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의 둘째 잎을 넘기자 먹빛이 더 짙어졌다.초하루에는 쌀 세 섬, 닷새에는 말콩 열 말. 그 아래로 겨울신과 활줄 값이 줄줄이 붙었다. 병부 창고에서 나간 곡식 옆에는 관군의 영패가 아니라 곽윤의 붉은 수결이 있었다. 돈을 받아 간 이들은 군졸이라 적혔으나 머문 곳은 곽씨 별원과 사가의 마구간이었다.민정휘가 손끝으로 한 줄을 눌렀다."나라 쌀로 사병을 먹였습니다."곽설란은 대꾸하지 못했다. 먹 마른 잎을 더 넘기자 곽씨 여인들의 혼수전에서 거둔 소작미가 따로 나왔다. 어머니 제사의 향값과 늙은 식솔들의 쌀몫은 그 곡식 아래 묶여 있었다. 같은 붓, 같은 수결이 죄 있는 곡식과 죄 없는 곡식을 한 권에 매어 놓았다."그래서 여태 품고 있었습니까?"소월백의 물음에 설란이 터진 옷자락을 움켜쥐었다."이 장부를 내놓으면 아버지의 군졸뿐 아니라 어머니 위패와 아이들 밥그릇까지 한꺼번에 빼앗길 줄 알았습니다.""한 줄에 적혔다고 죄까지 같지는 않소.""저는 그걸 믿지 못했습니다."온이가 보요의 품에서 칭얼댔다. 진묵이 아이를 받아 한 팔에 눕히고, 다른 손으로 보요의 허리 뒤에 접은 방석을 받쳤다. 손바닥이 허리띠 위에 잠깐 머물자 보요가 그의 소매를 가볍게 당겼다. 진묵은 아무 말 없이 식은 찻잔도 새것으로 바꾸었다.그날부터 장부 곁에 병부의 출고패와 역참 먹지들이 한 장씩 쌓였다. 나흘 뒤 아침, 마지막 수결을 맞춰 보던 붓이 멎었을 때 뜰 밖에서 쇠바퀴가 얼음 홈을 긁었다.군관이 닳아 해진 호송끈을 들고 들어왔다. 젖은 군화에서 녹은 눈과 말땀 냄새가 번졌다. 패에는 경성까지 달린 보름치 역참 도장과, 죄수 수레가 북쪽으로 돌아온 스무 날의 자국이 겹쳐 있었다."체포패가 닿은 날 바로 묶었습니다. 오는 길에 두 번 쓰러졌으나 입은 멀쩡합니다."곽윤이 포승을 찬 채 웃었다."딸을 황후로 세우겠다면서 아비부터 죄인으로 꿇리는가."설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곽윤이 딸 앞으로 반 걸음 다가서자 포승이 팽팽해졌다."네가 입만 닫으면 네 어미
最終更新日 : 2026-09-15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