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실이 잘린 채 황제의 상 위에 놓였다.종이꽃 장수의 손가락 하나가 그 곁에 있었다. 피는 씻겼으나 손톱 밑에 향불 재가 남아 있었다. 황제는 잘린 손을 보요 쪽으로 돌리지도 않고 마지막 비밀길의 지도만 펼쳤다.정혜암, 종이꽃전, 청암나루 소금배. 세 곳에 붉은 먹점이 찍혀 있었다. 그 길을 아는 사람들의 집과 가족 이름까지 작은 글씨로 이어졌다.비구니의 암자에는 눈먼 노모가 있었고, 꽃 장수의 집에는 갓 돌 지난 손녀가 있었다. 사공 석칠은 강 건너 누이에게 매달 쌀 한 말을 보냈다. 지도는 길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 길을 버리지 못하게 붙든 사람들을 적어 놓고 있었다."짐이 모르는 길이 하나라 했지."보요는 대답하지 않았다."네가 끝내 쓰지 않으면 찾을 수 없었다."황제는 지도 위에 북강으로 보낸 작은 쪽지를 놓았다. 봉인은 뜯겼고 안은 비어 있었다. `부군` 두 글자도, 처결 시각도 보이지 않았다."무엇을 썼느냐.""읽으셨으면서 묻습니까.""짐의 손에는 빈 종이만 왔다."장 내관이 고개를 숙였다. 종이꽃 장수는 붙잡았으나 쪽지를 넘겨받은 두 번째 사람이 이미 사라진 뒤였다. 황제는 길을 얻었고 글은 잃었다.보요의 손이 치마 주름 속에서 천천히 펴졌다. 쪽지가 북강으로 갔는지, 다른 손에 들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빈 종이는 읽힌 종이보다 오래 황제의 낯을 붙들었다.금군이 별원 밖으로 사람들을 끌고 지나갔다. 류유는 한쪽 다리를 절었고 류묘는 머리칼이 풀린 채였다. 정혜암의 늙은 비구니와 종이꽃 장수의 며느리, 청암나루 뱃사공까지 포승 한 줄에 묶였다. 보요가 이름을 부르지 않자 그들도 그녀를 보지 않았다.종이꽃 장수는 잘린 손을 품 안에 감춘 채 걸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빈 소매를 받치고 있었고, 늙은 비구니는 발밑을 보지 못해 앞사람의 사슬 소리만 따라갔다. 류묘가 몸을 비껴 돌부리를 대신 밟았다.마지막에 허연교가 지나갔다. 흰 소복에는 검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 쪽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보
Huling Na-update : 2026-09-01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