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Kapitel 231 – Kapitel 240

328 Kapitel

231화. 다섯 사람

정오의 밥수레가 자녕궁 담 아래로 들어갔다.푸른 옷을 입은 궁인 열셋이 빈 그릇을 들고 나왔다. 그중 다섯은 걸음이 달랐다. 비단을 짜느라 등이 굽은 여인 셋, 잿물에 손이 튼 여인 하나, 치맛자락 안으로 사내아이의 헌 신을 신은 사람 하나.허강이 무너진 담 틈으로 그들을 보았다. 왼쪽 어깨가 다시 떨렸으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큰딸이 아버지의 걸음 소리를 알아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작은딸의 손에는 쪽빛 물이 손톱 밑까지 배어 있었다. 어미는 뜨거운 잿물에 데어 손등이 붉었고, 강무의 아내는 빈 밥그릇 열셋을 포개 안은 채 다섯 번째 그릇만 오래 눌렀다. 사내아이의 헌 신을 신은 딸은 발이 맞지 않아 한 걸음마다 뒤축이 벗겨졌다.허강이 입술만 움직였다.잘 살았느냐.큰딸이 아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스무 해를 기다린 부녀의 인사는 그 한 번으로 끝났다. 울면 궁인이 아니게 되고, 달려오면 모두 다시 갇혔다.소월백이 빈 관에 덮였던 흰 천을 다섯 폭으로 찢었다."머리에 둘러. 곡하는 사람처럼."보요가 물었다."관은 어디 있어.""편전 서쪽 문에 세워 뒀어.""메고 나가.""사람 일곱, 관 하나.""강무와 허강이 앞을 메면 아홉. 황자의 명으로 삭왕의 빈 관을 왕부에 돌려보내."소월백은 더 묻지 않았다. 이미 같은 길을 본 사람의 짧은 대답만 돌아왔다."알았어."강무가 제 아내 쪽을 보며 물었다."아이는.""저 애가 네 아들이야."보요의 턱이 헌 신을 신은 사람에게 향했다. 강무는 한참 보다가 눈을 감았다. 장부에는 아들 하나라 적혀 있었고, 궁 안에서는 딸이 아들 이름을 입고 살아남았다. 그는 타지 않은 손으로 입을 가린 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금군 옷깃을 여몄다.진묵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보요가 접어 둔 금군 허리띠를 집어 제 허리에 둘러 놓고도 매듭은 짓지 않았다.진묵은 허리띠를 들어 보요 앞에 내밀었다."손이 성하시잖아요.""피가 난다.""아까는 피가 났습니다.""아직 멎지 않았다."진묵이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7
Mehr lesen

232화. 열린 관

소월백이 관 뚜껑 위에 올라섰다.궁 북문 밖에는 빈 관을 따라온 백성이 아직 흩어지지 않았다. 문 안에는 창을 든 금군 서른이 섰다. 열린 관 한가운데 검은 화살촉이 놓였고, 흰 천을 두른 다섯 사람은 그 둘레에서 고개를 숙였다.해는 문루 위에 걸려 있었고 달아오른 돌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관을 멘 이들의 목덜미로 땀이 흘렀다. 문밖 국밥집 주인은 끓이던 솥의 불도 줄이지 않은 채 국자를 들고 서 있었고, 장사꾼들은 짐수레를 길 가운데 세웠다. 금군이 문을 닫으려 해도 수레 때문에 문짝이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문을 여십시오.""둘째 전하도 외전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오늘 아침에는 삭왕 전하의 유해를 내보내라 하더니, 이제 빈 관조차 못 나간다 하는군요. 언제부터 죽은 자의 관이 궁인이 되었습니까."문밖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금군 교위의 창끝이 흔들렸다."관 안을 본 사람은 손을 드십시오."소월백의 말에 문밖에서 손이 하나씩 올랐다. 콩죽 장수, 짚신을 든 노인, 물동이를 멘 아이까지 스무 손이 넘었다."뼈를 본 사람이 있습니까."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그럼 오늘 나온 것은 삭왕 전하의 시신이 아니라 황실이 넣은 옷과 옥뿐입니다. 이 말도 들으셨습니까."이번에는 더 많은 손이 올라갔다. 금군 교위의 창끝이 땅을 향해 조금 처졌다.소월백이 허강을 불렀다."이 쇠가 어디서 났는지 말할 수 있겠습니까.""스무 해 전 반월령에서 소인의 어깨에 박혔습니다. 당시 중궁 무기고에서 나온 날 셋 화살입니다."허강의 목소리는 문밖까지 닿았다. 아내가 흰 천 아래에서 입술을 깨물었고 큰딸은 아버지의 굽은 손가락만 보았다.금군 뒤에서 황제의 내관이 달려왔다."모두 편전으로 들라는 어명이오!""가족 다섯은 죄가 없습니다. 먼저 문을 열어 주십시오.""한 사람도 나갈 수 없소."보요가 북쪽 회랑 끝에서 걸어 나왔다. 회색 덧옷은 벗었고 먹빛 치맛자락에는 젖은 재가 묻어 있었다. 그 뒤로 진묵이 금군 갑옷을 벗어 어깨에 걸친 채 따라왔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7
Mehr lesen

