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30

35 فصول

20. 견제와 제지

시스템이 붕괴하고 세계의 규격이 사라진 마땅한 결과였다. 더 이상 제국의 법도나 황실의 권위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세실리아 에델하르트." 리온이 카이로스를 무시한 채 테라스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와 함께 묘한 집착이 엉켜 있었다. "네가 가문을 등지고 이 북부의 파멸자와 함께 숨어들었다는 소문이 돌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당장 그 자에게서 떨어져라. 네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저런 괴물이 아니다." "괴물이라니." 테라스 계단을 느릿하게 내려가며 카이로스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의 거대한 체격이 리온의 앞을 가로막자, 황태자의 친위대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빼 들며 소리 없는 함성을 질렀다. "말을 가려서 해라, 리온. 네가 누리고 있는 그 태평한 제국의 황위도 원래는 내가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었던 부수적인 데이터에 불과했으니까." "이 미친 놈이…!" 리온이 격분하여 검병에 손을 올리려는 순간, 그 사이를 비집고 은빛 갑옷을 번쩍이며 한 남자가 툭 튀어나왔다. 기사단장 후계자이자, 제국 제일의 검사라 불리는 에드릭 아르벤이었다. 단단한 철갑을 울리며 앞으로 걸어 나온 에드릭은 곧바로 세실리아를 향해 매서운 시선을 던졌다. "에델하르트 영애." 에드릭의 목소리는 철판을 긁는 것처럼 묵직하고 차가웠다. "영애가 원작의 궤도를 이탈해 도망친 바람에 제국 기사단의 치안 유지가 완전히 마비되었습니다. 공작저의 가신들도 영애를 찾느라 발칵 뒤집혔고 말입니다." "…어, 저기, 에드릭 경?" 세실리아가 테라스 계단 중간에서 움찔하며 물러서자, 에드릭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엄격한 도덕관념으로 똘똘 뭉친 사나이 특유의 고지식함이 가득했다. 원작에서 에드릭은 세실리아가 악행을 저지를 때마다 가장 먼저 칼을 겨누며 가차 없이 비판하던 철벽같은 인물이었다. "당장 공작저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 위험천만한 북부 대공과의 교제도 즉시 중단하십시오." "교제라니요? 우리가 뭐 그런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4
اقرأ المزيد

21. 서브남의 비애

원작에서 아셀 루미에르는 여주인공 리아나의 마법적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봤다. 그리고 그녀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천재 마탑주 서브 남주였다. 냉정하지만 리아나에게만큼은 다정한 로맨스 판타지의 전형적인 능력남 설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아셀은 리아나를 찾기는커녕, 자신을 향해 세계의 오류를 해명하라는 듯 집요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따지는 게 아닙니다." 아셀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결계의 푸른빛을 더욱 강하게 빛냈다. 그의 로브 자락이 마력의 기류에 날려 거칠게 펄럭였다. "분석 중인 겁니다. 이 세계가 어째서 이렇게 망가졌는지, 그리고 어째서 원작에 존재하지도 않던 북부의 파멸자가 영애의 곁에 목숨을 걸고 집착하는지. 그 모든 데이터의 중심에 영애가 존재하니까요." "흥, 분석이라." 카이로스가 낮게 코웃음을 치며 아셀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거대한 체격이 아셀의 시야를 가로막으며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냈다. 카이로스의 붉은 눈동자에는 명백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시스템이 붕괴한 이후에도 여전히 세실리아를 데이터나 오류의 원인으로 취급하는 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네가 그 잘난 마탑의 장비로 백번을 분석해 본들, 지금 이 세계가 왜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건 코드가 망가진 게 아니라, 비로소 진짜 현실이 된 거니까." "진짜 현실……?" 아셀이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카이로스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마력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빛났다. "대공 전하, 전하께서 수백 번의 회귀를 반복하며 이 세계를 지키려 발악했다는 사실은 마탑의 잔류 기록에도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구원이었을까요? 아니면 그저 영애를 영원히 가두기 위한 또 다른 감옥이었을까요?" "뭐라고…?" 카이로스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그의 검병에 손이 올라가는 순간, 정원의 공기가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 사방의 풀잎들이 마력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으로 고꾸라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5
اقرأ المزيد

