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오늘도 일에 치여 사는 직장인 여성은 자기가 개발하는 게임에 빙의한다. 그런데 왜 자꾸 남주가 쫓아오는 건데!
View More내 질문에 에이든이 멈춰 있는 카시안의 하얀 뺨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히익?!”나는 시간이 멈춰 있다는 걸 알면서도 기겁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에이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그야 메인 시스템이 저 미친 남주 때문에 에러가 나서 강제 생성된 보안 프로그램이니까 그렇지.”“그런 기능도 있었구나, 난 몰랐는데.”“그야 새로 생긴 기능이니까 모를 만도 하지.”그가 혀를 차며 입을 뗐다.“저 새끼 저거 봐. 루프를 너무 많이 돌아서 코어가 다 타버린 거야.”그 말대로 그가 보여준 카시안의 코어는 새까맸다.이어서 그가 카시안의 마검을 검지손가락으로 밀어내며 말했다.“그러니까 지를 만든 개발자를 납치해서 같이 지옥이나 가자고 협박하지. 에휴, 미친 놈.”에이든은 지나치게 여유로웠다. 허나 나는 카시안이 언제 깨어날지 불안해졌다.‘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난 탈출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에이든의 옷자락을 낚아채며 말했다.“에이든, 당신이 나 현실 세계로 되돌려보내 줄 수 있어? 그럼 당장 로그아웃 시켜줘.”그러자 에이든의 잘생긴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그가 한숨을 푹 내쉬며 내 어깨를 짚고 입을 열었다.“미안한데 나도 그러고 싶거든?”“지금 안된다는 소리야?”“맞아, 나도 지금 저 미친 폭군 황태자 놈한테 메인 코어를 저당 잡혀서 여기 갇히게 된 피해자라서 말이지.”나는 꼬여버린 시스템 흐름을 파악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뭐라고? 당신 AI라며.”에이든이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진지하게 입을 뗐다.“말했잖아, 나도 피해자라고. 당장이라도 너랑 똑같이 이 지옥 같은 버그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거든?”그가 연이어서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근데 그게 안되는 걸 어떡해.”“그래서 뭐 어쩌라고.”“매일 똑같은 엔딩, 똑같은 말만 늘어놓는 걸 반복해서 감시하는 게 얼마나 고역인지 알아?”이어서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말했다.“우리가 힘을 합치면 못 나갈 것도 없어
이어서 그가 내 목덜미를 움켜쥐고 낮게 말했다.“말했잖아. 이 세계의 균열을 열고 너를 부른 건 나라니까?”그의 마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마기가 내 발목을 뱀처럼 감아 쥐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네가 만든 그 어떤 치트키도 작동하지 않아. 그러니 쥐새끼처럼 튈 생각은 그만하시지.”그러니 물리적으로 몸이 묶여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카시안의 검날이 내 심장을 찌르기 위해 천천히 다가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팅-!갑자기 사방의 모든 소음과 불빛이 거짓말처럼 정지했다.달빛의 흐름도, 바람에 흔들리던 테라스의 커튼도 딱 멈춰버렸다.심지어 내 심장을 찌르려던 카시안의 마검과 그의 표정마저도 흑백으로 멈췄다.“어라?”이게 내 착각이 아니라면, 완벽하게 시간이 정지된 상태였다.그렇게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였다. 허공에서 미성의 목소리가 시스템처럼 울려퍼졌다.[내가 도와줄까?]“누구야?”[널 도와줄 사람.]“그러니까 이름이?”그때 머리 위 허공에서 경쾌하고 서늘한 목소리가 쏟아졌다.“으음, 일단은 에이든이라고 해둘까.”나는 위를 쳐다보며 소리쳤다.“뭐야, 이렇게 말 걸 수 있었잖아?! 그럼 왜 아까처럼 말 걸었어?”“그거야 색다르면 기분 좋으니까? 아무튼 안녕!”부웅-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나온 소년이 허공에서 내려오며 입을 열었다.“와, 진짜 눈 뜨고 못 봐주겠네.”이어서 그가 내 코앞까지 다가와 얄밉게 입을 뗐다.“그 어설픈 눈빛이랑 뻣뻣한 몸짓 때문에 데이터가 오염될 뻔했잖아. 하마터면 나도 억류될 뻔 했다고.”“그게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야?”“상관있지. 내가 있어야 너도 나갈 수 있을 테니까.”그는 사방이 정지된 흑백의 공간 속에서 홀로 찬란한 색깔로 빛나고 있었다.게다가 눈부신 백발에 짙은 벽안을 반짝이는 수려한 미소년이었다.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그 소년의 등장을 보며, 내가 날카롭게 물었다.“당신 누구야? 