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형 흑견을 길들이니 금발 소형견이 따라 옴: Chapter 101 - Chapter 110

140 Chapters

101화

자신을 향하지 않던 올리버의 메마른 시선과 욕정조차 묻어나지 않던 기계적인 손길.간이 베드 위에 엎드려 마사지를 받던 거인의 심장 밑바닥에서 생경한 불쾌감이 기어올랐다.늘 자신의 육체를 농밀하게 탐닉하던 은밀한 파트너가 아니라, 철저히 선을 긋는 차가운 의사뿐이었다.영혼이 빠져나간 듯 허공을 맴돌던 올리버의 푸른 눈동자.그 서늘한 균열은 거구의 맹수에게도 위험한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했다.치어리더 대기실의 공기 역시 살얼음판이었다.경기 후 안무 동선을 점검하던 윤아는 평소와 다른 기류를 즉각 포착했다.늘 살갑던 주연이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윤아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주연이가 자꾸 내 눈을 피해?’윤아의 서늘한 입꼬리가 비틀렸다.제 손바닥 안에서 부리던 후배의 눈빛에서 스멀거리는 미묘한 반항의 싹이 여왕의 촉수를 건드렸다.일정을 마친 네 사람은 지하 주차장에서 모였다.평소처럼 집으로 향해 밤의 질서를 확인해야 할 시간.차량이 출구를 향해 움직이던 바로 그 순간, 주연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울렸다.“언니.”룸미러 너머로 주연의 창백한 얼굴이 비쳤다.“저 오늘…… 몸이 좀 안 좋아서요. 먼저 집에 갈게요.”순간 차 안의 모든 공기가 일시에 얼어붙었다.핸들을 쥔 올리버의 손가락이 하얗게 굳었고, 타이론 역시 놀란 눈으로 주연을 바라보았다.주연이 속삭였던 위험한 제안이 올리버의 귓가에 맴돌았다. 이 돌발적인 이탈에 담긴 의도를 윤아가 눈치채는 순간 닥쳐올 파멸의 공포.올리버의 손바닥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단순한 피로 이상의 기이한 기류가 네 사람 사이에 그물을 치고 있음을 타이론의 동물적인 직감 역시 감지하고 있었다.윤아가 천천히 고개를 움직여 주연을 응시했다.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차가운 눈빛과 함께 숨 막히는 긴장감이 차 안을 집어삼켰다.그러나 침묵 속에서 번진 윤아의 입꼬리는 뜻밖에도 부드러웠다.화를 내지도 추궁하지도 않은 채 등받이에 기댄 자세는 상대를 손바닥 위에 두고 관조하는 지배자의 여유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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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차가운 금속음과 함께 차 문이 닫혔다.멀어지는 붉은 후미등을 바라보며, 주연은 어두컴컴한 주택가 골목길에 홀로 남겨졌다.차가운 밤공기가 뺨을 스쳤지만, 온몸은 수치와 질투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불 꺼진 방.적막이 짓누르는 거실 한가운데 선 주연의 무릎이 힘없이 꺾여 내렸다.어둠 속에서 윤아의 서늘한 목소리가 귓전을 찢을 듯 메아리쳤다.‘올리버도…… 나랑 하는 건 꽤 오랜만이지?’주연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침대에 쓰러지듯 엎드렸다.지금 이 순간, 저 화려한 펜트하우스에서 어떤 광경이 펼쳐지고 있을지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려졌다.여왕의 명령 아래 올리버와 타이론이 엉켜들고, 윤아가 그 둘을 지배하며 토해낼 음란한 교성들.그 배덕의 밀실에서 자신만이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소외감과 불안이 뼛속까지 시리게 파고들었다.하지만 그 질투의 밑바닥에서 피어오른 것은 올리버를 향한 집착이었다.진료실 암막 커튼 뒤에서, 그리고 어두운 골목길에서 제게 닿았던 올리버의 거친 숨결.‘나랑 같이 살아요, 선생님.’자신의 말에 흔들리며 파르르 떨리던 올리버의 푸른 눈동자.자신만을 위해 숨 쉬게 만들고 싶은 유일한 구원이자 소유욕의 대상이었다.주연은 침대 시트를 쥐어뜯으며 허벅지를 비틀었다.속옷 안쪽이 걷잡을 수 없이 뜨겁게 젖어 들었다.‘선생님…… 날 두고 언니한테 가지 마요. 날 봐줘요…….’올리버의 얼굴을 떠올릴수록 차오르는 갈증과 광기가 주연의 숨통을 조여왔다.같은 시각, 펜트하우스.욕실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수증기를 가르고 윤아가 걸어 나왔다.