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Kabanata 251 - Kabanata 260

328 Kabanata

251화. 세 부족의 매듭

세 부족의 매듭이 황제 손에서 탁 소리를 냈다.북강 성밖에 진묵이 홀로 나간 지 보름째였다. 돌아왔다는 글도, 죽었다는 부고도 없었다. 대신 오란과 갈족, 흑수가 함께 묶은 칼이 경성 편전까지 들어왔다. 황제는 칼자루의 붉고 누렇고 검은 끈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풀었다.칼집에는 모래가 들었고 날에는 피가 없었다. 세 족장이 싸우러 왔다면 묻었을 말땀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칼끝 가까이에 찻물이 말라붙은 둥근 자국이 셋 있었다. 한 상에서 잔을 나눈 뒤 싸 보낸 물건이었다."북강의 왕이 없어졌으니 옛 약조를 다시 묻는다."허 도위가 보낸 보고 첫 줄이었다. 세 족장은 군사를 데려오지 않았고, 진묵은 사슬을 풀고 성밖으로 나갔다. 그 뒤 사흘 동안 봉화는 오르지 않았다. 닷새째에는 성밖 말발굽 자국까지 북동쪽으로 사라졌다.황제가 칼을 상 위에 놓았다."왕호를 잃기 전부터 오랑캐와 사사로이 맺은 글이 있었구나."대신들이 두 줄로 엎드렸다. 북강에서 전쟁이 나지 않았다는 보고보다 황실이 모르는 약조가 있었다는 사실에 먼저 이마를 찧었다. 병부 대신 상로와 찻잔으로 국경을 묶어 둔 일은 공적 장부 어디에도 적히지 않았다.보요는 편전 아래에 서 있었다. 초가을로 기우는 볕이 얇은 치마 위의 둥근 선을 숨기지 못했다. 오래 서 있던 허리가 묵직했으나 의자를 청하지 않았다. 배 안에서 발끝 같은 것이 옷 안쪽을 한 번 밀었다."군사 없이 온 자들이옵니다.""군사가 필요 없을 만큼 약조가 깊었겠지.""약조가 없었다면 지금 북강에는 봉화가 올랐을 것입니다."황제는 대답하지 않고 다른 장부를 펼쳤다. 허연교가 가져온 혼수 장부였다. 청암나루에서 날아온 허 도위의 자백과 허 승상 쪽지도 함께 놓였다. 세 문서의 수결과 도장은 모두 맞았다.허 승상이 관모를 벗고 엎드렸다."신이 집안 살림을 살피지 못한 죄가 큽니다.""유모와 집사장에게 죄를 돌리실 겁니까."허연교가 아버지 뒤에서 물었다. 그녀는 붉은 치마 대신 흰 소복을 입었다. 죽은 유모의 상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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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화. 아버지의 칼

형부 옥의 창살 사이로 붓 한 자루가 굴러 나왔다.온 대인은 딸의 얼굴보다 먼저 그 붓을 보았다. 오른손은 천으로 감겨 가슴에 매달려 있었고, 왼손 손톱에는 오래된 먹이 들었다. 옥 안 짚은 습기를 먹어 검게 썩었으며 약그릇에는 식은 물만 남아 있었다."수결하러 왔느냐.""아닙니다."보요가 바닥에 무릎을 댔다. 가마에서 내린 뒤 허리가 당겼으나 창살 가까이 몸을 붙였다. 온 대인은 둥글어진 배를 보고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다섯 달 남짓 전 북강으로 보낼 때에는 붉은 혼례복이 몸을 감추고 있었다.그는 왼손으로 짚을 쓸어 조금이라도 마른 자리를 만들었다. 딸이 앉은 쪽에는 썩은 짚 끝이 닿지 않도록 창살 밖으로 하나씩 밀어 냈다. 옥졸이 재촉해도 그 손부터 멎지 않았다."아이는 움직이느냐.""예. 아직 부군은 느껴 보지 못했습니다.""그 사내는 중요한 때마다 없구나."핀잔은 낮았고 입가에는 웃음이 아주 조금 남았다. 보요는 아버지 앞에서 처음으로 고개를 숙인 채 웃었다."돌아오면 단단히 꾸짖겠습니다.""네가 꾸짖으면 듣느냐.""다른 분의 말보다는 잘 듣습니다."온 대인이 코웃음을 쳤다. 옥 안에서 처음 난 밝은 소리였다. 바로 옆 감방의 큰공자가 창살을 붙잡고도 끼어들지 않았다. 웃음이 끊긴 뒤 입술만 세게 다물었다.옥졸이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한 번 내려가는 동안만 허락된 면회였다. 창살 밖 상에는 황제가 내린 빈 사면문이 놓여 있었다. 이름 하나를 쓰면 그 사람만 닷새 뒤 형장에서 빠진다.온 대인이 종이를 보았다."네 오라비 이름을 써라.""아버지.""나는 이미 오래 살았다.""그런 말씀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보요는 빈 종이를 접어 소매에 넣었다. 창살 그림자가 그녀의 얼굴을 세로로 갈랐다."아버지는 제가 온가를 살리려고만 이 일을 시작한 줄 아셨지요."온 대인의 눈이 움직였다."아니냐.""처음 교지가 왔을 때부터 현 황실을 바꿀 생각이었습니다. 왕야가 살아남을 사람인지 보고, 죽은 황자의 자리를 찾고,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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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화. 마지막 길

