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가 떠난 후, 그의 후회가 시작됐다: Chapter 231 - Chapter 240

241 Chapters

231

231 긴 비행 끝에 마침내 카멜리아와 칼빈은 뉴욕으로 돌아왔다.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극심한 피로가 카멜리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짙게 남아 있었다. 안방 문이 그들 뒤로 쾅 닫혔다.한편, 세계의 또 다른 조용한 모퉁이에서, 지이의 아파트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문밖에는 택배 기사가 유명 법률 사무소의 로고가 찍힌 두꺼운 갈색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봉투 왼쪽 상단에는 발신인의 이름이 명확하게 찍혀 있었다: 조나단 콜린.손가락 끝이 얼음처럼 차가워진 채, 지이는 봉투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조심스럽게 봉투를 찢어 열었다. 뻣뻣한 법적 서류 뭉치 속에는 지이가 너무나도 잘 아는 정갈한 필체로 적힌 깨끗한 흰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주나의 깔끔한 흘림체였다.지이는 숨을 죽인 채 편지를 펼쳤다.«내가 깊이 존경하는 여성, 지이에게.이 편지가 당신의 손에 닿을 때쯤, 당신이 건강하고 당신의 마음속에 마침내 평화가 깃들어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동정을 구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이 이기적인 남자를 다시 돌아봐 달라고 자비를 구하기 위해 애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스스로 만든 모든 과오의 폭풍에 마침내 용기를 내어 당당히 맞서기로 한 한 남자로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지이, 미안합니다. 나의 소홀함 때문에 당신의 아름다운 눈에서 흘러내린 모든 눈물에 대해 미안합니다. 당신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당신의 가슴 가장 깊은 곳을 찔러버린 가시가 되어 미안합니다. 지금 내 사과가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우리의 결혼 생활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나는 이미 바다처럼 깊은 상처를 입혔습니다. 내 감정이 식어서 당신을 놓아주는 것이 아닙니다. 내 존재가 당신의 숨결마다 독이 될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행복해질 자격이 있습니다, 지이. 당신은 나보다 훨씬 나은 남자, 나처럼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남자를 만날 자격이 있습니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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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232 뉴욕의 조용한 시간이 사흘 동안 흘렀다. 그날 아침, 애쉬포드 저택의 정문을 일정하게 두드리는 소리는 지난 며칠 동안 세상의 북적거림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격리하고 있던 누군가의 도착을 알렸다. 캐주얼한 코트를 입은 주나가 문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에는 여전히 깊은 피로의 기색이 역력히 남아 있었다.“주나 오빠?” 2층에서 막 내려온 카멜리아가 문앞에 서 있는 오빠를 보자마자 얼굴을 환히 밝히며 반겼다. “들어가요, 오빠. 갑자기 연락도 없이 웬일이에요?”주나는 다소 파리한 입술에 옅은 미소를 억지로 지어 보였다. “조카들 데리고 산책이나 하려고 들렀어, 멜. 오로라랑 다벤은 어디 있니?”“어머, 아이들이 진짜 좋아하겠네요!” 카멜리아가 눈을 반짝이며 계단 쪽을 돌아보았다. “잠시만요, 지금 위에서 보모랑 신발 끈 묶고 있어요. 오빠, 앉아서 기다려요.”“됐어, 멜. 그냥 여기서 기다릴게.” 주나가 부드럽게 대답하며 집 안으로 몇 걸음 들어서서 거실 콘솔 테이블 근처에 섰다.카멜리아는 바로 올라가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방 구석에 있는 책상 서랍으로 걸어가 두껍고 튼튼한 검은색 가죽 폴더를 꺼내 오빠에게 다가갔다.“오빠, 오신 김에 이거요.” 카멜리아의 어조가 갑자기 매우 진지해지며, 주나의 가슴 바로 앞에 폴더를 내밀었다.주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검은 폴더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냐, 카멜리아?”“콜린 그룹의 경영권 서류예요.” 카멜리아가 오빠와 눈을 맞추며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설명했다. “콜린 그룹의 경영권을 다시 오빠 손에 돌려줄게요, 오빠. 예전처럼 다시 맡아서 이끌어줘요.”주나는 굳어버렸고, 폴더를 받으려던 손이 허공에 멈춰 섰다. “멜, 왜 이렇게 갑자기? 그동안 팀원들과 함께 잘 이끌어오지 않았어?”“더 이상 우리 가문 회사의 전체 경영권을 쥐고 있을 자격이 없다고 느껴요, 오빠.” 카멜리아가 수긍하며 부드러운 한숨을 내쉬었고, 입술에 진실된 미소를 띠었다. “내 자리는 수치적 암투로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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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제233장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는 바퀴처럼 굴러갔다. 