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형 흑견을 길들이니 금발 소형견이 따라 옴: Chapter 111 - Chapter 120

140 Chapters

111화

윤아는 책상 앞으로 짓쳐 들어가 올리버를 거칠게 밀쳐냈다.떨리는 손가락이 텅 빈 서랍 구석구석을 헤집었다.하지만 철커덕거리는 쇳소리만 요란하게 울릴 뿐, 손끝에 닿는 것은 메마른 철판의 냉기뿐이었다.진짜로 사라졌다.타이론의 도핑 은폐와 불법 호르몬 투약 내역이 적힌 서류.“어디 갔어……? 어디다 빼돌린 거야!”윤아의 목구멍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터져나오다가 점점 작아졌다. 혹시라도 지나가는 누군가에게라도 들켜서는 안될 은밀한 비밀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가 삼킨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붉은 입술은 경련하듯 파르르 떨렸다.절망과 공포가 뒤엉킨 눈빛이 올리버를 집어삼킬 듯 쏘아보았다.윤아는 올리버의 가운 깃을 사정없이 쥐어틀며 그를 책상 모서리로 밀어붙였다.“내가 관리 똑바로 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네 목숨줄이기도 하다고 그렇게 경고했는데, 이걸 도둑맞아? 당신 제정신이야?”올리버는 윤아의 서슬 퍼런 완력에 숨이 턱 막힌 채 헐떡였다.하지만 올리버는 질겁하면서도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반박했다.“제, 제 잘못이 아닙니다, 윤아 씨!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요!”“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그리고 내 인생만 걸려있어? 나와 타이론, 그리고 올리버 당신까지 모두 끝장나게 생겼는데!”“만약 외부에서 도둑이 든 거라면…… 진료실 문이나, 하다못해 이 서랍 자물쇠라도 강제로 뜯어낸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올리버가 서랍 자물쇠를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악을 썼다.“보세요! 스크래치 하나 없잖아요! 진료실 출입문도 도어록이 정상 작동하고 있었고 걸쇠도 멀쩡했습니다. 서랍도 내가 열쇠로 직접 열었단 말입니다!”올리버의 절규 어린 지적이 윤아의 뇌리를 때린 듯 했다. 윤아의 손아귀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나갔다.그녀의 시선이 매끄러운 서랍 테두리와 온전한 열쇠 구멍으로 향했다.올리버의 말이 맞았다.외부 침입자가 문을 부수거나 자물쇠를 따고 들어온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열쇠를 가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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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차가운 의무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윤아는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언제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정돈되어 관중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여왕.두 애완견을 통제하며 군림하던 지배자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었다.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생기를 잃은 채 텅 비어 있었다.책상 곁에 선 올리버는 바닥에 주저앉은 윤아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비참하게 무너져 내린 여자의 정수리를 바라보는 그의 뇌리 속으로, 어젯밤 주연의 은밀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모든 것은 주연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설계해 둔 각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올리버, 내 말 잘 들어요.’새벽의 깊은 정적 속에서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던 주연의 음성은 차분하고 명료했다.[조금 전에 구단 매니저에게 연락했어요. 치어리더 전용 탈의실에 도둑이 들었으니 보안을 강화해 달라고 부탁했죠. 땀에 젖은 스타킹을 도둑맞았다는 말을 얹었으니, 그 남자는 눈이 뒤집혀서 바로 움직일 거예요.]‘주연 씨, 그게 대체 무슨…….’[내일 아침이면 구단 사무국에서 윤아 언니가 속한 치어리더팀을 비롯해, 개인 방을 쓰고 있는 각 팀장들을 불러 긴급 보안 공지를 전달할 거예요. 