샤워를 마친 윤아는 얇은 블랙 실크 가운만을 걸친 채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가운 깃 사이로 젖은 살결과 깊은 가슴골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나 있었다.“올리버, 들어와요.”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문밖을 울렸다.문이 천천히 열리고, 긴장으로 굳어버린 올리버가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늘 단정했던 금발은 흐트러져 있었고, 셔츠 단추를 쥔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윤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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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차가운 가죽 하네스와 금속 버클이 침실 조명 아래서 오묘한 빛을 뿜어냈다.올리버는 뒷걸음질조차 치지 못한 채, 숨이 턱 끝까지 막힌 얼굴로 바닥에 얼어붙어 있었다.한 순간 주연과 함께 이곳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얄팍한 환상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선생님, 표정이 왜 그래?”윤아는 와인 잔을 협탁 위에 소리 없이 내려놓으며 서늘하게 읊조렸다.“내 허락도 없이 밖에서 딴생각을 품었으면, 이 정도 대가는 치러야지.”윤아의 서늘한 턱짓 한 번에 타이론의 거대한 그림자가 올리버를 집어삼키듯 덮쳐왔다.2미터 10센티의 압도적인 완력.타이론의 억센 손아귀가 올리버의 양어깨를 내리눌렀고, 올리버는 뼈마디가 으스러질 듯한 압박감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침대 위로 엎어졌다.“윤, 윤아 씨…… 제발…… 잘못했습니다……”올리버가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자비를 구걸했으나, 돌아온 것은 탄력 붕대로 양 손목이 침대 프레임에 옥죄어지는 소리뿐이었다.저항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침대 위에 결박당한 올리버의 등 뒤로, 여왕의 발 소리가 다가왔다.가죽 끈이 윤아의 허리와 골반에 단단히 물리는 소리가 팽팽한 긴장감을 더했다. 언제나 냉철하게 상황을 통제하고 관찰자의 위치에 서 있던 백인 의사가, 이제는 완전한 애완견으로 전락해 사지를 떨고 있었다.“올리버.”윤아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다정했다. “선생이 주연이에게 품었던 그 하찮은 감정, 그리고 내 손바닥을 벗어나려 했던 그 오만함…… 오늘 밤 내 손으로 전부 부숴줄게.”타이론이 침대 위에서 올리버의 다리를 벌리며 얼굴을 파묻었다. 긴장감으로 꽉 닫힌 올리버의 틈새를 타이론이 핥기 시작했다. “흐윽!! 타, 타이론…… 안, 안돼!”하지만 올리버의 바램과는 달리 타이론의 공격은 점점 농밀해지고 있었다. 추릅, 츄르릅!젖은 피부가 질척거리는 관능적인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타이론이 집요하게 핥아댈 때마다 올리버의 허벅지가 바들거리며 떨렸다. 그의 좁은 틈새가 질척하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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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윤아의 서늘한 조롱과 함께, 딜도의 거친 진동이 올리버의 가장 깊은 곳을 사정없이 헤집었다.타이론의 굵은 물건이 목구멍을 짓누르고 있어 비명조차 온전히 터져 나오지 못했다.숨통과 하반신이 동시에 짓밟히는 극단적인 압박.체벌이라는 이름의 무자비한 유린이었지만, 통제력을 잃은 육체는 수치심과 공포 속에서도 걷잡을 수 없는 쾌락의 파도에 휩쓸렸다.타이론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입속에서 성기를 뽑아낸 바로 그 순간이었다.“아아악! 흐으윽!”찢어지는 듯한 올리버의 단말마가 침실을 뒤흔들었다.윤아가 하체에 체중을 실어 마지막 쐐기를 박듯 깊숙이 쳐올리자, 올리버의 성기 끝에서 굵은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손 하나 대지 않은 채 오직 관통당하고 짓밟힌 끝에 터져 나온, 가장 비참하고 굴욕적인 사정이었다.침대 시트 위로 탁한 액체가 무자비하게 흩뿌려졌다.윤아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스트랩 온을 천천히 빼냈다.