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께서는 오늘 밤 연화에게 승은을 내리십시오.”대비의 명이 떨어진 순간,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강무영이었다.“마마, 아직 연화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네가 그것을 어찌 아느냐?”“아비니까 압니다.”“십팔 년 만에 나타난 아비가 퍽도 잘 알겠구나.”강무영의 입이 다물렸다.연화는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소인이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말해 보거라.”“승은은 꼭 오늘 내려야 합니까?”이헌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대비가 물었다.“싫으냐?”“싫은 것은 아니오나…….”연화가 붕대 감긴 손을 내밀었다.“손이 이래서 전하를 제대로 모시기 어려울 듯합니다.”잠시 정적이 흘렀다.강무영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이헌은 헛웃음을 흘렸다.“네가 나를 어떻게 모실 생각이었는데?”“이부자리를 펴고, 옷을 갈아입혀 드리고…….”“그 뒤에는?”연화의 입이 다물렸다.이헌이 능글맞게 웃었다.“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구나.”“알고는 있습니다.”“얼굴을 보니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연화의 귀가 붉어졌다.결국 승은은 예정대로 치러지게 되었다.해가 지기도 전부터 궁녀들이 연화를 데려가 씻기고 향유를 발랐다. 얇고 고운 속적삼까지 입히자 연화는 두 팔로 몸을 감쌌다.“왜 옷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것입니까?”상궁이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원래 승은을 입을 때는 그리 입는 것이다.”“밤에는 춥습니다.”“침전 안은 따뜻하다.”“그래도 배가 차가우면 탈이 날 수 있는데요.”상궁은 대답을 포기했다.연화는 강녕전으로 향하면서도 계속 속적삼의 옷깃을 끌어 올렸다.침전 앞에서는 강무영이 금군들에게 붙들려 있었다.“마지막으로 딸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아버지, 조용히 하십시오.”“연화야, 싫으면 전하를 업어쳐도 된다!”침전 안에서 기다리던 이헌의 표정이 굳었다.연화는 문밖을 향해 작게 대답했다.“이번에는 노력해 보겠습니다.”“노력으로 될 일이냐!”강무영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Terakhir Diperbarui : 2026-08-28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