233화. 한 그릇

죽 한 그릇이 편전에 들어왔다.누런 좁쌀 위에 붉은 대추 두 알이 얹혔고, 흰 김에서는 생강 냄새가 났다. 수저는 하나였다.오래 끓인 죽은 가장자리가 엷게 눌어붙어 있었다. 궁인이 상을 내려놓자 생강 한 올이 김을 따라 흔들렸다. 보요의 속은 빈 채로 오래 걸은 탓에 냄새만으로 먼저 아팠다. 손끝이 차고 발목은 신 안에서 묵직하게 부었다.진묵은 의자 하나를 발로 끌어 그녀 뒤에 놓았다. 소리가 크게 나 대신들이 눈을 들었으나 그는 사과하지 않았다. 보요가 앉고 나서야 자신도 옆에 섰다.황제가 말했다."삭왕비에게만 준 것이다."진묵이 그릇을 먼저 받았다. 은수저를 국물에 넣어 색을 보고, 가장자리의 죽을 한 술 떠 삼켰다. 궁인들이 말릴 틈도 없었다."독은 없네. 먹어.""왕야도 굶으셨잖아요.""왕비부터다."보요가 수저를 받으려 하자 진묵은 내주지 않았다. 뜨거운 죽을 입김으로 식혀 그녀 입술 앞에 내밀었다. 황제와 대신들이 보는 앞이었다."혼자 먹을 수 있습니다.""손이 차다."실제로 떨리는 것은 진묵의 피 묻은 손이었다. 보요는 더 다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생강의 매운 향 뒤로 대추의 단맛이 천천히 번졌다. 두 번째 술에는 진묵이 대추를 반으로 눌러 얹었다.보요의 입술에 좁쌀 하나가 남았다. 진묵의 엄지가 닦아 내고 제 입으로 가져갔다. 편전 서리 하나가 붓을 떨어뜨릴 뻔하다 겨우 잡았다. 황제는 상을 두드리던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맛은.""조금 맵습니다."진묵은 다음 술에서 생강을 전부 골라 제 입에 넣었다. 붉은 대추만 남은 죽이 다시 그녀 앞에 갔다.황제가 빈 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내전 문서고에 불을 놓고 금군을 묶은 죄를 묻는 자리다. 부부 놀이를 보자고 부른 것이 아니다.""불은 바깥에서 들어왔습니다."보요가 죽을 삼킨 뒤 답했다."창고 빗장도 바깥에서 걸렸고, 불을 놓으러 온 금군의 기름 항아리는 목욕전에 남아 있습니다.""삭왕이 죄인실을 부수고 병사를 쳤다.""죽은 군졸이 있습니까.""없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7
Mehr lesen

