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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회귀한 대군의 후회: Capítulo 171 - Capítulo 180

231 Capítulos

[168화] 아주 작은 간섭(1)

 전날 쏟아졌던 억수 같은 겨울비는, 결국 인간의 한계를 비웃듯 이헌의 육신을 무참하게 물어뜯었다.“……크윽.”심야의 텅 빈 집무실.어둠 속에 웅크린 이헌의 입술 사이로, 짐승의 앓는 소리 같은 신음이 짓이겨져 새어 나왔다.그의 온몸은 용광로에 처박힌 것처럼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이마와 목덜미에서는 끊임없이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지독한 오한에 턱관절이 멋대로 덜덜 떨렸다.어린 새싹들을 지키기 위해 맨몸으로 받아냈던 얼음장 같은 폭우가, 기어이 그의 옥체에 치명적인 고열(高熱)을 몰고 온 것이다.“하아…… 하아…….”이헌은 바닥에 엎드린 채, 자신의 옷소매를 입에 틀어막고 거칠게 짓씹었다.방 밖에는 당장이라도 어의를 부르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가솔들이 대기하고 있었다.하지만 이헌은 누구도 방 안에 들이지 않았고, 고통에 겨운 신음조차 함부로 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자신이 앓아누웠다는 소란스러운 기척이, 행여나 안채의 닫힌 문 너머에 있는 서연의 귓가에 닿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내가 아프다는 핑계로…… 아가씨의 심기를 어지럽혀서는 안 돼.’그는 불덩이 같은 몸을 둥글게 말고, 오직 그녀의 평온한 밤을 지키겠다는 미련한 강박 하나로 그 끔찍한 고통을 묵묵히 삼켜냈다.자신이 전생에 송지안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죄악을 생각하면, 이깟 열병 따위는 처벌 축에도 끼지 못하는 사소한 형벌에 불과했다.그렇게 앓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한 채, 길고 고통스러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안채의 마당에 옅은 서리가 내려앉을 무렵.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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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아주 작은 간섭(2)

 이헌이 당황하며 바닥을 더듬어 수저를 주우려 했으나, 열에 들뜬 그의 몸이 앞으로 크게 휘청거렸다.“…….”서연은 문틀을 잡은 채, 그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사내를 서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평소의 그녀였다면.대군저에 끌려온 뒤 쌓인 공포와 혐오감에만 사로잡혀 있던 며칠 전의 그녀였다면.저 괴물이 열병에 걸려 피를 토하든, 이 툇마루 아래서 혀를 깨물고 죽든 철저하게 외면하고 차갑게 문을 닫아버렸을 것이다.그것이 그녀가 그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징벌이었으니까.스르륵.서연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창호지 문을 잡고 옆으로 밀어내려 했다.당장 시야에서 저 처참한 몰골을 지워버려야 했다. 저 남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일말의 동요조차 느끼지 않아야만, 자신의 무너져가는 이성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다행이다…… 꺾이지 않았어.’문이 닫히려는 찰나.서연의 뇌리 속으로, 어제 폭우 속에서 보았던 그 끔찍하고도 바보 같은 환영이 벼락처럼 스쳐 지나갔다.세상을 호령하는 붉은 곤룡포를 벗어 진흙탕에 처박고.자신이 심은 어린 새싹들이 비에 맞을까 두려워, 맨몸으로 억수 같은 비를 다 쳐맞으면서도 실실 웃고 있던 그 거대하고 미련한 등.자신에게 찰나의 꽃내음을 선물하겠다는 그 하찮고도 맹목적인 이유 하나로, 저 권력자가 스스로의 육신을 비바람의 땔감으로 내던졌던 것이다.“…….”서연이 문을 닫으려던 손을 멈칫했다.그녀의 핏기 없는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자신의 삶을 통제하며 공포에 몰아넣었던 폭군.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열병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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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 구원의 쐐기(1)