빈 사면문은 끝내 빈 채로 화로에 들어갔다.금빛 가장자리가 먼저 말리고 황제의 붉은 인장이 검게 부풀었다. 이름 하나를 골라 나머지를 버리라는 종이는 재가 되어서도 한쪽 귀가 오래 남았다.소월백은 화로 세 걸음 밖에 서 있었다. 별원 창호에는 금군의 그림자가 여섯이나 붙었다. 허연교가 끌려간 뒤 궁인도 모두 바뀌었고, 밥상은 문밖에서 밀어 넣었다."내 이름을 쓰지.""안 돼.""내가 계승을 거두면 네 아버지와 진묵을 살린다 했어.""둘 다 안 살려.""알아.""그럼 됐어."짧은 말이 화로 위에서 부딪혔다. 소월백은 더 권하지 않았다. 보요가 이미 황제의 문장을 끝까지 읽었다는 것을 알았다. 계승을 거두는 순간 그는 아우가 아니라 황자 사칭범이 되고, 그를 도운 온가와 진묵은 도리어 죄가 굳었다.보요는 상 아래 감춰 둔 지도를 꺼냈다. 남쪽 수로와 경성 골목, 북강으로 이어지는 역참이 붉고 검은 실로 얽혀 있었다. 황제가 이름을 알아낸 열두 길에는 먹으로 빗금이 그어졌다. 아직 표시되지 않은 길은 하나뿐이었다.정혜암에서 시작해 장례 행렬의 종이꽃 장수를 거쳐, 청암나루의 소금배에 붙는 길. 사람 셋만 아는 오래된 길이었다. 한 번 글이 지나가면 허씨의 물길지기가 뒤를 밟아 세 사람의 집까지 찾을 수 있었다.정혜암의 늙은 비구니는 아이 없는 집의 천도재 명부를 옮겼고, 종이꽃 장수는 그 명부를 꽃송이 속에 접었다. 청암나루 사공은 소금 포대의 꿰맨 횟수로 북쪽과 남쪽을 갈랐다. 서로 얼굴을 본 적 없는 세 사람이 같은 글을 손끝으로 이어 왔다.그 길로 허 승상의 군량 장부를 내보내면 형부 앞 백성에게 닿는다. 온 대인과 큰공자의 처결을 늦출 수 있었다. 북강으로 방향을 꺾으면 그때 진묵을 베라는 명을 하루 먼저 알릴 수 있었다.소월백이 지도의 끝을 보았다."어디로 보낼 거야."보요는 대답하지 않고 작은 종이를 펼쳤다. 붓을 잡은 손이 첫 획 앞에서 한 번 떨렸다. 배 안에서 아이가 움직였다. 이번에는 옷감이 아주 조금 솟았다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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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화. 빈 지도

