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단 세 명밖에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내가 황가의 핏줄이 이어지지 않은 뻐꾸기 황녀라는 것. 근데 왜 자꾸 황제가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もっと見る휘이잉-
황궁의 높은 창틈을 파고든 차가운 밤바람이 복도 끝에서부터 길게 울려 퍼졌다. 황궁 전체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밤은 유독 고요했다. 아니, 고요하다기보다는 숨죽인 쪽에 가까웠다. 붉은 융단이 깔린 복도마다 시종들의 발소리마저 조심스러웠고, 벽에 걸린 촛불조차 평소보다 낮게 흔들리는 듯했다. 엘로라는 그 정적 속에서 자신의 심장 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울린다고 느꼈다. 쿵, 쿵, 쿵. 마치 쇠망치로 가슴을 두드리는 듯한 불길한 고동 소리가 들렸다. ‘들키면 끝이야. 여기서 죽거나, 아니면 지하 감옥에서 썩거나.’ 방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달빛을 몇 번이나 확인한 뒤에야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렸다. 손끝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황궁은 그녀에게 안식처였지만, 이제는 그저 거대한 무덤처럼 느껴졌다. “지금이야, 로웰.” “아가씨,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이렇게 급하게 나가는 건 너무 위험해요.” 하녀복을 입은 유모인 로웰의 목소리에 깊은 근심이 서려 있었다. 엘로라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애써 담담한 척 웃어 보였다. 그녀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유모를 진정시키기 위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위험한 건 알아. 하지만 여기 머무는 건 서서히 다가오는 단두대를 계속 기다리는 것뿐이야. 그게 더 위험해.” “하지만… 그래도 황태자 전하가 직접 해를 입히진 않으실지도 모르잖아요.” “아니야, 로웰. 저분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분이 아니니까.” 엘로라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 보았던 붉은 눈동자가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선대 폐하가 승하하신 직후, 황궁의 공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것은 차가운 얼음 같은 변화였다. 황위를 계승한 칼리안의 눈빛에는 피비린내 나는 살의와 타오르는 듯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엘로라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어서, 지금이 아니면 다신 기회가 없어. 지금 이 혼란을 틈타야만 해.” 로웰이 짙은 갈색 외투를 여미며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촛불 아래 비친 유모의 주름진 얼굴을 보자 엘로라는 순간 목이 메었다. ‘내가 유모를 끌어들인 거야.’ 죄책감이 폭포수처럼 밀려왔지만, 여기서 멈추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엘로라는 유모의 손을 꽉 붙잡고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벽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지하실 돌바닥을 뛰어다녔다. 발밑에서 나는 아주 작은 마찰음조차 이 순간에는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렸다. ‘제발, 아무도 없길…’ 엘로라는 자신의 옷소매를 꽉 쥐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축축했다. “허억, 허억…!” 어느새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황궁의 구조는 엘로라에게 손바닥 보듯 익숙했지만, 오늘따라 복도는 끝이 없는 미로처럼 느껴졌다. 등 뒤로 서늘한 기운이 감돌 때마다 그녀는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새로운 주인이 들어온 첫날, 황궁은 흡사 거대한 뱀의 아가리 속 같았다. 그래도 그것은 착각인 듯 이내 탈출할 곳이 가까워졌다. 자신감이 조금 올라온 엘로라가 자신의 유모에게 말했다. “후우, 로웰.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네, 아가씨.” “통로 입구까지만 가면 그다음엔 수월할 거야.” “휴우… 제발 아무 일 없이 지나가야 할 텐데요.” “걱정하지 마. 나는… 아니, 우리는 할 수 있을 거야.” 