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민지는 혜연의 자취방 문을 열고 들어섰다. 현관을 넘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비릿한 열기와 산소가 결핍된 정체된 공기였다. 혜연은 식은땀에 젖은 채 침대 위에 종잇장처럼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야, 박혜연. 정신 좀 들어? 나야, 민지." 민지는 혜연의 타들어 가는 이마를 짚으며 혀를 찼다. 그리고 식탁 위에 상수가 맡긴 봉투들을 하나씩 거칠게, 하지만 속으로는 조심스럽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혜연은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리며 초점 없는 눈으로 민지를 바라봤다. "민지야... 이게 다 뭐야? 편의점을 사 온 거야?" "이거? 네 '프로젝트 파트너' 강 상수가 조공 바치고 가신 거다. 너 아프다니까 약국을 통째로 털어 오셨더라? 몸살약에, 목 감기약에, 무슨 열 패치는 제조사별로 다 사 왔어. 야, 너 입맛 없을까 봐 푸딩에 배 음료까지 사 온 거 봐. 이 정성이면 병이 안 낫는 게 기적이다." 민지는 혜연의 침대 맡에 털썩 걸터앉아 상수의 봉투에서 약상자 하나를 툭 던지듯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너 아까 강 작가님 얼굴을 직접 봤어야 해. 로비에서 나 기다리는데, 무슨 대역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벌벌 떨고 있더라? 내가 집 주소 알려줄 테니까 제발 직접 가보라고 등 떠밀었더니, 자지러지면서 도망가더라니까. 네가 불편해할까 봐, 자기 얼굴 보면 네 열이 더 오를까 봐 겁나서 근처도 못 가겠대. 야, 박혜연. 너 대체 걔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애를 저렇게 쫄보로 만들어 놨냐?"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7-25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