붉은 실이 잘린 채 황제의 상 위에 놓였다.종이꽃 장수의 손가락 하나가 그 곁에 있었다. 피는 씻겼으나 손톱 밑에 향불 재가 남아 있었다. 황제는 잘린 손을 보요 쪽으로 돌리지도 않고 마지막 비밀길의 지도만 펼쳤다.정혜암, 종이꽃전, 청암나루 소금배. 세 곳에 붉은 먹점이 찍혀 있었다. 그 길을 아는 사람들의 집과 가족 이름까지 작은 글씨로 이어졌다.비구니의 암자에는 눈먼 노모가 있었고, 꽃 장수의 집에는 갓 돌 지난 손녀가 있었다. 사공 석칠은 강 건너 누이에게 매달 쌀 한 말을 보냈다. 지도는 길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 길을 버리지 못하게 붙든 사람들을 적어 놓고 있었다."짐이 모르는 길이 하나라 했지."보요는 대답하지 않았다."네가 끝내 쓰지 않으면 찾을 수 없었다."황제는 지도 위에 북강으로 보낸 작은 쪽지를 놓았다. 봉인은 뜯겼고 안은 비어 있었다. `부군` 두 글자도, 처결 시각도 보이지 않았다."무엇을 썼느냐.""읽으셨으면서 묻습니까.""짐의 손에는 빈 종이만 왔다."장 내관이 고개를 숙였다. 종이꽃 장수는 붙잡았으나 쪽지를 넘겨받은 두 번째 사람이 이미 사라진 뒤였다. 황제는 길을 얻었고 글은 잃었다.보요의 손이 치마 주름 속에서 천천히 펴졌다. 쪽지가 북강으로 갔는지, 다른 손에 들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빈 종이는 읽힌 종이보다 오래 황제의 낯을 붙들었다.금군이 별원 밖으로 사람들을 끌고 지나갔다. 류유는 한쪽 다리를 절었고 류묘는 머리칼이 풀린 채였다. 정혜암의 늙은 비구니와 종이꽃 장수의 며느리, 청암나루 뱃사공까지 포승 한 줄에 묶였다. 보요가 이름을 부르지 않자 그들도 그녀를 보지 않았다.종이꽃 장수는 잘린 손을 품 안에 감춘 채 걸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빈 소매를 받치고 있었고, 늙은 비구니는 발밑을 보지 못해 앞사람의 사슬 소리만 따라갔다. 류묘가 몸을 비껴 돌부리를 대신 밟았다.마지막에 허연교가 지나갔다. 흰 소복에는 검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 쪽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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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화. 묘시의 북

첫 북이 울리자 등잔 심지가 기름 속으로 쓰러졌다.별원은 아직 어두웠다. 창호 밖 금군의 횃불만 붉은 네모를 만들었다. 보요는 밤새 벗지 않은 옥색 겉옷의 주름을 폈다. 허리띠는 느슨하게 매고, 머리에는 장신구 하나 꽂지 않았다.세숫물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식은 찻물로 손바닥의 재를 닦고 빗살 부러진 참빗으로 머리를 쓸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흰 머리끈을 두 번 감아 매자 거울 속 얼굴이 혼례 전 온가 규방에 있던 때처럼 장식 없이 드러났다.문밖에서 죄수 호명 소리가 들렸다.온 대인. 온가 큰공자. 허연교. 류유, 류묘, 종이꽃전의 고씨, 청암나루 사공 석칠.한 사람씩 대답하는 목소리가 회랑을 지나갔다. 온 대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큰공자가 아버지 몫까지 두 번 대답했다. 허연교는 제 이름 앞에서 아주 또렷하게 `여기 있습니다`라고 했다.류유는 대답 대신 사슬을 한 번 흔들었다. 류묘가 그의 이름까지 불렀다. 늙은 비구니가 염불을 시작하자 금군이 입을 막았고, 종이꽃 장수는 남은 한 손으로 며느리의 어깨를 감쌌다.보요는 문고리를 잡았다. 바깥 빗장이 걸려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를 대어 밀자 배 안에서 아이가 크게 움직였다. 그녀는 즉시 힘을 풀고 문에 이마만 댔다.두 번째 북까지 반 각.북강 성밖에서도 같은 북을 울린다 했다. 진묵에게 보낸 쪽지는 빈 종이가 되어 황제 손에 들어왔다. 누가 글을 가져갔는지, 사흘 안에 북강까지 닿았는지 알 길이 없었다.방 안에는 타다 남은 지도 재와 찻잔 둘이 있었다. 소월백은 전날 밤 동쪽 외전으로 끌려갔다. 그가 쓰던 잔에는 식은 찻물이 반이나 남았다. 세 걸음 밖 자리를 지키던 사람의 흔적도 이제는 손을 뻗어 닿지 않았다.진묵이 마지막 밤 걸쳤던 검은 중의의 실밥 하나가 보요의 소매 안쪽에 붙어 있었다. 상처를 감다가 걸린 실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손톱 끝에 감았다. 검은 실은 너무 짧아 매듭도 지어지지 않았다.보요는 화로의 재를 손바닥에 쓸어 모았다. 붉은 물표가 타고 남은 재, 암위 열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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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화. 빗장

