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가 먼저 마셔. 쓰러지면 이 방의 문은 아무도 열지 않는다.”바이렌이 들어오는 순간, 메브라는 피 묻은 초상화를 침대 밑으로 밀어 넣었다.검은 천 끝이 미처 들어가지 못한 채 바닥에 남았다.에이슬라는 그 앞을 가로막으며 찻잔을 들었다.“독은 없습니다.”“그 말을 믿고 세 번 죽을 뻔했지.”바이렌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탁자 위 두 잔과 주전자, 메브라의 소매에 묻은 검붉은 자국을 차례로 보았다.“차는 누가 준비했나?”“제가 물을 끓였습니다.”메브라가 답했다.“찻잎은 왕비 전하께서 직접 고르셨습니다.”바이렌의 시선이 에이슬라에게 돌아왔다.“네르시아가 찻잎을 골랐다고?”“죽었다 살아난 뒤 취향이 생겼습니다.”“약초 지식까지 함께?”첫 질문부터 목을 겨눴다.에이슬라는 대꾸 대신 주전자를 들었다.레몬밤 세 잎, 말린 감초 한 조각, 끓인 물. 독성을 감출 재료는 없었다.잔도 끓는 물로 씻었고, 은 숟가락에도 변색은 없었다.그녀는 두 잔에 차를 나눠 따랐다.“어느 잔을 드시겠습니까?”“네가 고른 잔.”“둘 다 같습니다.”“그 말을 증명하려면 하나를 골라야지.”바이렌이 두 잔의 위치를 바꿨다.왕비의 검은 문장이 새겨진 잔이 그의 앞에 놓였다.황금 문장의 잔은 에이슬라 앞으로 왔다.첫 번째 암살 때도 잔이 바뀌었다.메브라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네르시아는 독이 든 술을 올렸고, 바이렌은 잔을 바꿔 살아남았다.그는 지금 같은 장면을 다시 만들고 있었다.“제가 먼저 마시면 됩니까?”“내가 살아남을 잔을 네가 정해.”어느 쪽을 고르든 함정이었다.안전한 잔을 정확히 고르면 독을 구별한 왕비가 된다. 위험한 잔을 내밀면 살해 의도가 된다.에이슬라는 두 잔을 모두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같은 주전자에서 나왔으니 아무거나 마시겠습니다.”바이렌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그가 황금 문장의 잔을 집어 들었다. 엄지가 인장 반지를 한 번 돌렸다.딸깍.너무 작은 소리였다.에이슬라는 반지 옆면이 잠깐 벌어졌다 닫히는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7-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