비밀 통로의 입구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을 때, 엘로라는 처음으로 안도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조금만 더 가면, 이 지긋지긋한 황궁을 벗어날 수 있어.’ 성 밖에는 미리 준비해 둔 마차가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평민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아주 먼 곳으로 떠나면 된다. 과거의 이름도, 신분도 모두 버린 채로 살 것이다. ‘거기서는 평화롭게 살고 싶어,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엘로라는 도착한 그곳에서만큼은 여태껏 짊어져왔던 황녀로서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었다. 그렇게 그저 이름 없는 들꽃처럼 살아가리라 다짐했다. 그렇지만 그런 안도감이 드는 것도 잠시였다. 등 뒤에서 서늘한 바람과 함께 누군가의 그림자가 그녀의 발치에 드리워졌다. 그때 음산한 목소리가 엘로라를 붙잡았다. “…지금 어딜 도망가는 거지?”“그렇지, 너무 귀여워서 콱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야.” 칼리안은 엘로라의 부드러운 실타래같이 곱슬거리는 연분홍빛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그리 말했다. 그러자 엘로라가 고개를 저으면서 답했다. ”…에, 에이~ 과찬이세요. 폐하께만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에요.“ ”그게 더 좋군. 이렇게 어여쁜 모습을 나만 볼 수 있다면야.“ 그러면서 잡은 제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기까지 했다. 이러는 칼리안의 행동은 꼭 제게 콩깍지라도 씌인 것 같았다. ”낯부끄러운 말 좀 하지 마세요. 지금 저 놀리려고 이러시는 거죠?“ 엘로라가 볼을 붉히며 묻자, 칼리안이 자신의 고개를 기울이며 무표정으로 물었다. ”흐음, 이게 겨우 놀리는 것처럼 보이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묻는 눈빛은 탁하고 날 서 있던 평소와는 달리, 정말로 궁금한 눈치였다. ”그럼 아니에요?“ “어차피 황제인 내 허락 없이는 결혼하지 못할 거야.” “…어차피 허락 안 해주실 거잖아요.” 칼리안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래보이나.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냥요...” 나중에 가서 진실을 알게 되면 지금 이러는 것보다 더 하면 더했지 이것보다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복동생인 줄 알고 있는 지금도 집착이 이렇게나 심한데…’ 엘로라는 절대 들키지 말아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는 대신,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엘로라가 자조하듯이 말했다.
그럼에도 칼리안은 오래간만에 느끼는 넘치는 행복감 때문에 지금 당장 삐져나오는 웃음을 감추지를 못했다. 평소였더라면 이성적인 판단을 했을 터인데 지금 당장은 그게 잘 안됐다. 칼리안이 자기 신하에게 물었다. “이제 일도 슬슬 거의 끝나가는군. 그나저나 엘로라는 들어가기 전에 어땠지?” “처음에는 반항하는 듯 하다가 이내 얌전히 들어갔습니다.” “그래? 그거 다행이군.” 그는 엘로라가 싫어하건 말건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뜻대로 되게 되있으니까.’ 칼리안은 전 황제가 서거하고 권력을 얻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원하는 것은 못 가져본 적이 없었다. 딱 하나 못 가진 것은 엘로라 뿐이었다. 그러니 지금 제일 가지고 싶은 것은 당연하게도 엘로라였다. 칼리안은 콧노래까지 연신 부르면서 진심으로 좋아 보이는 눈치였다. 그러자 그의 신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폐하, 요즘 행복해 보이십니다.” “이게 다 엘로라가 내 말을 잘 들어서 그런 거 아니겠어.” 그 말처럼 예전과는 달리, 평화로운 생활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그저 엘로라가 칼리안에게 입 안의 혀처럼 굴면서 그의 말을 잘 듣는 덕분이었다. 그러니 이것은 폭풍전야나 마찬가지였다. 칼리안은 그들의 사이가 삐걱거리는지도 모른 채 치장을 마치고 돌아올 엘로라가 얼마나 아름다울지만 기대하고 있었다. * 그렇게 엘로라가 치장을 마치고 나온 후였다. 그렇게 다 꾸며져서 나온 뒤, 엘로라를 본 칼리안이 입을 살짝 벌렸다. ”…“ “폐하?“ 엘로라의 물음에도 그는 한참동안이나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저기, 폐하…? 무슨 말이라도 좀 해주세요…” “……” 엘로라는 이렇게 잔뜩 꾸며놨는데 별로 예쁘지도 않다면서 핀잔을 줄 줄 알았다. 그래서 다음에 칼리안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칼리안이 입을 뗐다. “엘로라...” “네, 폐하. 말씀하시지요.” “…정말 아름답군, 그래.” 말을 마친 그가 손짓하며 말을 이었다. ”이리 와.“ 엘로