질척한 마찰음과 함께 올리버의 벌어진 틈에서 체액과 잔여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풀어줘, 타이론.”윤아의 나직한 명령에 타이론이 침대 프레임에 묶여 있던 압박 붕대를 풀어냈다.결박이 풀리자 올리버의 양팔이 힘없이 침대 아래로 툭 떨어졌다.양 손목에는 보랏빛으로 피멍이 든 자국이 흉측하게 돋아나 있었다.윤아는 하네스를 풀어 바닥에 내던진 뒤, 땀과 체액으로 범벅이 된 올리버의 턱을 손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선생님. 내일 주연이 얼굴 볼 때, 그 표정 그대로 지어줘. 네 주인이 누구인지 잊지 말란 뜻이야.”올리버는 대답조차 하지 못한 채 차가운 시트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 없이 흐느꼈다.다음 날 아침, 펜트하우스 거실은 전날 밤의 광기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정갈했다.윤아는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단정한 셔츠 차림으로 주방에서 걸어 나온 올리버는 붕대로 쓸린 손목을 소매 속에 깊이 감춘 채였다.그의 푸른 눈동자에는 총기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올리버는 윤아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찻잔이 비기 무섭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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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또각.의무실 문 바로 앞에서 날카로운 굽 소리가 멎었다.복도의 스산한 냉기가 스며드는 듯한 숨 막히는 정적.잠시 후, 굳게 잠긴 문손잡이가 덜컥거리며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달칵, 달칵.안쪽에서 걸어 잠근 걸쇠 탓에 손잡이는 헛돌 뿐이었다.심장 박동마저 멎어버릴 것 같은 무거운 침묵 뒤, 건조한 노크 소리가 울렸다.똑, 똑.“주연아.”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음성은 기이할 정도로 부드럽고 다정했다.다정해서 오히려 뼛속까지 시린 한기가 번져 나오는 목소리.“거기 있는 거 다 아는데. 문 열어야지?”윤아였다.그 목소리가 닿는 순간, 올리버의 얼굴에서 핏기가 남김없이 빠져나갔다.새하얗게 질린 입술이 경련하듯 파르르 떨렸다.전날 밤 펜트하우스에서 겪었던 끔찍한 굴욕과 하반신을 찢어발기던 통증이 온몸의 신경을 타고 번개처럼 되살아났다.타이론의 억센 완력에 짓눌리고, 여왕의 발밑에서 흐느끼며 체벌당하던 처참한 기억.단 1초라도 지체했다가는 다시 어떤 상상 이상의 처벌이 쏟아질지 모른다는 원초적인 공포가 엘리트 의사의 이성을 마비시켰다.“선생님…….”주연이 떨리는 손으로 올리버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올리버는 사색이 된 채 그녀를 매정하게 밀쳐냈다.오직 살아야 한다는 본능 하나로 문가로 달려갔다.철컥.잠금쇠를 거칠게 풀어내자 문이 열렸다.문턱 너머, 치어리더 유니폼 위에 트렌치코트를 걸친 윤아가 오롯이 서 있었다.붉은 입술 끝에 걸린 나른하고 도도한 호선.세상을 지배하는 여왕의 오만함이 그 얼굴 위에 번져 있었다.“어머, 둘이 같이 있었네?”윤아는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또각거리는 굽 소리가 좁은 의무실 바닥을 울렸다.그녀의 서늘한 시선이 약품 냄새 가득한 방 안을 느긋하게 훑었다.흐트러진 옷매무새의 올리버, 그리고 눈물범벅이 된 채 멍하니 서 있는 주연.두 사람 사이의 감정 찌꺼기를 윤아는 단숨에 꿰뚫어 보았다.윤아가 먼저 다가간 곳은 올리버의 앞이었다.“선생님.”나직한 부름에 올리버는 흠칫하며 반사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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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윤아의 하이힐 소리가 복도 저편으로 완전히 사그라질 때까지, 의무실 안의 공기는 얼어붙은 채 멈춰 있었다.정적을 깬 것은 올리버의 거칠고 비참한 호흡이었다.벽을 짚고 간신히 버티고 서 있던 올리버의 다리가 무너지듯 풀렸다.책상 앞에 있던 의자 위로 그가 털썩 주저앉았다.소매 끝으로 감춰진 손목의 피멍이 욱신거리며 맥박쳤다.하지만 육체의 고통보다 그를 짓누른 것은 영혼 밑바닥까지 짓밟힌 모멸감이었다.