콜린 로펌에서 보낸 법적 서류가 중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꼬박 흘렀지만, 콜린 그룹 본사에 있는 주나의 책상 위에는 되돌아온 우편물이 단 한 건도 놓이지 않았다.주나는 끝없이 쌓여 있는 재무 보고서를 바라보며 손가락 사이로 금테 펜을 돌렸다.이제 남자는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택하고 있었다. 바로 일에 몰두하는 것이었다. 그는 생각을 딴데로 돌릴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와 자신을 괴롭히는 정적의 그림자를 쫓아내기 위해 머리를 두 배나 더 세게 굴렸다."대표님, 계열사 이사진들과의 회의가 10분 뒤에 시작됩니다." 정적만이 감돌던 집무실 문을 두드린 뒤 비서가 말했다.주나는 고개를 들어 단호하고 결단력 있는 손길로 넥타이를 정돈했다. "좋습니다, 발표 자료를 모두 준비하세요. 숫자 하나도 틀리는 일이 없도록 점검하시고요.""네, 대표님. 아, 그리고 이건 요청하신 중국 남부 감시팀의 주간 보고서입니다." 비서는 나가기 전, 아무런 표시도 되어 있지 않은 작은 서류 봉투를 주나의 책상 모서리에 놓아두었다.집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주나는 즉시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가 그곳에서의 자이의 일상이 적힌 보고서의 한 줄 한 줄을 세심하게 훑어내려갔다.보고서에 따르면 자이는 이전보다 한결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그녀는 한때 자신의 시간과 생각을 집어삼켰던 커리어 세계의 모든 소음과 번잡함에서 진정으로 벗어나 있었다. 자이는 공원을 산책하고, 작은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일이라는 짐을 벗어던진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즐기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야, 자이..." 주나는 깊은 안도가 담긴 한숨을 내쉬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만, 주나의 머릿속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를 괴롭히는 커다란 의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혼란스러웠다. 자이가 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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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제234장뉴욕시 위에 밤이 짙게 내려앉고, 침실 유리창 너머로 아련한 별빛이 희미하게 뿌려져 있었다. 카멜리아는 침대 가장자리에 정숙하게 앉아 무릎 위에 놓인 싱가포르산 초음파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종이에 인쇄된 두 아기의 작고 아련한 음영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옆자리의 매트리스가 살짝 꺼지면서 캘빈이 커다란 몸을 낮추어 앉았다. 그는 막 샤워를 마친 참이었으며, 검은색 바지 하나만 걸친 채 넓고 단단한 가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여보, 왜 아직 안 자고 있어?" 캘빈이 낮고 묵직한 중저음으로 물으며 한쪽 팔로 카멜리아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았다.카멜리아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캘빈의 따뜻하고 드러난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래요, 캘빈. 오늘 오후에 싱가포르를 떠난 이후로 머릿속이 통 정리가 안 되네요.""세라피나의 쌍둥이 생각 때문에 그래?" 캘빈이 약간 차가워진 그녀의 팔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잔잔하게 짚어냈다."네, 그것도 이유 중 하나예요." 카멜리아가 깊은 걱정으로 침울해진 눈빛을 띠며 나지막이 답했다. "쌍둥이 조카들이 생긴다는 건 너무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주나 오빠의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워져요."캘빈은 카멜리아를 자신의 가슴 쪽으로 더 바짝 끌어당겼다. "주나는 성인으로서 스스로 결정을 내린 거야, 카멜리아. 자신의 실수에 대해 완벽하게 책임을 지고 싶어 하는 거지.""하지만 남은 평생 마음을 닫고 싱가포르 파더로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벌해야만 하는 건가요, 캘빈?!" 카멜리아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남편을 돌아보며 목소리를 살짝 높여 외쳤다. "하나뿐인 내 오빠예요. 오빠의 삶이 그렇게 외롭고 딱딱하게 끝나는 걸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어요.""그게 주나가 스스로 선택한 속죄의 방식이야, 여보." 