문을 연 금군의 오른쪽 귀가 반쯤 없었다.그는 별원 앞을 지키던 장수의 시신을 처마 그림자에 눕혀 두었다. 피는 갑옷 안에서만 번져 돌바닥에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손목에는 검은 말총 끈이 감겨 있었다. 북강 척후들이 길을 잃지 않으려고 서로의 손목에 매던 끈이었다."왕비마마를 모시러 왔습니다.""누구의 명입니까.""스무 해 전 저를 내보낸 분의 명입니다."사내는 열여덟에 술을 훔쳐 마시고 군막에 불을 냈다는 죄로 북강에서 쫓겨났다. 경성 금군에 들어온 뒤에는 북쪽을 욕하는 것으로 녹을 받아 왔다. 보요가 알던 기록에는 이름도 없었다.그의 금군패에는 입군한 해가 열아홉 해 전으로 적혀 있었다. 진묵이 열두 살 왕으로 북강에 내몰린 바로 이듬해였다. 술독을 깨뜨렸다는 군문 기록과 달리 오른손에는 봉화 연통을 오래 잡은 화상 흉터가 남아 있었다."성함은.""윤태였습니다. 지금은 금군 교위 윤가라 부릅니다."그가 검은 패 하나를 내놓았다. 앞면에는 흐릿한 말발굽, 뒷면에는 진묵의 짧은 칼자국이 있었다. 새긴 글도 도장도 없는 물건이었다.보요가 패를 기울이자 가장자리의 흠 일곱이 드러났다. 북문 망루 일곱 곳을 가리키는 자리였다. 어느 성문을 열라는 글은 없었으나, 마모된 첫째 흠에 윤태의 엄지가 정확히 닿았다."전하의 명은 마마를 동문 밖으로 모시라는 것이었습니다."보요는 열린 문 너머를 보았다. 회랑 끝으로 온 대인과 붙잡힌 사람들이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두 번째 북채가 성루에서 올라가고 있었다."서문 형장으로 갑니다."윤태의 눈이 좁아졌다."동문 밖에 말과 사람이 기다립니다.""내 아버지는 서문에 계십니다.""전하께서는 마마 한 분을 데려오라 하셨습니다.""내 부군의 명이군요."보요의 목소리가 그 호칭에서만 나긋해졌다. 윤태가 눈을 한 번 내리깔았다."예.""그러면 내가 고치겠습니다."그녀가 윤태의 칼을 뽑았다. 칼끝으로 황제의 봉인을 반듯하게 갈랐다. 이어 복도 바닥에 놓인 금군 장수의 지휘패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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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화. 형장의 칼

형리의 칼이 온 대인의 목 위에서 멎었다.서문 망루의 두 번째 북이 울리지 않았다. 형리는 고개를 들어 성루를 보았고, 허 승상이 보낸 감형관은 사형패를 흔들었다."북이 없어도 때는 되었다. 집행하라."칼날이 다시 들리는 순간 성문 안쪽에서 화살 한 대가 날아와 칼자루를 쳤다. 형리의 손이 벌어지고 넓은 칼이 형대 아래로 떨어졌다.윤태가 금군 서른셋을 이끌고 형장에 들어왔다. 금룡 갑옷은 다른 군사들과 같았으나 활은 죄인 쪽이 아니라 감형관과 허씨 가병을 향했다.형장 둘레의 백성들이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처결을 보러 끌려온 온가 하인들과 청암나루 품꾼들이 앞줄에 섰다. 잘린 손을 붕대로 감은 종이꽃 장수도 형대 아래에 앉은 채 고개를 들었다.보요는 그의 뒤가 아니라 앞에서 걸었다. 오래 걷지 못한 발목이 무거웠고 숨은 평소보다 짧았다. 소월백이 세 걸음 밖에서 가마 발판 하나를 들고 따라왔다. 그녀가 형대 계단 앞에 닿자 말없이 발아래 놓았다."감히 황명을 막느냐."감형관이 외쳤다.윤태가 지휘패를 내보였다."황손을 모시는 명입니다.""황손은 별원에 있다.""여기 계십니다."금군의 시선이 보요의 배로 모였다. 황제가 아이를 황실 혈맥이라 공개한 글이 지금은 어미 앞에 활을 세우지 못하게 막았다.보요가 형대에 올랐다. 온 대인은 무릎을 꿇은 채 딸을 올려다보았다. 목덜미에는 찬 물이 뿌려져 있었고 흰 죄수복 등은 땀으로 젖었다.보요는 형리의 칼부터 발로 밀어 형대 아래에 떨어뜨렸다. 이어 아버지 목에 걸린 붉은 패를 뒤집었다. 뒷면에는 죄목보다 먼저 `황자 사칭`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황제가 이미 아우라 부른 사람의 이름과 맞지 않는 죄였다."왜 왔느냐.""아버지 말씀을 안 들으러 왔습니다."온 대인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큰공자가 묶인 손으로 아버지의 어깨를 받쳤다. 허연교는 형대 반대편에 홀로 앉아 있었다. 흰 소복 위에 붉은 사형패가 걸렸고 찢어진 귓불의 피는 이미 말라 있었다.허 승상이 가병 사이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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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화. 사냥길