22. 자존심이 구겨지다

리온은 제국의 태양이자 누구보다 오만한 황태자였다. 원작에서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던 악역 영애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 그것도 제국에서 가장 위험한 대공의 품에 안겨 저토록 당당하게 반항하는 모습은 그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짓밟는 일이었다. "세실리아 에델하르트." 리온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으르렁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황실의 권위와 함께 억눌려 있던 집착이 거칠게 묻어났다. "네가 그 남자의 뒤에 숨어 이런 식으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나?“ ”그런 건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멋대로 구는 것보다는 대공님의 방식이 훨씬 더 나은 것 같아요.“ ”하,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단순히 너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세계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황실의 이름으로 너를…" 리온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이었다. 공간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졌다. 카이로스의 붉은 눈동자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섬뜩한 빛을 발하며 리온을 향했다. "한 번만 더 그 입으로 그 애를 어떻게 하겠다는 소리를 지껄이면, 네 그 목숨 붙어 있는 황태자의 자리 따위가 어떻게 되는지 눈앞에서 증명해 주마." 살벌한 위협에 리온의 친위대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겨누며 긴장했다. 에드릭 역시 검병에 손을 올린 채 카이로스를 향해 경고를 날렸다. "대공 전하, 아무리 전하다 하더라도 황태자 전하를 향한 불경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용납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네 검으로 나를 베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기사단장 후계자." 카이로스의 입가에 서늘한 조소가 걸렸다. 정원은 일촉즉발의 전쟁터와 다름없는 분위기로 치달았다. 세실리아는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피바다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카이로스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카이로스, 진짜 싸우면 안 돼요! 저 사람들 다 보내야 한단 말이에요!"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카이로스는 잠시 시선을 내리자,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마주했다. 그의 험악하던 표정이 세실리아의 얼굴을 보자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5
اقرأ المزيد

23. 남부 대공의 등장

백색 마력의 거센 폭풍에 밀린 후. 황태자 리온과 친위대 기사들이 황급히 물러난 뒤. 그럼에도 정원의 여운은 가라앉지 않았다. 사방으로 흩날리던 먼지가 사그라들고 고요가 찾아오려던 찰나였다. “…과연 명성대로로군요. 북부의 파멸자라 불릴 만합니다.” 나지막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정원 입구 쪽에서 들려왔다. 세실리아는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황태자와 에드릭, 아셀이 물러간 자리에, 원작의 또 다른 핵심 공략 대상이 서 있었다. 남부 대공, 루시안 카르델. 태양을 닮은 찬란한 금발에 나른한 눈매를 가진 그는, 제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남자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원작 속 루시안은 남부의 광활한 영지를 다스리며 언제나 여유롭고 친절한 미소로 여주인공 리아나의 마음을 사로잡던 다정남 캐릭터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는 어딘가 비틀려 있었고, 그 나른한 눈동자 속에는 서늘한 호기심이 번뜩이고 있었다. “루시안 카르델?” 카이로스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남부 대공과 북부 대공. 제국의 양대 축을 이루는 두 괴물이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공간의 기압이 급격하게 낮아지며 미세한 정전기가 피부를 곤두서게 만들었다. “황태자처럼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일 생각은 없습니다, 카이로스 대공.” 루시안이 나른하게 웃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의 걸음걸이는 완벽하게 여유로웠지만, 손끝에는 이미 남부 특유의 치명적인 기운과 마력이 가늘게 얽혀 있었다. 원작의 설정 따위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이 시점에서, 남부 대공마저 이 은신처를 찾아온 이유는 명확했다. “내 영지에도 최근 이상 현상이 감지되었거든요. 남쪽의 마력이 정체불명의 에러 코드로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루시안의 시선이 카이로스의 품에 안겨 있는 세실리아를 향했다. “그리고 그 에러의 중심에는… 늘 이 에델하르트 영애가 있더군요.” 힐끗 바라보는 눈빛은 탐색하듯 날카로웠지만, 동시에 묘한 집착을 품고 있었다. “내 영민들이 고통받고 있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6
اقرأ المزيد

