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오르던 비단과 보석들이 남긴 매캐한 재가 대군저 마당에 차갑게 가라앉았다.“…….”서연은 방 안에서 창호지 문에 비친 이헌의 그림자를 응시했다.자신이 던진 날 선 옥비녀를 맨손으로 쓸어 담고, 수십만 냥의 재물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사내.그는 여전히 처소 문지방 밖에서,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그 맹목적인 순종은 서연의 내면에 짙은 패배감과 동요를 불러일으켰지만, 그녀의 이성은 아직 그 기괴한 헌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겠다.’서연의 눈동자에 독한 오기가 서렸다.‘네놈이 뒤집어쓴 그 맹목적인 순종의 가면이…… 언제, 어디서 한계를 맞이하고 찢겨나갈지.’그날 밤부터.서연의 악의적인 괴롭힘과 시험이 시작되었다.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목이 마르다.”굳게 닫힌 문틈 사이로, 서연의 서늘한 하명이 떨어졌다.“도성 밖, 삼각산 중턱에 있는 맑은 암반수를 마시고 싶구나. 다른 물은 입에 대지 않을 것이다.”왕실의 우물물도 아니고, 이 칠흑 같은 밤중에 호랑이가 출몰하는 삼각산 중턱의 암반수를 길어오라니.그것은 누가 들어도 억지에 불과한, 철저히 상대를 괴롭히기 위한 명령이었다.마당을 지키던 가솔들이 사색이 되어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기다리십시오, 아가씨.”문밖에서 들려온 이헌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피곤한 기색도 없었다.“금방 대령하겠습니다.”그는 그 즉시 말에 올라타, 횃불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