열린 서문 밖에 사냥감이 한 마리도 없었다.대신 짐승 가죽을 멘 사냥꾼들이 길 양쪽에 서 있었다. 멧돼지 엄니를 목에 건 자, 매를 팔에 얹은 자, 약초 망태를 진 늙은이까지 차림은 제각각이었다. 모두 진묵이 북강 왕부를 비우던 날에도 명부에 없던 사람들이었다.첫 사냥꾼이 짐승 가죽을 펼쳤다. 안쪽에는 경성 금군 교대 시각과 성문 수비 이름이 먹으로 빼곡했다. 두 번째 가죽에서는 허씨 물길 창고 열쇠가 쏟아졌다. 세 번째 망태 밑에는 태후전 궁인들이 쓴 출입패가 묶여 있었다.매 발목에는 남쪽 수군의 작은 패가 달려 있었고, 약초 뿌리 사이에는 무림맹 객점의 빚문서가 말려 있었다. 진묵이 빈손으로 돌아온 사냥마다 산 하나가 아니라 사람 한 무리를 건드리고 온 흔적이었다.노강이 사냥꾼들 사이에서 나왔다. 왕부 부관복 대신 말몰이꾼의 짧은 갈옷을 입었고, 얼굴은 보름 새 검게 탔다."마마."그가 무릎을 꿇다가 보요의 발목을 보고 곧바로 일어났다."가마부터 가져와라!"사냥꾼 셋이 동시에 움직였다. 허씨 가병과 대치한 한복판에서 낡은 가마가 들어왔다. 방석은 새로 갈았고 안에는 따뜻한 물과 말린 매실까지 있었다.보요가 가마에 오르기 전 물었다."이분들은 누구입니까."노강이 입을 열자 윤태가 먼저 말했다."전하께서 사냥 나가 잡지 않은 것들입니다."사냥꾼 하나가 헛기침했다. 진묵이 멧돼지 대신 만나고, 빈 손으로 돌아왔다던 날들이었다. 매번 시원찮은 사냥감을 비웃던 왕부 식솔들만 아무것도 몰랐다.길 건너에서는 상단 수레가 들어왔다. 왕부가 혼인 전부터 세금을 대신 물어 주고도 처분하지 않았던 작은 상단이었다. 수레 덮개를 걷자 쌀과 약재, 활줄, 군화가 차례로 드러났다. 맨 아래에는 보요의 물길 사람들이 숨을 자리까지 비워 두었다.수레 칸막이에는 그녀가 쓰던 십이지 물표의 모양대로 홈이 파여 있었다. 류유와 류묘가 서로 다른 수레에 오르자 지붕에서 내려온 일영과 이영이 맞은편 칸을 맡았다. 저자의 그림자와 지붕의 그림자가 인사 없이 같은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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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화. 돌아온 사람

