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라는 눈을 감았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을 버릴 수 있을까.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외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칼리안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을 약함이라 부르며 잘라낼 수 있을까.’ 전부 다 아니었다. 그 모든 감정을 버리는 순간, 그녀는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 입었던 자신을 다시 버리는 셈이었다. 엘로라는 그 사실을 깨닫자 가슴 깊은 곳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오랫동안 그 아이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명령해 왔다. 울지 말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사랑받고 싶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야 다시 버려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사라진 적이 없었다. 늘 어머니의 기록을 펼칠 때마다.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칼리안의 손을 놓칠까 두려워할 때마다 여전히 안쪽에서 떨고 있었다. 그 아이를 또 버린다면, 왕좌를 얻어도 자신은 영원히 혼자가 될 것이다. 엘로라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찔렀다. 그 순간에도 문 너머에서는 칼리안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엘로라. 문을 열어.”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17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