내부 도난 사고가 있었으니 각 방 문단속을 철저히 하라고요.]주연의 나지막한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히듯 이어졌다.[그리고 언니는 그 공지를 듣는 즉시 사색이 되어 진료실로 달려갈 거예요. 타이론의 비밀 서류가 잘 있는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하니까요.]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것 같은 통찰력에 올리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었다.그 순간만큼은 주연이 윤아를 통제하며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적이고 치밀한 계산으로 지금까지 위기를 넘겨왔던 올리버조차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때 올리버의 연기가 필요해요.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굴다가, 언니가 다그치면 그제야 서랍을 열고 서류가 사라진 걸 확인해요. 마치 전혀 몰랐다는 듯이 놀래야 해요.]‘내가…… 감히 윤아 씨 앞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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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윤아는 유령처럼 힘없이 의무실 문을 열고 빠져나갔다.바닥을 찍어 내리며 도도하게 울리던 하이힐 소리는 질질 끌리는 신경질적인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문이 닫히고 윤아의 하이힐 소리가 멀어지자, 올리버는 책상 모서리에 선 채로 참았던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식은땀에 젖은 이마를 훔쳐낸 그는 서둘러 가운 주머니에서 개인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키패드를 두드리는 손가락 끝이 극도의 긴장으로 덜덜 떨렸지만, 더 이상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작전이 적중했습니다. 윤아 씨가 서류를 주연 씨가 가져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짧은 전송음과 함께 화면에서 글자가 사라졌다.윤아의 성벽에 빈틈이 생겨난 순간이었다.메인 코트에서 이어진 치어리딩 리허설 내내, 주연의 시선은 집요하게 윤아를 쫓았다.윤아는 무너지지 않으려는 듯 일부러 턱을 빳빳하게 치켜들고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셨다.팀원들의 대형을 지적하고 음악 큐사인을 던지는 목소리 역시 겉보기에는 평소와 다름없었다.철저하게 계산된 포커페이스.하지만 이미 모든 내막을 알고 있는 주연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카운트를 세는 윤아의 손끝이 음악의 박자를 놓치며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안무가 멈추는 찰나마다 허공을 응시하는 눈동자는 생기를 잃은 채 흔들렸다.무엇보다 윤아는 주연에게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바로 어제 주연을 똑바로 응시하며 살피던 그녀가 아니었다. 단단한 철옹성 같던 여왕의 가면에 흉터처럼 새겨진 균열을 주연은 단숨에 간파했다.불과 하루 전만 해도 주연의 턱을 쥐고 그녀를 멸시하던 윤아와 완전히 바뀌었다. 판도는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이제 목줄을 틀어쥐고 흔드는 쪽은 윤아가 아니라 주연이었다.주연은 붉은 입술 끝에 힘을 주며, 보란 듯이 더욱 유연하고 완벽한 동작으로 코트 위를 뛰어 다녔다.그날 저녁, 숨 가쁘게 이어진 홈경기가 마침내 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코트 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관중들의 요란한 함성이 사그라들고, 지하 전용 주차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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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거실의 무거운 침묵 속에서 주연이 가방을 고쳐 매며 몸을 돌렸다.“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형부. 올리버 선생님.”그녀가 현관으로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달칵.굳게 닫혀 있던 침실 문이 열렸다.모습을 드러낸 윤아는 아직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차림이었다.