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 도창수의 저택.굵은 주삿바늘이 도창수의 굳은 목덜미에 꽂혔다.“으으윽…!”그의 이빨 사이로 거친 신음이 터져 나왔다.약물이 혈관을 타고 들어가자 전신의 신경이 불에 타는 듯 팽팽하게 당겨졌다.일본 나고야에서 불러들인 의료진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주치의가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일본어로 설명했다.그의 설명이 끝나자 그 옆에 서 있던 키가 작은 여직원이 의사의 말을 통역하여 도창수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도 회장님, 신경계를 강제로 각성시키는 이 특수 약물 요법은 위험합니다. 일시적으로 마비를 풀 수는 있어도, 심혈관과 뇌신경에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이 따릅니다. 여기서 더 강도를 높이면 뇌출혈이 다시 올 수도 있습니다.”“사, 상관없어! 흐, 흑룡을 잃어버리고... 그년에게... 보, 복수할 수 없다면... 사, 살아서 무엇하겠느냐!”도창수가 충혈된 눈을 치뜨며 주치의의 손목을 강하게 쥐었다.“나, 난...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사, 살면 된다...”노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긁히듯 탁했지만, 그 안에 담긴 살기는 형형했다.“죽, 죽어도 상관없다... 저, 저 계집의... 목을 비, 비틀기 전까진... 내 심장은... 아, 안 멈춰. 야, 약을 더... 넣어라! 약을 더, 더 넣으란 말이다!”주치의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약물의 용량을 올렸다.지옥 같은 통증이 동반되었지만 약물 덕분인지 굳어 있던 손가락이 천천히 오므려졌다 펴졌다.그는 부작용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독한 광기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치료가 끝난 늦은 오후, 저택의 응접실.휠체어에 앉은 도창수의 앞에는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거물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한때 도창수의 검은 비자금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중진 정치인, 그리고 위기 당시 도창수가 흑룡의 자금을 밀어주지 않았더라면 부도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10대 그룹의 총수였다.도창수가 반쯤 마비된 입술을 비틀며 찻잔을 내려놓았다.적막한 응접실
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