 “……이 처소 앞에서 쓰러지기 전에. 어의를 불러라.”굳게 닫힌 창호지 문 너머로 떨어졌던 서연의 서늘한 하명 한마디.그것은 얼어붙은 겨울의 적막을 찢고, 대군저 안채에 거대한 파란을 일으켰다.“아, 아가씨께서…….”비바람 속에서도 문을 닫아걸었던 그녀가.피를 흘리며 화원을 다지던 노동에도 묵언으로 일관했던 그녀가.마침내 이헌의 생사에 자발적으로 개입했다. 그가 아파서 죽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아주 작지만 선명한 간섭.흙바닥에 엎드려 열병으로 하얗게 점멸해가던 이헌의 핏발 선 눈동자가 기악을 한 듯 팽창했다.‘아가씨가 나를…… 나를 살리라 명하셨다.’그의 심장이 흉곽을 부수고 튀어나올 듯 거칠게 요동쳤다.펄펄 끓어오르는 고열의 고통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타들어 가는 식도와 찢어질 듯한 오한 속에서도, 이헌의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온 것은 신음이 아니라 처절한 환희의 오열이었다.“으흑…… 하아…… 흐아아악……!”이헌은 차가운 진흙탕에 이마를 짓이기며, 짐승처럼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그의 두 눈에서 핏물이 섞인 뜨거운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천하를 호령하고 왕마저 굴복시킨 그 순간에도 단 한 번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던 폭군이,그녀가 던져준 ‘어의를 부르라’는 하찮은 동정심 한 조각에 영혼의 밑바닥까지 무너져 내리며 통곡하고 있었다.“어, 어서! 어의를 뫼셔오라! 아가씨의 하명이시다!”서연의 명에 사색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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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화] 산산조각 난 옥비녀(1)

 열병에서 간신히 회복한 이헌은,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궐내의 창고를 모조리 뒤엎었다.“이것이…… 정녕 다 안채로 들어가는 것이옵니까.”흑위대장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대군저의 넓은 마당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수레 열 대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수레 위에는 명나라에서 갓 들여온 최고급 자수정, 영롱하게 빛나는 진주 목걸이, 그리고 왕실 여자들조차 평생 한 번 만져볼까 말까 한 최고급 촉금(蜀錦)과 비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조선의 섭정이 긁어모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사치스러운 재물들이었다.“전부 아가씨의 처소 앞마당으로 옮겨라. 단 하나의 흠집도 나서는 안 된다.”이헌은 창백하지만 상기된 얼굴로 명을 내렸다.그녀가 어의를 불렀다.자신이 흙구덩이에서 열병으로 죽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기어이 자신을 살려주었다.그 사실은 이헌에게 죽은 자가 부활한 것보다 더 거대하고 벅찬 종교적 체험이었다.그는 그녀가 베풀어준 그 기적 같은 자비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을 동원하여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을 그녀의 발밑에 바치고 싶었다.끼리릭, 덜컹.수레들이 안채의 툇마루 앞마당으로 천천히 진입했다.방 안에서 책을 읽고 있던 서연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수레 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창호지 문을 열었다.“…….”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서연의 핏기 없는 입술이 굳게 다물어졌다.마당을 가득 채운 화려한 비단과, 햇빛을 받아 눈이 멀 듯 반짝이는 금은보화들.그리고 그 수레들 가장 앞자리, 문지방에서 세 걸음 떨어진 마당 한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있는 이헌의 모습이 보였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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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산산조각 난 옥비녀(2)

 이헌은 서연의 싸늘한 기류를 채 눈치채지 못하고, 바보처럼 입꼬리를 끌어 올린 채 상자를 더 높이 치켜들었다.서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마루 끝으로 걸어 나왔다.그녀의 하얀 손끝이 천천히 허공을 가르며, 이헌이 받쳐 든 자개 상자 안으로 향했다.스윽.서연의 손가락이 그 영롱하고 귀한 옥비녀를 가볍게 집어 들었다.“……아.”이헌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려던 찰나였다.서연은 옥비녀를 허공으로 높이 치켜들었다.그녀의 서늘한 시선이 이헌의 핏발 선 눈동자를 정확히 꿰뚫었다.그리고는.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비녀를 마당의 딱딱한 돌바닥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매정하게 내동댕이쳤다.쨍그라아앙-!!섬뜩한 파열음이 대군저의 안채를 찢을 듯이 울려 퍼졌다.“……!!”이헌의 어깨가 벼락을 맞은 듯 크게 튀어 올랐다.그의 텅 빈 동공이 미친 듯이 수축하며, 바닥으로 추락한 옥비녀를 향했다.조선에 단 하나뿐이라는, 수백 명의 노비를 사고도 남을 그 엄청난 가치의 백옥 비녀는.무참한 파열음과 함께 수십 개의 하얀 조각으로 산산조각이 나, 진흙탕과 섞인 돌바닥 위로 형편없이 흩어져 버렸다.“아, 아가씨……!”마당을 지키던 흑위대장과 가솔들의 입에서 기악에 가까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들은 섭정이 바친 최고의 선물을 박살 내버린 이 여인의 미친 짓에 사색이 되어, 당장이라도 피바람이 불어닥칠 것을 예감하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하지만 정작 비녀를 박살 낸 서연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서늘한 눈으로 이헌을 굽어보고 있었다.&ldquo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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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화] 타오르는 재물(1)

