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은 남편의 아버지가 프러포즈를 해왔다: Chapter 61 - Chapter 70

114 Chapters

61화

침대 옆 협탁 위의 시계가 아침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은진은 침대에서 느릿하게 일어나 몸을 추스렀다.옆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도창수의 얼굴은 수척하기 그지없었다.거대한 회사를 말 한 마디로 움직이던 사내가 이제는 경영권 방어에 목숨을 걸고 헐떡이는 늙은이가 되었다. 은진은 잠든 도창수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옷을 정돈했다.가만히 자신의 하복부를 감싸 쥐는 그녀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어디 더 몸부림쳐 보세요, 아버님. 당신이 일군 회사를 내가 틀어쥘 때까지.’아침 햇살이 창가를 밝힐 무렵, 도창수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몸을 일으키려던 그는 머리를 감싸 쥐며 인상을 찌푸렸다.관자놀이를 짓누르는 둔탁한 통증과 어지럼증이 덮친 탓이었다.“아버님, 정신이 좀 드세요?”은진이 따뜻한 물이 담긴 컵을 들고 침실로 들어왔다.단정한 스커트 차림에 걱정이 가득한 표정.도창수는 은진을 보자마자 의사라도 만난 듯 그녀의 손목을 다급하게 잡았다.“은진아… 머리가… 머리가 터질 것 같구나.”“혈압약 드실 시간이에요. 오늘은 일단 좀 쉬시는 게 어떨까요?”“쉬긴 뭘 쉬어! 지금 놈들이 내 회사를 노리고 주식을 끌어모으고 있는데!”도창수가 소리를 질렀지만, 목소리에는 예전 같은 거친 위엄 대신 얇게 떨리는 불안이 묻어났다.은진은 그를 가만히 다독이며 약과 물을 건넸다.“아버님, 회사 일은 당분간 이사님들께 맡기시고 좀 쉬세요. 너무 염려하시다가 몸 상하실까 걱정되네요.”은진의 달콤한 속삭임에 도창수의 일그러진 얼굴이 겨우 누그러졌다.약을 삼킨 도창수는 은진의 손을 꼭 쥔 채 중얼거렸다.“그래… 너밖에 없다. 은진아, 내 옆엔 너와 우리 아기뿐이야…”잠시 후, 본사 회장 집무실.도창수는 출근은 했지만, 그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위태로웠다.얼굴은 누렇게 떠 있었고, 걸음걸이마저 불안정했다.그때 최 비서실장이 경직된 표정으로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그의 손에는 방금 들어온 긴급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회장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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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본사 대회의실 안은 숨이 막힐 듯한 정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긴 원목 회의탁의 상석.늘 도창수 회장이 앉아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은진이 앉아 있었다. 그 옆 보조석에는 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도창수가 비스듬히 기대앉아 있었다.붉게 충혈된 눈과 거친 숨소리, 누렇게 뜬 얼굴은 오너의 위엄 대신 쇠락해 가는 늙은 사내의 비참함만을 드러내고 있었다.이사회에 참석한 임원들의 시선이 상석에 앉은 은진에게로 쏠렸다.적대적 M&A라는 심각한 위기 속에서, 회장이 아닌 며느리가 상석에 앉아 회의를 주재하는 풍경은 회의실에 앉은 이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그 정적을 깨뜨린 것은 도창수 회장의 친척이자 이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도상만 이사였다.그를 필두로 사모펀드 측과 밀통했던 방계 이사 3인이 비아냥거리는 투로 입을 열었다.“하 부사장, 지금 이게 무슨 우스꽝스러운 상황인가? 회장님이 몸이 불비하여 편찮으시다고 부사장이 이사회 상석에 앉아 있는 것은 격에 맞지 않아.”도상만 바로 옆에 앉은 또 다른 이사가 말했다. “맞습니다. 아무리 부사장 직함을 달고 있다 한들, 이사도 아닌 자가 그룹의 경영권을 논하겠다니 임직원들과 주주들이 비웃을 일입니다. 회장님께서 상석에 앉으시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으시지요.”도상만과 방계 이사들은 도창수의 수척해진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은진을 깎아내리며 주도권을 잡으려 들었다.회장을 대신해 나선 어린 며느리쯤은 단숨에 기를 꺾을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다.다른 이사들도 눈치를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도창수가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지르려 할 때였다.“크흑, 으윽…!”도창수의 손을 은진이 책상 아래에서 가만히 포개어 잡았다.은진은 눈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입가에 은은하고 도도한 미소를 머금은 은진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은진은 차분하게 고개를 돌려 도상만 이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가문의 이름 뒤에 숨어 수십 년간 회사의 피를 빨아먹은 분들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것 같네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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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성공적으로 끝난 긴급 이사회가 지나간 뒤, 회장 집무실 안쪽의 전용 내실은 뜨겁고 기이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도창수는 소파에 거칠게 몸을 던진 채 헐떡였다.