캘빈의 시선은 어두웠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모든 행동에는 그에 따른 실질적인 결과가 따르는 법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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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제235장콜린 그룹 본사의 대표이사 집무실은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뉴욕의 번화한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주나는 오크나무 책상 뒤에 곧은 자세로 앉아, 찌푸린 미간으로 감사 보고서의 복잡한 숫자 열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롤업한 드레스 셔츠 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뚝의 힘줄은 오늘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일에 몰두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똑… 똑… 똑…정숙한 노크 소리가 주나의 집중을 깨뜨렸다. 묵직한 목재 문이 천천히 열리며, 손에 작은 하얀 봉투를 든 카멜리아가 우아한 자태로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주나 오빠." 카멜리아가 문을 닫으며 부드럽게 인사를 건넸다.주나가 고개를 들자, 잘생긴 얼굴에 서려 있던 피로가 순식간에 가시며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카멜리아? 한낮에 갑자기 집무실엔 웬일이야? 디자인팀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애시포드 쪽엔 아무 문제도 없어, 오빠." 카멜리아가 오빠의 책상 바로 맞은편의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으며 답했다. "그냥 오빠 얼굴도 보고, 어떻게 지내나 싶어서 왔지."주나는 헛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허무한 웃음은 어두운 눈동자 속에 자리한 공허함을 숨기지 못했다. "보면 알잖아, 멜. 난 잘 지내. 요즘 콜린 그룹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차라리 잘된 일이지. 덕분에 딴생각할 겨를이 없으니까.""점심은 먹었어?" 카멜리아가 이전보다 조금은 파리해진 오빠의 얼굴을 세심히 살피며 다시 물었다."이 감사 보고서만 마저 검토하고 먹을게." 주나가 책상 위의 펜을 집어 들며 짧게 답했다.카멜리아는 유난히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작은 하얀 봉투를 주나가 검토하던 재무 보고서 뭉치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일은 잠시 멈추고, 이것부터 먼저 열어봐, 오빠."주나는 손을 멈추고 의아한 눈빛으로 아무런 표시도 없는 흰 봉투를 바라보았다. "이게 뭔데, 카멜리아? 애시포드 쪽 서류야?""아니. 일단 열어봐." 카멜리아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자 순간 주나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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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제236장애시포드 코퍼레이션 디자인팀의 작업대 위에는 커다란 디자인 도면들이 펼쳐져 있었다. 카멜리아는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종이, 연필, 그리고 블랙커피의 익숙한 향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방 한구석에 위치한 디지털 게시판의 전자 전단이 밝게 반짝이며 커다란 헤드라인을 띄우고 있었다: '2026 국제 그랜드 디자인 공모전'."이 공모전…" 카멜리아가 중얼거렸고, 그녀의 개성 있는 눈동자가 순식간에 야망으로 반짝였다."참가 신청에 관심 있어, 카멜리아?" 마침 지나가다가 그녀의 책상 옆에 멈춰 선 디자인팀장이 물었다.카멜리아가 고개를 들자 입술에 단호한 미소가 맺혔다. "네, 벤. 올해 제 디자인 콘셉트 중 하나를 출품해보고 싶어요."그날 오후 늦게, 같은 건물 최상층에 위치한 캘빈의 개인 집무실 안 공기가 갑자기 살짝 팽팽해졌다. 캘빈은 고급 만년필을 대리석 책상 위에 살며시 내려놓으며, 자신 앞에 당당히 서 있는 아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의 미간이 불만의 기색으로 찌푸려졌다."왜 필명을 써야 한다는 거야, 카멜리아?" 캘빈이 불쾌함을 담은 낮은 중저음으로 물었다. "그 공모전에 참가하고 싶다면 내가 주최 측에 직접 연락할 수 있어. 애시포드 코퍼레이션이 그 대회 가장 큰 스폰서 중 하나야. 아무런 번거로움 없이 곧바로 본선에 올라갈 수 있다고.""바로 그래서 당신이 관여하는 걸 금지하는 거예요, 캘빈!" 카멜리아가 단단한 눈빛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즉시 받아쳤다. "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이 공모전에 참가하는 거라고요. 당신 인맥이나 애시포드라는 이름, 돈을 써서 날 합격시키는 짓은 절대로 금지예요!"캘빈은 고급스러운 의자에서 일어나 카멜리아에게 다가가며 그녀의 어깨에 보호하듯 손을 얹었다. "난 그저 당신을 오냐오냐해주고 싶을 뿐이야, 여보. 타인에게 인정받겠다고 며칠 밤을 지새우며 이렇게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이건 단순한 인정을 넘어서는 문제예요, 캘빈. 디자이너로서 내 자존심이 걸린 일이라고요." 카멜리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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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장벽시계 바늘이 한밤중 1시를 훌쩍 지나 있었다. 애시포드 저택의 서재 안에는 탁상등의 따스한 노란 불빛과 함께 고요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카멜리아는 여전히 제도대 앞에 수그려 앉아 있었다. 