 오직 자신이 그녀를 또다시 불쾌하게 만들었다는, 그 절망적인 사실 하나만이 이헌의 이성을 갉아먹고 있었다.“…….”마루 끝에 선 서연의 핏기 없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그녀는 문틈으로 보았던 그의 맹목적인 노동조차 얄팍한 연기라 단정 짓고, 이 옥비녀를 박살 내며 가장 날 선 시험을 던진 참이었다.권력자는 자신의 부를 부정당할 때 가장 분노하는 법이니까. 그 오만한 가면이 벗겨지고 폭군의 본성이 드러나길 바랐다.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그녀의 상식을 또다시 완벽하게 파괴하고 있었다.피를 흘리며 쓰레기를 주워 담는 저 남자의 엎드린 등은, 권력자의 그것이 아니라 신상(神像)을 훼손한 죄인의 처절한 참회와 같았다.“흑위대장.”바닥에 엎드린 이헌이, 피 섞인 목소리로 서늘하게 명을 내렸다.“당장…… 저 수레에 실린 모든 것을 끌어내라.”“자, 자가! 이 귀한 명주와 보석들을 어찌…… 궐의 국고로 다시 환수하시겠사옵니까?”“아니.”이헌이 고개를 들어, 마당을 가득 채운 화려한 수레 열 대를 차갑게 노려보았다.“아가씨께서 불쾌하다 하셨다. 저따위 천박한 것들이 아가씨의 시야에 단 1초라도 더 머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이헌이 피투성이가 된 손을 들어 허공을 향해 휘저었다.“전부 불태워라.”“……!!”흑위대장의 입이 쩍 벌어졌다.“대, 대감! 불태우라니요! 저것은 수십만 명의 백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엄청난 재물이옵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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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화] 맹목의 한계(1)

 활활 타오르던 비단과 보석들이 남긴 매캐한 재가 대군저 마당에 차갑게 가라앉았다.“…….”서연은 방 안에서 창호지 문에 비친 이헌의 그림자를 응시했다.자신이 던진 날 선 옥비녀를 맨손으로 쓸어 담고, 수십만 냥의 재물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사내.그는 여전히 처소 문지방 밖에서,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그 맹목적인 순종은 서연의 내면에 짙은 패배감과 동요를 불러일으켰지만, 그녀의 이성은 아직 그 기괴한 헌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겠다.’서연의 눈동자에 독한 오기가 서렸다.‘네놈이 뒤집어쓴 그 맹목적인 순종의 가면이…… 언제, 어디서 한계를 맞이하고 찢겨나갈지.’그날 밤부터.서연의 악의적인 괴롭힘과 시험이 시작되었다.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목이 마르다.”굳게 닫힌 문틈 사이로, 서연의 서늘한 하명이 떨어졌다.“도성 밖, 삼각산 중턱에 있는 맑은 암반수를 마시고 싶구나. 다른 물은 입에 대지 않을 것이다.”왕실의 우물물도 아니고, 이 칠흑 같은 밤중에 호랑이가 출몰하는 삼각산 중턱의 암반수를 길어오라니.그것은 누가 들어도 억지에 불과한, 철저히 상대를 괴롭히기 위한 명령이었다.마당을 지키던 가솔들이 사색이 되어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기다리십시오, 아가씨.”문밖에서 들려온 이헌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피곤한 기색도 없었다.“금방 대령하겠습니다.”그는 그 즉시 말에 올라타, 횃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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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화] 애달픈 기도(1)

 달빛조차 먹구름에 가려진 칠흑 같은 한밤중.서연의 굳게 닫힌 방문 밖으로, 둔탁하고 무거운 발소리가 아주 느리게 다가오고 있었다.“…….”서연은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인 채 문밖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저잣거리의 제일가는 당과(糖菓)가 먹고 싶다.’그녀가 던진 또 다른 억지스러운 심부름이었다.통행금지가 엄격하게 시행되는 이 심야의 도성 한복판에서, 문을 닫은 상단과 객주를 뒤져 당과를 찾아오라는 악의적인 명령.하지만 이헌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명령을 완수하고 돌아온 모양이었다.저벅, 비틀. 쿵.문지방 밖에서 무언가 무거운 것이 마룻바닥으로 처박히는 소리가 났다.서연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평소 같았다면 바닥에 물건을 내려놓는 소리와 함께, "대령하였습니다"라는 그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와야 했다.하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무언가 바닥에 쓰러진 듯한 둔탁한 소리 이후, 문밖에서는 기분 나쁠 정도로 서늘한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서연은 무릎을 감싸고 있던 팔을 천천히 풀었다.그녀의 시선이 창호지 문을 향했다. 문풍지 너머로 희미하게 비치는 그림자가, 평소처럼 무릎을 꿇고 있는 형태가 아니라 바닥에 완전히 허물어져 있었다.‘설마…….’그리고, 적막을 찢고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하아…… 커윽…….”짐승의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 토해내는 듯한, 끔찍하게 갈라지고 거친 숨소리였다.서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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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화] 애달픈 기도(2)