24. 갑작스런 거래

"거래라니?" 카이로스가 눈썹을 찌푸리며 낮게 물었다. 그의 검병에 서려 있던 하얀 마력이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은 것을 보면, 루시안의 어떤 말도 곧 곧이곧대로 믿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렇습니다." 루시안은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황태자 리온이나 마탑주 후계자 아셀 같은 녀석들처럼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시스템의 잔재에 집착하는 짓 따위는 내 취향이 아니거든요. 그들은 원작의 코드에 속박되어 발버둥 치는 바보들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나는 다릅니다." 루시안의 시선이 세실리아에게로 깊숙이 박혔다. "이 세계의 시스템이 붕괴하고, 원작의 모든 설정이 박살 났을 때…… 남쪽의 마력 아카이브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 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이 에델하르트 영애의 존재 방식 그 자체였습니다." 세실리아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원작에서 루시안 카르델은 여주인공 리아나에게 남부의 특산물과 보석을 아낌없이 선물하며 언제나 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서브 남주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마주한 루시안은 다정한 미소 뒤.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지독한 면모를 숨기고 있었다. "내가 이방인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에요?" 세실리아가 카이로스의 품에서 살짝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물었다. 루시안은 그제야 소리 내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영애. 이 세계의 주민들은 시스템의 강제 포맷 속에서 자아가 변질되었거나 겨우 살아남았을 뿐입니다. 영애는 애초에 이 세계의 데이터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흥미롭다는 겁니다." 루시안이 한 걸음 더 다가오려 하자, 카이로스가 즉시 가로막으며 차가운 한기를 뿜어냈다. "거기서 멈춰라. 더 이상 다가오면 거래고 뭐고 그 목부터 날려버릴 테니까." "으스스하군요. 좋습니다, 이 자리에서 물러나지요." 루시안은 손을 가볍게 내저으며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카이로스 대공. 영애를 노리는 건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7
اقرأ المزيد

25. 마지막 남주 등장!

루시안이 남긴 여운은 주택가 주변의 공기마저 무겁게 짓누르는 듯했다. 정원의 경계선. 그곳에 남아 있던 미세한 남부 특유의 마력 잔여물이 허공에서 스러져갔다. 그걸 본 카이로스는 여전히 미간을 좁힌 채 혀를 찼다. "저 자식마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제국 전체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혔다는 뜻이겠지." 카이로스가 낮게 읊조렸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선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황태자 리온이 무식한 힘과 권위로 밀어붙였고, 마탑주 후계자 아셀이 데이터의 분석과 구조적 모순을 파고들었다면, 남부 대공 루시안은 그 모든 상황을 관망하며 이권을 챙기려는 가장 영리하고 위험한 포식자였다. 원작에서 이들은 각자의 루트에 따라 여주인공 리아나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거나 협력하던 공략 대상들이었다. 허나 시스템이 붕괴하고 세계의 규격이 박살 난 지금, 그들의 집착은 리아나가 아닌 오직 이 세계의 예외적 존재이자 이방인인 세실리아에게로 완전히 쏠려 있었다. "하여튼 간에, 머리가 지끈거려 죽겠네." 세실리아는 테라스 의자에 다시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진상 손님은 한두 명씩 돌아가며 왔지…’ 이렇게 대륙의 내로라하는 대공들과 황태자가 패키지로 찾아와 난리를 피우는 일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게임이나 열심히 파고들 걸 그랬어.’ 그녀는 마음속으로 수백 번도 더 후회를 거듭했다. 그때 어떻게 알았는지 카이로스가 다가왔다. "괜찮다." 그리고는 그녀의 곁에 무릎을 굽히고 가까이 앉았다. 그의 거칠고 단단한 손이 세실리아의 어깨를 감싸 쥐며 부드럽게 다독였다. 조금 전까지 남부 대공을 향해 살기를 뿜어내던 괴물 같은 대공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는 다정한 연인의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 "저들이 몇 명이 몰려오든, 어떤 꿍꿍이를 꾸미든 간에 네가 원치 않는다면 내가 전부 차단해 주마.”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든든해서 좋았다. ”정말요?“ “그럼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7
اقرأ المزيد

