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깊이 연모합니다, 서방님.”등 뒤에서 들려온 서연의 목소리는 너무도 분명했다.바람 소리도, 풀벌레 우는 소리도 결코 아니었다. 오직 자신 한 사람만을 향해 쏟아낸, 숨 막힐 듯이 온전하고 맹목적인 사랑의 고백.“…….”이헌의 거대한 어깨가, 아니 온몸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그는 자신의 심장 부근에 푸른 향낭을 꽉 쥔 채, 숨을 쉬는 방법조차 잊어버리고 허공만 멍하게 응시했다.마치 자신이 지독한 외로움에 미쳐 마침내 헛것을 보고 환청을 들은 것은 아닌지, 끔찍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 같았다. 등 뒤의 온기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대군……? 아니, 서방님.”자신의 품 안에서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미동조차 없는 이헌을 보며, 서연이 걱정스러운 듯 그의 넓은 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제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으셨습니까.”“아…… 아아…….”이헌의 찢어진 입술 사이로, 짐승의 앓는 소리 같은 억눌린 탄식이 새어 나왔다.그는 덜덜 떨리는 두꺼운 두 손으로, 자신의 굵은 허리를 감싸고 있는 서연의 하얀 팔을 아주 조심스럽게, 깨질세라 풀어내었다.그리고는 삐걱거리는 몸을 아주 천천히, 금방이라도 깨어질 신기루를 대하듯 극도로 조심스럽게 돌려 서연을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이헌의 핏발 선 두 눈에는, 폭포수 같은 뜨거운 눈물이 이미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의 턱선을 타고 눈물이 비 오듯 흘렀다.“방금…….”이헌의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져 쇳소리를 냈다.
Last Updated : 2026-09-14 Read more