여왕의 발치에서 목숨을 구걸하듯 무릎 꿇었던 그 추악한 바닥을 주연에게 고스란히 들켜버린 수치심.“선생님…….”주연이 아직 윤아의 체온이 남아 있는 자신의 턱을 감싸쥐며 조심스럽게 다가섰다.그 목소리가 닿자마자 올리버의 어깨가 발작하듯 튀어 올랐다.“나가!”올리버가 악에 받친 비명을 내지르며 책상을 거칠게 내리쳤다.안경 너머의 푸른 눈동자가 공포와 원망으로 흉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나가라고! 내 눈앞에서 당장 꺼져!”“선생님…….”“너 때문이야! 다 너 때문이라고!”올리버의 핏대 선 목소리가 의무실 벽을 사정없이 때렸다.“네가 그딴 미친 제안을 지껄이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 수치스런 밑바닥을 보일 일은 없었어!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떨리는 손가락이 주연을 향해 삿대질하듯 겨눠졌다.공포에 질려 미쳐버린 사내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내뱉는 말에 주연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상처입고 주인에게 버려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애완견처럼 보여 불쌍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주연은 도망치지도, 동요하지도 않았다.그녀는 팔짱을 끼고 서서 올리버의 거친 호흡이 잦아들기를 가만히 기다렸다.하얗게 질린 얼굴과 바들바들 떨리는 어깨.올리버가 헐떡거리며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을 때까지 주연은 침묵으로 그 광기를 받아냈다.의무실 안에는 올리버의 거친 숨소리만 가득했다.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올리버의 떨림이 잦아들 무렵, 주연이 천천히 다가갔다.그녀는 올리버의 바로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혔다.“이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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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올리버는 주연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 그와는 반대로 주연은 숨조차 삼킨 채 사색이 된 올리버를 집요하게 응시했다.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올리버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닙니다…… 주연 씨, 잘못 들은 겁니다. 아무것도 없어요.”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려는 사내.하지만 주연은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주연은 무릎을 세우고 올리버에게 더 바짝 다가앉았다.가늘고 부드러운 손가락이 올리버의 떨리는 허벅지와 그 안쪽 살결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쉿, 선생님. 이제 와서 발뺌하면 어떡해요.”주연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하고 나긋나긋했다.상처 입은 짐승을 달래듯, 다정하고 나듯한 말투가 올리버의 귓바퀴를 간지럽혔다.“날 봐요. 난 선생님을 해치려는 게 아니에요. 그 지옥에서 당신을 꺼내주고 싶어 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요.”주연의 손길이 셔츠 깃을 타고 올라와 굳게 닫힌 올리버의 턱선을 감쌌다.그녀의 깊은 눈동자에는 애틋함과 집착, 그리고 지배욕이 뒤엉켜 있었다.“언니 발밑에서 짐승처럼 기어 다니며 평생 살 순 없잖아요. 오늘 같은 일이 언제 또 있을지 모르는데, 그 수치심을 계속 견디며 살건가요?”올리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전날 밤과 조금 전 겪었던 끔찍한 능욕이 살갗을 파고드는 듯했다.주연의 나지막한 속삭임은 조용하게 그의 붕괴된 이성을 파고들었다.“나한테만 말해줘요. 언니의 약점이 뭐예요? 응? 선생님…….”올리버는 입술을 짓씹었다.주연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열망과 집착이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올리버 역시 주연을 사랑하고 있었다. 