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의 한적한 언덕길에 자리 잡은 프라이빗 다이닝.간판조차 없는 가게의 철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서자, 서울 도심의 야경과 한강의 물줄기가 통유리창 너머로 아득하게 펼쳐졌다.조도를 최대한 낮춘 실내에는 은은한 간접 조명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시선과 소음이 철저히 차단된 완벽한 밀실이었다.원목 테이블 상석에는 서한준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낮의 딱딱하고 사무적인 느낌의 수트 대신 캐쥬얼한 셔츠에 소매를 걷어 올린 차림이었다.평소 운동으로 단련되어 헐렁한 셔츠 위로 넓고 탄탄한 가슴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걷어붙인 팔뚝 위로 드러난 굵은 힘줄이 낮의 단정한 변호사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내 특유의 남성미를 풍겼다.또각, 또각.하이힐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은진이 걸어 들어왔다.서한준의 시선이 천천히 은진에게 닿았다.낮의 답답했던 블랙 칼정장 재킷을 벗고, 은은한 광택이 도는 실크 블라우스를 입은 모습이었다.단추가 살짝 풀린 네크라인 아래로 드러난 매끄러운 쇄골과 봉긋하게 솟은 가슴 라인이, 차분하면서도 숨이 멎을 듯한 관능을 뿜어내고 있었다.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는 몸의 곡선을 따라 타이트하게 붙어, 은근하면서도 도발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서한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의자를 직접 빼주었다.“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부사장님.”“장소가 제법 은밀하네요, 서 대표님.”은진이 의자에 앉으며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맞닿을 듯 스쳐 지나간 찰나, 사내에게서 은은하게 풍겨 나온 시원한 향과 남성적인 체취가 은진의 감각을 살며시 자극했다.서한준이 맞은편에 앉으며 글라스에 싱글몰트 위스키를 따랐다.잔에서 피어오른 묵직한 피트 향이 은은하게 공간을 채웠다.“술은 뭘로 하시겠습니까?”“오늘은 좀 피곤해서요. 가벼운 걸로 부탁해요.”서한준의 안경 너머 짙은 눈동자가 은진의 창백하면서도 붉은 입술을 가만히 응시했다.은진은 사내의 속마음을 떠보기 위해 일부러 선택지가 다양한 주문을 했다. 그가 고개
Last Updated : 2026-08-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