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희는 겁먹은 표정으로 침대 머리맡 쪽으로 몸을 조금 움츠렸다. 입술을 어색하게 깨문 뒤 부드럽게 말했다.“언니, 저는 언니 원망 안 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는 거 알아요.”지희는 소파에 앉은 이헌을 돌아봤다. 코끝은 붉었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 반짝였다. “오빠, 오빠 말대로였어. 언니가 정말 사과하러 왔어.”다시 아림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니, 모처럼 와 주셨는데 저랑 단둘이 몇 마디만 이야기하면 안 돼요? 잠깐이면 돼요.”이헌은 찻잔을 내려놓고 아림을 바라봤다.‘아림이 싫다고 말한다면...’하지만 아림은 별다른 표정 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이헌은 미간을 조금 좁혔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갔다. 나가면서 문도 닫아 주었다.문이 닫히자 병실 안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지희는 고개를 기울여 아림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순진하고 약한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우월감 어린 표정이 차지했다.지희는 베개에 기대 거만하게 앉아 두껍게 붕대를 감은 팔을 들어 보이며 코웃음을 쳤다.“아픈 건 진짜 아파. 그래도 어쩌겠어? 효과가 이렇게 좋은데.”아림은 그대로 서 있었다. 표정도 변하지 않았다.“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서 너한테 사과를 받아내는지 궁금하지 않아?”“재밌잖아.” 지희는 밝게 웃었다. 목소리에는 숨길 생각도 없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그날 회사 건물 앞에서 넘어진 게 우연인 줄 알았어? 내가 일부러 그런 거야.”“일부러 언니를 일부러 화나게 했어. 언니가 내 팔을 뿌리치기만 기다렸다가... 일부러 차도 쪽으로 넘어졌고, 그 차도 내가 미리 준비해 둔 거야.”지희의 눈에 짙은 미움이 번졌다. 말투는 전에 없이 독했다. “왜 자꾸 언니 것이 아닌 사람을 욕심내?”잠깐 뜸을 들인 지희는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 “언니,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헌 오빠랑 부모님은 결국 내 편이야. 언니가 뭐로 나랑 겨루겠어?”아림은 지희의 뒤틀린 눈빛을 마주한 채 차분히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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