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은 집무실에는 등잔 기름 타는 냄새가 짙었다.책상 위에 펼친 수도 지도의 귀퉁이를 문진 넷이 눌러 두고 있었다.대성당 자리에 누군가 붉은 잉크로 동그라미를 쳐 놓았다."교단을 친다."세라피나의 고백을 다 듣기도 전이었다."대사제 목을 쳐서 대성당 첨탑에 건다.""폐하."엘로라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그럼 교단이 통째로 들고일어나요.""그래서.""백성들은 아직 교단을 믿어요. 대사제를 죽이면 폐하는 마녀한테 홀린 폭군이 돼요.""이미 폭군이야.""레이너드가 그랬던 것처럼, 그 소리로 사람을 모을 거라고요.""그럼 닷새 뒤에 기사단이 널 치는 걸 구경하라고?""막아야죠. 칼 말고요."칼리안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붉은 눈 속에서 오래된 불이 타올랐다.폭군의 불이었다.다만 그녀의 손이 팔 위에 얹혀 있는 동안, 그 불은 번지지 않았다.문가에서 세드릭이 입을 열었다."폐하. 교단 기사단은 삼백입니다.""우리는.""두 배입니다. 다만 교단 기사와 붙으면 칼을 내려놓는 자가 나올 겁니다. 신을 베는 일이라 여길 테니까요.""…….""하나 더 있습니다. 대사제는 원로원 의원이 아닙니다. 불체포 특권도 없지요.""그럼 잡으면 되겠네.""교단의 수장은 황제의 재판을 받지 않습니다. 교단법입니다.""법 좋아하는 놈들 많네.""저도 싫어합니다, 폐하."'또 법이야. 또 벽.'엘로라는 지도 귀퉁이를 손끝으로 눌렀다.양피지가 손톱 밑에서 바스락 구겨졌다.에반디스도 원로원의 법 뒤에 숨었다가, 그녀가 소리 내어 읽은 법과 펼친 장부에 끌려 나왔다.신의 이름이 걸린 벽이라도, 그 벽돌을 쌓은 건 사람의 손이었다."세라피나 양."엘로라가 돌아보았다.세라피나는 집무실 구석 의자에 앉아 있었다.칼리안은 그녀를 지하로 내려보내려 했지만, 엘로라가 막았다."대사제가 보낸 편지, 아직 있어요?""……네. 다 태우라고 하셨지만, 못 태웠어요.""왜요.""언젠가 누가 물어볼 것 같아서요. 제가 왜 그랬는지."엘로라의
Zuletzt aktualisiert : 2026-10-23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