234화. 스무 해 전의 성

낡은 장부에서 쑥 냄새가 났다.벌레를 막으려 종이 사이마다 마른 잎을 넣어 둔 물건이었다. 겉장은 누렇게 바랬고 끈은 손때로 윤이 났다. 허 태후는 장부를 황제 앞이 아니라 종친들 앞에 펼쳤다.장부 모서리에는 당시 중궁 별고의 불도장이 찍혀 있었다. 종이를 묶은 구멍도 오래 쓸린 듯 둥글었고,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같은 손이 물건과 수량을 적었다. 어젯밤 급히 꾸민 글이라 의심하기 어려운 낡음이었다.강무가 가까이 가려 하자 금군이 막았다. 그는 열일곱 해 문서고에서 닳은 종이를 만져 온 사람이었다. 눈으로 두께를 보고 코로 쑥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입술이 굳었다."종이는 옛것이 맞습니다."태후의 입가에 미소가 얇게 걸렸다."스무 해 전 중궁 별고에서 무기를 내주고 돌려받은 일을 적은 원본이다."서리가 첫 줄을 읽었다.팔월 열사흘, 선대 삭왕의 청으로 날 셋 화살 열여섯을 재호송 별장 허강에게 내어 줌.그 아래에는 선대 삭왕의 수결과 중궁 상궁의 붉은 손도장이 나란히 찍혀 있었다. 화살을 꺼낸 까닭은 황자를 북강으로 데려가는 길의 호위라 적혔다.소월백이 선대 삭왕의 수결을 보았다. 왕부 동루에서 찾은 친필에 증인으로 남은 글씨와 닮아 있었다. 진짜 글 몇 획을 떼어다 다른 뜻 아래 붙인 솜씨였다. 진묵의 턱선이 서서히 굳었으나 손은 보요의 의자 등받이에서 움직이지 않았다.태후가 허강을 보았다."네 어깨에 박힌 것이 중궁 화살이라 한들 이상할 것이 없다. 네가 받아 간 화살이 호송대의 손에서 돌았을 뿐이다."허강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소인은 화살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장부에는 네 이름이 있다. 살아남은 입 하나와 스무 해 지킨 글 중 어느 쪽이 무거우냐."종친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검은 화살촉은 허강의 말과 맞았으나, 장부는 그 화살의 임자를 선대 삭왕으로 돌렸다. 죽은 왕이 여덟 살 황자를 숨기다 제 호송대를 쏘았다는 꼴이었다.허강이 왼쪽 어깨의 옷을 걷었다. 화살이 들어간 방향은 뒤에서 앞으로 비스듬했다. 호송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8
Mehr lesen

235화. 열한 살의 인장

허강이 무릎을 꿇었다."그때 소인의 이름은 한강이었습니다."편전의 종친들이 장부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먹으로 적힌 ‘허강’ 두 글자가 조금 전과 다른 꼴로 보였다."허씨 성은 언제 받았습니까.""재호송에서 살아 돌아온 뒤 석 달 만입니다. 중궁전 죄인 명부에 올랐다가 허 승상 댁 종적으로 옮겨질 때였습니다."강무가 황실 종친 앞에 가져온 죄인 명부 사본을 펼쳤다. 팔월에는 ‘마부 한강’, 구월에는 ‘생존 죄인 한강’, 동짓달 첫날에야 붉은 줄로 한씨가 지워지고 곁에 ‘허강’이 적혀 있었다. 세 달의 먹빛이 서로 달랐다.중서성 관원이 두 장부를 나란히 놓았다. 스무 해 전 팔월의 같은 사람이 한쪽에서는 한강, 다른 쪽에서는 허강이었다. 붓을 든 서리들이 입을 다문 채 날짜만 베껴 적었다."그 전에 허강이라 불린 적은요.""없습니다."보요가 장부를 덮었다."스무 해 묵은 종이와 먹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빈 장부에 오늘 글을 쓰고 오래된 쑥잎 사이에 넣으면 되지요. 그러나 사람의 성이 바뀐 날까지 옛날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허 태후의 낯에는 변화가 없었다."뒤에 다시 베껴 묶은 장부일 수도 있다.""그러면 어째서 스무 해 전 중궁 상궁의 손도장이 새 글 위에 찍혀 있습니까. 그 상궁은 재호송 이튿날 우물에서 죽었다고 황실 장부에 적혀 있습니다. 죽은 손이 석 달 뒤 이름에 인주를 묻혔습니다."강무가 손도장 가장자리를 손톱으로 가리켰다. 붉은 인주가 이름의 마지막 세로획 틈으로 스며 있었다. 글이 먼저, 도장이 나중이었다. 허강이라는 이름을 적은 뒤 죽은 상궁의 손가락을 빌렸거나, 오래된 손도장을 떼어다 붙인 자가 획의 순서를 놓쳤다.종친 중 가장 늙은 이가 장부를 덮었다."선대 삭왕을 묻기 전에 이 글을 만든 자부터 찾아야겠습니다."중서성 관원이 붉은 도장을 빛에 비췄다. 인주가 ‘허강’의 끝 획을 덮고 있었다. 뒤에 베낀 글이라는 태후의 말과 함께 설 수 없는 자국이었다.황제가 손을 내밀었다."장부를 가져오라."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8
Mehr lesen