창백하게 질려 있던 안색은 가라앉았지만, 붉은 입술 끝에는 차가운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주연아, 잠깐만.”윤아의 나지막한 음성이 현관 앞에 서 있던 주연을 멈춰 세웠다. 주연이 돌아서자, 윤아는 소파 곁의 타이론과 올리버를 차례로 훑어보았다.“타이론, 그리고 올리버.”여왕의 부름에 두 남자의 시선이 일제히 꽂혔다.“둘이 나가서 밤공기 좀 쐬고 와요. 가볍게 산책이라도 하고 오라고.”타이론이 의아한 듯 거대한 눈을 끔벅였다.“산책……? 윤아, 지금 이 밤중에?”“주연이랑 단둘이 나눌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얼른 다녀와.”메마른 음성이었지만 여왕의 단호함은 여전했다. 올리버는 윤아의 눈빛에 담긴 기류를 직감하고 타이론의 팔을 잡아끌었다.“가자, 타이론. 나가서 잠시 바람이나 쐬고 오자.”타이론은 불안한 눈길로 주연과 윤아를 보았지만, 결국 올리버를 따라 문밖으로 나섰다.현관문이 닫히고, 거실에는 오직 두 여자만의 긴장어린 시선만 남았다.도시의 불빛이 창을 통해 비쳐 들어왔다. 윤아는 소파에 다리를 꼬고 깊숙이 등을 기대앉았다.그녀의 시선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주연의 얼굴을 응시했다.“어디까지 알고 있어?”군더더기 없는 직설적인 질문이었다.주연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을 뱉어냈다.“전부요.”“전부라…….”윤아의 얼굴에 차가운 긴장감이 서렸다. “그럼, 그 서류…… 네가 가져간 거니?”“네. 제가 가져갔어요, 언니.”너무나 담담하고 태연한 인정.의무실 서랍에서 사라진 비밀 서류의 행방이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윤아는 감정을 억누르듯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천천히 두드렸다.한편으로는 그 서류가 다른 사람이 아닌 주연의 손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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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

그날 밤의 지독한 배덕감이 윤아의 눈동자 속에서 서늘하게 되살아났다.“그 엄청난 등치의 내 남편이, 올리버 밑에서 헐떡이며 몸을 섞고 있더군. 두 사람이 서로 타액을 삼키며 마치 강아지들처럼 교미를 나누고 있었던 거야.”윤아의 붉은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숨결이 새어 나왔다.“보통의 아내라면 배신감에 오열하며 문을 박차고 들어갔겠지. 하지만 난 아니었어.”윤아는 와인 잔을 가볍게 기울이며 그날의 공기를 되새기듯 눈을 가늘게 떴다.“미국 현지 호텔 방 문틈 너머로 은밀하게 스며 나오던 그 뜨거운 열기와 땀 냄새, 그리고 비릿한 체액 냄새가 뒤엉켜서 코를 찔렀어. 2미터 10센티나 되는 괴물이, 그 호리호리한 백인 의사의 손아귀에 허리를 잡힌 채 침대 시트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지.”그 찰나의 순간을 회상하는 윤아의 뺨 위로 은밀하고 위험한 열기가 스쳐 지나갔다.“흑과 백이라는 극단적인 살색의 대비. 땀으로 번들거리는 남편의 거대한 둔부 사이로 올리버의 단단한 성기가 파고들며 내던 질척한 마찰음. 올리버가 깊숙이 허리를 박아 넣을 때마다 내 남편은 주인의 손길을 구걸하는 암컷처럼 가느다란 교성을 흘리더군. 문틀을 쥔 내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떨렸지만, 그 적나라하고 흉측한 광경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어.”윤아는 다리를 꼬며 자신의 허벅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분노 대신 하복부 깊은 곳에서 걷잡을 수 없이 뜨거운 불길이 왈칵 치밀어 올랐어. 얇은 팬티가 흥건하게 젖어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릴 정도였지. 저 거대한 흑견을 쥐락펴락하며 조교하는 하얀 소형견까지 내 발밑에 무릎 꿇린다면, 대체 얼마나 짜릿할까. 그 지독한 정복욕이 온몸의 피를 펄펄 끓게 만들었어.”주연은 숨조차 삼킨 채, 윤아의 서늘하고 관능적인 고백을 잠잠하게 듣고 있었지만 점점 가빠오는 숨소리는 숨길 수가 없었다. “난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두 짐승의 목줄을 동시에 낚아챘지. 타이론의 과거 약물 비리와 올리버의 허위 진단서를 빌미로 두 사내를 동시에 내 발치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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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주연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은 채 침묵 속에서 생각에 빠졌다. 