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VIP 산부인과 분만실.새하얀 무영등 아래, 뼈마디가 통째로 으스러지는 듯한 격통이 은진의 하복부를 사정없이 쥐어짰다.침대 시트를 움켜쥔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이마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 산소 마스크 너머로 거칠게 내쉬어지는 숨결.배를 가르는 듯한 산통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진통의 파도가 닥칠 때마다 은진의 눈동자 속 불꽃은 더욱 서늘하게 타올랐다.그녀는 단 한 번도 나약한 비명을 토해 내지 않았다.입술을 피가 나도록 짓씹으며, 다가오는 통증을 꼿꼿이 삼켜 냈다.이 고통은 흑룡제국의 완전한 주인이자 후계자를 잉태한 여왕으로서 치러야 할 대가였다.‘버텨요, 한준 씨. 당신이 회사를 지키는 동안, 나는 이 핏줄을 완성할 테니까.’은진은 이를 악물며 다시 한번 거세게 밀려오는 진통의 파도를 정면으로 받아 냈다.같은 시각, 서한준의 사무실.블라인드 틈으로 차가운 새벽 여명이 스며들 때까지, 서한준은 단 1초도 눈을 붙이지 않았다.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사내의 책상 위에는 수백 장에 달하는 ‘캄보디아 복합 메가 리조트 개발 사업 승인안’과 1조 원 규모의 사모사채 발행 계약서, 해외 법인 정관들이 빽빽하게 흩어져 있었다.도상만과 이사진이 파놓은 덫은 겉보기에 완벽했다.국내 굴지의 회계법인과 대형 로펌의 감수 날인이 찍혀 있었고, 표면상 예상 수익률은 35%를 웃돌았다.웬만한 경영진이라면 눈이 멀어 즉각 서명할 수밖에 없는 장밋빛 청사진.하지만 서한준의 차가운 눈동자는 활자들 사이의 음습한 악의를 한 줄도 놓치지 않았다.사내는 단순히 서류의 본문만을 훑지 않았다.캄보디아 현지 부동산 특별법 조례와 싱가포르 SPC(특수목적법인)의 주주 간 계약서, 그리고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된 페이퍼 컴퍼니의 지분 구조도까지 낱낱이 대조하며 파헤쳤다.그러던 사내의 손가락이 계약서 부속 서류의 각주 한 줄을 정확하게 짚었다.‘제14조(기한이익상실 및 연대보증 특약): 현지 행정청의 토지 인허가 절차가 3
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