제 어깨쯤 오는 아담한 체구 안에 그를 향한 열정과 사랑은 얼마나 큰지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올리버는 마침내 참아왔던 숨을 토해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타이론의…… 무릎입니다.”주연의 눈동자가 번뜩였다.“무릎……?”“완전히 나은 게 아니에요.”올리버의 갈라진 목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무겁게 찢었다.“인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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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정말…… 아무도 다치지 않는 거죠?”올리버는 애원하듯 주연의 두 손을 으스러지도록 마주 잡았다.“윤아 씨도, 타이론도…… 그리고 나도. 파멸하지 않고 조용히 끝낼 수 있는 거죠?”주연은 애원하듯 말하는 올리버를 바라보며 가슴이 저릿할 정도로 아파왔다. 그녀가 다정한 눈빛으로 올리버를 올려다보았다.“약속해요, 선생님. 이 일로 다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그저 언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우리 둘이 함께할 작은 틈만 만들면 돼요.”주연의 부드러운 음성이 올리버의 마지막 빙벽을 녹여 내렸다.올리버는 책상 맨 아래쪽의 잠긴 서랍을 열었다.떨리는 손끝으로 두꺼운 의학 서적 밑바닥에 숨겨두었던 서류철을 꺼냈다.접혀 있던 종이 위에는 해외 특수 약품 주문 내역서와 타이론 전용 호르몬 칵테일 불법 처방 차트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이겁니다…… 구단 모르게 미국에서 들여온 비공식 주문 목록과 내 서명이 들어간 처방 기록이에요.”올리버가 건넨 종이를 쥐는 순간, 주연의 손가락 끝에 찌릿한 전율이 일었다.윤아의 성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였다. 주연은 서류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공포에 떨고 있는 올리버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고마워요, 선생님. 날 믿어줘서.”주연은 까치발을 들어 올리버의 메마른 입술에 조용히 입을 맞추었다.여왕의 체벌과 굴욕으로 얼어붙어 있던 사내의 입술 사이로 따스하고 농밀한 숨결이 스며들었다.올리버는 구원을 갈구하듯 주연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숨을 탐닉했다.주연은 가볍게 입술을 뗀 뒤, 미련 없이 돌아섰다.“리허설 늦으면 언니가 의심해요. 먼저 나갈게요.”코트로 나선 주연은 철저하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조금 전 의무실에서 윤아의 손에 턱이 잡혔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환한 미소를 지었다.비트에 맞춰 팔을 뻗고 대형을 맞추는 모든 동작에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윤아가 코트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서늘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지만, 주연은 시선조차 흔들리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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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어둠이 짙게 깔린 방 안, 주연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아 휴대폰 화면을 응시했다.초록색 통화 버튼 위에 멈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하지만 주저함은 없었다.주연은 망설임 없이 구단 운영팀 매니저의 번호를 눌렀다.그는 평소 주연에게 흑심을 품고 치근덕대던 사내였다.평소라면 혐오감에 번호조차 차단했을 인간이었지만, 지금의 주연에게는 가장 쓸모 있는 카드였다. 신호음이 두어 번 울리자마자 덜컥 전화가 연결되었다.수화기 너머로 들떠 있는 사내의 끈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어, 주연 씨? 이 야심한 밤에 웬일이야? 나한테 먼저 전화를 다 주고.”주연은 한숨을 살짝 섞은 여린 목소리로 호흡을 가다듬었다.