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의 떨림은 수십 년간 참아온 참회와 사랑이었다.“하지만 이거 하나는 진심이다. 상수야, 늘 네가 원하는 걸 찾아라. 아버지는 네가 나처럼 누군가의 명령에, 혹은 세상의 시선에 갇혀 살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 네가 정말 원하는 것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아비는 그것만 확인되면 된다.”평생 듣고 싶었던, 그러나 결코 듣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그 한마디가 상수의 가슴을 관통했다. 상수는 거울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아버지의 딱딱한 언어가 사랑의 오해를 불렀듯, 자신의 '유령' 같은 침묵 또한 혜연에게는 또 다른 폭력이었음을 깨달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위한다는 핑계를 대며 정작 자신의 진심을 숨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아버지가 가장 경계했던 '세상의 시선에 갇힌 삶'이었다.그리고 그 순간 상수는 깨달었다. 상수가 진짜 원하는 것. 그것은 혜연의 세상을 보존해 주는 것이 아니라, 혜연의 세상 안에서 그녀와 함께 숨 쉬는 것이었다. 그녀의 우정을 깨뜨릴까 두려워 숨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곁에서 모든 폭풍을 함께 견뎌내는 것이었다. 상수는 이제야 혜연의 눈물 섞인 외침이 들리는 듯했다. '비겁하다'는 그 말은, 제발 함께 싸워달라는 간절한 구조 신호였다.“...아버지.”“그래.”“죄송해요. 저 지금... 진짜 제가 원하는 걸 찾으러 급히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러면 평생 제 자신을 용서 못 할 것 같아요. 혜연 씨... 그 사람 없으면 전 다시 숨을 못 쉴 것 같아요.”상수는 짐도 풀지 않은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인자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아들의 눈동자에서 본 것은 예전의 소심한 소년이 아닌, 사랑을 위해 전쟁터로 나가는 한 남자의 투지였다.“가라. 늦지 않게 가서 잡아라. 네가 찾은 그 사람이 네 전부라면, 아비는 네 뒤에서 산이 되어주마.”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던 상수의 발길이 돌연 멈춰 섰다. 차가운 복도 공기가 밀려 들어왔지만, 상
Last Updated : 2026-07-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