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는 나를 놓아줬는데, 이제 와서 내게 애원하고 있어.: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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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장 – 겸손의 시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평생 혼자 밥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죠. 동료, 고객, 친구들. 하지만 오늘 저는 혼자 밥을 먹고 있고, 그 의미를 깨닫고 있습니다."오후는 더욱 고달팠다. 그는 즐거움도, 자부심도 없이 기계적으로 하나씩 일을 처리했다.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고, 칭찬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채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그저 평범한 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남자일 뿐, 인정받을 가치가 없는 평범한 일들에 몰두하고 있었다.그는 "내가 이 모든 일을 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요. 아무도 고맙다고 말하지 않고, 아무도 나에게 미소 짓지 않아요.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다섯 시가 되자 그는 창가를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한 시간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그곳에 홀로, 침묵 속에 있는 것.침묵. 그는 8년 동안 엘리너에게 그 침묵을 강요해 왔지만, 그 무게를 전혀 깨닫지 못했다. 오늘, 그는 그 침묵을 견뎌냈고, 그것은 숨 막힐 듯,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매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고, 매 초가 고문이었다.그는 "침묵은 무기입니다. 이제야 그걸 알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침묵을 사용했습니다. 오늘 저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제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했다.저녁이 되자 그는 녹초가 되었고, 기진맥진했으며, 손은 청소용품 때문에 붉게 물들었고, 허리는 쑤셨고,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그는 테이블에 앉아 공책을 집어 들고 마지막 일기를 썼다.“엘리노어의 삶 속 하루를 살아봤습니다. 단 하루뿐이었지만요. 그리고 이해했습니다. 머리로도, 말로도 아닌, 몸으로, 손으로, 마음으로요. 그녀는 8년 동안 그렇게 살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일들, 강요된 침묵, 답 없는 기다림의 8년. 투명인간처럼 살아온 8년.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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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장 – 간단한 작업

빅투아르가 그를 데리러 갔을 때, 그는 현관문 앞에 앉아 손에 공책을 든 채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신문을 건넸다."이해했나요?" 그녀가 물었다.네. 이제 이해했어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미 완료하셨습니다. 이제 계속 진행하세요.그녀는 공책을 집어 가방에 넣고 나갔다. 가브리엘은 어둠이 짙어지는 가운데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그날 저녁, 엘리너는 항해일지를 읽었지만 울지도, 미소 짓지도 않았다. 그녀는 한참 동안 꼼짝 않고 무릎 위에 펼쳐진 노트를 바라보며 그가 서툴게 쓴 글씨를 응시했다.그러고 나서 그녀는 그것을 닫고 서랍에 넣어둔 다음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그것으로 충분할지는 아직 몰랐지만, 어쨌든 시작이었다. 진정한 시작이었다.***그날 은 목록을 작성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간이 주방 테이블 위에 놓인 한 장의 종이에 적힌 글씨를 그는 즉시 알아봤다. 엘레오노르의 글씨가 아니었다. 빅투아르의 글씨였다. 깔끔하고 정확한 글씨체로, 아무런 설명 없이 지시사항을 옮겨 적어 놓은 것이었다."일주일 치 식료품을 50유로 예산으로 구입하세요. 아파트를 꼼꼼하게 청소하세요. 셔츠 다섯 벌을 다림질하세요. 점심과 저녁을 준비하세요. 식사 후에는 항상 설거지를 하세요. 그리고 일지를 작성하세요."가브리엘은 마치 단어들이 바뀌기를, 덜 황당하게, 자신이 아는 모든 것과 덜 동떨어지게 되기를 바라는 듯 그 목록을 세 번이나 다시 읽었다. 하지만 단어들은 그대로였고, 그 황당함은 여전히 완전하고 거대했다.그는 평생 식료품점에 가본 적이 없었다. 빗자루를 잡아본 적도, 셔츠를 다려본 적도, 케이터링 업체에 지시하는 것 외에는 직접 요리를 해본 적도 없었다. 그는 다국적 기업을 운영하는 법, 수백만 달러짜리 계약을 협상하는 법, 그리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법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유 1리터 가격이 얼마인지, 색깔 옷에는 어떤 세제를 써야 하는지, 계란을 태우지 않고 삶는 법은 몰랐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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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장 – 간단한 작업

