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림은 몇 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엉켜 있던 호흡이 차츰 제자리로 돌아왔다.거실에서 이헌은 여전히 누운 채 움직이지 않았다.담요에서는 세탁세제의 깨끗한 향이 났고, 그 사이로 아림에게서 나던 옅은 백차 향이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익숙한 향이었다.5년 전에도 아림에게서는 같은 향이 났다.이헌은 손을 들어 손가락을 바라봤다. 아림이 실수로 스쳤던 자리에 아직도 아주 조금 체온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눈을 감자 목울대가 낮게 움직였다. 담요 끝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뼈마디가 선명하게 드러났다....다음 날 아침, 아림의 알람이 정확한 시간에 울렸다.아림은 눈을 뜬 채 잠시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습관처럼 먼저 로아의 방에 들렀다. 로아는 이불 속에 웅크린 채 인형을 끌어안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거실로 나왔을 때는 소파가 이미 비어 있었다.담요는 모서리까지 반듯한 네모로 접혀 소파 한쪽에 놓여 있었다.식탁에는 두 사람 몫의 아침이 준비돼 있었다.아림 몫으로 흰죽과 달걀프라이, 토스트, 조그만 그릇에 담은 오이무침이 놓여 있었다. 로아 몫은 단호박죽 한 그릇과 삼각형으로 작게 자른 토스트, 케첩으로 삐뚤빼뚤 웃는 얼굴을 그린 달걀프라이였다.평소 가사도우미가 차려 주던 방식은 아니었다.아림은 웃는 얼굴이 그려진 달걀을 몇 초 바라보다 죽그릇 바깥을 손끝으로 만져 봤다.먹기 알맞게 따뜻했다.이헌이 나간 지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었다.생각이 복잡하게 얽히던 때 안방에서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방으로 돌아가 핸드폰을 집어 들자 화면에 ‘이헌’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아림은 잠깐 망설이다 통화를 받았다.[나야.]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맑고 서늘했다. 평소처럼 감정은 거의 묻어나지 않았다.[앞으로 네가 일 때문에 로아 데리러 못 갈 것 같으면 미리 말해. 내가 등하원 시킬 수 있어.]아림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이헌도 잠깐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가는 길이니까.]“잠깐.” 아림은 핸드폰을 쥔 채 낮게 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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