깊은 정적이 감도는 거실 안에는 벽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건조하게 울려 퍼졌다.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한강의 불빛들이 윤아의 창백한 얼굴 위로 서늘한 그림자를 드리웠다.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 동안 주연의 가슴 한구석에서 희미한 죄책감이 고개를 들었다.언니가 그동안 힘겹게 일구어 온 절대적인 지배의 왕국.그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는 오만함으로 두 사내를 발밑에 꿇리며 누려왔던 그 거대한 성벽.그 견고한 세계를 제 손으로 허물고 있다는 자각이 가느다란 가책이 되어 명치를 찔러왔다.하지만 그 미약한 동정심마저도 금세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다.의무실에서 제 턱을 부러뜨릴 듯 거칠게 쥐어틀며 멸시하던 여왕의 서슬 퍼런 눈빛.체벌과 협박에 영혼까지 파괴되어 덜덜 떨던 올리버의 비참한 몰골.언제든 개처럼 버려질까 전전긍긍하는 거구의 타이론.극단적인 공포와 잔인한 학대로 유지되는 성벽은, 언제든 누군가를 파멸로 몰아넣을 게 뻔했다. 망설임을 털어낸 주연은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아뇨, 언니. 틀렸어요.”주연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거실의 공기를 가를 만큼 단호했다.“난 언니의 성벽을 완전히 박살 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올리버 선생님을 빼앗아 둘만의 집으로 달아날 생각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어요.”윤아의 가느다란 눈썹이 기이하게 꿈틀거렸다.그녀의 얼굴에 깊은 당혹감과 혼란이 교차했다.“올리버와 떠나려는 게 아니라고……? 그럼 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뭔데?”주연은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테이블 너머로 두 여자의 숨결이 닿을 만큼 거리가 좁혀졌다.주연의 맑고 서늘한 눈동자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은밀한 갈망이 적나라하게 피어올랐다.“내가 진짜로 바라는 건요, 언니.”주연은 단어 하나하나에 묵직한 무게를 실어 읊조렸다.“우리 네 사람 모두가 완벽하게 평등한 관계가 되는 거예요.”“……뭐?”윤아의 입술 사이로 어이없다는 듯 메마른 탄식이 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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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차라리 그냥 올리버만 데리고 나가!”윤아의 목구멍에서 찢어지는 듯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그녀의 붉게 충혈된 눈가에 처절한 굴욕감과 밑바닥까지 내몰린 자의 공포가 번뜩였다.“네가 원하는 게 올리버라면 얼마든지 줄게. 그 서류만 돌려주면, 올리버를 데리고 어디로 떠나든 내 알 바 아니야. 그러니까 그 잘난 의사 챙겨서 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지라고!”자신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내던진 마지막 타협안이었다.주연에게 올리버를 내주더라도 타이론의 치료를 위해 언제든 다시 접촉할 수 있는 빌미가 남아 있는 만큼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도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주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선생님 하나만 데리고 나가라고요?”주연의 얼굴에 잔인하면서도 관능적인 미소가 흘렀다. “난 겨우 그런 시시한 걸 바란 게 아니에요, 언니.”주연은 천천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윤아의 심하게 흔들리는 동공을 똑바로 꿰뚫었다.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담담해서 오히려 소름 끼치도록 선명했다.“난 올리버 선생님뿐만 아니라, 언니가 자랑하는 그 거대한 형부도 갖고 싶어요.”“……뭐?”“그리고…… 윤아 언니까지.”얼음물을 끼얹은 듯 거실의 공기가 차갑게 굳어버렸다.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선언에 윤아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점멸했다.