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 관원이 설란이 짚어 둔 줄 위에 판결문을 놓았다.접힌 상소가 다시 펴졌다. 밤사이 서안에 남았던 찻잔은 치워졌고, 편전 바닥에는 아침 볕이 들었다. 진묵은 칼을 든 궤를 발 앞에 세웠다. 보요는 그의 옆이 아니라 북강 장시라고 쓴 나무패 뒤에 앉았다.노궁인은 그 뒤 작은 의자에 있었다. 무릎 위 흰 무명이 접혔다 펴지기를 되풀이했다."먼저 허씨 서인에 관한 판결입니다."관원이 이름 아래를 읽었다. 선귀비 독살, 황자에게 가한 두 차례 살해 모의, 황명 도용, 내관 둘의 살해. 종친 하나가 기침하며 노궁인 쪽으로 등을 돌렸다."목숨이 다할 때까지 함향전에 가둡니다. 존호와 시중을 돌리지 않으며 문밖 출입을 금합니다. 수문장과 끼니를 들이는 자는 형부에서 갈아 보냅니다."노궁인이 무명을 놓았다."그 담 안의 밥값은 누가 냅니까.""죄수의 끼니는 관에서 냅니다. 허씨 사유 전답과 남은 내탕은 피해를 갚는 데 씁니다.""밥값을 빼고 남는 것으로 갚지 않는다는 말씀이시지요."관원이 다음 장을 펼쳤다. 귀비전에서 쫓겨난 이들의 밀린 삯, 반월령에서 죽은 호위들의 집, 살해된 두 내관이 생전에 부양하던 식솔이 각 줄에 있었다. 받은 몫 옆에는 엄지나 수결이 찍혔고, 아직 받지 않은 집의 몫은 관아에 따로 봉해져 있었다.노궁인은 자기 줄을 읽어 달라 하지 않았다. 두 내관의 이름 밑에 빠진 향값 한 줄을 짚었다. 관원이 붓을 들었다. 소월백은 빈칸이 채워진 뒤에야 인장을 눌렀다."함향전 문 앞에도 오늘 이 판결을 걸겠습니다."허씨를 가두고 있던 수문장의 인수패가 상 위에 놓였다. 노궁인은 무명을 접어 소매에 넣었다.진묵이 칼궤를 열었다. 선대 삭왕이 쓰던 검의 가죽끈에 오래된 기름 냄새가 남아 있었다. 소월백은 손을 뻗지 않았다."북강에서 강물을 막은 얼음을 깨며 군사를 움직였습니다. 그 장계는 보름을 달려 들어왔습니다. 짐은 다 끝난 일을 읽었습니다.""장계를 기다렸다면 지붕 위 아이들이 먼저 얼었을 것입니다.""구해 낸 일을 죄라 하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