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룬 인장을 꺼낸 순간, 암살자의 입에서 검은 거품이 솟았다.멎은 줄 알았던 몸이 크게 뒤틀리며 에이슬라의 손목을 움켜쥐었다.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에이슬라는 손을 뿌리치지 않고 그의 목부터 짚었다.세 번을 기다린 끝에 미약한 맥 하나가 손끝을 쳤다.“검을 거두세요. 아직 살아 있어요.”뒤늦게 목욕실로 들이닥친 타론이 피 묻은 바닥을 훑었다.쓰러진 시녀 둘, 부러진 단검, 왕비의 손에 들린 아벨룬 인장,그리고 왕비의 손목을 붙든 암살자까지.검이 검집을 벗어났다.“친정의 인장을 문 자입니다. 즉결하겠습니다.”“살아 있는 입을 죽이면 배후를 심문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겁니다.”“저자를 살리면 전하께서 공모자라는 의심도 함께 살아납니다.”타론의 검끝이 암살자의 목에 닿았다.에이슬라는 망설이지 않고 그 사이로 손바닥을 밀어 넣었다.칼날이 살을 얕게 가르며 피가 흘렀다.“그 의심은 제가 감당하죠. 이 사람의 숨까지 대신 결정하지는 마세요.”“전하를 죽이려 했습니다.”“그래서 죄를 물을 겁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타론의 눈이 서늘하게 굳었다.왕비가 자신을 죽이러 온 자를 감싸고 있었다.그에게는 치료보다 입막음을 막는 연극처럼 보일 터였다.에이슬라는 암살자의 턱을 들어 입안을 확인했다.혀 밑 점막이 검게 부풀어 있었고,조금 전 꺼낸 인장 가장자리에는 바늘구멍이 뚫려 있었다.인장 안에 든 독이 침에 녹아 흘러나온 것이다.들키면 자결하라는 명령이 아니라,붙잡히는 순간 주인의 비밀까지 함께 죽이라는 장치였다.“메브라, 가는 은관과 숯가루, 푸른 병을 가져와요.”메브라가 창백한 얼굴로 암살자를 보았다.“전하, 정말 살리실 수 있습니까?”에이슬라는 엄지로 검지 마디를 한 번 문질렀다.두 번.세 번.“살릴 수 있는 동안은요.”메브라가 달려 나가자 에이슬라는 남자의 기도를 열고 가슴을 눌렀다.하나, 둘, 셋.네르시아의 몸은 손바닥 아래의 급소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목을 어느 각도로 꺾으면 끝나는지,갈비뼈 사
Last Updated : 2026-07-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