236화. 두 사람의 죄

황제가 옥인을 집어 들었다.어린 시절 손에 쥐었던 모서리 하나가 닳아 있었다. 가짜라 부르기에는 너무 익숙한 흠이었다.편전의 창호로 한낮 빛이 길게 들어왔다. 작은 옥인의 해 문양이 상 위에 또렷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황제의 금관 그림자보다 낮고 작았으나, 누구도 그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태후는 여전히 서 있었다. 염주를 쥔 손도 떨리지 않았다. 아들이 끝내 제 쪽을 지킬 것이라 믿는 사람의 고요였다."모후께서 쓰라 하셨습니다.""내가 칼을 네 손에 쥐여 주었느냐. 종이와 인장뿐이었다.""빈 종이에 찍게 하셨지요.""찍은 손은 네 것이다."어미와 아들의 말이 편전 바닥에서 맞부딪혔다. 스무 해 동안 한쪽은 죄를 저질렀고 다른 한쪽은 입을 다물었다. 이제는 서로가 먼저 칼을 들었다고 밀어내고 있었다.소월백이 명이 적힌 종이를 들었다. 손은 흔들리지 않았으나 종이 끝이 바스락 소리를 냈다."소자를 데려오라 한 것입니까, 죽이라 한 것입니까."황제가 입을 열지 못했다."그때는 네가 살아 있는 줄도 몰랐다.""몰랐으니 죽어도 괜찮으셨습니까.""내가 쓴 글이 아니다.""인장은 형님의 것입니다."형님이라는 부름이 이번에는 칼집 없는 날처럼 떨어졌다.소월백은 종이를 반으로 접으려다 멈췄다. 손가락이 힘을 받아 희게 질렸다. 진묵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찢지 마. 네가 살아남은 증거다.""보고 있어야 합니까.""끝까지 보고, 태후마마 앞에 놓아."소월백은 진묵을 보았다. 위로도 명령도 아닌 거친 말이었다. 그는 종이를 다시 펴 태후 쪽으로 돌려놓았다.허강이 갑옷의 왼쪽 어깨를 풀었다. 오래된 상처가 쇄골 아래로 깊게 꺼져 있었다."그날 추격대는 동궁의 명이라 외쳤습니다. 소인은 황태자께서 우리를 죽이라 하신 줄 알고 스무 해를 살았습니다."그 말 뒤에 허강의 아내가 문밖에서 울음을 삼켰다. 가족들은 황실 사당 곁방으로 가지 않고 회랑에 남아 있었다. 큰딸은 아버지의 이름이 바뀐 날을 알고 있었고, 작은딸은 한씨 제삿밥을 숨어 차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8
Mehr lesen

237화. 돌아온 도위

검은 군기가 편전 바닥을 때렸다.먼지와 마른 피가 금실 용무늬 앞까지 튀었다.허 도위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북강에서 경성까지 말을 갈아타며 달린 얼굴은 바람에 갈라졌고, 갑옷 어깨에는 새 칼자국이 길게 나 있었다. 그가 반납받은 동호 병부는 허리에서 검은 끈으로 묶여 있었다.말린 진흙이 장화 무릎까지 굳어 있었다. 경성의 여름 흙보다 희고 거친 북강 흙이었다. 갑옷 틈에는 검은 화살깃 하나가 부러진 채 박혔고, 오른쪽 뺨에는 채 아물지 않은 말채찍 자국이 났다. 빈 보고를 들고 온 사람의 꼴은 아니었다.그 뒤로 병사 넷이 들것 둘을 내려놓았다. 피 묻은 투구와 북강군의 잘린 활시위, 군패 아홉 개가 놓였다."북강 삼영이 황명을 거역했습니다."자녕궁으로 돌아가려던 태후의 걸음이 멎었다.황제가 물었다."누가 이 깃발을 들었느냐.""곽문입니다. 삭왕의 옛 부장이 군량창 셋을 점거하고 금룡기를 내렸습니다."허 도위는 첫 충돌이 난 날을 밝혔다. 곡식 수레 백 대가 서쪽 군량창을 나서려던 새벽, 북강 여인들이 성문 앞에 빈 자루를 깔고 누웠다. 금군이 밀어내자 곽문이 성벽에서 내려와 수레를 멎게 했다. 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 첫 화살이 날았고, 해질 무렵 검은 군기가 다시 올랐다."군량창 셋에는 지금 누가 있지."진묵이 물었다."북강군 천이백과 성안 백성들입니다. 어린것까지 돌을 들고 문을 막았습니다."진묵이 검은 천을 보았다. 눈보라에 닳아 가장자리 실이 풀린 군기였다. 스무 해 동안 북강 성벽 위에서 제 그림자보다 오래 펄럭인 물건. 그가 북강을 떠나던 날 직접 내려 창고에 봉하라 명했던 물건이었다."죽은 사람은."그가 먼저 물었다.허 도위가 피 묻은 작은 장부를 내놓았다."황군 스물일곱, 북강군 아홉입니다. 다친 자는 쉰이 넘습니다."허 도위는 죽은 군졸들의 반쪽 패가 든 나무함도 열었다. 피가 마른 패 하나에는 열여섯이라는 나이가 적혀 있었다.편전 한쪽에서 붓 긁는 소리가 멎었다. 태후를 데려가려던 궁인들조차 걸음을 떼지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8
Mehr lesen

