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4시. 강남 한복판, 통유리로 둘러싸인 사무실은 거대한 기계 장치처럼 정교하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화벨 소리는 끊임없이 고막을 두드렸고, 복사기가 뱉어내는 매캐한 종이 냄새와 사람들의 날 선 타이핑 소리가 뒤섞여 공중에 부유했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운 풍경 한가운데 위치한 제1회의실만은 예외였다.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바깥세상은 4배속 재생을 한 것처럼 분주했지만, 회의실 안의 공기는 점성이 강한 꿀 속에 잠긴 듯 끈적이고 무거웠다. 그 정적을 깬 것은 김 팀장의 넌스레 섞인 목소리였다.“아니, 강 작가님. 이번 ‘블루밍’ 프로젝트 시안 말이야. 이거 아주 물건인데? 우리 박 과장이 원래는 내가 결재 서류만 가져가도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던 사람인데, 요즘은 아주 봄날의 햇살이야. 이거 다 지난번 엘리베이터 사고 때 작가님이 심폐소생술이라도 제대로 해준 덕분인가? 사람이 아주 딴사람이 됐어, 허허!”김 팀장의 농담에 혜연은 애써 펜대를 굴리며 무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민지는 이미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민지는 들고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빨대를 소리 나게 빨아 올린 뒤, 툭 던지듯 말을 얹었다.“팀장님, 그건 단순한 심폐소생술이 아니죠. ‘호흡의 공유’ 같은 거랄까? 작가님, 안 그래요? 두 분 사고 이후로 업무 협조가 광섬유급이던데. 이게 순수한 업무 열정인지, 아니면 폐쇄된 공간에서 발효된 사적인 잔향인지 내 코가 아주 근질근질하네요.”민지의 날카로운 직격타에 상수는 찻잔을 들다 말고 멈칫했다. 상수는 평소처럼 정갈한 목소리로 답하려 했으나, 찰나의 순간 그가 내뱉은 단어는 회의실의 공기를 단숨에 얼려버렸다.“글쎄요. 저는 그저 우리 혜연 씨가…… 아니, 박 과장님이 워낙 섬세하게 챙겨주셔서 결과가 잘 나온 것 같습니다.”순간, 정적이 흘렀다. 상수는 아차 싶은 표정으로 입술을 굳게 다물었지만, 이미 뱉어낸 ‘우리 혜연 씨’라는 다정한 음절은 공기
Last Updated : 2026-07-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