자신을 배신한 방계 이사들에 대한 극도의 분노, 그리고 이사회를 단숨에 압도하고 권력을 장악한 며느리 하은진의 모습.사내의 머릿속에서는 지독한 배신감과 강렬한 성적 매료가 한데 엉켜 흥분의 핏대를 세우고 있었다.“흐윽, 흐… 은진아. 잘 했다. 아주 잘 했어...”도창수의 눈동자는 피가 쏠려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관자놀이 근처의 핏줄이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은진은 내실 문을 조용히 잠그고 도창수의 곁으로 다가갔다.사내의 상태는 한눈에 보아도 위험한 경계선을 넘어서 있었다.거친 숨소리와 극도로 격앙된 감정.은진은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했다. 지금이야말로 도창수를 완전히 넘어뜨리고 뒷방으로 내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그녀는 도발적인 모습으로 도창수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아버님, 감정을 가라앉히세요. 너무 흥분하시면 몸에 해롭습니다.”“내가 어떻게 가라앉혀! 그 배은망덕한 놈들이 내 뒤통수를 쳤어! 하지만… 너는 잘헀다. 너는 내 회사를, 내 핏줄을 지켰어…”도창수가 억센 손으로 은진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사내의 가슴팍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마치 뜨겁게 타오르는 화로 같았다.은진은 거절하지 않았다.오히려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띠며 블라우스 단추를 상단부터 천천히 풀었다.하얀 살결과 함께 순백색 레이스 브래지어가 드러나자, 도창수의 눈빛이 맹수처럼 번뜩였다.은진은 사내의 두터운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팍과 매끄러운 목덜미 위로 끌어당겼다.“아버님… 저 오늘 잘 한거 맞아요?""당연히 잘 했지! 내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니?""그럼 왜 말씀만 하시고 저를 안아주시지 않는거예요?"은진의 달콤하고 도발적인 말에 도창수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면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의 표정을 읽은 은진이 살포시 상체를 숙여 도창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밀착시켰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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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은진은 찻잔을 내려놓고 회장실 내부를 그럴듯하게 꾸몄다. 쓰러지는 사람이 그런 것처럼 기물을 떨어뜨리고 가구를 흩뜨려 놓았다. 조금 전까지 기절해 있는 시아버지를 내려다보던 그녀의 차가운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대신 그녀의 얼굴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듯한 극심한 공포와 당혹감이 차올랐다.완벽하게 계산된 연기였다.은진은 내실 문을 덜컥 열어젖히며 바깥 복도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최 실장님! 최 실장님, 빨리요! 회장님이… 회장님이 이상해요!”회장실 바깥의 최 비서실장을 비롯한 비서실 직원들이 깜짝 놀라 내실 안으로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소파 위에 혀를 약간 내민 채 오른쪽 몸을 비틀고 기절해 있는 도창수의 모습을 확인한 최 실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회, 회장님! 아니, 대관절 이게 무슨…!”“갑자기 숨을 거칠게 내쉬시더니… 으윽, 아버님! 정신 좀 차려보세요!”은진은 눈물을 쏟아내며 쓰러진 도창수의 가슴팍을 어루만졌다.최 실장이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들려 하자, 은진이 눈물을 닦으며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안 돼요, 최 실장님! 119를 부르거나 외부에 소문이 나면 안 돼요! 클레이튼 캐피털 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회장님의 건강 이상을 구실로 공격해 올 거예요!”최 실장의 손이 허공에서 멈칫했다.은진은 가쁜 숨을 내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지시를 내렸다.“일단 회장님 전담 주치의 선생님께 먼저 연락하세요. 회장님 차로 모시고 가서 1인 병실로 옮기세요. 아버님의 명예와 회사의 주가를 지키려면 이 사실은 회사 밖이나 내부에라도 절대 새어나가선 안 돼요! 저와 실장님만 알아야 해요, 여기 비서실 직원들도 철저하게 입단속 하세요.”은진의 철저하고 치밀한 판단에 최 실장은 소름이 돋으면서도 고개를 깊이 고개 숙였다.“명심하겠습니다, 부사장님. 즉시 시행하겠습니다.”몇 시간 뒤, 외부와의 접촉이 완벽히 차단된 VIP 병동.