기다란 머리카락은 연필 하나를 꽂아 엉성하게 묶어 올린 상태였다. 약간 뻣뻣해진 그녀의 손가락은 숙련되게 움직이며 트레이싱지 위에서 거침없이 선을 그려 나갔고, 화려한 이브닝드레스의 실루엣을 완성해 갔다."어깨 부분만 조금만 더…" 카멜리아는 숨을 죽인 채 종이 모서리의 터치를 다듬으며 겨우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노트북 옆에 켜진 디지털 참가 신청서의 참가자 신원란에는 카멜리아 애시포드나 카멜리아 콜린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루미나(Lumina)'라는 낯선 가명의 필명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이번 공모전 뒤로 자신의 신분을 완벽히 숨기고 있었다.달칵.문쩌귀가 움직이는 부드러운 소리에 카멜리아가 살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조용한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캘빈의 기다란 형체가 보였다. 남자는 얇은 회색 홈 티셔츠 하나만 걸친 차림이었고, 손에는 여전히 따뜻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도자기 머그잔을 들고 있었다."아직도 밤에 항복할 생각이 없는 건가, 응?" 캘빈이 막 잠에서 깬 사람 특유의 살짝 쉰 듯한 낮고 묵직한 중저음으로 물었다. 그는 아내의 스케치에 닿지 않도록 책상 구석 멀찍이 따뜻한 우유 머그잔을 놓아주었다.카멜리아는 뻣뻣해진 허리를 펴며 피곤함이 묻어나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천 원단 접힘 상세 표현만 조금 더 하면 돼요, 캘빈. 지금 자버리면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내일 아침이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고요."캘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카멜리아의 의자 뒤로 이동했다. 크고 따뜻한 그의 두 손이 그녀의 어깨에 자리를 잡더니 팽팽하게 굳은 목 근육을 천천히, 부드럽게 마사지하기 시작했다."아… 정말 시원해요," 카멜리아는 남편의 세심한 마사지를 즐기며 천천히 두 눈을 감고 한숨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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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장갓 깎아낸 장미 꽃잎의 신선한 향기와 자스민의 달콤한 향이 중국 남부의 어느 거리 모퉁이에 위치한 작은 꽃집 안을 가득 채웠다. 자이는 카운터 뒤에 서서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백합 줄기 몇 개를 유리 화병에 세심하게 꽂아 넣고 있었다. 오후의 금빛 햇살이 창가를 통해 들어오며 그녀의 모습을 비추었다. 비록 눈동자에는 과거 풍파의 흔적이 여전히 아련히 남아 있었지만,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모습이었다.딸랑.문위에 달린 종이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고객이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음을 알렸다."좋은 오후예요, 자이 씨," 따뜻한 남성의 목소리가 인사를 건븸었다.길 건너편에 위치한 현지 찻집의 주인인 한이라는 남자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자이는 고개를 들고 꽃 가위 놓은 뒤 정중하게 화답했다."안녕하세요, 한 사장님.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어제 배달해 드린 찻집 카네이션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아, 아니요, 아닙니다. 어제 가져다주신 꽃들은 정말 신선하고 아름다웠어요," 한이 서둘러 답했다. 그는 민망한 듯 목덜미를 긁적였고, 숨길 수 없는 초조함이 드러났다. 그는 자이의 아름다운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저… 사실은 찻집 일 때문에 온 게 아니에요."자이는 대화가 어디로 흘러갈지 이미 예감한 듯 입술을 살짝 말아 올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한 사장님?"한은 자이의 침착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시선 아래에서 용기를 내며 나지막이 목을 가다듬었다."그게… 오늘 밤 강가에서 등불 축제가 열리거든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오늘 가게 문 닫고 저랑 같이 저녁 식사라도 하시겠어요?"이토록 직설적인 초대를 듣자, 백합 줄기를 잡고 있던 자이의 손가락이 아주 짧은 순간 굳어버렸다. 주나의 날카로운 턱선이 머릿속에 갑자기 스치고 지나갔고, 아무런 논리적인 이유도 없이 가슴이 다시 한번 저릿하게 아파왔다.자이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미안함이 가득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한을 바라보았다."초대해 주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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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제239장그날 아침 애쉬포드 코퍼레이션 디자인팀의 분위기는 평소보다 훨씬 활기가 넘쳤다. 거의 모든 디자이너가 2026 국제 그랜드 디자인 공모전 공식 웹사이트가 떠 있는 메인 모니터 앞에 모여 있었다. 