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의실의 문이 닫히고, 아수라장이었던 공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상석에 앉은 은진은 미동도 없이 텅 빈 테이블을 응시했다.그녀의 곁에 다가선 서한준이 조용히 휴대폰을 내밀었다.성북동 저택의 주치의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수화기 너머로 떨리는 의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사모님… 회장님께서 방금 숨을 거두셨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뇌출혈 합병증에 따른 급성 심정지입니다.”의사의 입에서 나온 사망 선언은 자연사였다.은진의 속눈썹 하나 떨리지 않았다.산소호흡기를 떼어내던 순간,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도창수의 마지막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장례는 그룹장으로 준비하되, 최대한 간소하게 치르세요. 조문객은 제한하고 언론 노출은 통제해요.”“알겠습니다, 회장님.”통화를 마친 은진이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한 시대를 풍미했던 흑룡그룹의 창립자이자 지배자였던 도창수의 인생이 그렇게 막을 내렸다.오후 4시 30분.도창수의 부고와 함께 도상만 일가의 비자금 장부 원본이 검찰과 금융당국에 전달되었다는 소식이 증권가에 번졌다.공포의 방향이 바뀌는 데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흑룡의 자금줄을 틀어막던 한강은행장이 사색이 되어 직통 전화를 걸어왔다.장부에 적힌 자신의 뇌물 수수 내역이 공개될까 두려움에 질린 목소리였다.“서 총괄님! 한강은행의 여신 회수 조치는 전산 시스템 오류로 인한 오발송이었습니다. 흑룡물산의 기존 여신 만기는 전액 1년 연장하고, 필요하시다면 1천억 규모의 신규 라인도 오늘 중으로 열어드리겠습니다!”시중은행들과 국책은행의 닫혔던 금고 문이 일제히 열렸다.도창수가 쥐고 있던 정재계 카르텔의 인맥이 고스란히 은진의 손으로 넘어오게 되었다.체포된 도상만과 친인척 이사들의 지분은 횡령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으로 전액 가압류되었고, 채권 실행을 통해 은진과 아이의 명의로 강제 귀속되는 절차가 시작되었다.거칠 것 없는 완벽한 숙청이었다.일주일 뒤, 흑룡그룹 본사 강당.도창수의 영결식이 끝난 직후 소집된 임시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