창문조차 이중 보안 유리로 차단된 병실 내부에는 심전도 마스크와 인공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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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VIP 특실로 올라가는 길은 제법 삼엄했다. VIP 특실로 올라가는 계단에 경비원이 있었고, 특실이 늘어서 있는 복도 중앙에도 경비원 한 명이 있었다. 이미 입구에서 신분을 확인한 은진이 올라가자 경비원들이 비켜서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도창수가 누워있는 병실로 들어서자 심전도 마스크와 인공호흡기의 규칙적인 기계음만이 주위의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다.달빛조차 없는 어둠 속에 작은 오렌지색 조명만 빛나고 있었다. 은진은 병실로 들어가며 문을 잠궜다. ‘회장 직무 대행’이라는 왕관을 쓰고 보낸 하루는 생각보다 지독한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적대적 M&A를 선언한 클레이튼 캐피털의 매집 공세, 흔들리는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재무팀의 긴급 보고, 그리고 이사회 뒤편에서 여전히 눈치를 살피는 임원들의 수싸움까지.경영권 전권을 쥐었다 하나, 흑룡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혼자 끌고 나가는 중압감은 은진의 어깨를 짓눌렀다.하지만 은진은 이 피로와 스트레스를 혼자 참아낼 생각이 없었다.그 스트레스를 해소할 대상이 바로 이 병실 안에 누워 있었으니까.은진은 천천히 침대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침대 위에는 오른편 몸을 쓰지 못하고 산소마스크에 의존해 겨우 생존해 있는 사내, 도창수가 누워 있었다.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흑룡그룹의 오너로서 세상을 호령하던 지배자가, 이제는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비참한 꼴이 되었다. 은진의 하이힐 소리가 다가가자, 도창수가 눈을 떴다.그의 눈동자가 경련하듯 흔들렸다.사내는 유일하게 움직이는 왼손을 덜덜 떨며 입술을 벙긋거렸다.“어… 어어…”무슨 말이라도 하려는 듯, 살려달라거나 아니면 분노를 토해내려는 듯한 몸짓이었으나 목구멍을 타고 나오는 것은 뜻을 알 수 없는 신음뿐이었다.은진은 도창수의 시선이 닿는 침대 발치 앞에 섰다.“하루 종일 회장 노릇 하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네요, 아버님. 아버님이 안계셔서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은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느릿하게 손을 올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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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진득하게 울려 퍼지는 젖은 소리가 VIP 병실의 차가운 정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산소가 부족해 턱을 들고 헐떡이면서도, 도창수의 붉고 축축한 혀는 은진의 음부를 연신 핥아 올렸다.국내 제1의 건설사와 계열사를 거느린 흑룡그룹의 총수가 며느리의 하반신 아래에 깔려 분비물로 젖은 음부를 혀로 핥는 광경.은진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자궁 안쪽에서부터 밀려드는 찌릿한 쾌감과 정복감을 음미했다.그러는와중에도 은진의 음부에서 밀려나온 분비물이 도창수의 입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은진은 허리를 꺽어 천장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하아… 그래요, 아버님. 그렇게 숨이 차도록 더 깊이 핥고 삼켜요.”은진은 사내의 머리칼을 강하게 움켜잡으며 골반을 살짝 앞으로 밀어 넣었다.도창수는 수치심에 떨면서도, 잘 말을 듣지 않는 혓바닥을 은진의 음부에서 떼지 않았다. 은진은 자세를 바꿔 도창수의 하반신을 바라보며 엎드렸다. 자세가 바뀐 뒤에도 도창수는 계속 은진의 음부를 빨았지만, 은진은 그 감각을 느낄 겨를도 없이 그의 환자복 아래로 불룩하게 솟아난 부분에 시선을 집중했다.오른쪽 상·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되어 손가락 하나 제어하지 못하는 사내였지만, 사내의 하반신은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은진은 환자복을 끌어내려 제법 단단하게 곧추선 그의 페니스를 내려다보았다. 헐떡이며 은진의 음부를 빨면서 본능적으로 느껴버린 그의 욕망. 그녀가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헀다. "아버님.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어떻게 이렇게 딱딱하게 발기할 수가 있죠? 다 죽어가면서도 며느리 몸에는 넣고 싶은가보죠?"은진의 서늘하고 도발적인 목소리에 도창수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도창수는 자신의 본능적인 신체 반응에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은진의 음부에서 입을 떼고 뭐라고 말을 했다. "우어어... 워..."