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풍의 퇴원일 당일.해양경찰청 특수구조대원들이 병실로 들이닥쳐 강태풍의 짐을 챙겼다.강태풍은 제복을 칼같이 차려입고 서나래의 진료실을 찾았다.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이전의 '앙숙' 시절과는 완벽하게 달라져 있었다."강태풍 대원, 퇴원 승인은 났지만 당분간 무리한 수중 훈련은 금지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통원 치료 받으러 오세요. 제 눈앞에서 검사 받아야 합니다."서나래가 사무적인 톤으로 말하면서도 차트 뒤로 강태풍에게 슬쩍 윙크를 보냈다.강태풍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거수경례를 붙였다."알겠습니다, 강서나래 의사 선생님. 통원 치료는 물론이고, 의사 선생님의 사적인 부름에도 24시간 비상 대기하겠습니다."그때 진료실 문이 벌컥 열리며 간호사가 들어왔다.두 사람은 빛의 속도로 떨어져 고개를 돌렸다.강태풍은 창밖을 보며 헛기침을 했고, 서나래는 펜을 떨어뜨려 줍는 척했다."어머, 강 팀장님 아직 안 가셨네요?"간호사의 의아한 시선에 서나래는 손사래를 쳤다."아, 마지막 주의사항 전달 중이었어요! 강 대원님, 이제 가보세요!"강태풍이 진료실을 나가며 서나래의 책상 위에 작은 메모지를 툭 떨어뜨렸다.[오늘 저녁 8시, 연실항 방파제. 국밥 말고 맛있는 거 사겠습니다.]서나래는 메모를 확인하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바다 앞에서는 누구보다 용감한 영웅들이,사랑 앞에서는 비밀 연애를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초보 연인으로 변해 있었다.재난이 지나간 자리에 청춘들의 귀여운 로맨스 스파크가 본격적으로 튀기 시작했다.약속 시간 저녁 8시.연실항 방파제 잔교 위에는 잔잔한 달빛이 쏟아지고 있었다.태풍 제우스가 몰고 왔던 거대 해일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바다는 얄미울 정도로 말도 안되게 평화로웠다.서나래가 예쁜 가디건을 걸치고 나타나자, 먼저 와 기다리던 태풍의 눈빛이 깊게 흔들렸다."오늘 아주 아름답습니다, 강 선생. 의사 가운 입은 모습만 보다가 사복을 보니 해경 레이더가 마비된 것 같습니다.""말은 잘하네
Última atualização : 2026-08-06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