그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정말로, 완전히 길을 잃었다.그는 받은 지갑을 꺼내 지폐를 세어 보았다. 50유로. 일주일치 생활비였다. 그는 간단한 점심 식사에도 100유로 미만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는 갑자기, 고통스러울 정도로 명확하게, 계산하고 계획하고 모든 지출을 예상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빠듯한 예산으로, 실수할 여유도 없이, 안전망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그는 밖으로 나가 동네 슈퍼마켓으로 걸어갔다. 좁은 통로와 어수선하게 진열된 선반이 있는 작고 소박한 가게였다. 그가 양복과 와인을 배달받던 고급 부티크와는 전혀 달랐다. 그는 바구니를 집어 들었다가 잠시 망설이고 내려놓은 후 쇼핑 카트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카트를 분리할 부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에 있던 여자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사과하고 장애물을 피해 다시 바구니를 들고 돌아왔다.식료품 쇼핑은 고역이었다. 그는 라벨을 해독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두 종류의 파스타, 두 병의 식용유, 두 포대의 쌀 사이에서 망설였다. 무엇이 좋은지, 무엇이 비싼지, 무엇이 적당한지 알 수 없었다. 장바구니를 채우는 데 45분이 걸렸고, 계산대에 도착했을 때는 예산보다 7유로가 더 나왔다. 그는 치즈, 햄, 잼 한 병을 다시 제자리에 놓아야 했다. 계산원은 그를 불친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뒤에 있던 손님들은 점점 참을성을 잃어갔다.그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손가락에 파고드는 비닐봉투를 잔뜩 든 채 가게를 나섰다. 거리에서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그저 다른 수많은 남자들처럼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평범하고 지친 남자일 뿐이었다.아파트로 돌아온 그는 공책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평생 장을 봐본 적이 없었다. 장 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50유로가 그렇게 적은 돈인지도 몰랐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청소는 더 엉망이었다. 그는 빗자루를 잡아본 적도, 싱크대를 닦아본 적도, 변기를 청소해본 적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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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장 – 간단한 작업

욕실을 정리하던 중, 그는 타일 위에서 긴 머리카락 한 가닥을 발견했다. 금발 머리카락이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집어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엘리너가 생각났다. 그녀가 자른 머리카락, 그리고 그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매일 그녀가 했던 모든 무심한 행동들이 떠올랐다.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그 모든 일을 매일같이 해냈습니다. 제가 보지도, 감사 인사도, 중요하다고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그녀는 묵묵히 해냈고, 그 일 뒤로 사라졌습니다. 그것이 바로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였습니다."다림질은 엉망이었다. 셔츠 하나는 태우고, 두 개는 구겨버렸고, 다섯 벌 모두 다림질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다리미 온도가 너무 높았다가 낮았다가 했다. 주름은 펴지지 않거나, 펴지더라도 다른 곳에 다시 생겼다. 그는 짜증이 나서 욕설을 내뱉고 모든 것을 바닥에 내던질 뻔했다. 하지만 그는 꾹 참았다. 그는 다시 그녀를 떠올렸다. 그녀의 인내심, 온화함, 그리고 불평 한마디 없이 항상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이 생각났다.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림질은 예술입니다. 저는 결코 다림질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림질이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림질은 여자가 하는 일이나 천한 일이 아닙니다.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기술이 필요한 진정한 노동입니다."저녁이 되자 그는 저녁을 준비했다. 또 파스타였다. 파스타는 너무 익었고 소스는 너무 짰지만, 직접 만들었고 다른 먹을 것이 없었기에 남김없이 다 먹었다.설거지를 마친 그는 허리가 쑤시고 손이 붉어진 채 식탁에 앉아 그날의 마지막 메모를 썼다."오늘, 나는 장을 보고, 청소하고, 다림질을 했다. 오늘은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단 하루. 그녀는 그런 하루를 수천 번이나 보냈다.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내가 보지 못한 모든 것을 결코 만회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그는 펜을 내려놓고 공책을 닫은 후, 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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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장 – 투명화

오전 시간은 집안일, 장보기, 다림질로 보냈다. 가브리엘은 서툴지만 성실하게 모든 지시를 따랐다. 그는 일기를 쓰며 자신의 실수, 좌절감, 그리고 깨달음을 기록했다. 그는 조금씩, 눈에 보이지 않는 일, 하지 않았을 때에만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가장 힘든 교훈은 아직 오지 않았다.이른 오후, 그는 문 아래로 넣어둔 또 다른 쪽지를 발견했다. 언제나처럼 빅투아르의 필체였다."밖으로 나가세요. 시내 중심가의 쇼핑 거리로 나가세요. 거기서 세 시간 동안 머무르세요. 아무것도 사지 마세요.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마세요. 그냥 사람들 속에 섞여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세요."가브리엘은 미간을 찌푸리며 지시사항을 다시 읽었다. 어이가 없었다. 세 시간 동안 군중 속을 목적 없이 걸어 다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사지 말라는 건가? 그걸로 대체 뭘 배우라는 거지?하지만 그는 복종했다. 그는 규칙을 받아들였고, 끝까지 지킬 작정이었다.그는 아파트를 나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지하철을 탔다. 길을 물어보고, 표를 사고, 잘못된 노선에 타서 되돌아와야 했다.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고,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익명의, 투명인간 같은 수많은 승객 중 한 명일 뿐이었다.그가 도심의 쇼핑 거리로 나서자마자, 인파가 그를 순식간에 에워쌌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방을 잔뜩 들고 무심하게 오갔다. 그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목적 없이 걸으며,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상점 진열창들을 바라보았다.30분쯤 지나자 그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움, 거의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여기 있는 누구도 그를 몰랐다. 그가 누구인지, 무슨 권력을 가졌는지, 얼마나 많은 재산을 소유했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는 그저 다른 사람들 중 한 명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마음이 편안해졌고, 거의 취한 듯한 기분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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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장 – 투명화