238화. 남은 명

진묵이 군령을 집었다.종이 왼쪽 아래에 찍힌 수결은 틀림없이 제 것이었다. 북강을 떠나던 날 곽문 앞에서 쓴 글. 병부를 내놓고도 국경과 백성을 버리지 말라 남긴 마지막 명이었다.그날 정당 바닥에는 벗은 갑주와 군도가 놓여 있었다. 곽문은 새 황자에게도, 병부를 들고 온 허 도위에게도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다. 성을 비우지 않고 백성을 지키겠다는 말만 남겼다. 진묵은 그 선택을 허락하는 수결을 해 주었다.종이가 경성으로 돌아오는 동안 가장자리에는 북강 사람들의 손때가 묻었다. 곽문 혼자 감춘 군령이 아니라 군문에 걸린 공개된 글이었다."내가 썼다."편전 안이 조용해졌다.보요가 그를 보았다. 부정할 수도, 허 도위가 꾸민 글이라 돌릴 수도 있었다. 진묵은 죽은 서른여섯 이름 앞에서 그러지 않았다.황제가 물었다."병부를 내놓고도 네 명을 남겼느냐.""국경을 비우는 명만은 따르지 말라 썼다.""성 안 군량을 지키는 일이 어찌 국경이냐.""창고가 비면 군사는 백성의 곡식을 거둔다. 겨울 전에는 둘 다 죽는다."허 도위가 피 묻은 장부를 펼쳤다."소신은 병부가 찍힌 명을 받아 곡식 삼천 석을 남쪽 군영으로 옮겼습니다. 곽문은 수레 바퀴를 자르고 군문을 닫았습니다. 먼저 쏜 화살도 저쪽 것입니다."허 도위가 찢어진 수레바퀴의 쇠테를 증거로 내놓았다. 도끼로 세 번 찍은 자국이 깊었다. 곽문은 수레꾼과 말을 보내고 빈 수레만 부쉈다고 했다. 황군은 수레를 되찾으려 활을 들었고, 성벽의 어린 궁수가 먼저 당겼다.한쪽만 미리 칼을 간 싸움이 아니었다. 겨울 곡식을 지키는 자와 황명을 지키는 자가 좁은 성문에서 물러나지 않은 끝이었다."누가 쐈지.""성벽의 어린 궁수였습니다. 이름은 백송, 열아홉입니다. 현장에서 죽었습니다."진묵의 손이 장부 위에서 닫혔다. 백송은 그가 떠난 뒤 보충된 아이였다. 얼굴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제 이름이 적힌 군기 아래서 죽었다."곽문이 내 명을 따랐다. 죄는 내게 물어라.""명하지 않은 살인까지 짊어질 셈이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8
Mehr lesen

