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우리 사이에 길게 늘어진다. 두껍고, 진동하고, 우리가 말하지 않는 모든 것으로 가득 찬 침묵.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내 셔츠 위에 있고, 그의 온기는 여전히 나를 감싸고 있고, 그의 몸은 여전히 내 허벅지 사이에 서 있고, 나는 손을 뻗어 그를 만질 수도, 그를 가질 수도 있다. 그는 막지 않을 것이다. 그의 눈에서 보인다. 그의 어깨의 긴장에서 느껴진다. 그의 관자놀이에서 너무 빠르게 뛰는 맥박에서 읽힌다. 하지만 그는 먼저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오늘 밤 나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부탁하는 쪽이, 애원하는 쪽이, 나를 바치는 쪽이 내가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완전히는 아니다. 그는 그것을 안다. 그는 다시 미소 짓는다. 항복인 동시에 승리인 그 미소, 그리고 손을 거둔다. 접촉이 끊기고, 갑작스러운 그의 온기의 부재는 거의 고통스럽다. — 가도 됩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중립적으로, 사무적으로 돌아왔다. 마치 지난 5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물러나 책상 뒤로 돌아가 앉고, 아무 서류나 집어 들고 자기 앞에 펼친다. 나는 책상 가장자리에 앉은 채로 남아 있다. 숨을 헐떡이고, 뺨은 불타고, 허벅지는 그 사이에서 뛰는 욕망을 가두려고 서로를 꽉 죄고 있다. 내 손가락은 대리석 모서리를 움켜쥐고, 손가락 마디는 하얗게 질렸고, 호흡은 짧다. — 에바? 가도 됩니다. 그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는 이미 페이지를 넘겼다. 그는 이미 다른 곳에 있다. 숫자 속에, 계약서 속에, 감정이 설 자리가 없는 권력과 돈의 세계에. 나는 책상에서 미끄러져 내려온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문 쪽으로 향한다. 발걸음마다 초인적인 노력이다. 그에게서 멀어지는 매 미터가 고통이다. 문턱에서, 나는 멈춘다. 뒤돌아본다. 그는 여전히 눈을 들지 않았다. — 안녕히 계세요, 킹 씨. — 안녕히 가세요, 에바. 그의 목소리는 완벽하게 고르다. 하지만 복도로 나와 유리 칸막이
Last Updated : 2026-09-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