그러자 미묘하게 감각이 변했다. 가벼움은 투명함으로, 투명함은 소멸로 바뀌었다.그는 자신을 보지 않는 눈들과 마주쳤다. 사과 한마디 없이 어깨를 부딪치는 사람들.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다른 손님들에게 말을 거는 판매원들. 그는 더 이상 부동산 재벌이자 모두가 아첨하던 가브리엘 바넥이 아니었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도 아니었다. 군중 속의 한 얼굴, 수많은 몸뚱이 중 하나,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다.그는 카페에 들어가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기다렸다. 웨이터는 테이블을 치우고 주문을 받고 단골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빠서 세 번이나 그의 옆을 지나쳤지만 멈추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웨이터의 주의를 끌려고 했다. 하지만 웨이터는 그를 보지 못했다. 그는 마치 투명인간처럼 20분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주문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갔다.그는 마음속으로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거기에 있었지만, 존재하지 않았다."오후 내내 이러한 인상은 더욱 강렬해졌다. 그는 거리를 걷고, 상점 쇼윈도 앞에 멈춰 서고, 공원 벤치에 앉았다.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아무도 그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죽음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유령처럼, 인파 한가운데 홀로 서 있었다.그는 엘리너를 떠올렸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마치 투명인간 같았다. 사람들 속에서도 아니었다. 바로 그녀의 집, 그녀의 거실, 그녀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녀는 그곳에 있었고,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내어주었지만, 아무도 그녀를 보지 못했다.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아무도 그녀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그녀는 투명하고, 보이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다.그는 그날 오후를 직접 겪어봐야만 그녀가 8년 동안 견뎌온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 8년 동안 투명인간처럼 살아온 삶. 8년 동안 눈길 한 번, 말 한마디, 몸짓 한 번을 기다렸지만, 결코 오지 않았다. 8년 동안, 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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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장 – 피로

그가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는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테이블에 앉아 공책을 펼치고 다음과 같이 적었다."오늘, 저는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반나절 동안, 아니 몇 시간 동안이요. 아무도 저를 쳐다보지 않았고,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고, 아무도 저에게 서비스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거기에 있었지만,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살면서 경험한 가장 굴욕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8년 동안 그런 기분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제 집에서, 제 지붕 아래에서, 제 바로 옆에서 8년 동안 투명인간처럼 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그는 펜을 내려놓고 눈을 감은 채 한참 동안 미동도 없이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그는 울지 않았다. 더 이상 울 힘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내면 어딘가는 계속해서 금이 가고, 부서지고, 먼지로 변해갔다. 아마도 자만심이었을 것이다. 오만함이었을지도 모른다. 맹목적인 믿음이었을지도 모른다.그날 저녁, 그는 저녁을 먹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는 작은 방의 좁은 침대에 일찍 누워 잠이 들 때까지 천장을 바라보았다.그는 망각의 맛을 보았다. 그는 그 맛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가브리엘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허리는 쑤셨으며, 손은 세척제 때문에 붉게 물들어 있었고, 자기가 낸 줄도 몰랐던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그는 간이 주방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팔을 축 늘어뜨리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완전히 지쳐 있었다. 피곤한 정도가 아니었다. 완전히 녹초가 된 것이다. 모든 에너지, 의지, 생각이 고갈된 느낌이었다. 그는 전에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밤샘 계약 협상의 피로, 시차를 넘나드는 출장의 피로, 끝없는 이사회 회의의 피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피로는 달랐다. 물론 육체적인 피로였지만,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거의 존재론적인 피로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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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장 – 피로

