들 때문에 그러십니까?”지우의 시선이 천천히 백현에게 향했다.“의원님도 들으셨어요?”“듣지 않으려 해도 들릴 만큼 떠들어대더군요.”“…….”지우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생각할까요?”“무엇을 말입니까?”“제가…… 전하께 화를 가져오는 사람이라고요.”백현은 아무 말 없이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지우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Read more

145. 되찾기 위한 칼

북방 마을 근처에 도착한 백윤은 지난번과 달리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군사들을 이끌고 커다란 동굴안으로 들어섰다.동굴을 지나 마을에 들어서자 깊은 밤의 적막이 그들을 맞았다.집집마다 불이 꺼져 있었고,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백윤은 잠시 마을을 둘러보았다.자신이 나고 자란 곳이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모두 흩어져 마을을 수색해라.”군사들이 일제히 백윤을 바라보았다.“마을 사람들은 전부 밖으로 끌어내고, 중전과 금성대군, 김종서를 찾아라.”“예!”백윤이 차갑게 덧붙였다.“중전은 반드시 생포해야 한다.”“나머지 두 사람은 어찌합니까?”백윤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아주 잠깐이었다.“……저항한다면 베어도 좋다.”“명을 받들겠습니다!”군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백윤은 홀로 그 자리에 남아 어둠에 잠긴 마을을 바라보았다.지난번과 달리 검을 쥔 손은 떨리지 않았다.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아무도 없습니다.”“뭐?”“이 집도 비었습니다.”다른 군사가 뛰어왔다.“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백윤의 표정이 굳었다.이상했다.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꺼번에 사라질 리 없었다.더구나 조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던 듯 아궁이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백윤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건가?’“마을 사람들이 전부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백윤이 어둠에 잠긴 산자락을 바라보며 말했다.“주변 산을 샅샅이 뒤져라. 작은 흔적 하나도 놓치지 마라.”“예!”군사들이 움직이려 하자 백윤이 몇 사람을 손짓해 불러 세웠다.“너희는 나를 따라와라.”“따로 짐작 가는 곳이라도 있으십니까?”백윤은 잠시 마을 뒤편의 산을 바라보았다.“이 마을 사람들이 위급할 때 몸을 숨기는 곳을 알고 있다.”군사들이 서로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군사들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산을 수색하기 시작했다.백윤은 남은 몇 명을 이끌고 마을 뒤편으로 향했다.횃불도 들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Read more

146. 반격의 밤

궁문을 지키고 있던 군사들은 김종서의 매서운 눈빛과 묵직한 목소리에 잠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채 굳어버렸다.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이내 정신을 차린 군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창과 칼을 고쳐 쥐었다.그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이 궁은 이미 수양대군께서 장악하셨습니다.”“…….”“괜한 피를 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그만 돌아가십시오.”김종서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장악했다고?”“그렇습니다.”“참으로 이상한 말을 하는구나.”김종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전하께서 아직 살아 계시고, 왕위를 내놓으신 적도 없거늘…….”그의 시선이 군사들을 차례로 훑었다.“일개 대군이 왕의 궁을 장악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녕 모르겠느냐?”저희는 그저 대군을 모시는 군사로서 맡은 소임을 다할 뿐입니다.”군사는 김종서의 말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단호하게 대답한 뒤 창을 고쳐 쥔 채 궁문 앞을 지킬 뿐이었다.김종서는 그런 군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족장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김종서 대감은 뭘 그리 너그럽게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고 있소?”“…….”족장이 궁문을 지키는 군사들을 바라보았다.“보아하니 저들은 순순히 열어줄 생각이 없는 듯한데.”스릉―.족장이 천천히 검을 뽑았다.“이럴 때는 말보다 칼이 빠른 법이오.”김종서가 힐끗 족장을 바라보았다.“족장께서는 참으로 간단하게 생각하시는군요.”“복잡하게 생각한다고 닫힌 문이 열리는 것도 아니지 않소?”“…….”족장이 검끝을 궁문 쪽으로 향하며 씨익 웃었다.“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열리게 만들면 그만이지.”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족장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군사가 황급히 창을 들어 올렸지만 이미 늦었다.카앙―!족장의 검이 창대를 쳐냈다.이어진 검날이 군사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크윽!”군사가 창을 떨어뜨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족장은 쓰러진 군사의 목 앞에 검을 겨누었다.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

