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 차은우! 흙먼지 다 날리잖아!"시아가 화려한 드레스 자락을 펄럭이며 뒤로 물러섰다.야자수 군락이 자리한 언덕배기, 소매를 걷어붙인 은우가 콧노래를 부르며 맹렬하게 모래를 파내고 있었다."야! 차은우! 네 엄마 얼굴에 모래 튀면 그 삽으로 네놈을 파묻어 버릴 줄 알아라!"태경이 연우의 앞을 넓은 어깨로 가로막으며 살벌하게 으르렁거렸다."아, 진짜 아빠는 유난이야! 다 팠어, 다 팠다고!"투덜거리던 은우의 삽 끝에 무언가 둔탁한 것이 틱, 하고 부딪혔다.은우가 삽을 던져두고 모래를 맨손으로 파헤치자, 은빛으로 빛나는 육중한 티타늄 원통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찾았다! 우리의 15년 전 타임캡슐!"은우가 낑낑거리며 원통을 모래 구덩이 밖으로 끌어 올렸다.차태경답게, 가족의 타임캡슐 하나를 묻으면서도 항공기 소재인 특수 티타늄으로 주문 제작했던 어마어마한 물건이었다."어머, 정말 하나도 녹슬지 않았네."연우가 흥미로운 듯 눈을 반짝이며 다가갔다.지안과 금발의 귀족 청년, 그리고 은우의 여자친구까지 모두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캡슐 주위로 둥글게 모여들었다."자, 그럼 개봉해 볼까?"은우가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캡슐의 뚜껑을 열었다.압축되어 있던 공기가 치익, 소리를 내며 빠져나가고, 1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고스란히 봉인되어 있던 가족들의 낡은 추억들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이게 내 거군.”도윤이 가장 먼저 캡슐 안에서 작은 검은 USB 하나를 집어 들었다.15년 전, 열 살의 자신이 처음으로 혼자 코딩한 다크웹 추적 알고리즘의 원본 소스와 네 식구가 처음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담아두었던 바로 그 USB였다.“아직도
Last Updated : 2026-10-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