그는 하루 종일 시키는 대로 했다. 장 보고, 청소하고, 다림질하고,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인파 속에 섞여 눈에 띄지 않게 도시를 걸어 다녔다. 그는 시키는 대로 하나하나, 속임수도 쓰지 않고, 빼먹는 것 하나 없이 충실히 따랐다. 그런데 지금, 그는 표백제 냄새와 너무 익은 파스타 냄새가 진동하는 부엌에서 흔들거리는 의자에 앉아 있는 껍데기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그는 엘리너를 떠올렸다.그녀는 이 모든 일을 매일 아무도 모르게 해냈다. 그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집안일과 장보기, 식사 준비를 도맡았다. 손님을 맞이하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모든 것이 완벽한지 살폈다. 그리고 저녁에 그가 집에 돌아오면,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단정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본 적도, 고맙다고 말한 적도 없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주었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그는 힘겹게 일어나 공책을 펼치고 이렇게 썼다."저는 너무 지쳤어요. 단 하루 만에, 정말 단 하루 만에 이렇게 지쳤어요. 그런데 그녀는 매일 그랬어요. 8년 동안 매일 그랬죠. 그런데 저는 그걸 보지 못했어요. 몰랐어요. 그녀에게 물어보지도 않았고요."그는 펜을 내려놓고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피로가 무거운 외투처럼 어깨를 짓눌렀지만, 동시에 깨달음이기도 했다. 쑤시는 근육 하나하나, 힘겨운 움직임 하나하나, 끝없이 이어지는 이 하루의 매 순간이 그가 불평 한마디 없이, 말 한마디 없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견뎌낸 모든 것을 떠올리게 했다.그는 퇴근 후 피곤에 지쳐 집에 돌아와 거실에 앉아 아내가 저녁을 차려주기를 기다리던 저녁들을 떠올렸다. 아내는 하루 종일 그가 방금 했던 일을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 지으며 그의 하루가 어땠는지 묻고, 동료나 고객에 대한 그의 불평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는 아내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아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피곤하지 않았는지 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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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장 – 피로

"그녀는 온 집안일을 어깨에 짊어지고 다녔는데, 난 그걸 몰랐어요. 매일 피곤해했는데, 난 그것조차 몰랐죠. 가장 끔찍한 건, 그녀가 날 탓하지도 않았다는 거예요. 사랑 때문인지, 의무감 때문인지, 습관 때문인지 몰라도, 그녀는 그 모든 걸 했어요. 그런데 난 그녀에게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았죠."그는 공책을 닫고 일어나 창가로 갔다. 밖은 밤이었고, 멀리 도시의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광활한 세상 속의 먼지 한 톨처럼 작고 보잘것없다고 느꼈다.그는 이제 이해했다. 지성으로도, 말로도 아니었다. 몸으로, 피로로, 상처 입은 손으로. 그는 엘리너 같은 여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여자, 다른 사람이 빛나도록 자신을 지우는 여자, 다른 사람이 말할 수 있도록 침묵하는 여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했다.그는 상황을 이해했고, 부끄러움을 느꼈다.잠자리에 들기 전, 그는 공책에 마지막 한 줄을 적었다."그녀는 내 하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내 아내였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어야 했다. 나는 그녀를 도와야 했다. 나는 그녀를 보살펴야 했다."그는 불을 끄고 좁은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극심한 피로가 그를 덮쳤지만, 그는 그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매일같이 자신을 위해 해 준 일들을.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결코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그것을 인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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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장 – 인식

마지막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간이 주방 테이블에 앉아 노트를 펼치고 펜을 쥐고 있었다. 그는 뭔가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창밖으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빛과 지붕 위로 길게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그는 이 이상한 한 주가 시작된 이후로 겪었던 모든 일을 되짚어 보았다. 장보기, 청소, 다림질. 인파 속에서의 투명인간 같은 존재감. 피로, 침묵, 외로움. 그는 일기를 쓰며 자신의 인상, 서투른 행동, 새로운 발견들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아직 깨닫지 못했다.오늘 저녁은 성찰의 시간이었다. 빅투아르가 그녀에게 준 마지막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밤은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앉아서 오늘 배운 것을 되돌아보세요."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그는 엘리너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손으로 직접 그린 드레스, 화살처럼 방안을 가로질렀던 그녀의 웃음소리를. 결혼식, 자신이 했던 약속들, 그녀에게 말했지만 지키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떠올렸다. 아직 그녀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사랑에 빠져 있던 초창기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서서히, 은밀하게 무관심으로 빠져들었던 그 긴 여정을 되짚어보았다.그는 더 이상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녀를 만지는 것도, 욕망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그만두었다. 그는 그녀를 액세서리, 가구, 물건 정도로 취급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모욕하고, 은밀히 그녀를 깎아내리고, 침묵시켰다. 그는 그녀에게 재능도, 가치도, 중요성도 없다고 믿게 만들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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