26. 성기사단장의 광기

눈부신 선광이 걷혔다. 그리고 정원의 잔디 위에 모습을 드러낸 벨테르 하이센. 그는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경건함보다는 서늘한 집착을 품은 채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원작에서 성국의 최고 권력이자 세상을 정화한다는 명목 아래 수많은 이단과 이방의 요소를 심판해 온 성기사장. 그의 푸른 눈동자는 마치 거울처럼 차갑게 빛나며 세실리아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세실리아 영애." 벨테르가 나지막하게 읊조리며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은빛으로 빛나는 성검의 손잡이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그의 목소리는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부드럽고 자비로웠다. 허나 그 속에 담긴 오싹한 살기는 앞서 다녀간 황태자나 남부 대공과는 결이 다른 광기를 띠고 있었다. "성국의 신성기사단장이 여긴 어쩐 일이야……?" 세실리아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카이로스의 등 뒤로 살짝 숨었다. 원작에서 벨테르는 여주인공 리아나에게 구원을 빙자한 강요된 선의를 베풀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주변을 갉아먹던 가장 위선적이고 위험한 공략 대상이었다. 그런 그가 시스템이 붕괴하고 세계선이 완전히 뒤틀린 이 시점에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이 세계의 규격이 무너지고, 메인 시스템의 코어가 해제되는 파열음이 성전까지 닿았습니다." 벨테르는 카이로스가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발걸음마다 잔디가 하얗게 얼어붙으며 신성력의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모든 데이터가 제자리를 잃고 폭주하는 지금, 이 세계의 오염원인 이방인이 정화되지 않는다면 대륙 전체가 영구 소실될 것입니다. 그것은 신의 뜻이 아니지요." "신의 뜻?" 쉬익- 카이로스가 낮게 코웃음을 치며 검을 뽑아 들었다. 하얀 마력이 맹렬하게 요동치며 벨테르의 신성력과 부딪쳐 날카로운 스파크를 튀겼다. "네가 믿는 그 신이란 놈도 결국 이 세계를 조작하던 메인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8
اقرأ المزيد

27. 최후의 발악

”어째서 그런 불안정한 이방인 하나를 구하겠다고 대륙 전체를 파멸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것인지, 성직자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요." "이해할 필요 없다." 카이로스의 목소리는 만년설보다 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벨테르를 향한 한 점의 자비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카이로스가 손에 쥔 검의 마력이 한층 더 거세게 요동치며 주변의 대기를 잘게 찢어발겼다. "네가 말하는 시스템의 질서든, 성국의 구원이든 내게는 개미 눈곱만큼의 가치도 없다. 내 눈앞에서 당장 꺼지지 않는다면, 그 거룩하다는 성검을 부러뜨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해 주지." "오만하군요." 벨테르의 눈빛이 순식간에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가 성검을 높이 치켜들자, 하늘 위로 거대한 성스러운 마법진이 펼쳐지며 눈부신 빛의 기둥이 정원을 내리꽂았다. 빛의 압박에 세실리아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이단은 정화되어야 하니까요." 벨테르가 검을 내리찍는 순간, 카이로스의 몸이 바람처럼 튀어나갔다. 두 사람의 무기가 부딪치는 장엄한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폭발적인 마력과 신성력이 격돌하며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황태자의 권력, 마탑주의 분석, 남부 대공의 관망에 이어 성국의 광기까지 더해진 이 난장판 속. 세실리아는 이를 악물고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 원작의 남주들이 에러가 나도 너무 단단히 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카이로스 발테온의 검끝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 하얀 마력. 그리고 성기사장 벨테르 하이센의 성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한 신성력. 그게 정원의 공간을 완전히 양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무기가 부딪칠 때마다 대기가 비명을 질렀고, 시공간의 틈새가 미세하게 벌어지며 검푸른 공백이 허공에 아가리를 벌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압박감만으로도 정신을 잃거나 피를 토하며 쓰러졌을 터였다. 하지만 세실리아는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뜬 채 그 지독한 풍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8
اقرأ المزيد