 그녀는 조심스럽게 수건의 깨끗한 면을 돌려, 그의 뺨에 묻은 진흙을 살살 닦아내었다.그의 얼굴을 매만지는 서연의 손길에는, 그녀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한 짙은 연민과 옥죄는 듯한 죄책감이 묻어나고 있었다.그때였다.“……아.”기절하여 숨만 헐떡이던 이헌의 굳은 미간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그는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한 상태였으나,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자신의 얼굴에 닿은 그 차갑고도 부드러운 온기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듯했다.스르륵.마루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이헌의 커다란 손이, 아주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리고는 자신을 닦아주던 서연의 하얀 소맷자락을, 마치 길 잃은 어린아이가 어미의 옷자락을 붙잡듯 꽉, 움켜쥐었다.“……!”서연의 어깨가 흠칫 튀어 올랐다.그녀는 황급히 손을 빼내려 했으나, 이헌의 악력은 기절한 와중에도 소름 끼칠 정도로 단단하게 그녀의 소매를 옭아매고 있었다.“……아가씨.”이헌의 갈라진 입술 사이로, 피 섞인 잠꼬대가 처절하게 새어 나왔다.그는 서연의 소맷자락을 꽉 쥔 채, 자신의 뺨을 그 하얀 옷감 위로 부비며 짐승처럼 흐느끼기 시작했다.“제발…….”서연은 숨을 멈춘 채,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자신을 살려낸 뒤에도 법과 권력으로 숨통을 조여오던 이헌. 그 두렵고 집요한 사내의 목소리.그가 무의식 속에서 토해내는 말이, 과거 자신을 향한 조롱이나 후회일 것이라 지레짐작했다.하지만.“살아만…… 주십시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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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화] 신성한 온기(1)

 이헌은 그 담요를 양손으로 꽉 움켜쥐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이 담요 속으로 깊게 파묻혔다.“흐으…… 끄윽…….”처절하게 억눌린 짐승의 오열이 툇마루 바닥을 적셨다.어깨가 사시나무처럼 잘게 경련했고, 핏물과 눈물이 엉겨 붙어 담요를 축축하게 적셔 들어갔다.자신은 현생에서 서연을 통제와 공포의 지옥에 가두었던 가해자였다.그녀가 당장 칼을 들고 자신의 숨통을 찔러도 할 말이 없는 끔찍한 죄인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어의를 불러 자신의 열병을 살려준 것도 모자라, 어젯밤 피를 흘리며 기절한 자신을 차갑게 내버려 두지 않고 기어이 이 따뜻한 온기마저 내어주었다.이것은 기적이었다.그가 백 번을 죽어 지옥 불에 떨어져도 결코 받을 자격이 없는, 눈이 멀 듯이 거룩하고 눈부신 구원이었다.“아가씨…….”이헌은 담요에 얼굴을 묻은 채,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아냈다.그녀의 이 작은 온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두려운 것인지.자신이 감히 이 온기를 탐내어 조금이라도 선을 넘는다면, 그녀가 다시 이 담요를 거두어들일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가 그의 숨통을 옥죄었다.이헌은 다급하게 흐르는 눈물을 벅벅 닦아냈다.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담요를 들어 올렸다.그리고는 자신이 묻혀놓은 핏자국과 진흙을 손끝으로 털어내며, 담요를 아주 반듯하고 정갈하게 개어놓기 시작했다.그녀가 깨어났을 때, 자신이 이 담요를 뒤집어쓰고 주제넘게 마루에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녀의 심기를 어지럽힐 것이 분명했다.이헌은 깔끔하게 개어진 담요를 문지방 한쪽 구석에 조심스럽게 놓아두었다.그리고 자신은 평소처럼, 문지방에서 정확히 세 걸음 떨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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