하지만 은진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아직 곧추선 그의 페니스가 움찔거리는 걸로 봐서는 자신의 몸에 넣고싶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은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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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VIP 특실의 문을 닫고 나온 은진은 병원 복도의 서늘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오른쪽 몸이 굳은 채 침대에 누워 오열하던 시아버지의 비참한 얼굴, 손끝에 남았던 사내의 비천한 열기.그 모든 배덕한 잔상을 은진은 단호한 마음으로 깨끗이 지워냈다.이제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은 없었다.그녀에게는 지켜내야 할 제국이 있었고,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왕관이 기다리고 있었다.병원 지하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은진의 전용 세단이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갔다.은진은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밤새 시아버지를 상대로 쏟아부은 육체적·정신적 에너지 탓에 관자놀이가 지끈거렸지만,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묘한 희열은 피로마저 잊게 했다.도창수는 이제 완벽히 무력화되었다.법적 위임장과 인장, 그리고 지분 처분권까지 모두 은진의 손에 들어왔다.하지만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였다.도창수라는 거대한 방패가 사라진 순간부터 외부의 적대 세력은 흑룡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덤벼들 것이다. 다음 날 오전 8시 30분, 본사 로비.은진이 검은색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흑룡건설 로비에 들어서자, 그녀와 마주치는 모든 직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향해 인사했다. “부사장님, 출근하셨습니까.”“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은진이 회사 내의 반대 세력을 몰아내고 도창수 회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그룹의 실제적인 오너가 되었다는 사실은 사내외에 금방 퍼져 나갔다. 은진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눈빛은 능력있고 지적인 부사장을 바라보는 그 이상이었다. 건설계에서 잔뼈가 굵은 시아버지를 몰아내고 그룹을 차지한 며느리. 하지만 그녀가 오너의 자리에 오른 것이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님을 직원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있었고, 직원들 모두 그녀가 도창수를 등에 업고 고속으로 승진하는 것을 지켜봤었다. 제아무리 그룹 회장의 며느리라 하더라도 그만한 능력이 없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은진은 직원들의 인사를 일일이 화답하며 기품있게 미소지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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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다음 날, 오전 10시 정각.본사 18층 대회의실의 방음문이 열렸다.클레이튼 캐피털 측 협상단 일곱 명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그들의 선두에는 짙은 네이비색 수트를 갖춰 입은 서한준이 서 있었다.훤칠한 키와 곧은 자세, 군더더기 없는 걸음걸이에서 배어 나오는 공기는 날카롭고 빈틈이 없었다.상석에 자리 잡고 있던 은진이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마주쳤다.서한준의 짙은 눈동자가 뿔테 안경 너머로 은진의 얼굴과 흐트러짐 없는 실루엣을 담아냈다.그에게 은진은 늙은 회장의 그늘 아래 숨어 허수아비 노릇이나 할 줄 알았던 젊은 며느리에 불과했다.하지만 눈앞의 하은진은 사내들이 득실거리는 거친 판에서 진짜 지배자의 눈빛을 띠고 있었다.차가우면서도 기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단아한 관능.서한준의 눈빛에 순간 묘한 빛이 어렸다.은진 역시 사내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했다.프로필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위압적이고 지적인 분위기.자신과 같은 서른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노련하고 깊이 있는 분위기가 사내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서한준이 먼저 테이블 건너편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클레이튼 캐피털 아시아 총괄 대표 서한준입니다. 하은진 부사장님.”정중하면서도 묵직한 중저음이었다.은진은 자리에서 가볍게 일어나 그의 손을 맞잡았다.“흑룡건설 부사장 하은진입니다.”맞닿은 손끝으로 단단하고 기묘한 온기가 전해졌다.서한준의 손아귀에 실린 찰나의 힘, 그리고 맞부딪힌 시선 속에서 은진은 심장이 미세하게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늙은 시아버지의 욕망과 위압감에 눌려 왔던 그녀에게, 동갑내기 엘리트 사내가 뿜어내는 정제된 긴장감은 전혀 다른 종류의 자극이었다.