이랬다 저랬다 날씨처럼 바뀌는 변덕스러운 칼리안의 기분 맞추기는 죽도록 어려웠다. ‘그럼 나보고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그때 콧방귀를 뀐 칼리안이 말을 덧붙였다. ”그나저나 어제 말해줄 걸 그랬나 보군, 너무 잘 자길래 깨우기가 좀 그랬지.” 큰 일이 연속으로 벌어져 그만 여태껏 까먹고 있었다. ’황제 즉위식 이후에 바로 도망쳐서 몰랐어. 그리고 쫓겨와서는 황제의 탄신연회라니.‘ 지난 겨울, 지병을 앓고 있던 전 황제의 죽음에 칼리안은 난데없이 갑자기 황위에 올랐다. 그리고 엘로라는 지금까지 자신을 길러준 유모와 함께 도망쳤다. 이어서 봄이 오기도 전에 잡히고, 이제는 벌써 후덥지근한 여름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시간이 참 많이도 지났네…‘ 지난 생각에 눈빛이 침잠한 파도처럼 짙어졌다. 그때 칼리안이 잡념을 유리창처럼 와장창 깨뜨렸다. “어쨌든 가봐, 당장 널 단두대 위에 올리는 것도 아닐 테니까.” 엘로라는 칼리안이 말할 때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잘 구분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칼리안은 알 듯 말 듯한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거짓말을 할 때마다 고양이같은 웃음을 짓는 걸 보면, 지금 죽는 건 아니겠지.’ 칼리안과 조금은 친해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그와 함께 보내는 날들은 조마조마하고 불안불안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줄 위에서 간신히 줄다리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칼리안이 그리 말하고 난 뒤 시녀들이 그녀를 연행하듯이 데리고 갔다. 엘로라는 또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엘로라의 모든 행동에는 자신의 의지가 없었다. ‘허수아비 왕은 권력이라도 있는데 말이지.’ 자신은 그것마저도 없었다. 엘로라는 그 점 때문에 갑자기 조금 서러워졌다. ‘내가 원하는 건 진정한 내 삶 단 하나뿐이었는데…’ 잔잔하고 행복한 삶, 그것이 왜 이렇게 더없이 어렵고 힘든 일인지 모르겠다. 괜스레 자신을 억지로 이곳에 끌고 와 묶어 둔 칼리안이 밉게만 느껴졌다. ‘지금이야 자기 말을 고분고분 잘 듣
칼리안이 그리 말하고 난 뒤 시녀들이 그녀를 연행하듯이 데리고 갔다. 엘로라는 또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엘로라의 모든 행동에는 자신의 의지가 없었다. ‘허수아비 왕은 권력이라도 있는데 말이지.’ 자신은 그것마저도 없었다. 엘로라는 그 점 때문에 갑자기 조금 서러워졌다. ‘내가 원하는 건 진정한 내 삶 단 하나뿐이었는데.’ 잔잔하고 행복한 삶, 그것이 왜 이렇게 더없이 어렵고 힘든 일인지 모르겠다. 괜스레 자신을 억지로 이곳에 끌고 와 묶어 둔 칼리안이 밉게만 느껴졌다. ‘지금이야 자기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다고 좋아하지. 근데 또 수틀리면 어느 날 갑자기 날 죽이려 들지 어떻게 알겠어?’ 분위기가 전보다는 확연하게 나아지기는 했지만 엘로라는 여전히 칼리안을 여전히 100% 확실하게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한 칼부림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는 걸 봤으니 어쩌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엘로라는 바로 씻겨졌다. 씻겨지기보다는 씻겨짐을 당했다고 보는 편이 더 합당할 것이다. “으윽…” 욕조에 뿌려진 장미꽃잎과 진한 향유에 머리가 다 아파왔다. 엘로라가 중얼거렸다. “그, 저기 있지. 이제 그만 뿌려도 될 것 같은데…” 그러자 시녀가 말렸다. “조금만 참으세요, 예뻐지는 건 고통이 따르는 법이니까요.” “딱히 안 예뻐도 되는데, 난... 왜 내가 이렇게까지 꾸며야 하는데?” “그야 당연히 폐하의 총애를 받고 계시니까요. 아름다운 황녀님을 보시면 폐하께서 더 기뻐하시지 않겠어요?” 시녀가 재잘거리면서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꾸미는 이유는 단 하나, 칼리안을 위해서였다. 엘레나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러거나 말거나 시녀는 자기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할 뿐이었다.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 된 기분이야.’ 그것도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인형. 엘로라는 그리 생각하자 쓴 약을 먹은 것처럼, 입안이 씁쓸해졌다. ’황후나 첩, 그도 아니면 그의 신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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