오늘은 예선 결과가 발표되는 날로, 전 세계에서 접수된 수천 개의 출품작 중 오직 상위 50개 디자인만이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봐! 진출자 명단이 나왔어!" 선임 디자이너 한 명이 화면을 가리키며 소리쳤고, 명단이 천천히 아래로 스크롤되었다.카멜리아는 인파에서 조금 떨어진 뒤편에 서 있었는데, 손바닥이 순간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익명의 닉네임들이 화면에 한 줄 한 줄 나타날 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역시 파리와 밀라노의 거장들이 쓸어버렸네." 다른 디자이너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중얼거렸다. "올해 심사위원들 눈높이를 맞추기가 진짜 하늘의 별 따기였나 봐.""잠깐만, 35번 좀 봐!" 한 젊은 디자이너가 눈을 커다랗게 뜨며 비명을 질렀다. "생소한 이름이 있어… 루미나(Lumina)! 미국 뉴욕 대표래!"카멜리아는 순간 숨을 턱 멈추었다.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그 글자들에 고정되었다.루미나.그건 그녀의 익명 필명이었다.벅차오르는 감정과 안도감, 그리고 거대한 기쁨이 가슴속에서 순식간에 휘몰아쳐 오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잠도 자지 않고 밤늦게까지 작업했던 그 스케치들이 마침내 세계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었다."와, 루미나가 누구든 간에 진짜 대단하다." 팀장인 벤이 자랑스럽게 박수를 치며 찬사를 보냈다.하지만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 사무실 한구석으로부터 비꼬는 듯한 침 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팀 내에서 오랫동안 카멜리아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선임 디자이너 시스카가 팔짱을 낀 채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은 여전히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는 카멜리아를 향해 직격했다."루미나가 누구인지 궁금해할 필요도 없어." 시스카가 일부러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 선언했다. "최근에 복직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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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제240장애쉬포드 코퍼레이션 디자인팀 복도를 떠도는 소문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지 않았지만, 카멜리아는 그 소문들을 완전히 차단하기로 택했다. 그녀에게 있어 몇몇 직원들의 비아냥거리는 속삭임과 의심 어린 눈초리는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했으며, 스케치북 위를 움직이는 연필을 멈출 힘 따위는 없었다. 그녀의 집중력은 난이도가 훨씬 높아진 준결승전 준비에 온전히 고정되어 있었다."오늘 아침부터 다들 쳐다보는 시선이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카멜리아?" 벤이 카멜리아의 책상에 팀 일일 보고서를 건네며 걱정스러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카멜리아는 고개를 들고, 담담하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에 남은 흑연 가루를 털어냈다. "내 미학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일에 왜 에너지를 낭비하겠어, 벤? 지금 중요한 건 최종 무대에서 증명하는 거지, 탕비실에서 말다툼하는 게 아니잖아."벤은 감탄이 섞인 눈빛으로 앞에 선 여인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의 단호함은 정말 대단해. 하지만 솔직히 다들 아직도 의아해하고 있어… 시스카가 어떻게 그렇게 대담할 수 있는지 말이야. 겨우 선임 디자이너일 뿐인데, 이 건물 최고 높은 CEO의 아내에게 공개적으로 시비를 거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카멜리아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잠시 멈추고, 그 기묘함을 되새기며 갈색 눈동자를 어둡게 빛냈다. "나도 그 점을 생각해 봤어, 벤. 뒤에서 누군가가 지켜주거나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저렇게 대담하게 구는 건 너무 억지스러우니까.""내 말이 그 말이야." 벤이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진지한 속삭임으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인사과 쪽에서 소문을 들었는데, 시스카가 이사회 개편 당시 칼빈 대표님과 대립했던 애쉬포드의 전 대주주 중 한 명과 깊은 관계가 있대. 옛 감정의 앙금을 시스카의 입을 통해 터뜨리면서 당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려는 것 같아."카멜리아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메마르지만 우아한 웃음을 내뱉었다. "아, 겨우 그런 옛날 사내 정치 때문이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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