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손을 뗐다.서한준이 맞은편 상석에 앉으며 서류철을 펼쳤다.양측 실무진들이 팽팽한 침묵 속에서 마른침을 삼켰다.“인사는 이쯤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흑룡건설의 현 상황은 부사장님께서도 잘 아실 겁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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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1차 실무 협의가 끝난 직후, 서한준은 흑룡건설 로비를 빠져나와 대기 중이던 전용 세단 뒷좌석에 올랐다.차 문이 닫히며 외부의 소음이 차단되자마자, 콘솔 위에 놓여 있던 스마트폰의 화면이 조용히 점멸했다.발신인은 클레이튼 캐피털 아시아 총괄 본부장이자, 여의도 4선 중진 의원의 비선 자금을 총괄하는 강 전무였다.서한준은 넥타이를 살짝 늦추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서 변호사.”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낮고 평온했다.하지만 그 나지막한 음성 아래에는 수십 년간 정재계의 어두운 돈줄을 쥐고 흔들어 온 자 특유의 조용한 살의가 깔려 있었다.“오전 회의 결과 보고서, 방금 받아보았습니다.”“예, 전무님.”“하은진 부사장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모양이군요. 케이맨 제도 페이퍼 컴퍼니와 차명 계좌의 꼬리를 밟았다고 들었습니다.”“예상보다 방어선이 견고합니다. 하은진 부사장은 단순한 명목상 대리인이 아닙니다. 도창수의 전결권을 손에 쥐고 금융과 법률의 빈틈을 알고 있었습니다.”서한준의 차분한 설명에 강 전무는 낮게 헛기침을 삼켰다.“서 변호사. 우리가 대형 로펌에 천문학적인 자문료를 지불하고, 자네를 아시아 총괄 대표라는 자리에 앉혀둔 이유를 잊지 않았겠지요.”짧은 침묵 뒤, 강 전무의 목소리가 귓가를 차갑게 파고들었다.“의원님께서는 지리멸렬한 법리 논쟁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 늙은 호랑이가 쓰러졌으면 그 둥지를 비우는 것이 순리입니다. 그 자리를 지키고 선 어린 과부의 사정 따위를 헤아려줄 여유는 우리에게 없습니다.”말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운 송곳처럼 서한준의 자존심과 입지를 겨누고 있었다.“서 변호사의 유능함은 잘 압니다만, 판을 정리하지 못하는 칼은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지요. 율천의 최연소 파트너라는 타이틀도, 우리가 깔아둔 판 위에서나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강 전무는 서두르지 않는 어조로, 그러나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서한준의 목줄을 죄어왔다.“다음 회의에서는 단기 유동성 카드를 꺼내십시오. 알아보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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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대회의실의 무거운 문이 닫히고 양측 실무진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18층 복도에는 다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은진은 혼자 부사장실로 돌아와 문을 잠갔다.팽팽하게 당겨졌던 신경의 끈이 풀리자마자 지독한 피로감이 온몸을 덮쳐왔다.명치 언저리에서부터 울컥 치밀어 오르는 메스꺼움에 은진은 책상을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임신 초기 특유의 입덧과, 종일 뇌 신경을 쥐어짜며 벌인 수싸움 탓에 관자놀이가 깨질 듯 지끈거렸다.은진은 소파로 걸어가 몸을 깊이 묻었다.차갑게 식은 이마를 짚으며 눈을 감았다.VIP 병실에 반신이 마비된 채 갇혀 있는 시아버지 도창수, 그 사실을 숨긴 채 흑룡이라는 거대한 성채를 홀로 방어해야 하는 현실.밖에서는 탐욕스러운 외부 펀드와 정계의 하이에나들이 목덜미를 노리고 달려들고 있었다.고립무원(孤立無援).제국을 손에 쥐었으나 기댈 곳 하나 없는 적막함이 은진의 가슴을 짓눌렀다.그때, 데스크 위의 인터폰이 울렸다.은진은 호흡을 가다듬고 수화기를 들었다.“부사장님, 비서실장입니다.”“말씀하세요.”“클레이튼 측 서한준 대표가… 회사를 떠나기 전, 부사장님과 단독으로 잠시 뵐 수 있겠냐고 요청해 왔습니다. 수행원 없이 혼자 올라와 있습니다.”은진의 눈빛이 기묘하게 번뜩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온 몸이 물에 젖은 휴지처럼 가라앉았다가 이젠 다시 붕 뜨는 느낌이었다. 2차 회의에서 치명적인 금감원 감사 문건을 들이밀었음에도 흔들리지 않던 사내였다.실무진을 배제한 단독 면담을 청해왔다는 것은, 공식적인 비즈니스의 틀 바깥에서 다른 패를 던지겠다는 뜻이었다.“10분 후에 들여보내세요.”은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서 매무새를 가다듬었다.창백해진 안색을 감추려 립스틱을 덧바르고, 책상 상석에 앉아 특유의 단호한 표정을 갖추었다.잠시 후 문이 열리고 서한준이 걸어 들어왔다.오후 회의 때 입었던 수트 재킷을 벗어 팔에 걸친 편안한 차림이었다.하지만 뿔테 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짙고 지적인 눈빛은 회의 때보다 한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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