147. 베지 못한 칼

-북방 마을 뒤편, 산자락 공터-주변에서는 여전히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카앙―!챙―!그러나 백윤과 금성대군 두 사람의 시선만큼은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먼저 움직인 것은 금성대군이었다.탁―!손가락이 활시위를 놓았다.쐐애액―!화살이 곧장 백윤을 향해 날아갔다.백윤은 몸을 옆으로 틀었다.화살촉이 그의 소매를 스치고 지나가 뒤편 나무에 박혔다.퍽―!“…….”백윤이 자신의 소매를 내려다보았다.옷자락이 길게 찢어져 있었다.“일부러 빗맞히신 겁니까?”금성대군이 곧바로 두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마지막 기회를 준다고 하지 않았느냐.”“필요 없습니다.”백윤이 검을 움켜쥐었다.“그렇다면 다음에는 빗맞히지 않겠다.”금성대군이 다시 활시위를 놓았다.쐐애액―!이번에는 백윤도 피하지 않았다.카앙―!검날이 날아오는 화살을 옆으로 쳐냈다.금성대군의 눈빛이 굳었다.그 짧은 순간 백윤이 땅을 박찼다.“……!”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금성대군은 활을 버리고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카앙―!두 사람의 검이 정면으로 부딪쳤다.금성대군의 몸이 뒤로 밀렸다.한 걸음.두 걸음.백윤은 틈을 주지 않았다.챙―!카앙―!연이어 검을 휘둘렀다.금성대군은 이를 악물고 공격을 받아냈다.백윤의 검은 빨랐다.그리고 무거웠다.한 번 막아낼 때마다 손목이 저릿해졌다.‘과연…… 보통 솜씨가 아니군.’금성대군이 백윤의 검을 옆으로 흘려낸 뒤 곧장 그의 어깨를 노렸다.그러나 백윤은 몸을 숙여 검을 피하고 금성대군의 옆으로 파고들었다.휙―!검날이 금성대군의 옷자락을 베고 지나갔다.“대군!”멀리 있던 마을 청년 하나가 놀라 외쳤다.금성대군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오지 마라!”“하지만…….”“너희는 너희 앞의 상대에게 집중해라!”금성대군은 다시 백윤을 바라보았다.“이자는 내가 맡는다.”백윤이 피식 웃었다.“여유를 부리실 때가 아닐 텐데요.”“여유라…….”금성대군이 검을 고쳐 쥐었다.“그렇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

148. 내려놓은 검

쐐애액―!백윤의 눈이 크게 뜨였다.생각할 틈도 없었다.카앙―!백윤의 검이 금성대군의 얼굴 앞으로 파고들었다.검날에 부딪힌 화살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금성대군이 놀란 눈으로 백윤을 바라보았다.백윤 역시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내가…… 지금 무슨 짓을…….’그때였다.쐐애액―!다시 한번 화살이 날아왔다.백윤은 피하지 않았다.오히려 천천히 눈을 감았다.‘……이걸로 끝인가.’그런데 바로 그 순간,“백윤아!”누군가 거칠게 자신의 몸을 밀쳐냈다.퍽―!둔탁한 소리가 들렸다.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백윤이 천천히 눈을 떴다.“…….”그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자신의 앞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형……님?”백윤은 검을 내던지듯 놓고 백현에게 달려갔다.“형님!”백현의 가슴에는 화살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옷자락은 이미 붉은 피로 젖어가고 있었다.백윤이 떨리는 손으로 형의 몸을 받쳤다.“이게…… 이게 어찌 된 겁니까.”“…….”“왜 형님이…… 왜!”백현은 힘겹게 눈을 뜨고 동생을 바라보았다.그러고는 희미하게 웃었다.“그래도…….”“…….”“널 이렇게라도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구나.”백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형님은 의원이지 않습니까.”백윤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이 정도 상처는…… 치료할 수 있지 않습니까?”백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힘겹게 손을 들어 백윤의 뺨에 가져갔다.피 묻은 손끝이 동생의 얼굴에 닿았다.“백윤아.”“예…… 형님.”“이제는…….”백현이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네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라.”그리고 백현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형님?”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형님…….”눈을 감은 백현을 품에 안은 백윤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그러다 처음으로 서러운 울음이 터져 나왔다.“흐…….”자신은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래서 고향을 떠났고,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Read more