28. 시스템의 붕괴

벨테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어 카이로스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푸른 눈동자 속에서 성국의 신성력이 완전히 꺼져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벨테르를 지탱하던 시스템의 코드가 완전히 끊어진 것이었다. [WARNING: SYSTEM CORE DISCONNECTED] [모든 공략 대상의 세션이 강제 종료됩니다] [세계선 동기화율 0%] [영구 소실 시퀀스가 시작됩니다] 허공에 붉은색 경고 창들이 비명처럼 쏟아져 내렸다. 주택의 테라스와 정원, 멀리 보이는 평원의 풍경까지 유령처럼 흐릿하게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환영으로 만들어진 홀로그램이 전원이 나간 것처럼 지지직거리는 노이즈를 뿜어냈다. "이게 뭐야……?" 세실리아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이 모래알처럼 미세하게 흐트러졌다 다시 붙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이 세계 전체가 통째로 증발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세실리아!" 카이로스는 주변의 변화를 눈치채자마자 즉시 검을 거두고 그녀에게 달려와 품에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의 단단한 체온이 전해져 오자 비로소 흐릿해지던 세실리아의 손끝이 선명한 감각을 되찾았다. "카이로스, 이거…… 세계가 진짜로 끝장나려는 건가 봐요!" "걱정 마라. 내가 네 손을 놓지 않는 한, 이 세계든 시스템이든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 카이로스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허공에 떠 있는 붉은 경고 창들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이라도 마주한 듯 오만하고 당당했다. 바로 그때, 정원 한가운데로 무너져 내리던 공간의 틈새에서 거대한 빛의 구체가 떠올랐다. 그것은 《아르카디아 로맨스》의 메인 시스템이자, 이 게임의 세계를 관장하던 관리자 프로그램의 최종 형태였다. 기계적인 음성이 허공을 울렸다. [피조물은 관리자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비정규 데이터 '세실리아 에델하르트'와 '카이로스 발테온'은 즉시 삭제 처분됩니다.] [선택하십시오. 세계의 안정을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9
اقرأ المزيد

29. 계속되는 집착

시스템의 관리자 구체가 산산조각 나며 거대한 노이즈가 걷힌 자리. 그곳에는 비로소 진짜 생명력으로 숨 쉬는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더 이상 허공에 둥둥 떠다니며 선택지를 강요하던 푸른색 경고 창도, 세계선의 붕괴를 알리는 기계적인 경보음도 들리지 않았다. 사방은 눈이 부실 만큼 평화로웠고, 아침 햇살은 그저 따스하게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정말…… 완전히 끝난 거야?" 세실리아는 카이로스의 품에 기대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은 게임 속의 배경 그래픽이 아니라,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스치는 진짜 하늘이었다.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는 카이로스의 단단한 체온만이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래. 이제 네가 보던 그 지독한 게임의 세계는 없다." 카이로스는 낮게 미소 지으며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넘겼다. 수백 번의 회귀 동안 절망에 찌들어 있던 그의 붉은 눈동자는 이제 오직 평온함과 나른한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계의 굴레에서 벗어난 북부 대공은 더 이상 파멸의 화신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의 다정한 연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평화가 찾아왔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일이 얌전하게 정돈되는 것은 아니었다. 쾅-! 주택의 정원 입구 쪽에서 조용한 아침을 깨우는 무례한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거기 안에 누군가 있다는 건 다 안다! 당장 문 열어!" 익숙하고도 오만한 목소리. 황태자 리온 에르하르트였다. 그의 뒤로는 제각기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은 채 걸어오는 에드릭 아르벤과 아셀 루미에르. 그리고 남부 대공 루시안과 성기사장 벨테르까지 줄줄이 따라붙어 있었다. 원작의 공략 대상들이 완벽한 패키지로 다시 찾아온 것이다. "아니, 저 사람들 또 왔어?!" 세실리아는 기가 막히는 듯 이마를 짚었다. 시스템이 터지고 세계가 구원받았으면 각자 알아서 잘 살 것이지, 왜 또 여기까지 몰려와 이 지랄인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카이로스의 얼굴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9
اقرأ المزيد
السابق
1234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