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미안, 미안. 애들이랑 인사하다 늦었어. 근데 말투 뭐지? 설마 나 많이 기다렸어요, 이렇게 시위라도 하게? 그래도 뭐 줄 건 없는데?”학교 정문을 나서 골목길을 두 번 꺾은 어느 한구석에서 저와 만나기로 한 재이 재원 팍.솔직히 율혜에게만이라도 저 역시 하교 후 데이트 약속이 있다는 걸 말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이렇게 복잡한 동선을 택했다는 건데 한여름 땡볕에 괜한 서늘함을 느꼈다는 거지.“시위라니. 내가 감히 시위할 생각을 어떻게 해. 그것보다는 지금 상황이 되게 묘해. 예린이 네가 불청객을 달고 왔거든. 근데 골목길 꺾기 한참 전부터 달고 온 거 같은데 말이야.”“내가? 내가 불청객을 달고 왔다고? 아니, 애들 햄버거 집으로 잘만 보내놨는데 이건 또 뭔 날벼락이래. 설마 뒤돌아서 다시 온 건...”햄버거 메뉴까지는 몰라도 사이드 메뉴는 확실히 정했다는 그 둘이 가던 길 거꾸로 돌아와 제 뒤를 밟는 장난을 칠 확률이라.그러기에는 더블 치즈 선택지를 듣고는 두 눈 초롱초롱 빛내던 율혜가 너무 아른거리는데.예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천히 뒤를 돌아봤고 이내 별 거 아닌 상황임을 직감했다.“아, 뭐야~ 난 또 누구라고. 이도준이잖아. 차휘안 데이트 간다고 쟤 혼자서 집 가나보네. 하여튼 불청객이라는 단어는 왜 말해가지고. 재원이 너 때문에 나 방금 되게 철렁했잖아.”“글쎄? 내가 틀린 말 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쟤 시선이 올곧아. 봐봐. 점점 더 다가올걸. 저 눈빛은 예린이한테 볼일이 있다는 눈빛이야.”어떻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 호랑이가 이도준을 가리키는 말이었을 줄은 전혀 예상에도 없었다.저와 족히 한 블록 이상은 떨어져 있던 걸 확인했는데 정말 순식간에 가까워지더라니까.아니, 근데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이게 웬 평온한 하굣길의 날벼락이냐고.***다행인 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비범하게 말을 걸어온 상황에 비해 별 일은 아니었다.오히려
Last Updated : 2026-07-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