“매니저님……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부탁이 하나 있어서요.”“부탁? 뭔데 그래? 주연 씨 부탁이면 내가 발 벗고 나서야지.”사내의 들뜬 반응에 주연의 입술 끝이 차갑게 말려 올라갔다.그녀는 목소리에 잔뜩 겁을 먹고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섞어 속삭였다.“확실하지는 않은데요…… 저희 치어리더 탈의실에 도둑이 든 것 같아요.”“뭐? 도둑? 탈의실에?”“네…… 말하기가 좀 그런데…… 제가 경기 끝나고 샤워하느라 땀에 젖은 스타킹을 라커룸에 벗어뒀거든요. 그런데 씻고 나와 보니까 그게 감쪽같이 없어졌어요.”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헉하는 숨소리와 함께 거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주연의 몸에 닿았던 땀 젖은 스타킹이 도난당했다는 말에 사내의 머릿속은 음흉한 상상과 분노로 뒤엉켰다.“어떤 새끼가 감히……! 변태 같은 놈이 경기장에 숨어든 게 분명해.”“무서워서 그래요, 매니저님. 그래서 그런데…… 구단 내부 보안을 좀 각별히 강화해 주시면 안 될까요?”“당연하지! 내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내가 경기장 보안 싹 다 점검해 놓을 테니까 주연 씨는 걱정 말고 푹 자요. 알았지?”“네, 매니저님만 믿을게요. 감사해요…….”주연은 여린 콧소리로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침대 위에 툭 던졌다.어둠 속에서 주연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그녀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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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신호음이 길게 늘어질 때마다 윤아의 속눈썹이 잘게 떨렸다.뚜르르르, 뚜르르르.무정한 전자음만 반복될 뿐, 올리버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제발 받아, 올리버……!’윤아의 입술 사이로 초조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그 오만하던 얼굴에 깃든 것은 지배자의 여유가 아닌, 벼랑 끝에 몰린 자의 공포였다.복도 바닥을 찍어 내리는 하이힐 굽 소리가 점점 더 거칠고 다급해졌다.지하 의무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반쯤 내달리는 윤아의 숨이 가파르게 차올랐다.선수 생명, 남편 타이론, 그리고 자신이 구축해 놓은 절대적인 왕국.그 모든 것을 지탱하던 비밀이 도둑의 손에 넘어가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줄기가 얼어붙었다.마침내 굳게 닫힌 의무실 문 앞에 도착했다.윤아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주먹으로 철제 문을 사정없이 두들겼다.쾅! 쾅! 쾅!“올리버! 안에 있어요? 당장 문 열어요!”거친 파열음이 복도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잠시 후, 덜컥하며 잠금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문이 반쯤 열리며, 가운 차림의 올리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었다.“윤, 윤아 씨? 무슨 일로…… 읍!”올리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아는 그의 가슴팍을 거칠게 밀치며 안으로 난입했다.철컥.윤아는 등 뒤로 문을 닫아걸고 걸쇠까지 단단히 채웠다.가쁜 숨을 몰아쉬는 윤아의 가슴이 가파르게 오르내렸다.눈동자에는 독기와 불안이 번득이고 있었다.“무슨 일입니까? 아침부터 왜 이렇게…….”사색이 된 올리버가 뒷걸음질 치며 물었다.윤아는 올리버에게 바짝 다가서며 목소리를 낮추어 쏘아붙였다.“구단에 도둑이 들었대요.”“……네? 도둑이요?”“치어리더 탈의실부터 각 방까지 털렸다고 매니저가 긴급 공지를 돌렸어. 도난 당한 물건은 없는지 살펴보라는데…….”윤아의 서늘한 손가락이 올리버의 가운 앞섶을 쥐어틀었다.“타이론 약품 서류. 그 처방전이랑 미국 기록…… 잘 보관하고 있는 거 맞죠?”올리버는 잠시 멍하니 윤아를 바라보다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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