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의 그 잔인하도록 아름다웠던 노을 아래 상수를 버려두고 온 지, 어느덧 3주가 흘렀다.서울의 공기는 서천의 그것보다 훨씬 건조하고 무거웠다. 박혜연 과장은 다시 회사와 프로젝트의 정밀한 부품이 되어 있었다. 매일 아침 8시 30분, 그녀는 흐트러짐 없는 감색 정장의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우고 전장에 나가는 장수처럼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녀 어깨 위에 얹힌 책임감은 그녀가 사적인 슬픔에 잠길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 혜연 스스로가 그 틈을 허락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혹사시키고 있었다. 사무실 내 유일한 그녀의 숨구멍인 민지 과장조차 혜연의 그 지독한 평정심 앞에서는 혀를 내둘렀다. 점심시간, 회사 근처 식당에서 민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혜연의 창백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혜연아,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칼 같냐, 무섭게. 너 요즘 잠은 자는 거야?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왔어.” “일 안 해? 민지 과장님, 동기라고 봐주는 거 오늘까지야. 오후 브리핑 자료 다 검토했어?” 혜연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민지의 걱정을 쳐냈다. 혜연의 눈앞에는 설렁탕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상수의 하얀 셔츠 소매처럼 아른거렸지만, 그녀는 강박적으로 숟가락을 놀렸다. 음식이 입안에서 모래알처럼 씹혔다. 맛도, 향도 느껴지지 않는 ‘무취의 식사’였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7-28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