설마 이 스크립트를 정지시킨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날 4천 번 이상 루프시키고는? 내가 깨달은 후로 사망 스크립트를 얼마나 봤는지 알아?” 전혀 예상치 못한 카시안의 폭탄 발언에 내 사고 회로가 정지됐다. ‘뭐라고?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뭔지는 몰라도 지금 카시안이 말하는 소리를 알아듣고 싶다. 이런 내 간절한 마음에 반응하듯 앞에 파란색 선택지 창이 번쩍였다. 개발자 권한의 비상 가동 시스템이었다. 띠롱-! [돌발 이벤트 발생! 카시안이 당신의 정체를 간파했습니다.] 생존을 위한 대화 스크립트를 선택하십시오. 1. 설득하기 2. 거짓말치기 3. 모르쇠하기 선택지들을 확인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왜 그냥 대충 도망간다는 선택진 없는 건데!’ 과거에 바쁘다고 일단은 대충 야매로 짜놓았던 쓰레기 코드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나는 다급하게 1번 [설득하기]를 선택했다. ‘그래, 사람이니 대화를 하자!’ 난 칼이 목에 대어져 있는 이 순간에도 그에게 말했다. “으윽, 우리 대화를 좀 하는 게 어때요?” [판정 실패! 당신의 권위 수치가 부족합니다. 카시안은 지금 당신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카시안이 내 목을 강하게 조여왔다. 그가 내 숨통을 짓누르며 냉혹하게 말했다. “대화라니? 나를 4천 번 죽인 자의 입에서 나오는 대화치고는 참 가볍군.” 안 되겠다, 난 황급히 2번 [거짓말치기]를 연타했다. “실은 저는 전하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 그래서 우리 둘 사이에 시련을 준 거죠!” [판정 실패! ‘연기’ 수치 미달. 카시안의 ‘광기’ 수치가 상승합니다.] 그가 내 턱뼈가 부서질 듯 손귀에 힘을 주며 격분하여 입을 열었다. “사랑해서 시련을 주었다고? 그 주둥이를 확 찢어버리기 전에 가만히 있지 그래?” 카시안의 적안이 진심으로 살벌하게 타올랐다. 마지막 3번 [모르쇠하기]를 궁여지책으로 발동시켰다. “제, 제가 그랬다고요? 저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에러: 시스템 에러.
“몸이 약해 오랜 기간 침소에만 누워 지내다 보니 스텝이 서툽니다.”오래 쉬어서 그런 설정이었다. 나는 담담하게 대답하려 애썼지만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까지 숨기진 못했다. 게다가 내 시선은 그의 얼굴이 아닌, 연회장 구석의 출구 좌표를 쫓고 있었다.카시안이 내 귀를 스치듯 위험하게 속삭이며 입을 열었다.“나와 춤을 추면서 눈을 굴리며 도망칠 궁리나 하다니. 그 가당치도 않은 대담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이어서 그가 내 귓가를 잘게 물듯이 낮게 말했다.“그렇게 도망치고 싶나? 정말 처형당하고 싶어서 이러지?”“아, 아닙니다.”내 대답에 코웃음을 친 그가 음산하게 말했다.“연회가 끝나면 그 어설픈 껍데기를 내 손으로 직접 벗겨주마.”그의 목소리에는 살벌한 확신이 서려 있었다.‘이거야 원, 죽겠구만.’산뜻한 음악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고조될수록 내 수명도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내 어색한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가 이미 내 정체를 밝히고 있었다.그렇게 웅장했던 왈츠의 마지막 엔딩 음이 길게 끌리며 끝이 났다.‘1분 1초가 느리게 지나갔어.’짝짝-그때 귀족들의 가식적인 박수 소리가 대연회장에 울려 퍼졌다.하지만 카시안은 내 손목을 결코 놓아주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이리로.”“네, 네에?”그는 나를 붙잡은 채 연회장 뒤편의 어둡고 고요한 테라스로 이끌었다.차가운 달빛만이 내리죄는 조용하고 완전히 고립된 공간이었다.“도망쳐도 소용없어, 사방에 방음 마법이 걸려 있거든.”언제 해놨는지, 카시안의 말대로 연회장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됐다. 그 말은즉슨, 여기서 내가 끔찍하게 칼에 맞아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었다.바로 본론부터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가 딴 소리를 했다.“그나저나 조용해서 좋군, 그렇지 않나?”그게 더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하나도 좋지 않은데, 일단 그렇게 말해야겠지.’내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답했다.“그, 그러게요.”속마음은 전혀 달랐지만 일단은 그렇게 말하자, 카시안은 나를 거칠게 대리석 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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