여왕의 붉은 입술이 경련하듯 파르르 떨렸지만, 충격으로 인해 아무런 말도 튀어나오지 못했다.“나…… 나까지……?”윤아는 완전히 얼어붙은 채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자신을 무너뜨리려는 것도, 사내 하나를 훔쳐 달아나려는 것도 아니었다.주연은 여왕 그 이상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타이론과 올리버를 소유한 윤아. 그리고 윤아를 소유한 주연. 주연은 소리 없는 걸음으로 얼어붙은 윤아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카펫 위를 스치는 가벼운 발소리가 마치 사형 집행인의 발걸음처럼 윤아의 고막을 두드렸다.윤아는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온몸의 근육과 신경이 마비된 것처럼 발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거리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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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거실의 서늘한 정적 속에서 두 여자의 입술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뜨겁게 맞물려 있었다.주도권은 완전히 주연의 손아귀에 넘어가 있었다.주연은 윤아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쥔 채,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고개를 비틀며 집요하게 파고들었다.언제나 상석에 다리를 꼬고 앉아 두 사내의 목줄을 쥐고 흔들던 오만한 여왕.절대적인 지배자의 붉은 입술이, 지금은 후배의 거침없는 탐닉 아래에서 속절없이 짓눌리고 있었다.주연의 부드러우면서도 농밀한 혀가 윤아의 여린 입천장을 쓸어내리고, 깊은 목구멍 근처까지 찌르듯 밀려들었다.윤아는 호흡이 막혀 작게 헐떡였지만, 이미 온몸의 뼈마디에서 힘이 스르륵 빠져나가고 있었다.자존심이 무너진 굴욕감에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리던 굵은 눈물은, 주연의 입술과 턱 끝을 적시며 두 사람의 타액과 뒤섞여 질척하게 녹아들었다.주연의 달콤하고도 은밀한 체향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수록, 윤아의 내면에서는 차마 거부할 수 없는 위험한 쾌락이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지배당한다는 굴욕, 통제하던 자의 자리에서 거칠게 끌어내려져 온전히 유린당하는 찌릿한 배덕감.그 감각이 윤아의 등줄기와 척추에 강렬한 쾌감으로 젖어 들었다. 밀어내려던 윤아의 손가락은 어느새 주연의 어깨를 붙잡고, 이내 그녀의 뒷머리를 더 깊숙이 제 품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여왕의 완전한 굴복을 확인한 주연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지었다. 주연은 윤아의 허리를 밀치며 그녀를 소파 위로 눕혔다.가죽 시트 위로 윤아의 긴 다리가 무너지듯 흐트러졌다.주연은 망설이지 않고 윤아의 하체 위로 올라타 허벅지를 벌리고 올라앉았다.두 여자의 시선이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엉켜 들었다.가쁜 숨을 몰아쉬는 윤아의 눈동자는 이미 수치심과 배덕한 흥분으로 초점이 흐려져 있었다.주연의 차가운 손가락이 윤아의 티셔츠를 벗겨냈다. 백옥처럼 하얀 쇄골과 풍만한 가슴을 감싼 검은 레이스 속옷이 허공에 노출되었다.주연의 손바닥이 윤아의 맨살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갔다.풍만한 가슴골을 지나 잘록한 허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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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거실의 공기는 단번에 얼어붙었다.현관 앞에 우뚝 멈춰 선 두 사내의 시선이 소파로 쏠리는 순간에도, 주연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오히려 보란 듯이 서늘한 시선으로 윤아를 내려다보며 그 자리를 지켰다.언제나 상석에서 두 남자의 목줄을 죄며 군림하던 절대적인 여왕.그 여왕의 숨통을 완벽히 장악한 채, 주연은 나른하고 오만한 눈빛으로 타이론과 올리버를 마주 보았다.상황을 숨기거나 당황해 물러설 생각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자신이 손에 쥔 패의 무게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그리고 이제 이 펜트하우스의 진짜 주도권이 누구의 손에 넘어왔는지를 두 사내에게 명확히 각인시키는 냉혹한 과시였다.