149. 열린 궁문, 마주 선 두 칼

-경복궁 궁문 앞-쏴라!”쐐애애액―!수십 발의 화살이 일제히 밤하늘을 갈랐다.“방패!”김종서의 외침과 동시에 뒤쪽에 있던 청년들이 앞으로 뛰어나왔다.커다란 방패들이 일제히 위로 올라갔다.타다다닥―!화살이 방패 위로 빗발쳤다.“으윽!”미처 방패 안으로 몸을 피하지 못한 청년 하나의 허벅지에 화살이 박혔다.“뒤로 옮겨!”옆에 있던 청년 둘이 곧바로 부상자를 끌어냈다.김종서는 고개를 들어 궁문 위를 바라보았다.“두 번째 화살 준비!”궁수들이 다시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족장이 김종서의 옆으로 몸을 붙였다.“이것까지 예상하고 있었소?”“궁문을 치러 오면서 궁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할 만큼 늙지는 않았소.”족장이 피식 웃었다.“그럼 저 위의 궁수들을 상대할 방법도 있겠군.”“물론이오.”김종서가 검을 치켜들었다.“궁수들 앞으로!”방패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북방 마을 청년들이 활을 들었다.김종서가 소리쳤다.“사람을 노리지 마라! 활을 제대로 쏘지 못하게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다!”청년들이 일제히 활시위를 당겼다.“쏴라!”쐐애액―!화살들이 궁문 위를 향해 날아갔다.퍽―!화살 하나가 궁수 앞의 목재에 박혔다.또 다른 화살은 궁수의 갓을 스치며 지나갔다.“……!”궁수들이 본능적으로 몸을 낮췄다.그 순간 김종서의 눈빛이 번뜩였다.“지금이다!”방패들이 앞으로 움직였다.“전진!”“예!”북방 청년들이 방패 뒤에 몸을 붙인 채 궁문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쏴라! 계속 쏴!”궁문 위에서 다시 화살이 쏟아졌다.타다닥―!화살이 방패에 박힐 때마다 청년들의 팔이 크게 흔들렸다.“밀리지 마!”“간격을 벌리지 마라!”김종서가 직접 선두에서 청년들을 이끌었다.그때 방패 사이의 좁은 틈으로 화살 하나가 날아들었다.“대감!”김종서는 몸을 틀었다.퍽―!화살이 그의 바로 옆 땅에 박혔다.김종서는 잠시 화살을 내려다보더니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멈추지 마라!”“예!”마침내 궁문이 코앞까지 다가왔다.그러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Read more

150. 칼끝이 향한 곳

김종서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은 수양대군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족장을 바라보았다.그리고는 유들거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족장께서도 선두에 서셨군요.”“…….”“헌데 괜찮으시겠습니까?”수양대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아무리 족장이라 한들 타국의 왕실 일에 군사를 이끌고 개입하여 피까지 본다면…… 명나라에서도 그리 곱게 보지만은 않을 텐데 말입니다.”족장은 잠시 수양대군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수양대군은 본인 걱정이나 하시오.”“…….”“왕이 멀쩡히 살아 있는데 군사를 일으켜 궁을 장악한 자가 남의 처지를 걱정해줄 때는 아닌 것 같으니.”수양대군의 눈매가 미세하게 좁아졌다.하지만 족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그리고 우리 거란이 명의 눈치를 보느라 그대 같은 자 앞에서 칼을 거둘 만큼 약하지도않소.”“……그렇습니까.”수양대군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번졌다.그는 더 이상 족장에게 대꾸하지 않았다.대신 양옆으로 늘어선 군사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우리가 힘들게 장악한 궁이다.”철컥―.군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고쳐 쥐었다.수양대군의 미소가 사라졌다.“단 한 놈도…… 궁 안으로 들이지 마라.”“예!”우렁찬 대답이 광화문 안팎을 울렸다.김종서도 검을 고쳐 쥐었다.“들었느냐?”북방 청년들의 시선이 김종서에게 향했다.“저들은 우리를 이 문 안으로 들이지 않겠다고 한다.”“…….”김종서는 활짝 열린 광화문 너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기억해라. 우리는 저들을 죽이러 온 것이 아니다.”김종서의 검끝이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전하의 궁을 되찾으러 왔다.”북방 청년들이 일제히 무기를 고쳐 쥐었다.“진형을 흐트러뜨리지 마라. 옆 사람을 믿고 움직여라.”“예!”족장 역시 자신의 전사들에게 눈짓했다.“우리는 오른쪽을 맡는다.”거란족 전사들이 말없이 무기를 들었다.수양대군은 그 광경을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잠시 정적이 흘렀다.그리고,“쳐라.”수양대군의 손이 떨어졌다.“와아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Read more
PREV
1
...
12131415161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