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무거운 침묵 속에서 주연이 가방을 고쳐 매며 몸을 돌렸다.“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형부. 올리버 선생님.”그녀가 현관으로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달칵.굳게 닫혀 있던 침실 문이 열렸다.모습을 드러낸 윤아는 아직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차림이었다.창백하게 질려 있던 안색은 가라앉았지만, 붉은 입술 끝에는 차가운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주연아, 잠깐만.”윤아의 나지막한 음성이 현관 앞에 서 있던 주연을 멈춰 세웠다. 주연이 돌아서자, 윤아는 소파 곁의 타이론과 올리버를 차례로 훑어보았다.“타이론, 그리고 올리버.”여왕의 부름에 두 남자의 시선이 일제히 꽂혔다.“둘이 나가서 밤공기 좀 쐬고 와요. 가볍게 산책이라도 하고 오라고.”타이론이 의아한 듯 거대한 눈을 끔벅였다.“산책……? 윤아, 지금 이 밤중에?”“주연이랑 단둘이 나눌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얼른 다녀와.”메마른 음성이었지만 여왕의 단호함은 여전했다. 올리버는 윤아의 눈빛에 담긴 기류를 직감하고 타이론의 팔을 잡아끌었다.“가자, 타이론. 나가서 잠시 바람이나 쐬고 오자.”타이론은 불안한 눈길로 주연과 윤아를 보았지만, 결국 올리버를 따라 문밖으로 나섰다.현관문이 닫히고, 거실에는 오직 두 여자만의 긴장어린 시선만 남았다.도시의 불빛이 창을 통해 비쳐 들어왔다. 윤아는 소파에 다리를 꼬고 깊숙이 등을 기대앉았다.그녀의 시선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주연의 얼굴을 응시했다.“어디까지 알고 있어?”군더더기 없는 직설적인 질문이었다.주연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을 뱉어냈다.“전부요.”“전부라…….”윤아의 얼굴에 차가운 긴장감이 서렸다. “그럼, 그 서류…… 네가 가져간 거니?”“네. 제가 가져갔어요, 언니.”너무나 담담하고 태연한 인정.의무실 서랍에서 사라진 비밀 서류의 행방이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윤아는 감정을 억누르듯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천천히 두드렸다.한편으로는 그 서류가 다른 사람이 아닌 주연의 손에
Last Updated : 2026-10-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