소파 위에서 짓눌려 있던 윤아의 온몸이 잘게 떨려왔다.수년 동안 피땀 흘려 구축해 온 철옹성 같은 위엄이 발밑에서부터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타이론과 올리버.자신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바치던 두 남자 앞에서, 일개 후배 치어리더의 손아귀에 굴복당해 숨을 헐떡이는 꼴을 고스란히 폭로당한 것이다.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굴욕감이 붉은 핏빛이 되어 윤아의 얼굴을 집어삼켰다.당장이라도 주연을 밀쳐내고 여왕의 호통을 쳐야 마땅했다.하지만 주연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 가지고 있는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윤아는 움직일 수 없었다.반항하는 순간, 자신이 쌓아 올린 모든 사회적 명예와 세 사람의 세계가 순식간에 불지옥으로 추락할 터였다.그 무력한 체념 속에서, 주연이 가하는 서늘한 압박은 윤아의 숨통을 기이하게 조여왔다.지배자의 위치에서 처참하게 끌어내려져 제압당하고 있다는 수치심.그러나 그 모멸감의 이면에서 피어오르는 생경하고 짙은 배덕감이 윤아의 등줄기를 파고들었다.거역할 수 없는 힘 앞에 온전히 내맡겨진 채 헐떡이는 자신의 처지가, 역설적으로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두 남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완벽히 무너져 내렸다는 사실이 치욕스러우면서도, 이 잔인한 현실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절망이 온몸을 휘감았다.윤아의 떨리는 입술 사이로 메마른 신음이 간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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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더 가까이 와서 봐요. 언니가 얼마나 흥분했는지.”주연의 나지막하면서도 끈적한 목소리가 얼어 붙어 있는 두 사람을 끌어당겼다. 현관 앞에 석상처럼 서 있던 두 남자는 그 부름에 마른침을 삼켰다.주연은 윤아의 얼굴을 짓누른 채, 오만한 시선으로 타이론과 올리버를 까딱 손짓해 불렀다.거역할 수 없는 지배자의 명령.타이론은 마치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끌려가듯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2미터 10센티의 거구가 어깨를 움츠린 채 소파 바로 옆까지 다가왔고, 그 뒤를 따라 올리버 역시도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다가왔다.두 남자의 시선이 닿는 바로 그곳에서, 주연은 보란 듯이 골반에 힘을 주며 윤아를 더욱 깊게 억눌렀다.숨이 막힌 윤아의 가녀린 몸이 미세하게 떨려왔다.주연은 자신이 역전시킨 상황을 과시하듯 움직였다. 윤아의 얼굴은 이미 눈물과 타액, 그리고 땀방울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두 뺨을 타고 쉼 없이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은 주연의 살결에 닿아 번들거렸고, 턱 끝까지 젖어 든 타액이 가죽 시트 위로 흘러 내렸다.항상 단정하고 도도한 모습으로 두 사내를 내려다보던 여왕.세상 모든 것을 발아래 둔 것처럼 굴었던 그녀가, 이제는 후배의 하체 아래 깔린 채 숨조차 마음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두 남자의 시선이 자신의 처참한 몰골에 닿을 때마다, 윤아는 배덕한 수치심에 난도질당했다.자신이 부리던 충견들 앞에서 이토록 비참하게 짓밟히다니.그러나 그 지독한 모멸감의 이면에서,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완전히 굴복당했다는 찌릿한 배덕감이 윤아의 온 몸을 자극하고 있었다. 주연은 헐떡이는 윤아의 머리칼을 느긋하게 움켜쥐며 올리버를 올려다보았다.그녀의 붉은 입술 끝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올리버 선생님.”올리버가 흠칫하며 주연의 시선을 받았다.“멍하니 구경만 하지 말고, 언니가 얼마나 젖어 있는지 속옷까지 다 벗겨봐요.”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올리버의 안경 너머 푸른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주, 주연 씨…… 그건…….”올리버는 선뜻 움직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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