검은 말이 성문 그림자를 밟기도 전에 보요가 가마에서 내렸다.노강이 발판을 놓을 틈도 없었다. 발목이 휘청하자 소월백의 손이 팔꿈치를 받쳤다. 정확히 두 걸음이었다.말 위의 진묵이 그 손부터 보았다.그는 왕관도 갑주도 없이 검은 기마복만 입었다. 보름 넘게 자르지 못한 머리칼은 가죽끈 하나로 묶였고, 뺨에는 얕은 칼자국이 새로 생겼다. 쇠사슬에 벗겨진 손목은 마른 피와 검은 약초로 감겨 있었다.말은 입가에 흰 거품을 물었고 안장에는 역참마다 바꿔 단 색색의 끈이 남아 있었다. 북강에서 경성까지 닷새, 잠은 말이 바뀌는 사이에만 잔 꼴이었다. 진묵의 눈 아래에는 어두운 그늘이 졌으나 보요를 보는 눈만은 한 번도 흐려지지 않았다.진묵이 말에서 내렸다. 소월백이 보요의 팔을 놓는 것보다 그의 손이 허리를 감는 쪽이 조금 빨랐다."두 걸음이군.""마마께서 넘어지셨습니다.""붙잡은 뒤 물러나도 세 걸음이다."보요가 그의 소매를 잡았다."왕야."낮고 부드러운 한마디에 진묵은 소월백을 향하던 눈을 거두었다. 대신 보요의 발부터 보고 가마 발판이 없는 데서 눈이 멎었다."발판은.""급히 내리느라 놓쳤습니다.""다시 올라가.""이제 오셨는데요."진묵의 눈매가 아주 조금 풀렸다. 그는 대꾸 없이 그녀를 안아 가마 안에 앉혔다. 배 앞에는 팔 하나만큼 자리를 남겼고 다른 팔로 허리 뒤를 받쳤다. 보요의 손은 놓지 않은 채였다.소월백이 세 걸음 밖으로 자리를 고쳤다."이제 맞습니까, 삭왕 전하.""칼 쓸 일은 없겠군."보요의 입술 끝이 결국 올라갔다. 진묵은 그녀를 웃게 한 줄도 모르고 소월백의 빈 칼집만 노려보았다.뒤이어 허 도위와 북강 기병 열둘이 들어왔다. 군사는 열둘뿐이었고, 그 뒤에는 북방 족장 셋과 짐수레가 따랐다. 수레에는 소금과 비단, 말린 약초, 담비 가죽이 서로 바뀌어 실려 있었다.세 부족은 진묵을 볼모로 잡은 것이 아니었다. 그를 가운데 두고 서로의 겨울 물건을 바꿀 자리를 골랐다. 오란이 갈족의 말길을 막으면 소금을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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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화. 처음 닿은 발

문이 닫히자 진묵이 보요의 손부터 뒤집었다.형장으로 나가며 칼 봉인을 자른 손, 화로 재로 진술서를 지운 손이었다. 손바닥의 가는 상처마다 검은 재가 남아 있었다. 진묵은 따뜻한 물에 적신 무명으로 한 줄씩 닦았다.두 사람이 든 곳은 서문 밖 사냥꾼의 작은 집이었다. 흙벽에는 말안장과 활이 걸렸고, 낮은 침상에는 깨끗한 베 이불이 한 채 놓였다. 창밖에서는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나 방문 앞 세 걸음에는 아무도 서지 않았다.보요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검은 약초를 풀자 쇠에 갈린 상처가 둥글게 드러났다. 굳은 피가 무명과 함께 떨어졌다.진묵은 그녀가 야윈 자리도 함께 보았다. 턱선이 가늘어졌고 눈 아래에는 밤을 지새운 그늘이 남았다. 손끝으로 그 그늘을 한 번 쓸자 보요가 눈을 감고 제 뺨을 그의 손바닥에 기대었다."이 손으로 말은 어찌 타셨어요.""고삐가 손보다 얌전하다.""신첩보다도요?"진묵이 눈을 들었다. 나긋하게 늘어진 끝음이 좁은 방의 공기를 바꾸었다. 그는 상처를 돌보던 보요의 손을 끌어 제 무릎 위에 앉혔다."네가 얌전했던 적이 있나.""왕야 앞에서는 늘 고분고분했지요.""거짓말까지 예쁘게 하는군."입술이 겹쳤다. 마른 바람과 말가죽 냄새, 오래 씻지 못한 쇠 냄새가 침향에 눌려 천천히 풀렸다. 진묵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녀의 아랫입술을 한 번 머금고, 숨이 흔들리면 아주 조금 떨어졌다가 다시 깊게 기울었다.“읏······.”보요의 손에서 새 무명 끝이 미끄러졌다. 진묵의 검은 옷깃이 손가락 사이에서 구겨졌다. 그가 허리 뒤를 받쳐 끌어당기자 둥근 배가 두 사람 사이에 먼저 닿았다. 진묵의 팔이 즉시 느슨해졌다."아프냐.""아니에요. 놓지 마세요."그 말에 팔이 다시 감겼다. 배를 누르지 않은 채 등과 목덜미만 제 쪽으로 당겼다. 입맞춤이 귓불 아래로 내려가자 보요의 속눈썹 사이에 젖은 빛이 배었다. 그녀가 소리를 삼키려 입술을 깨물자 진묵의 엄지가 그 틈을 느리게 벌렸다."삼키지 마.""밖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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