239화. 부군의 이름

끌이 금책의 ‘삭왕’ 두 글자 위에 놓였다.긁는 소리가 편전을 길게 갈랐다. 금가루가 상 위로 떨어지고, 스무 해 북강을 지킨 왕호가 한 획씩 희어졌다.첫 획이 지워질 때 노강이 편전 밖에서 무릎을 꿇었다. 상엄과 왕부 식솔들도 북문 앞에 남아 같은 방향으로 머리를 숙였다. 안에서는 보이지 않았으나 거친 무릎이 돌에 닿는 소리가 문틈으로 들어왔다.두 번째 획이 벗겨질 때 허 도위 허리의 동호 병부가 흔들렸다. 이제 금책과 병부가 한 사람의 몸에 함께 있지 않았다.진묵은 보지 않았다. 허리에는 병부도 검도 없었고, 금관은 궁문에서 빼앗긴 채였다. 불에 그은 먹빛 중의와 보요가 매 준 무명만 몸에 남았다.황제가 읽었다."진묵을 종친 명부에서 내리고 북강 봉지를 거둔다. 왕부는 황실에 귀속하며 그 안의 식솔은 궁 안 살림을 다스리는 관청이 거둔다."내관이 종친 명부에서 진묵의 이름표를 뽑았다. 옻칠한 나무패가 빈 쟁반 위로 떨어졌다. 딱. 왕호보다 먼저 사람의 이름이 소리를 냈다.진묵은 고개를 들었다. 제 이름이 아니라 왕부 식솔을 궁에서 거둔다는 줄에서였다."왕부 식솔은 이 일과 무관하다.""이제 네 사람이 아니다.""그들은 스스로 정한다."노강과 상엄, 왕부 사람 쉰셋의 삶까지 글 한 줄에 묶였다. 보요의 손이 의자 팔걸이를 눌렀다.소월백이 앞으로 나섰다."삭왕 전하의 군령은 백성을 버리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왕호를 거두었다.""신이 받은 은혜와 본 이름은 폐하의 끌로 벗겨지지 않습니다."진묵의 시선이 소월백에게 낮게 닿았다."편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말했습니다.""왕비 앞이라 말이 곱지."보요의 입술 끝이 잠깐 흔들렸다. 진묵은 다만 그녀와 소월백 사이에 한 걸음 비껴 서며 소매 끝을 제 손 안에 가렸다. 보요가 손등을 한 번 누르자 그 손마저 얌전히 멎었다.황제가 다른 문서를 펼쳤다."왕호가 없으니 삭왕비도 없다. 온씨는 혼인을 물리고 친정으로 돌아가라. 태중의 아이는 황실 피이니 태어나는 날 족보를 가리겠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9
Mehr lesen

240화. 세 걸음

"한 번만 더."밤이 깊어도 진묵은 낮에 들은 말을 놓지 않았다.황제는 그를 새벽에 북강으로 압송하라 명했다. 곽문과 삼영의 군사를 해산시키고 군량창을 돌려놓으면 죽은 황군의 죄만 따로 묻겠다 했다. 보요는 태중의 아이와 함께 경성에 남겨 두었다. 진묵이 북쪽에서 칼을 돌리면 아내가 먼저 값을 치르는 명이었다.떠나기 전 한 시진, 두 사람은 편전 곁 불기운이 든 작은 방에 들었다. 문밖에는 금군이 섰고 창호에는 사람 그림자가 붙었다. 그래도 문은 닫혀 있었다.방에는 낮은 침상 하나와 세숫대야, 식어 가는 등잔뿐이었다. 황실은 왕호 벗은 죄인에게 붉은 초도 향도 주지 않았다. 보요의 향주머니에서만 침향 한 줄기가 났다.진묵의 새 옷은 장식 없는 검은 중의였다. 금실도 옥매듭도 없으니 넓은 어깨와 허리선이 오히려 더 선명했다. 보요는 옷을 펼쳐 침상 끝에 놓고 소매 길이부터 손으로 쟀다.보요는 진묵의 젖은 중의를 벗기고 옆구리의 무명을 풀었다. 말라붙은 피가 천과 함께 떨어지자 그의 숨이 거칠어졌다."아프십니까.""견딜 만하다.""그러면 얌전히 계세요.""낮의 말은 다시 들려줘."따뜻한 물에 적신 무명이 상처를 훑었다. 피와 재가 씻기며 살 위로 오래된 흉터들이 드러났다. 보요의 손끝이 새 상처 가장자리에서 멎자 진묵이 그 손을 잡아 입술에 눌렀다.사락. 넓은 소매가 팔꿈치 아래로 흘렀다.입맞춤은 손바닥에서 손목 안쪽으로 천천히 옮겨 갔다. 보요의 숨이 한 마디씩 짧아졌다. 진묵은 속눈썹이 떨릴 때마다 입술을 멎었다가, 그녀가 손을 빼지 않으면 더 위로 올라왔다."왕야, 상처부터.""왕호는 벗었다.""신첩에게는 아직 왕야입니다.""낮에는 다르게 불렀지."보요가 새 무명을 그의 허리에 둘렀다. 매듭을 지으려 숙인 얼굴을 진묵이 두 손으로 들어 올렸다. 엄지가 아랫입술을 느리게 눌렀다."부군."이번에는 밤이었다. 나긋이 풀린 숨이 두 사람 사이에 채 닿기도 전에 입술이 겹쳤다.진묵의 손이 보요의 턱 아래를 받쳤다. 낮에 끝내 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9
Mehr lesen
ZURÜCK
1
...
2223242526
...
33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