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대군의 사저, 서실-아침부터 수양대군의 사저는 분주했다.마당에는 출정을 앞둔 무사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하인들은 말에 안장을 얹고 식량과 무기를 챙기느라 쉴 새 없이 오갔다.그러나 그런 바깥의 소란과 달리 서실 안은 유난히 고요했다.수양대군은 책상 앞에 앉아 펼쳐진 지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지도 위에는 한양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의 길이 표시되어 있었고, 그중 몇 곳에는 붉은먹으로 작은 표시가 남겨져 있었다.잠시 후 문밖에서 백윤의 목소리가 들렸다.“대군마마, 백윤이옵니다.”“들어오너라.”문이 열리고 백윤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수양대군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출정 준비가 모두 끝났사옵니다.”그제야 수양대군이 지도에서 시선을 떼었다.“몇이나 준비했느냐.”“무사 서른과 말을 준비했습니다. 사흘은 머물 수 있도록 식량을 챙겼고, 혹시 산길로 들어갈 것을 대비해 활과 화살도 넉넉히 준비해 두었습니다.”“서른이라…….”수양대군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천천히 두드렸다.“지난번처럼 적은 수로 얕보고 들어갔다가 되돌아오는 일은 없어야겠지.”백윤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습니다.”“그래야지.”수양대군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지도에 시선을 내렸다.“이번에는 마을을 찾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백윤이 고개를 들었다.수양대군의 손가락이 지도 위 북쪽 산자락에 멈췄다.“중전과 금성대군, 김종서가 그곳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들을 돕는 자가 얼마나 되는지도알아내거라.”“예.”“그리고…….”수양대군의 손가락이 지도 위에서 천천히 움직였다.“그 마을로 들어가는 길과 빠져나오는 길까지 전부 확인해 두어라.”백윤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수양대군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왜 그러느냐.”“……아무것도 아닙니다.”“그래?”수양대군이 천천히 백윤을 바라보았다.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이윽고 수양대군의 입가에 옅은
Last Updated : 2026-09-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